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녹개미 님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마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정차녹
작품등록일 :
2021.05.13 02:48
최근연재일 :
2021.06.12 12:2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073
추천수 :
101
글자수 :
41,620

작성
21.05.29 10:00
조회
123
추천
13
글자
10쪽

4화 변화(3)

DUMMY

끔뻑. 끔뻑.

'···???'

천장이 보였다.


‘뭐지..? 나 왜 살아있지?’

바닥에 누워있는 채로 선우는 손을 들어 양손을 확인했다.


‘분명 양팔도 구울이 뜯어버렸는데.’

선우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팔과 어깨를 더듬더듬 만져봤지만 양팔은 어떠한 상처도 없이 멀쩡했다.


“다 꿈이었나...?”

구울에게 얻어맞아 죽는 꿈이라도 꿨나 싶었다. 괴수들에게 죽는 악몽이야 일상이라 충분히 가능성 있었지만 선우는 이내 그 기억이 꿈이 아닌 현실이었단 걸 받아들였다.

강한 힘에 뜯겨진 듯 사라진 후드티의 양쪽 소매는 구울이 팔을 잡아 뜯은 그 기억이 꿈이 아니란 걸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상체를 일으켜 세운 선우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목 없는 구울이었다.


“무,뭐야..저건 또 왜..?”

방금 막 의식을 차린 선우에겐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구울은 저런 상태가 되고 꽤 시간이 흐른 건지 바닥이 구울의 피로 흥건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선우가 구울에게 다가가 그 상태를 확인했다.


‘···대체 뭐에 당한거야.’

구울의 머리는 강력한 화기에 직격 당한 건지, 머리 바로 앞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거처럼 머리로 추정되는 살조각들이 사방에 튀어있었다.


선우는 가만히 이 머리 없는 구울을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다.

‘대체 누가 구울을 이렇게 만든거지? 구울은 죽이고 옆에 있던 나는 가만히 뒀다고? 왜지..? 아니 혹시 내 몸이 멀쩡해진 게 내 치료까지 해준건가? 대체 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과연 고깃덩어리가 될 정도로 곤죽이 된 몸과 잘린 양팔까지 단 몇 시간 만에 멀쩡한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었지만 이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세상이라 그 부분은 넘어갔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구울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을 살려주기까지 했는지가 더욱 중요했다.


“응?”

구울을 살피던 선우는 구울과 그 주변 바닥에서 어두운 보라색을 띠는 알갱이들을 몇 개 찾을 수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모래 알갱이나 별 볼일 없는 먼지로 볼 수도 있었지만 선우는 그것들에게서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느낌을 받았다.


구울의 몸에 묻어있던 보라색 먼지에 손가락을 갖다 대 스윽 닦아낸 선우는 손가락에 묻은 먼지를 유심히 살폈다.


‘어라..? 먼지가 아니라 벌레였나?’

선우의 손가락에 묻은 보라색의 가루들은 벌레들이 기어가듯 조금씩 미동을 보이고 있었다.

가루들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임을 보이자 선우는 즉시 헝겊으로 닦아 버리려 했다.

동식물들이 위협적인 괴물들로 변한 것처럼 벌레인지 뭐지 모를 이 가루들도 어쩌면 해로운 무언가 일지도 몰랐다.


막 바닥에서 천조각을 주워 닦아내려했던 선우는 다시 천조각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 어어···?!”

손에 묻어있던 보라색 가루들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더니 그대로 선우의 피부 너머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제 집 마냥 너무 자연스럽게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손가락을 벅벅 닦아봤지만 아무것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선우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왔는데 공포감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무,뭐야..! 나와..! 내 몸에서 나와!”

어떤 공포감에 젖은 채로 손가락을 더 강하게 닦아내 보았지만 피부가 빨개지기만 할 뿐 어떠한 것도 묻어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발치에 있던 구울이 꿈틀대며 약간의 미동을 보였다.


깜짝 놀란 선우는 한달음에 소파 뒤로 가 몸을 숨기고 얼굴만 내밀어 구울을 살폈다.

다행히 구울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잠잠했지만 간헐적으로 손가락만은 아주 조금씩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곧 부활할 시간이 임박한 것 같았다.


“일단은···집으로...”

몸 걱정은 여기를 벗어나고 다시 해야겠다. 기껏 되살아났는데 구울이 다시 부활하기라도 하면 정말 낭패다.



*

*

*



굉장한 찝찝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선우는 바닥에 앉아 손가락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설마··· 기생충 같은 건가?’

예전에 봤던 기생충 관련 다큐의 내용이 떠올랐다.

숙주의 몸에 알을 품고··· 그 알이 부화하면서 숙주의 몸을 갉아먹고 나온다던가··· 작열감을 느끼게 만들어 물로 뛰어들도록 유인하던가··· 숙주의 신체를 기괴하게 변형시킨다거나···

그렇게 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수록 온몸의 털들이 쭈뼛 섰다.


“아, 아닐거야.. 에이 설마..”

구울을 그렇게 만든 존재에 대해서도 자신이 왜 멀쩡해졌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걸 잊고 선우는 몸 속으로 들어온 그 알갱이들에 대한 걱정에 잠겼다.


