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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녹개미 님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마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정차녹
작품등록일 :
2021.05.13 02:48
최근연재일 :
2021.06.12 12:2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089
추천수 :
101
글자수 :
41,620

작성
21.05.21 14:59
조회
168
추천
14
글자
13쪽

2화 변화 (삽화 추가)

DUMMY

2화



“오긴 오는 거냐··· 라디오로 그렇게 떠벌떠벌 대놓곤 왜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데.”


멍하니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동안 거실에서부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작은 소리였지만 이 적막한 집안에서 선우는 그 소리를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곧바로 망치를 들어 경계하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려 했고 어렵지 않게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소리가 난 곳은 소파 위.


가방을 조용히 등에 메면서 소파를 주시했다.


잠시간의 정적 뒤 소파 위에 방치되어 있던 이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가운데가 불룩한 이불이 꾸물꾸물 거리며 한 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불 안에 있던 무언가가 이불 끝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거였다.


‘쥐인가? 아니면 바퀴?’


인간이 좀비나 다른 괴물이 된 것처럼 동식물들 또한 괴물로 변모하기도 했는데 그 중 가장 흔한 동물이 쥐와 바퀴벌레였다.

괴물이 되었다고 이놈들의 외형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그 크기가 웬만한 고양이들보다 커져서 훨씬 더 혐오스러워졌을 뿐.


‘커진 덩치만큼 성격도 배로 포악해져서 역겹고 짜증나는 놈들이지.’


선우는 망치를 들어 올려 언제든 내려칠 준비를 하곤 이불을 향해 다가갔다.


‘아주 이불 채로 깔끔하게 죽여주마.’


선우는 크기로 보아 이불 안의 생물이 쥐나 바퀴일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이놈들에게 당한 게 워낙 많아 이렇게라도 한 마리씩 잡아 죽여놓으려 했다. 과연 이렇게 죽이는 게 놈들의 개체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냐에는 회의적이다만...

그냥 뭐 분풀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렇게 두 걸음을 앞두고 선우가 망치를 머리만치 들어 올렸다. 막 망치를 내려치기 직전.

이불 끝에서 웬 털뭉치 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의 추측이 무색하게도 이불 안에서는 쥐도 바퀴도 아닌 고양이 한 마리가 얼굴을 빼꼼한 거였다.


“고양이?”

소리의 정체는 이불 안에 있던 한마리의 검은 고양이였다.


“···진짜 고양이네?”

선우는 의아했다. 길고양이 같은 경우는 죄다 다른 괴수들에게 잡아먹혔을 거고 그나마 집안에 있던 반려동물들도 주인과 함께 죽었든가 주인에게 먹혔든가 그도 아니면 거의 다 굶어서 죽었다. 1년이란 시간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시간이었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아직까지 살아남은 고양이가 신기하고 또 의아했다.


‘아저씨가 고양이도 키우신 건가? 개 사료가 있는 거 보면 개는 키우셨던 거 같은데.’


들고있던 망치를 천천히 내렸다. 쥐, 바퀴도 아니고 해가 될 괴수도 아니니 죽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었지만 이 작은 생물은 믿지 못 하는 건지 털을 잔뜩 세우곤 하악질을 해대며 선우를 극도로 경계했다.

마치 인간을 전혀 신뢰하지 못 하겠다는 모습이었다.


“어쩌다 빈집에 들어온 길고양이인가.”


선우는 그런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관심을 끄고 뒤돌아섰다.


그저 반가움과 신기함. 딱 그 정도였다. 아무것도 못 먹은 건지 삐쩍 마른 게 딱하기는 하다만 일면식도 없는 저 고양이를 챙겨줄 이유도 없었고 선우 본인 또한 남을 챙겨줄 처지가 아니었다.


‘각자도생하자 고양아. 나 살기도 힘들단 말이야.’


뒤돌아선 선우는 아저씨 집을 더 뒤져보고 다른 빈집을 찾기 위해 나가려 했다.

분명 그럴 생각이었다.

녀석의 몸에 있던 상처들이 자꾸 생각나서 거슬리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 진짜···”

선우는 다시 뒤돌아서 고양이를 내려다 봤다.

녀석은 여전히 선우를 바라보며 날을 세우고 있었지만 선우의 시선은 고양이의 눈을 향해 있지 않았다.


고양이의 몸 곳곳에 난 상처들.

상처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건지 아직 딱지도 지지 않았다.

한쪽 앞발은 바닥을 제대로 짚지도 못하고 움찔움찔하며 접고 있었다.

꼬리 또한 잘린 건지 애매한 길이와 그 꼬리 끝의 털이 피로 뭉쳐있었다.


