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창조신의 성장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4
최근연재일 :
2021.06.29 20:39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619
추천수 :
290
글자수 :
208,832

작성
21.05.21 14:48
조회
254
추천
9
글자
10쪽

[1장] 규격 외의 존재 10

DUMMY

신에게 축복 받은 영웅왕, 전사중의 전사인 대전사, 질서의 수호자이며 신의 지상대행자,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수많은 수식어가 붙었고 살아생전에 들을 수 있는 모든 찬사를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큰 위협이, 더 큰 시련이 그리고 더 큰 보상이 필요했다.


‘이 몸으로 다시 태어난 후 이 세상을 신이 내린 축복이라 생각했었는데···’


켄타우로스의 전설적인 영웅왕 알카시온 디 드렉스. 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것은 신의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던건가?’


지금 그는 함정벌레의 여왕, 그 강대한 적과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다. 지금의 그에게는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내부를 유지하는 것이 더 급한 문제였다.


‘언제부터였지?’


분명 처음 이세계에 태어났을 때는 자기 자신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외부적인 것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우선시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시시각각 사라지는 자신의 자아를 부여잡고 버티는 것조차 힘들기 시작했다.


투쾅.


지금만 봐도 그렇다. 이전 삶에서 단 한 번도 적을 놓친 적 없던 창이다. 그런 그의 돌격창이 이번에는 적의 외피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전투 직전에 몸의 중심이 무너졌어. 딛고 선 바닥이 물렀었나?’


유감스럽지만 그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의 이성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전투와 그 전투에서 입은 육체의 부상이 정신의 붕괴를 가속시키고 있었다.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짜증나는군.’


드렉스가 입술을 짓씹었다.


이전 삶에서 무한에 가까운 전투를 경험했다. 그렇게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전투에서도 정작 지금과 같은 위기는 없었다. 본능이 계속해서 퇴각을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적에게서 등을 보일 수는 없다. 절대 그럴 수는 없지!’


그는 자존심 강한 켄타우로스의 전사다.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왕이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전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적에게 등을 보일 수는 없다. 무릇 전사란 그런 것이다. 왕이란 그런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 전투를 이어간다. 상황이 아무리 패배에 가까워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결국은 승리를 쟁취한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런식으로 승리를 쟁취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켄타우로스의 영웅왕 알카시온 디 드렉스가 무너지는 이성을 다잡았다. 자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전의를 드높였다.하지만 여전히 전투는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빗나갔다고? 이럴 수가 있나? 아니 이런 적이 있었던가?’


그의 창이 목표를 맞추지 못했다. 이전처럼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목표지점에서는 벗어나 있다. 덕분에 여왕 벌레의 목숨을 끓을 수 있었음에도 녀석에게 중상을 입히는 선에서 끝나버렸다.


‘이게 우연이라고? 그럴리가 없지.’


드렉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의심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의 의심은 다음 공격이 다시 실패하며 확신으로 변했다.


‘확실하군. 공격 직전 자세가 무너지고 있어.’


방법은 교묘하고 다양했다. 그가 딛고 선 세계수의 가지가 부서지는 경우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잔가지가 그의 행동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전장 그 자체가 그를 적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이다.


여왕과의 전투보다 이쪽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결정한 드렉스가 다급히 기감을 넓히고 주위를 탐색했다. 그러자 걸리는 게 있었다. 미약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쳇··· 진작 눈치 챘어야 했는데.’


이전 삶에서 느꼈던 주술사들의 고유 결계와 비슷하다. 그리고 그 효과는 아마도 전장 장악일 거다.


‘이 기운의 주인은 나를 여기 빠트렸던 그 맹랑한 녀석인가?’


어썰트 타입으로 전직한 후 다음 전직을 위해 그에게 주어졌던 미션은 신성력을 가진 생명체 백 마리를 처치하는 거였다.


다음 단계로 전직하기 위한 필수 단계였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그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 약자가 현재의 동족이라면 더욱 더 그랬고 말이다. 그래서 씨드 타입이나 그보다 약한 녀석들을 만나면 일부러 대충대충 상대하다 놓아주고는 했다.


‘하지만 그 중에 맹랑한 것이 있었지.’


놈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드렉스가 보기에는 대단히 허술했다. 함정으로 유인하려는 몸짓이 한눈에도 드러나 보였다. 하지만 하필 그 순간 순간적으로 자아가 무너졌다.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됐다. 덕분에 이 꼴이다.


“키이이···”


드렉스의 생각이 거기서 끊어졌다. 그의 눈에 갑자기 크게 휘청거리는 여왕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여기를 공격하면 이길 수 있어요.’ 라고 소리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이런··· 이거 드러난 상황만 보면 말 그대로 절호의 기회로군. 도저히 공격을 안 할 수가 없어.”


드렉스가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른 적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공격이 실패한 것도 그리고 지금함정벌레 여왕의 자세가 무너진 것도 모두 그 맹랑한 녀석의 계략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창을 들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자아를 유지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적어도 전장에서, 내가 가진 최강의 일격을 선사하고 장렬하게 산화하겠다!!!”


필사의 각오를 다졌다. 드렉스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불타올랐다.


“흐아아압!!!”


전신에서 짙은 마력이 쏟아져 나왔다. 그 마력이 그의 전신을 재차 강화했다. 이미 초인을 넘어선 육체에서 그 이상으로 가공할 거력이 아니 신력이라 불릴 힘이 솟아올랐다.


쾅.


발을 딛고 있던 세계수의 가지가 충격을 이기지 못해 터져 나갔다. 그리고 드렉스의 육체가 가속을 시작했다.


드드드드.


