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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님의 서재입니다.

창조신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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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4
최근연재일 :
2021.06.29 20:39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725
추천수 :
290
글자수 :
20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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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01:22
조회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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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3장] 금기에 관하여 01

DUMMY

새롭게 얻은 권능과 권한을 확인한 강혁이 가지고 있던 빛의 구슬, 자신의 사도인 렌타스를 다시 공간구슬 속에 집어넣었다.


이제부터 렌타스는 자신의 사명을 따라 공간 구슬 속에 있는 세계들을 여행하고 멸망에 대항하며 지식과 경험을 쌓아 올릴 거다. 그리고 그렇게 쌓아 올린 지식과 경험은 강혁에게 고스란히 계승되고 말이다.


“좋아. 좋아. 이정도면 훌륭하군.”


강혁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세요?”

“흐아암··· 일 하나를 끝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네. 잠 온다.”


강혁이 그렇게 대꾸하며 꾸물꾸물 몸을 움직여 안개 사원의 구석으로 움직였다.


“이제 인간도 아니면서 도대체 잠은 왜 그렇게 주기적으로 자는 건데요?”

“글쎄다··· 그냥 잠이 오니 자는 거지.”


정확한 이유는 강혁도 모른다. 그저 인간의 습관 같은 게 남아있다고 예상할 뿐이다.


“그러면 잘 때마다 그렇게 구석자리를 찾아가는 이유는요? 그것도 인간의 습관인가요?”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강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겨진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대충 예상해 볼 수는 있다.


인간일 때의 그가 그렇게 사교적이거나 활동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딘가 귀퉁이나 구석에 기어들어가는 습관이 있었을 리 없다. 그건 인간의 기본 상식만 떠올려도 비상식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건 메타스의 본능 아닐까?”


씨드 메타스가 신의 정수를 담는 씨앗이라 불리지만, 그건 그 육체에 담긴 것이 신의 정수일 경우에 한해서다. 신의 정수가 없는 야생의 메타스는 아무리 잘 쳐줘도 슬라임 수준의 본능형 몬스터다. 그러니 어딘가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구석이나 틈새로 기어들어간다 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러니까 지금 본인이 인간과 야생 메타스의 나쁜 부분만 고스란히 계승하셨다는 소리네요?”

“음? 그런가?”


뭔가 비꼬는 목소리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부정하기에는 현실이 또 그랬다.


“그래. 그냥 그렇다고 하자.”


거기다 지금 강혁은 몰려드는 수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도를 만드느라 오랫동안 정신을 흑사시킨 건 분명하다. 세계신들이 잠을 자느냐 아니냐, 그게 꼭 필요한 거냐, 아니냐를 떠나서 지금은 강혁 그 자신이 수면을 원한다는 게 중요했다.


“음··· 근데 이건 뭐야?”


눈을 감고 안개 사원의 구석에 몸을 구겨 넣던 강혁이 푹신한 감촉에 놀라 사원의 벽을 쓰다듬었다.


“푹신하고 따뜻하고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인데?”


혹시 기분 탓인가 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기분 탓만은 아니다.


“이거 신성력이잖아?”


세상의 근원이 신성력이다. 그러니 세상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신성력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 강혁이 하는 말의 뜻은 그런 근본적인 부분이 아니다.


“정말 신성력이군. 그것도 지금까지 느껴보지도 못했던 순도 높은 신성력이야.”


그제서야 강혁은 안개 사원과 안개 통로가 지나갈 수 있는 존재와 그렇지 못한 존재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았다.


“딱히 세계신이냐 아니냐를 구별하는 게 아니었어. 신성력을 얼마나 다룰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농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던 거군.”


이 앞쪽으로는 분명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신성력의 농도가 짙은 지역이 있을 거다. 그러니 안개 사원을 지나칠 수 없는 존재라면 애초에 안개사원이 없다 해도 나아갈 수 없다. 얕은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가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안개사원은 넘어가려는 존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다.


“흠··· 그럼 일단 지금의 나는 그 기본적인 자격은 가졌다는 거잖아?”


푹푹.


강혁의 촉수가 아무 거부감 없이 안개 사원의 벽을 파고 들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무력하게 밀려 나왔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세계신의 권능을 깨우치셨으니까요. 신성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개 사원을 지나갈 자격은 충분하죠.”

“그래? 하아아암... 그럼 이번에 자고 나면 다음에는 안개 사원 너머도 구경해 보자.”


땅바닥에 늘어붙은 강혁이 이불이라도 꺼내는 것처럼 안개사원의 벽을 푹 파내 자신의 몸에 올렸다.


“제대로 위험한 생각이네요. 세계신의 격을 온전히 하기 전까지는 안개 사원 너머로 가실 생각 절대 하지 마세요.”


아이리스가 정색하고 대답했다.


겨우 권능 몇 개 얻었다고 온전한 세계신이라 볼 수는 없다.


신성력을 다루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일 뿐이다.


“그래도 사도도 얻었잖아? 내가 계속 여기 머물 필요는 없다고.”

“안됩니다!”


