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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창조신의 성장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4
최근연재일 :
2021.06.29 20:39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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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8
추천수 :
290
글자수 :
20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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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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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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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20쪽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1

DUMMY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혁은 뭔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강함을 쫓았다. 성장에 집착했다.


레벨을 올렸고 능력치를 강화했다.


무의미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스킬을 반복해가며 숙련도를 높이고 새로운 스킬을 익히기 위해 위험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안전을 중시하던 평소의 그와 명백히 달랐다.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 이유를 알면 그의 지금 모습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기분 나쁘군···”


그의 내면세계 중심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듯한 봉인된 존재가 있다.


놈이 계속해서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 존재를 계속해서 봉인하기 위해서, 자신이 육체의 주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강혁은 쉼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당연하게도 현재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했다.


물론 당황할 일은 아니다.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이쪽입니다.”


강혁이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아이리스가 말해준 곳으로 움직였다.


스르륵. 스륵.


그러자 서서히 안개가 짙어진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그 안개속에 파묻혔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세계수조차 그 안개속에 함몰된 듯,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오직 회색의 안개뿐이다.


“안개 통로와 안개 사원이라더니 이름 한 번 잘 지었군.”


강혁이 투덜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의 안개지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개 자체에 어떤 기운이 있는 건지 마나를, 아니 신성력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그 속을 볼 수 없다.


“그나마 길이 하나뿐이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최소한 길을 잃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흐음···”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통로를 묵묵히 걷고 있으니 잡생각이 많아진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명칭 : 강혁.

레벨 : LV 49


종족 : 씨드 메타스 (Seed Matters)

직업 : 없음

업적 : 없음


보유 스킬

중급 관찰 / 입체 이동 / 무음이동 / 마력 컨트롤 / 육체 강화 / 도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강혁이 자신의 정보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레벨 49라···”


현재 그의 레벨은 49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인간일 때도 레벨 50을 기준으로 상급 각성자와 중급 각성자로 나눴었다. 당연히 그렇게 구분해야 할 정도로 49레벨과 50레벨의 차이는 크다.


막연하게 인간과 메타스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현재 상황을 보아하니 마의 구간이 시작되는 부분은 인간이나 메타스나 같아 보인다.


“정보창 뚫어지겠네요.”


아이리스의 말에 강혁이 발끈해서 대꾸했다.


“뚫어지긴 뭘 뚫어져! 그냥 확인해 본거지!”


하지만 아이리스는 강혁의 짜증안에 숨겨져 있는 초조함과 불안함을 읽었다.


“성장세가 멈춘 게 그렇게 불안하세요?”


잠시 걸음을 멈췄던 강혁이 이내 실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주인의 고민이 무엇인지 이미 다 알고 있을 상대에게 거짓은 무의미하다.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 내 속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았는데.”

“그런거라··· 역시 그 문이 계속 신경쓰이셨군요?”

“나도 눈치라는 게 있다. 아마 그 속에 있는 게 이 몸의 진짜 주인이겠지.”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그동안 얻은 각종 정보와 자신이 겪어 왔던 일들을 조합하면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요즘 이상하게 성장에 집착하시더니 역시 그게 이유였군요.”

“그럼 아무 이유 없이 내가 이러고 있겠냐?”

“그건 그렇죠···”


아이리스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주인은 현실에 안주하는 성격이고 현재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 존재였다. 자기 입으로도 항상 등 따시고 베 부르면 그만이라고 하는 존재이니 지금처럼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비정상적이었다.


“그런데 말로는 그쪽이 진짜 주인이라고 하시면서 또 얌전히 몸을 내놓을 생각은 없으신가 봐요?”

“당연하지! 얌전히 몸을 내놔? 웃기지 마라! 지금의 내가 바로 나다! 내 속에 잠들어 있는 녀석 따위 영원히 잠이나 자라 그래!”


자기 입으로 자기가 가짜라고 했으면서도 또 몸은 내놓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한다. 아니 오히려 힘을 키워서 진짜를 영원히 봉인해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그런 강혁의 모습에 아이리스가 신기한 생물을 본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나··· 독선적이기도 해라.”

“야! 너 뭐라 그랬냐?”

“오호호. 또 못들은 척하신다. 제대로 들으셨으면서.”


그렇게 강혁과 아이리스가 나름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에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요. 여기가 안개 사원이랍니다.”


강혁이 고개를 돌리니 회색 안개에 파묻혀서 입구만 보이는 이질적인 건물이 보였다.


“건물?”


강혁의 놀람이 그대로 아이리스에게 전해졌다.


