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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녹개미 님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마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정차녹
작품등록일 :
2021.05.13 02:48
최근연재일 :
2021.06.12 12:2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074
추천수 :
101
글자수 :
41,620

작성
21.06.06 10:00
조회
78
추천
9
글자
10쪽

7화 악연 그리고 선연

DUMMY

별 수 있나?

죽자 살기로 뛰어야지.


선우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미친 듯이 뛰쳐나가 복도 계단으로 향했고.


콰아-----앙!!!!

그런 선우의 뒤를 따라 거대한 손이 현관문과 복도를 죄다 박살 내며 쫓아 나왔다.


쿵..! 쿵..!

이 손은 뛰쳐나간 선우를 찾으려고 그 주변 바닥을 더듬더듬댔지만 선우는 이미 계단을 타고 1층을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애먼 콘크리트 벽들만 부수고 더듬거리던 손은 다시 뚫고 나온 현관문 안쪽으로 스윽 들어갔다.


잠시 뒤.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선우가 막 지나가려던 계단을 거대한 주먹이 뚫고 지나갔다.

거인은 주먹을 한 번 내지른 것으로 아파트 뒷면에서 앞면까지 구멍을 뚫어버린 거 였다.


“와··· 진짜 미쳤네···.”

선우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눈 앞의 이 커다란 팔과 그 압도적인 힘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거다. 아니,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지렸을 게 분명한 광경이었다.


선우의 눈에 비치는 커다란 팔.

그 팔이 희뿌연 먼지들이 흩날리며 스으윽 뒤로 빠졌다.

거대한 손이 다시 뚫고 나온 벽 안쪽으로 빠져 나가는 거였다.


그리곤 구멍 뚫린 콘크리트 벽들 너머 가장 밖에서 커다란 눈이 다시 나타나 선우를 바라봤다.


그 눈은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웃고 있는 거였다. 거인의 두껍고 무거운 웃음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렸다.

선우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저 커다란 거인 앞에 있으니 작은 벌레의 입장이 된 느낌이었다.


이내 눈은 사라지고 다시 손이 나타났다. 선우를 잡기 위해 다가오는 거였다.


“아, 진짜.... 이런 거 한테서 어떻게 도망치라고...”

게임에서도 난이도가 이따구면 아무도 안 한다.


선우는 다가오는 손을 향해 손가락총을 싸댔지만 거인의 손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가와 선우를 붙잡았다.

거인은 곤충 같은 괴수에 이어 선우까지 낚아채 아파트 밖으로 끄집어 냈다.


아파트 안에서 끄집어 내지는 와중에 부서진 벽들 사이로 돌출된 날카로운 철근에 선우의 볼이 길게 찢어졌다.


“끄으윽!”

하지만 그런 자상은 신경 쓰지 못 했다. 손아귀의 힘이 너무 쎄 온몸의 뼈가 다 으스러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몸통에 가해지는 압력에 의해 선우의 얼굴 또한 시뻘개졌다.


거인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선우를 자신의 입 앞으로 가져왔다.

먹을 거를 앞에 두고 기뻐하는 애처럼 이빨을 보이며 웃고 있던 거인은 이내 입을 크게 벌렸고.


선우를 잡고 있던 손아귀를 펼쳐버렸다.


“아,안 돼에에!!”

선우는 그대로 거인의 입 안으로 떨어졌고.

이빨끼리 부딪치는 딱 소리와 함께 거인의 입이 닫혔다. 방음된 것 마냥 선우의 비명도 그렇게 끊어졌다.


꿀-꺽!

거인의 목 넘김 소리만이 선연하게 들렸다.



*

*

*




폐허가 돼버린 도시.

도로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차량들과 그것들 사이를 오가는 기괴한 몰골의 괴물들.


하지만 도심지 한가운데 있는 한 폐건물, 그 건물 안과 주변은 이상하리 만치 괴물들이 지나다니지 않고 조용했다. 그 주변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괴물들도 그쪽으론 전혀 다가가지 않으며 오히려 겁 먹고 피하는 기색이었다.


