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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창조신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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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4
최근연재일 :
2021.06.29 20:39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622
추천수 :
290
글자수 :
208,832

작성
21.06.0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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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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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5

DUMMY

뚝딱뚝딱.


“흐음··· 요렇게 인가?”


쿵쿵쾅쾅.


“아니면 이렇게?”


렌타스가 어딘가의 신이라 생각한 존재, 씨드 메타스인 강혁은 지금 한창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영 마음에 안 드는 듯 부쉈다 만들기를 반복한다.


“흐아암···”


그런 강혁의 어깨위로 나풀나풀 날아드는 존재가 있다. 강혁의 분신이자 조언자인 아이리스다.


“이제 일어났냐? 우리 잠꾸러기 공주님?”

“우엨··· 뭐래? 누가 누구 보고 잠꾸러기래?”


세상 편하게 10만년 넘게 잠들어 있던 존재가 할 만한 평가가 아니다. 아이리스가 진심으로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다. 평소와 달리 그의 주인은 무언가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이리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그리로 향할 수밖에 없다.


“뭐하세요? 뭔지 모르지만 굉장히 열심이시네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리스가 한참 후에야 그의 주인이 하고 있는 일을 파악했다.


“나참···”


강혁은 세계의 틀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신성력을 아낌없이 퍼부어서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에 직접적으로 힘이나 의지를 행사하기 위함이다.


“확실히 틀린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효울적이다?”

“알고 계시니 다행··· 이 아니고. 아니 아는 분이 이런 짓을 하세요?”


아이리스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주인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주인인 강혁은 여전히 아이리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걱정마라. 이미 이쪽 분야는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강혁의 모습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 모습에 아이리스가 한발 물러섰다.


“흐음··· 제가 잠들어 있는 동안 상당히 노력하셨나 봐요?”

“그래. 노력했지. 거기다 운도 좋았고.”


강혁이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마침 재밌는 투영체를 찾았거든.”

“재밌는 투영체요?”


아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대화로만 정보를 주고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이리스는 주인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 직접적으로 강혁이 생각하고 있던 계획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해했다.


“아하! 사도를 만들 생각이셨군요?”


아이리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대로 된 사도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사용하는 신성력 정도는 아깝지 않다. 아니 충분히 투자하고도 남는다.


“그럼 이왕 할 거 확실하게 하죠. 이쪽이요. 이쪽도 좀 강화해 봐요.”

“어··· 어··· 너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 거기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강혁이 당황하는 모습에 아이리스가 환하게 웃었다.


“에이. 이 정도는 해줘야죠. 사도라고요. 하위세계에서 주인님을 대표할 대리자! 본인 세계에서 하고 싶은 것 다하게 해줘야 나중에라도 미련이 안남죠.”

“어··· 그래. 그렇기는 한데···”


자신만만하던 강혁의 모습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강혁은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을 제대로 벌이는 데는 아이리스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이쪽이요. 이쪽.”

“자··· 잠시만.”

“여기요. 여기도요.”

“야··· 너··· 일단 생각은 하고 움직이는 거지?”

“당연하죠.”

“그··· 그래··· 당연하겠지···”


거기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자신이 넉넉하게 투자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리스의 조언을 듣고 보니 어딘가 모자란듯 보이기도 했다. 뭐 어찌 되었든 한 번 일을 시작한 이상 제대로 결과는 봐야 했다.


“그래. 좋아! 까짓 거 한번 할 꺼 제대로 해보자!”


태도를 바꾼 강혁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누가 봐도 과하다 할 정도의 신성력을 퍼부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의 틀이, 그 기반이 급속도로 강화되었다.



***



후우웅.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마나 블레이드가 공간을 갈랐다.


퍼걱. 촤악.


그리고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렌타스의 앞을 가로막던 마수군단이 뭉텅이로 갈려 나갔다. 마치 집 앞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쓸어대는 느낌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위화감이 들 정도다.


“우와··· 언제봐도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이네요.”


청색의 성녀 유리아나가 감탄했다. 그리고 그녀를 호위하던 황실 근대위 기사들도 한마음 한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지금 상황에도 여유가 있으시군요. 성녀.”


어느샌가 돌아와서 그녀의 옆에 서 있는 렌타스를 보며 유리아나가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제가 하는 거라고 해봐야. 신성결계를 유지하는 것뿐이니까요.”


유리아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그것도 놀랄만한 일이다. 지금 그녀의 신성결계는 전장 전체를 뒤덮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거기에 더해 군단급 병력에 무작위로 축복까지 내리고 있었다. 교단 최고의 능력자인 추기경들조차 그녀의 모습에는 혀를 내두를 뿐이다.


“두 분 다 인간이라는 수준을 좀 많이 넘으신 듯합니다.”


호위기사인 로톤의 평가에 황태자와 성녀, 렌타스와 유폐미아가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어머. 인간이 아니라니··· 설마 지금 성녀를 모욕하는 건가요? 신성 모독입니다!”

“황족 모독은 즉참이다. 알고 있나?”