안개 사원은 말그대로 건물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다른 것들처럼 세계수의 줄기들이 얽히고 설켜서 만들어진 장소라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전까지 보았던 자연적인 틈이나 동굴과는 달랐다. 건물의 각이 살아있다. 명백히 인위적인 형태다.


“건물이 있다는 소린 없었잖아?”

“그게 왜 중요한데요? 어서 들어가기나 하세요.”

“끄응··· 그래. 건물의 외관 따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


저 안에서 벌어질 일이 중요할 뿐이다.


아이리스의 말이 맞다는 소리는 죽어도 할 생각이 없는지, 입을 굳게 다문 강혁이 천천히 안개 사원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동안 성장한 강혁의 몸은 상당한 크기다. 이제는 처음에 그렇게 크게 보였던 노멀 타입 메타스조차 아기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데 건물의 크기는 그런 강혁이 보기에도 아득히 높고 거대하다.


“도대체 얼마나 큰 녀석들이 들어오길래 건물을 이렇게 웅장하게 만들어 놓은 거야?”


강혁이 건물의 크기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그 감탄에 동참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주인님은 꽤나 외형에 집착하는 성격이시네요. 건물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누차 말씀드렸는데 말이죠.”

“응? 외형에 집착?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신기해서 감탄한 것뿐인데.”

“그게 그 말이죠.”


아이리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강혁은 주위의 모습이 뒤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조금전의 거대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주위를 휘감고 있는 것은 짙은 안개가 휘몰아치는 통로였다.


“이건 또 뭐야?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별거 없어요. 그저 제가 보는 시선을 주인님에게 전송한 것뿐이니까요.”


아이리스의 말에 강혁도 깨닫는 게 있었다.


“아하. 보는 자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는 건가?”

“그래도 생각보다 멍청하지는 않아 다···”

“다행이라고?”


생각없이 튀어나온 말에 아이리스가 입을 닫았지만, 강혁이 그 뒷말을 모를 리 없다.


“에헤헤. 실수예요. 말실수.”


헤픈 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조언자의 모습에 강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어차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계속 실수하렴.”

“에헤이. 실수라니까요. 실수. 제가 정말 주인님을 바···”

“바보라고 생각하겠지.”

“그게 아···”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걸?”

“어··· 그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애써 고민할 필요 없다. 어차피 넌 나한테 거짓말 못 하잖아.”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던 아이리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조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때는 입장이 이번과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어? 이건? 설마?”

“어. 그래. 그 설마다.”


강혁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생각해보니 너만 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어차피 상시 연결인데 주인은 나잖아?”

“그··· 그렇죠. 덧붙여 말씀드리면 서로간에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하거나 어디까지 개방할지도 주인님 마음입니다. 제쪽에서는 거부권이 없어요.”

“그래. 그런 것 같더라.”


아이리스가 쭈삣거리며 그의 눈치를 봤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아이리스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뭐 어찌되었든.”


보는 사람, 경험하는 존재에 따라 외형이 바뀐다. 사실 그건 월드 시스템의 대부분에 적용되는 이야기일 거다. 당장 강혁이 보고 있는 시스템창도 사실은 그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정보전달형태를 하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실제로는 그조차 보는 사람마다 그 형태가 달라서, 전생에서는 그것만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건물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었고 이제는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그러니 그건 여기까지 하고.”


장닌가 가득하던 강혁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이제 정말 중요한 걸 이야기해 줄래?”


진지한 모습이라니, 아이리스가 처음보는 주인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 말그대로 정말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그러죠. 크흠. 어차피 다왔으니까요.”


마른 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아이리스가 가볍게 손짓하자 다시금 주위 환경이 변했다. 강혁이 이전에 인식하고 있던 형태로 바뀐 거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다른 게 하나 있었다. 광장 중앙에 둥둥 떠 있는 반짝이는 구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게 여기 온 목적이야?”


강혁이 슬금슬금 구체 가까이 다가갔다.


반투명한 구체속에는 뭔가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반짝이는 가루처럼 보이는 것들, 그리고 소용돌이 치는 기류처럼 보이는 것들이 쉼 없이 흔들리거나 뒤엉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예쁘고 신기하다. 하지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강혁의 시선이 아이리스를 향했다. 이건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는 조언자가 설명해야 할 부분이다.


“모형 정원이나 스페이스 오브, 그것도 아니면 공간구슬, 보통은 그런 이름 중 하나로 부릅니다.”

“그래? 그럼 나도 공간 구슬이라 하지. 아니 그것보다. 이름을 들어도 여전히 용도는 모르겠는데?”


“정말 모르시겠어요?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아니 전혀 모르겠어.”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번에는 아이리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리스는 월드 시스템과 강혁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고 그 둘이 허락한 모든 지식과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분명히 강혁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아··· 알겠다.”