폐건물 주변에 괴물들이 아예 없진 않았다. 다만 전부 죽어서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을 뿐.

좀비 같은 약한 개체들은 몸이 터져나간 듯이 사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그나마 몸 좀 튼튼한 괴물들은 그 몸에 주먹자국들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평범한 주먹자국이었다. 하지만 두꺼운 가죽이란 걸 감안하면 선명하게 새겨진 그 흔적은 결코 평범한 인간의 완력 수준으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괴물들의 사체는 그 폐건물에 다가갈수록 그 수가 점점 많아졌고 그것들의 피로 만들어진 레드카펫은 건물 옥상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옥상 위에는 2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그 중 작은 키에 뿔테안경을 쓴 남성이 쌍안경을 눈앞에 갖다 댄 채로 한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선배. 외눈거인 찾았는데요?“


“어느 쪽? 여기서 멀어?”

단발머리에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여성이 피가 잔뜩 묻은 손을 휙휙 털며 물었다.


“여기서 남서쪽 방향으로 대략··· 2km 정도? 그 즈음 거리에 있어요. 근데 진짜 저런 놈이랑 싸우게요? 척 봐도 대게 쎄 보이는데.”

뿔테 안경의 남성은 쌍안경으로 거인을 주시한 채로 대답했다.


“요즘 시시한 놈들만 잡았더니 몸이 굳을 거 같다고. 거인 정도는 돼야 운동 좀 되지.”

단발머리의 여성이 어깨와 목을 우드득 풀며 말했다.


“선배, 저희 원래 목적은 거인 사냥이 아니라 이 근처에 자리 잡은 인신매매 조직을 잡는 거였단 거··· 잊지는 않으셨죠..?”

선배의 그런 대답에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남성이 선배에게 물었다.


“ㅇ?”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한 채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곤 정말 처음 듣는단 표정으로 말했다.

“영만이가 그냥 너랑 같이 현장 갔다 오라고만 했는데?”


박영만.

그와 그녀가 몸 담고 있는 팀. 그 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하아..... 대장 또 나한테 다 떠넘기고... 하아... 선배는 그러면 좀 물어보셨어야죠...”

남성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그녀에게 임무의 내용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줬다.


“에이 그런 건 우연이 너가 알아두면 되잖아. 암튼 외눈 거인이 이쪽 방향이라고?”

그녀는 한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연’이라는 이름의 남성에게 물었다.


“하아.....”

우연은 여전히 쌍안경으로 거인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입으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거인의 이상행동을 보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파트 안에 뭐라도 있나? 뭘 저렇게 유심히 쳐다보는 거야.”

“사람이라도 있나 보지.”

우연의 혼잣말이었지만 그걸 들은 그녀가 답했다.


“에이. 설마요. 저긴 1급 위험지대인데요?”

“혹시 모르지. 생각 없는 수배자가 쫓기다가 저기까지 갔는지도. 아니면 우리 같이 다른 단체에서 임무 차 왔거나. 다 아니면...”


악마 숭배자 놈들이 또 뭔 짓을 꾸미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그녀의 마지막 말에 우연과 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거인이 있는 곳을 주시했다.


그런 우연의 쌍안경을 통해 거인이 아파트 안에서 끄집어 낸 생물의 모습이 보였다. 곤충과 인간을 섞어놓은 듯한 비주얼의 괴수이었다.


“어? 녹음 벌레네?”

우연은 희귀한 걸 봤다는 듯 말했다.


“뭐?! 녹음 벌레?! ‘녹음 벌레’가 있어?! 그거 연구소에 팔면 돈 꽤나 받잖아! 어서 가서 잡아야 됏!”

그녀는 건물 옥상 난간에 발을 올리며 당장 뛰어내리려 했지만.