선우는 이 다친 고양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한숨을 팍 쉬곤 가까이 다가갔다.


“캬하아아아아악”

선우가 가까이 다가가자 고양이는 고슴도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털을 잔뜩 세우곤 이번엔 발톱과 이빨까지 보이며 하악질을 했다.


선우는 그런 하악질을 무시하곤 가방을 풀어 아까 챙긴 개사료와 물을 꺼냈다. 부엌에서 접시도 하나 가져와 그 위에 물과 사료를 부었다.

그리곤 고양이 앞에 내려놓았다.


녀석의 하악질이 순간 멈췄다.

“캬하악..........먀?”

삑사리가 난 것처럼 마지막 음이 올라갔다.

검은 고양이는 당황과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종이컵과 선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솔직히 나도 내가 왜 이러나 싶다. 이성적으로 행동하자면 그냥 이 고양이를 무시하는 게 맞다.

아니면 잔혹하더라도 이 고양이를 내 생존을 위해 써먹든가.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고 이 고양이에게 귀한 내 식량··· 식수까지 나눠주었다.


‘그동안 너무 외로워서 미치기라도 한 건가..?’

반년 전까지 함께 생존하던 옆집 형이 선우를 구하고자 구울에게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뒤로 반년 이상을 선우는 쭉 혼자였다.

6개월이 넘는 시간을 혼자 지내다 괴수가 아닌 친근한 동물을 보니 마음이 흔들렸나 보다.


검은 고양이는 아직도 의심스러운지 음식엔 입도 안 대고 여전히 선우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선우는 그런 고양이를 일별하곤 바지 주머니에서 맥가이버칼을 꺼내 칼날을 빼들었다.


갑작스러운 날붙이의 등장에 고양이는 다시 사납게 하악질을 하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우는 고양이의 다리를 힐긋보곤 칼로 나무젓가락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더니 가방에서 붕대까지 꺼내 고양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캬하아아아악!!!!”

극도로 경계하고 있던 고양이는 선우가 다가와 손을 내밀자 뒤로 물러나며 하악질을 해댔다.

‘저러면 목 안 쉬려나.’

그런 생각과 함께 선우는 고양이를 향해 천천히 손을 들이밀었다.

“캬하아아아악!!”

녀석에게 손을 내밀던 과정에서 이 작은 생물은 결국 다가오는 손에 발톱을 휘둘렀고 선우는 손에 상처를 입었다.

“읏!”

손등에 세 줄기의 자상이 생기자잠깐 주춤했지만 선우는 무르지 않고 계속 내밀었고 결국 이 작은 생물의 머리까지 닿을 수 있었다.


손 끝이 머리에 닿자 녀석이 잔뜩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다. 머리 위의 손을 떼려고 몸을 막 움직여대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우는 천천히 이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해치지 않을 거란 듯이.


“풋..!”

선우는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쓰다듬자 그대로 굳어서 당황으로 범벅인 녀석의 표정이 볼 만했기 때문이었다. 눈도 커져서 땡그래진 게 꽤 귀엽기도 했다.


“그대로 가만히 있어봐.”

선우는 머리에서 손을 떼고 조심스럽게 고양이의 앞발을 잡았다.

그리곤 젓가락을 부목 삼아 덧대고 붕대로 감싸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선우가 앞발을 잡고 붕대를 감는 동안 커진 눈으로 선우를 올려다 보기만 했다.


“됐다.”

선우는 다친 앞발에 부목을 대주고 다른 상처들도 약을 발라 치료해주기까지 했다.

식량은 늘 부족하지만 연고나 반창고라던가 하는 의료품들은 집집마다 거의 구비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꽤 많이 모아 뒀다. 그러니 고양이를 치료할 때 아끼지 않고 듬뿍 사용했다.


이 검은 고양이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지 땡그란 눈과 함께 입을 벌린 채로 선우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해치려는 거 아니니까 의심하지 말고 먹어.”

접시에 놓인 사료를 고양이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제서야 이 고양이는 선우를 힐긋힐긋 쳐다보며 조심스레 접시 앞으로 다가갔다.

접시 앞에서 머리를 숙여 입을 열기 직전까지도 눈만은 선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얼마 못 가고 몇 입 먹더니 이내 머리를 박고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엄청 배고팠나 보네.’

앙상하게 마른 것도 그렇고 허겁지겁 먹는 게 오랫동안 굶었나 보다.


선우는 가만히 앉아 고양이가 접시에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을 쳐다봤다.


‘근데 고양이한테 개 사료 줘도 되나? 음······ 굶어 죽는 것보단 뭐라도 먹고사는 게 맞겠지.’