그런데도 모른다고 하니 잠시 당황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익숙하지 않으신 거였군요.”

“어? 익숙하다 아니다가 아니라 난 이런 장난감을 본 적이.”

“있으시죠.”


아이리스가 강혁의 말을 끊으며 공간구슬을 조작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분을 떼 와서 확장했다.


“어라?”


그러자 놀랍게도 강혁이 알고 있는, 과학 교과서에서 많이 봤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이거 우주? 소용돌이 성계?”

“넵. 정답입니다. 그리고 이건 더 익숙하시죠?”


그 중의 일부분을 떼 와서 또 한 번 확장했다. 그러자 정말 아이리스의 말처럼 강혁에게 더더욱 익숙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건 태양계야? 여기는 지구고?”

“넵. 태양을 모항성으로 하고 있는 행성계죠. 주인님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를 뽑아 봤어요.”

“어··· 그래··· 확실히 내가 알고 있던 게 맞기는 한데···”


확실히 예전에 비슷한 걸 본적이 있다. ‘천구의’라고 불리던 것이다. 천문대나 박물관 등에서 사용하는, 우주를 축소해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물건이었다.


“근데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거야?”


물론 인간이 관측할 수 없는 지역까지 구현하고 있으니 굉장한 물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강혁은 천문학자가 아니다. 여기까지 와서 천문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고 말이다.


“아. 그러네요. 이번에도 제가 설명을 잘못했어요.”

“응?”


강혁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장난감이 아니거든요.

“장난감이 아니라고? 그럼 교육용? 교재?”

“음··· 어쩌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주인님이 생각하신 가짜는 아니죠.”


아이리스가 태양계에서 지구가 있는 부분을 확대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한반도를 다시 확대했다.


“어···. 어라?”


그렇게 확대하자 그곳에 대도시가 하나 보였다. 그가 기억하던 서울과 흡사한 모습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강혁이 당황하는 모습에 아이리스가 씨익 웃으며 또다시 확대를 반복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보였다. 다양한 생명체가 활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모습만이 아니다. 단순한 영상이라기에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생기가 선명하다.


“가짜가 아니라는 게 이린거였어?”


이쯤 되면 강혁이 아무리 바보라도 알 수 있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실체다. 공간 구슬이라는 것은 말그대로 우주 그 자체였다.


“어... 잠깐? 그럼 이게 교재라는 건?”

“어머. 이미 짐작하셨으면서.”

“아닌데··· 전혀 짐작 못했는데.”

“에이. 또 거짓말하신다.”


일이 어째 심각하게 커질 듯한 느낌이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든 강혁이 현재 상황을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역시 통하지 않는다.


“세계신의 정의는 이미 이야기 드렸죠?”

“음··· 아마도 세계를 창조하고 관리하는 존재?”

“그래요. 그럼 세계수를 오른다는 일이 뜻하는 것도 기억하시겠네요.”

“완성 단계에 든 세계신이 그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였던가?”

“어머 잘하셨어요. 정답입니다.”


아이리스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그의 귓가로 다가와 속삭였다.


“하지만 종종 주인님처럼 세계신의 반열에 들지 못한 존재들도 이곳에 도착하죠. 그럼 월드 시스템이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어떤 목표를 제시할까요?”

“아··· 음···”


안다. 떠오르는 게 있다. 하지만 대답하기가 싫었다. 뭔가 엄청나게 구를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 들었다. 이건 강함에 집착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에이··· 뭘 그렇게 현실 부정하고 계세요? 당연히 수준미달의 참가자들에게 최소한의 자격을 요구하겠죠.”


그렇게 말하며 아이리스가 공간구슬을 가리켰다.


“월드 시스템도 그렇게 무자비한 존재는 아닙니다. 나름 합리적이랄까요? 그래서 여기까지 도착한자들에게, 그 최소한의 자격에 도달하기 위한 교재를 만들어 뒀죠. 바로 여기 있네요. 이게 세계랍니다. 그리고 주인님이 여기서 얻어야 하는 것은.”


그 뒷말은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아니 들으면 안 될 것 같다.


“자··· 잠깐만?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졌잖아.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 난 저런 걸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아하. 그런 걸 고민하고 계셨어요? 참 쓸모 없는 고민이네요.”


어떻게 든 부정해 보려 했지만, 역시 안 통한다. 그리고 그 때 아이리스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무수한 지식과 정보가 밀려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능력은 지금부터 만들어야죠. 오호호호.”


아이리스의 웃음소리가 마녀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제대로 대꾸할 수가 없다. 아니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스르륵.