“네.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또 죽이 잘 맞으시군요. 그것보다 저 앞쪽에 새로운 마수군단이 몰려옵니다. 전하.”

“끄응··· 경의 발칙함은 나중에 벌하기로 하지.”


거대 마수를 기본병력으로 삼는 마수 군단은 마족의 부대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함 병력을 더 깎아 먹기 싫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황태자가 앞장서서 쓸어버릴 수밖에 없다.


훌쩍 몸을 날려 사라지는 황태자를 보며 성녀 유리아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표현은 안하시지만, 전하께서도 많이 무리하시는 것 같아요.

“왜 안 그렇겠습니까. 병력을 보존하신다고 저리 앞장서시는데요.”


그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조금전까지 여유롭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지워져 있었다.


“이번 원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보좌관 레이자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문관인 그가 후방보급대도 아닌 본대에 참여해야 할 정도로 이번 원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원정대의 구성부터 보급로의 설정까지 뭐 하나 정상적인 게 없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입니다. 황태자 전하와 성녀님의 초월적인 능력이 아니었다면 이미 원정대는 전멸했어도 한참전에 전멸했을 겁니다.”


황태자의 근위대와 호위기사들이 주위에 가득하다 하지만 그들 전부가 보좌관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듣고 만 있었다. 황태자에 대한 충성심으로는 누구 못지않다는 그들조차도 레이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겨우 1개 군단으로 대전선을 넘어 마족의 땅에 들어섰다. 보급선은 처음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보급품은 미리 병사들에게 지급된 분량이 전부다.


기다렸다는 듯이 마족군단이 그들을 포위해 왔다. 하지만 황태자는 포위를 풀생각도 후퇴할 생각도 없다는 듯이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고 있다. 퇴로 따위는 그리고 전선의 지속력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후우··· 황태자 전하께서 왜 저렇게 조급해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족과의 전황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는데 말입니다.”


레이자의 한탄에 주위 사람들 모두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거운 침묵이 그들 사이를 휘감았다.



***



“역시 분위기가 무겁군.”


황태자 렌타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 나름대로 조용히 이야기한다고 한 것 같은데, 그들의 예상과 달리 렌타스의 기본 능력이 너무 높았다. 수천 마리의 거대 마수를 상대하면서도 수백 미터 떨어진 그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을 정도로 말이다.


“뭐 예상 못한 것도 아니지.”


사실 입장을 바꿔 그가 저들의 위치였다면 저들처럼 조용히 따르지도 않았을 거다. 당장 미친 거 아니냐고 달려 들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호위기사 로톤과 근위대의 기사들, 그들의 얼굴 위에 이전 삶에서 그들이 보였던 모습이 떠올랐다.


죽음의 길로 이끌어도 묵묵히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하는 충직한 자들의 얼굴 위로 황태자였던 그를 멸시하던 그리고 완전히 잊어버렸던 자들의 얼굴이 비춰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신성결계를 유지하며 동시에 부상병을 돌보는 성녀의 얼굴 위로 두려움에 떨던, 자신을 잊어 가던 교황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대신의 자비에 기대 시간을 되돌렸지만, 실질적으로 마족의 마수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 내 계산대로라면 기껏해야 1년 남짓이겠지.”


1년이 지나면 다시금 과거가 되풀이된다. 2황자가 나서서 대규모 자선사업을 열고 대전선으로 가는 보급품이 부족해지며 마족의 진군이 시작될 거다. 그는 다시 한번 패태자가 되고 북탑에 유폐될 거다. 그리고 결국 제국이, 인간의 세계가 멸.망. 한다.


“그 전에 뭐든 해야 해!”


하지만 절박한 그의 심정과 달리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과거 그가 기억하는 기괴한 일들은 단 하나도 막을 수 없었고 사건의 단서도 찾지 못했다.


결국 고심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은 소수 정예를 이끌고 마왕성에 직접 쳐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왕을 처치할 수 있다면 최선이고 그게 아니라 해도 최소한 대규모 정신지배인지 아니면 저주 인지 모를, 그 짓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했다.


“내 무능이 결국 그대들까지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했군.”


여기 있는 모두는 결국 죽을 거다. 그걸 알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나를··· 나를 용서 마시게나.”


렌타스가 눈시울을 적셨다. 마치 죽음과도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그를 휘감았다. 하지만···


[오오··· 다시 연결됐다! 만세다!]


렌타스의 착잡한 기분과 동떨어진 즐거움 가득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 어라? 혹시?”

[그래 그 혹시다. 잘 있었냐?]


고대신이다. 잊혀진 고대신이 다시금 그를 찾아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망감으로 가득 찼던 렌타스의 마음속에 어느새 새로운 희망이 샘솟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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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장] 규격 외의 존재 13 21.05.26 228 8 15쪽
12 [1장] 규격 외의 존재 12 21.05.25 25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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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규격 외의 존재 10 21.05.21 255 9 10쪽
9 [1장] 규격 외의 존재 09 +1 21.05.20 288 9 12쪽
8 [1장] 규격 외의 존재 08 21.05.19 3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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