사도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음 지역으로 갈 준비가 끝나지 않은 거다. 세계신의 격은 오롯이 자신이 만들고 관리하는 세계로 결정된다.


“음··· 그래? 일단 알았다.”


듣는 둥 마는 둥 한 주인의 모습에 아이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주인의 낮잠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이 문제는 주인이 깨어나고 나면 다시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다.


푹푹푹.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뭐하세요?”

“음. 이거 왠지 덮고 있으니 묘하게 포근해서 말이야. 이불 대신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얌전히 잠들면 될 텐데, 그 포근한 감각이란 게 뭔지 안개 사원의 벽을 푹푹 파서 떠오는 모습에 아이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기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흐음··· 포근? 포근하다고요? 안개 사원은 순도 높은 신성력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분명 신성력을 다루는 존재들에게는 익숙한 기운이겠지만···”


하지만 익숙한 것과 포근한 것에는 차이가 있다.


“포근하다? 그런 느낌을 받을 만한 상황이 뭐가 있지?”


아이리스가 생각에 잠겼다.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그 비슷한 느낌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귀속된 신성력에서 포근하고 친근함을 느낀다고?”


아이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비슷한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호호호. 아직 자신의 세계도 창조 못한 세계신에게 온전히 귀속된 신성력이 있을 리 없지.”


귀속된 신성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를 통해 정제된 신성력이다. 그러니 당연히 강혁에게 도 그런 신셩력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갑자기 추가로 떠오르는 정보가 있었다.


신성력에 대한 장악력이 극도로 높다면 다른 세계를 구성하는 신성력조차 임시적이지만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는 거다.


“음··· 이론적으로는 그런데 말이야.”


그 대상이 자신의 주인이 되기에는 뭔가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녀가 지금까지 봐왔던 주인은 그렇게 재능이 탁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리스는 애써 떠오른 생각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안개 벽에서 조금 떨어지시는 게 좋을··· 어? 주인님?”

“야! 이게 갑자기 달라붙어 온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아이리스가 생각을 정리하던 그 짧은 순간에 기어코 그의 주인이 또 다시 사고를 쳤다. 그것도 대형사고다. 예상치 못한 깜박이가 날아들었다.


“물러나요! 당장!”

“야!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된다니까!”


안개벽에 휘감겨 벽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주인의 모습에 아이리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건 당황하고 말고 하기 전에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다른 재능은 병아리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갑자기 신성력에 대해서는 또 왜 그렇게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데!!!”


아이리스가 한탄하건 말건 이미 안개벽에 끌려들어간 강혁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강혁에게 엮인 아이리스도 당연하다는 듯이 안개 벽 너머로 끌려 들어갔다.


“아 놔 진짜! 재능이 없을 거면 계속 재능이 없어야지! 이 한심한 주인놈은 도대체 기준이란 게 없냐!!!”


아이리스가 뒤늦게 투덜거려봐야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



***



“흠···.”


안개 통로를 지나가던 강혁이 은근슬쩍 아이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흠흠흠···”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그러자 강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이건 네가 먼저 말해주지 않은 잘못도 있잖아. 너무 그렇게 뚱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뭐요? 뚱해 있어?”


찌릿.


날카로운 아이리스의 눈빛에 강혁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근데 이건 어디로 연결되는 거냐?”


주인이 계속 말을 걸어주는데 그걸 또 계속 무시하고 있을 수는 없다. 거기다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일뿐이다.


“글쎄요. 이렇게 무턱대고 통로에 구멍을 뚫어 버렸으니 저도 어디로 이어질지 예상할 수가 없네요.”


안개 사원과 안개 통로는 고정된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 세계수를 기준으로 입구와 출구가 나타난다는 것만 빼면 시간과 공간이 다른 완전히 별개의 차원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금방 알 수 있겠죠. 신성력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으니까요.”


강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리스의 말처럼 공간을 가득 채운 신성력의 밀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짙은 안개가 아니라 아예 깊은 물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충만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신성력이 강혁의 전신을 짓눌러 왔다.


[주의하세요! 주위 신성력의 농도가 당신의 제어 능력을 초과합니다.]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당신의 전체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시스템 메시지에 강혁이 당황했다.


“우라질··· 단순히 기분만은 아니란 거지?”

“투덜거릴 시간에 주위 경계부터 하세요. 근처에 출구가 있을 겁니다."


아이리스의 말처럼 잠시 후 강혁은 안개 통로의 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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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3 +2 21.06.01 188 8 10쪽
16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2 +1 21.05.31 187 8 11쪽
15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1 +1 21.05.28 243 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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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장] 규격 외의 존재 13 21.05.26 229 8 15쪽
12 [1장] 규격 외의 존재 12 21.05.25 252 8 11쪽
11 [1장] 규격 외의 존재 11 +1 21.05.24 265 7 11쪽
10 [1장] 규격 외의 존재 10 21.05.21 257 9 10쪽
9 [1장] 규격 외의 존재 09 +1 21.05.20 291 9 12쪽
8 [1장] 규격 외의 존재 08 21.05.19 303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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