그의 의지를 무시하며 무수히 밀려오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가 그를 짓눌렀다. 처음 공허의 바다를 관찰했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에이. 그 때와는 달라요. 이번에는 저를 통해서 그것도 세계수가 한 번 정제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거거든요.”


확실히 지금 주입되는 지식과 정보, 그것들은 혼돈의 바다에 존재하던 날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거기다 아이리스의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처럼 이번에는 그녀라는 조언자, 즉 완충장치까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고통까지 없애 주지는 않는다.


“우라질···”


강혁이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였다.


예전 공허의 바다에서 정보를 얻으려 했을 때는 순식간에 기절하고 끝났었다. 물론 제대로 얻은 정보도 없는 데다가 깨어나지 못했다면 그걸로 존재 자체가 사라졌겠지만, 어찌되었든 고통은 짧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그 반대다.


죽을 것처럼 고통스럽지만, 정말 죽을 리 없고 기절하고 싶어도 기절할 수가 없다. 거기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그건 아닌데요? 종료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드릴까요?”


친절한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하지만 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의 강혁에게는 그 친절한 목소리가 파멸을 부르는 악마처럼 느껴졌다.


“어머··· 너무하세요. 저 상처받았어요.”


헛소리다. 강혁이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예상 종료 시간 따위는 듣지 않는 게 낫다. 차라리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던 판도라처럼, 거짓된 희망일지라도 희망이 있는 편이, 있다고 믿는 편이 나았다.


“어머나··· 저 그거 알아요. 인간들이 행복회로라고 하던 그거죠?”

“아 좀 닥쳐! 이 @@아!”


결국 분노가 고통을 밀어냈다. 그런데···


“어라?”

“신기하죠?”


아이리스의 말에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고통 때문이 아니다. 정확히 그 반대의 이유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마치 거짓말처럼 밀려드는 고통이 사라졌다. 여전히 아프고 괴롭지만,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분노가 고통을 밀어냈다고?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괜찮을 거라고. 공허의 바다를 접했을 때와는 다르다고요. 주입되는 지식과 정보의 량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 그 와중에 발생하는 통증이라는 것도 결국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인 거니까요.”

”정신적인 고통이라··· 생각하기에 따라서 고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뭔가 애매한 이야기다.


“옛말에도 있잖아요. 지옥의 불구덩이에 앉아있어도 그곳이 천국이라 생각하면 천국이 될 수 있다고요.”

“얼씨구? 그거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게 갑자기 종교 교리가 튀어나오냐?”

“어쩔 수 없는걸요. 주인님 눈높이에서 교육하려면 주인님의 아는 수준에서 말해야 하니까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면 본인 수준부터 더 올리세요.”

“끄응···”


이것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이야기다.


강혁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역시 말로는 못이겠다.


“뭐 그건 그렇고. 이제 잠이나 주무세요. 지식의 전수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테니까요.”

“시간이 꽤 걸려? 얼마나?”

“어머나? 이번에는 행복 회로 안 돌리세요? 종료 예정 시간 따위는 안 들으신다면서요?”


아이리스도 은근히 뒤 끝이 긴 것 같다. 아니 이정도면 은근히도 아니고 대놓고다.


“크흠··· 그래 그런 건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렇게 얌전히 물러서려던 강혁이 눈을 깜박거렸다. 뭔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런데 자는 건 자는 건데 말이야.”

“그런데요?”

“그동안 굶어도 되는 거야? 나 굶주림에 약한데.”

“···”


한동안 아이리스가 침묵했다. 아니 거기까지는 생각 못한 것 같다.


“생각 못하기는 뭘 못해요? 제가 그 정도 대비도 안 해뒀을까요?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잠이나 자요!!!”

“아··· 네··· 그럽죠···”


위험할 정도로 눈꼬리가 올라가는 아이리스의 모습에 강혁이 얌전히 꼬리를 내렸다. 천천히 눈을 감고 밀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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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7 +1 21.06.07 178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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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4 +1 21.06.02 176 7 18쪽
17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3 +2 21.06.01 186 8 10쪽
16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2 +1 21.05.31 185 8 11쪽
»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1 +1 21.05.28 241 9 20쪽
14 [1장] 규격 외의 존재 14 +2 21.05.27 260 11 11쪽
13 [1장] 규격 외의 존재 13 21.05.26 228 8 15쪽
12 [1장] 규격 외의 존재 12 21.05.25 251 8 11쪽
11 [1장] 규격 외의 존재 11 +1 21.05.24 263 7 11쪽
10 [1장] 규격 외의 존재 10 21.05.21 254 9 10쪽
9 [1장] 규격 외의 존재 09 +1 21.05.20 288 9 12쪽
8 [1장] 규격 외의 존재 08 21.05.19 3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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