선우는 이 검은 고양이가 허겁지겁 먹고있는 걸 계속 바라보다 특이한 부분을 하나 발견했다.


‘어..? 검은 색이 아니었네?’

얼핏 봤을 때는 그냥 발끝까지 전부 검은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털에 약간의 보랏빛이 감돌았다.


‘보라색 고양이도 있나..?’

선우는 보라색 털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길고양이가 아닌 주인이 있었던 고양이고 그 주인이 염색시킨 거라 대충 넘겨짚고 넘어갔다.

털갈이 하다 보면 다시 돌아오겠지라 생각해 딱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선우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녀석은 어느새 다 먹고 입맛을 다시며 선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먀아아. 녀석은 언제 선우를 경계했냐는 듯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너 좀 쉬운 냥이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쉽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먹을 거랑 물 좀 주고 다친 데 치료 좀 해줬다고 고캬아아악이에서 순식간에 고먀옹이가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검은 냥이는 선우의 무릎에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풋. 녀석의 애교에 선우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쓰다듬어주다 선우의 표정이 진지해진 채로 고양이를 내려다 봤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 선우가 입을 열었다.


“···그래, 한 번 손댔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표정을 풀곤 아직도 머리를 비비고 있는 이 검은 고양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여기 내버려 두면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기껏 살려놨더니 죽으면 안 되지. 전에 윗집에서 고양이 사료 봤었던 거 같은데 아직 있으려나.”


이런저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선우는 품 안에 있는 고양이를 내려다봤다.

녀석 또한 선우의 품 안에서 선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붕대로 감은 앞발 하나는 일자로 쭉 편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외롭진 않겠네.”



*

*



‘집 들렸다가 다시 나올까.’

아저씨 집에서 챙길 건 다 가방에 챙긴 선우가 한 손에는 고양이를 다른 한 손으로는 망치를 쥔 채로 혼자 중얼거렸다.


고양이를 안고 있는 상태론 편안히 돌아다닐 수 없을 거라 판단한 선우는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곧장 현관문으로 다가가선 현관문의 렌즈를 통해 문 밖을 살폈다.

혹시 문을 열었는데 근처에 괴물들이라도 있으면 일이 굉장히 번거로워진다.

어쩌면 하룻밤을 여기서 보내서 할지도 모른다.


"제발 없어라."

렌즈를 통해 샅샅이 살폈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괴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경계를 풀 순 없었다. 렌즈로 보이지 않는 사각에 괴물이 있을 수도 있기에 선우는 문의 걸쇠까지 걸어 둔 채로 문을 살짝 열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어떤 괴수들도 보이지 않았..


‘발?’

옆집의 문으로 가려진 사각에서 회색의 커다란 발이 하나 보였다.

선우는 이내 그 발이 무슨 발인지 깨닫곤 곧바로 문을 닫았다.


‘젠장! 구울!’

아니, 닫으려 했지만 닫을 수 없었다.

문이 다시 닫히기 직전 회색의 커다란 손이 문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닫히는 걸 막았기 때문이다.


“....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울의 갑작스러운 기행에 당혹감이 찾아들었다.


문틈으로 절반 정도 들어온 회색 손은 문을 잡아당기며 열려고 했지만 선우가 걸어 잠근 걸쇠에 걸려 손가락 세 마디까지만 열리고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구울의 한 번도 본 적 없는 행동에 선우는 잠시 도망갈 생각을 못 하고 그대로 못 박힌 듯 서있었다.

이 연약한 걸쇠로 문을 잠갔다고 안심한 걸까?

선우는 당혹감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고.

문틈으로 문 밖에 서있는 구울의 모습이 보였다.


작은 틈으로 구울이 천천히 허리를 숙이는 게 보였다.

구울은 선우의 눈높이까지 허리를 숙이더니 얼굴을 문틈에 가까이 밀착했다.

마치 집 안쪽에 숨은 존재를 찾듯이.

문틈으로 보이는 구울의 한 쪽 눈이 선우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1, 2....3.

2화 구울(센티넬) 등장씬.png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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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안의 마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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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악연 그리고 선연(3) 21.06.12 58 10 9쪽
8 8화 악연 그리고 선연(2) +2 21.06.09 74 9 10쪽
7 7화 악연 그리고 선연 21.06.06 80 9 10쪽
6 6화 밖으로(2) +2 21.06.03 117 8 9쪽
5 5화 밖으로 21.05.31 122 11 11쪽
4 4화 변화(3) 21.05.29 125 13 10쪽
3 3화 변화(2) +2 21.05.26 143 12 8쪽
» 2화 변화 (삽화 추가) +1 21.05.21 169 14 13쪽
1 1화 아파트의 생존자 +2 21.05.17 199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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