가속하는 그의 몸이 부서질 듯 떨렸다. 하지만 실제로 부서지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그의 영혼이다.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의 자아가 소멸해 갔다. 하지만 드렉스는 멈추지 않았다.


촤아아악.


그렇게 한줄기 푸른 유성이 되었다. 그 유성이 벌레 여왕의 수호병들을 꿰뚫었다. 최종목표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진 채 버둥거리는 여왕의 머리다.


“키이이이익!”


수호병들도 필사적이다.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라는 것을 눈치라도 챈 듯이 아예 자신의 몸을 드렉스의 공격궤도 안에 밀어 넣고 있다. 자신들의 몸으로 여왕에게 도달하는 길을 틀어 막고 있다.


푸쉭. 콰드득.


하지만 그들의 눈물겨운 희생으로도 드렉스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보인다! 저기다! 저기가 이 싸움의 끝이야!’


드렉스의 일격이 마침내 수호병들의 호위진을 꿰뚫었다. 이제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중심을 잃고 쓰러진 여왕뿐이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촤르륵.


하지만 그런 드렉스를 비웃듯 여왕의 앞쪽 대지가 몸을 일으켰다. 수십 수백개의 회색 촉수가 동시에 뻗어 나와 그의 전신을 휘감아 왔다.


‘허···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다 이거냐?’


노골적이다. 하지만 상대도 필사적이란 게 느껴졌다. 함정 벌레 여왕과 그가 공멸하지 않으면 남은 한쪽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크크크. 조금전까지 내 위세에 놀라 도망치던 녀석이 갑자기 돌아와서 능력 이상의 존재 둘을 동시에 사냥하려 한다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


저쪽에도 뭔가 시스템의 장날질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사실 예상하기도 쉽다. 아마도 그와 함정 벌레 여왕의 공멸 혹은 둘 모두를 처리하라는 퀘스트가 긴급으로 지급되었을 거다. 그리고 이성을 잃을 정도로 막대한 보상과 죽음 이상의 패널티를 동시에 들이 밀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일격은 겨우 녀석 따위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투확. 투투둑.


드렉스의 몸을 휘감았던 촉수가 순간적인 마나의 파동에 잘려 나갔다. 그러고도 드렉스의 공격속도는 전혀 늦춰지지 않았다.


콰쾅.


결국 마나의 격류를 휘감은 드렉스의 창이 쓰러져 있는 여왕 벌레의 머리를 직격했다. 그 일격으로 길었던 강적과의 전투가 끝났다.


프쉬익.


녹색의 채액이 사방으로 뿌려지고 여왕 벌레가 요동쳤다. 하지만 이미 머리를 포함한 상반신이 통째로 사라졌다. 마력의 핵도 함께 파괴됐다. 치명타라 부르기 부족함 없는 일격이다.


“후욱··· 후욱··· “


녹색의 비를 맞으며 드렉스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전투후의 짧은 고양감이 있었지만, 그후에는 심연으로 떨어지듯 아득한 절망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신이 떨려왔다. 밀물처럼 힘이 빠져나갔다. 육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다.


“정말 마지막이었군.”


한탄, 아니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끝났다. 더 이상은 이성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되기 전에 육체를 소멸시킬 수밖에 없다.


“후후후···”


나를 죽이면 어느 정도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지?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드렉스가 남은 힘으로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 너.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냐? 나와라.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언어는 다르겠지만 알아들었을 거다. 월드 시스템의 통역기능은 종족이나 소속된 세계가 달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강혁은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창조신의 성장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에필로그 02 (完) +3 21.06.29 161 7 10쪽
36 에필로그 01 21.06.28 145 3 10쪽
35 [3장] 금기에 관하여 13 +1 21.06.25 134 2 10쪽
34 [3장] 금기에 관하여 12 21.06.24 109 3 8쪽
33 [3장] 금기에 관하여 11 +1 21.06.23 101 3 10쪽
32 [3장] 금기에 관하여 10 +1 21.06.22 98 4 11쪽
31 [3장] 금기에 관하여 09 +1 21.06.21 102 3 9쪽
30 [3장] 금기에 관하여 08 21.06.18 111 3 11쪽
29 [3장] 금기에 관하여 07 +1 21.06.17 117 2 19쪽
28 [3장] 금기에 관하여 06 21.06.16 121 3 10쪽
27 [3장] 금기에 관하여 05 +1 21.06.15 123 4 15쪽
26 [3장] 금기에 관하여 04 +1 21.06.14 129 3 13쪽
25 [3장] 금기에 관하여 03 +1 21.06.11 159 5 16쪽
24 [3장] 금기에 관하여 02 +2 21.06.10 165 6 11쪽
23 [3장] 금기에 관하여 01 +2 21.06.09 171 8 10쪽
22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8 +1 21.06.08 158 9 11쪽
21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7 +1 21.06.07 178 10 15쪽
20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6 +3 21.06.04 190 9 13쪽
19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5 +1 21.06.03 165 8 11쪽
18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4 +1 21.06.02 176 7 18쪽
17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3 +2 21.06.01 186 8 10쪽
16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2 +1 21.05.31 185 8 11쪽
15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1 +1 21.05.28 241 9 20쪽
14 [1장] 규격 외의 존재 14 +2 21.05.27 260 11 11쪽
13 [1장] 규격 외의 존재 13 21.05.26 228 8 15쪽
12 [1장] 규격 외의 존재 12 21.05.25 251 8 11쪽
11 [1장] 규격 외의 존재 11 +1 21.05.24 263 7 11쪽
» [1장] 규격 외의 존재 10 21.05.21 255 9 10쪽
9 [1장] 규격 외의 존재 09 +1 21.05.20 288 9 12쪽
8 [1장] 규격 외의 존재 08 21.05.19 300 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