“앗. 방금 외눈 거인이 먹어버렸어요.”

“.....이 씹...”

우연의 뒷말에 멈춰섰다.


“저 거인 새끼가 지 몸값보다 비싼 걸 처먹네.”

그녀는 바로 걸쭉한 욕을 뱉었다.


우연은 옆에서 욕지거리를 뱉어대는 선배를 익숙한 듯 무시하며 거인을 바라봤다.


‘녹음벌레’라는 인간형 괴수를 잡아먹었음에도 여전히 아파트 안을 뒤지고 있는 거인의 모습이 보였다.


‘안에 뭐가 더 있나?’

마치 진짜 찾고 있는 게 아직 안에 있는 것처럼 열심히 아파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는 거인을 보고 우연은 쌍안경의 배율을 높여 거인의 손 쪽을 주시했다.

그리고 거인의 손에 붙잡힌 채로 끌려 나오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선배 말대로 진짜 사람이 있었네요?”

“ㅇ? 진짜 있었어? 그냥 해 본 소리였는데. 얼굴 봐봐. 아는 얼굴이야? 수배범? 아니면 악마숭배자?”


“아뇨.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흠.... 제가 수배범들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저런 얼굴을 본 기억은 없어요.”

우연은 거인의 손에 잡혀있는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정말 낮은 가능성이긴 한데... 지금까지 여기서 생존한 생존자 아닐까요...?”


“뭔; 너 말대로 여긴 1급 위험지역인데 무슨 생존자야. 얼굴이 잘 안 알려진 수배자나 숭배자 쪽이겠지. 그거 이리 줘 봐. 나도 봐 볼래.”

그녀는 우연의 쌍안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앗. 저 사람도 방금 거인한테 먹혔네요.”

우연의 뒷말에 다시 손을 거뒀다.

“어휴. 저 거인 같은 돼지새끼. 다 처먹네 다 처먹어.”


그녀는 다시 난간에 발을 올리며 우연에게 말했다.

“난 저 거인이랑 한 판 하고 올 테니까 차 안에서 기다리던가 아니면 인신매매 그쪽 먼저 가있어. 금방 뒤따라 갈게.”

“.....선배 또 길 잃어서 제가 다 해결하고 나서야 올 거잖아요. 저번에 진짜 저 혼-.”

선배에게 저번 일을 따지려던 우연은 하던 말을 중간에 끊고 멈칫했다.


“···저건 또 뭐야.”

우연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 뭔데? 왜?”

막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던 그녀는 궁금함을 못 참고 우연이 들고 있던 쌍안경을 뺏어들어 거인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쌍안경으로 확대된 그녀의 시야에 보통의 거인보다 배가 몇 배는 불룩해진 외눈거인 한 마리가 보였다.

거인의 배는 점점 더 부풀어오르더니 급기야 목까지 터질 듯이 불룩해졌다. 이내 거인은 고통에 겨운 채로 보라색의 무언가를 마구 토해내기 시작했다.

거인은 속에 있던 걸 전부 게워냈지만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듯 목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재밌어 보이는 걸 발견해버렸네?”

그녀의 눈은 거인이 아닌 거인이 토해낸 보라색의 물질들에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저 정체 모를 물질들의 한가운데, 저것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의 한 사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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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악연 그리고 선연(3) 21.06.12 56 10 9쪽
8 8화 악연 그리고 선연(2) +2 21.06.09 72 9 10쪽
» 7화 악연 그리고 선연 21.06.06 79 9 10쪽
6 6화 밖으로(2) +2 21.06.03 115 8 9쪽
5 5화 밖으로 21.05.31 120 11 11쪽
4 4화 변화(3) 21.05.29 124 13 10쪽
3 3화 변화(2) +2 21.05.26 142 12 8쪽
2 2화 변화 (삽화 추가) +1 21.05.21 167 14 13쪽
1 1화 아파트의 생존자 +2 21.05.17 197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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