한참을 손가락 끝에만 집중하던 선우는 한숨을 팍 쉬곤 일어나려던 찰나 손가락 끝에서 뿅하고 보라색 가루들이 몇 개 튀어나오더니 다시 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

선우는 눈만 끔뻑거리며 손가락을 쳐다봤다.

이내 눈을 부릅뜨고 다시 손가락 끝에 집중했더니 보라색 알갱이들 몇 개가 튀어나와 이리저리 날라다녔다.

“어..?”

다시 집중을 놓으니 몸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숨겼다.


“....ㅁ,뭐야..?”

눈만 끔뻑끔뻑 거리던 선우는 혹시나 싶어 다시 온 신경을 손가락 끝에 집중했더니 보라색 알갱이들이 튀어나왔다.

거기서 집중을 놓지 않고 이마에 핏줄이 돋을 정도로 검지 손가락 끝에 계속 집중을 가했다.

그러자 아까 선우의 몸에 들어온 가루들보다 더 많은 양의 가루들이 뾰뵤뵤뵹 하며 마구 튀어나와 손가락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

내가 헛 것을 보고 있는 건가?


선우는 벙찐 표정으로 흩날리는 가루들을 바라봤다.

잠시 멍하니 쳐다보자 다시 또 몸 안으로 들어가려 길래 얼른 눈을 부릅 뜨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집중도에 따라 분출되는 양이 다른 건지 검지 손가락 끝에서 많은 양의 가루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우의 몸에서부터 분출된 가루는 공중에서 이리저리 흩날리다 이내 한 점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선우의 검지 끝으로 점차 뭉치고 압축되며 구 형태를 갖추며 그 크기를 늘려갔다.


그 구가 엄지손톱만큼의 크기가 될 무렵 돌연 그 구의 형태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타원이 되었다가 곳곳이 불룩해지면서 구의 형태가 완전히 무너졌다.

마치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불안정했다.


손끝에 집중하고 있던 선우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급하게 검지를 벽 쪽을 향하게 돌렸다.

팡!!

그 순간 매우 불안정해 보이던 구가 선우의 예상처럼 터지며 소음을 만들었다.


선우는 검지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에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그러나 선우는 그 고통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손가락의 통증은 눈 앞의 광경에 비해 뒷전이었다.


“·········”

선우의 시선은 자신의 손이 아닌 벽을 향해 있었다.

손가락 끝이 향했던 방향에 있는 벽. 그 한 가운데 생긴 작은 구멍.

마치 총탄이 뚫고 지나간 것처럼 생긴 관통된 상흔.

선우는 시선을 내려 검지 손가락을 바라봤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손가락총···!”



*

*



“대체 내 몸에 무슨 변화가 생긴거야..”

갑자기 생겨난 능력. 손가락총.

선우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만화처럼 죽기 직전에 초능력이라도 각성한거야 뭐야.”


선우는 여전히 실감이 안 가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구울도 내가 죽인 건가?”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죽기 직전에 자신도 모르고 있던 초능력을 각성해내고 무의식중에 구울을 처리한 자신을.

그런 상상을 하던 선우는 곧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비약이 너무 심한 것 같았다.

‘현실은 만화 같은 게 아니니까.’


선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러자 손에서 짙은 보라색의 가루들이 튀어나와 주변에 흩날리다 다시 손 안으로 들어왔다.

몇 번 반복하다보니 선우는 능력에 대해 얼추 감을 익혔다.


‘단순히 손가락 총이 다는 아닌 거 같은데. 이 보라색 가루들은 정체가 뭐지? 흠... 응...? 보라색?’

선우는 그제야 생각난 듯 검보라색 털의 고양이를 한 마리 떠올렸다.

그걸 기점으로 선우의 뇌리에서부터 기억들이 연쇄적으로 떠올랐다.

고양이와의 첫만남부터 마지막 선우의 눈이 감기기 직전 뒤돌아서 구울에게 다가가던 고양이의 모습까지.


“설마 그 고양이가..?”

그 집에 분명 고양이의 사체는 없었다.

그 말은 즉 고양이는 구울에게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터져나간 구울의 머리 파편들은 고양이가 위치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터져 나가있었다. 마치 힘의 방향이 고양이에게서 구울로 쏘아진 것처럼.

거기다 구울의 몸과 주변에는 선우의 능력과 같은 보라색의 가루들도 흔적처럼 남아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선우와 같은 능력을 쓴 것 같았다.


이런 정황들이 시사하는 바는 구울을 죽이고 자신을 치료해준데 더해 이런 능력을 선우에게 준 존재가 그 고양이라는 거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리고 평범한 세상이라면 그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뭘 할 수 있겠냐라고 말하겠지만 보다시피··· 더 이상 평범한 세상도 아니고 이곳에서 1년 넘게 생존하면서 별의별 걸 다 봐본 선우도 보통의 사람이 아니었다.


입에서 불을 뿜는 개도 봤었고 죽어도 죽어도 다시 부활하는 구울도 본 선우였다.

평범한 외형에 강력한 힘을 가진 고양이가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한 부분이 아니었다.

그러니 선우는 그 고양이가 자신을 구해준 존재라 확신했다.


“내가 대체 뭘 치료해준거지···”

선우는 손바닥을 바라봤다. 선우의 손바닥 주변을 가루들이 이리저리 휘날리다 다시 달라붙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손에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몸 안의 마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더스트맨(DUST-MAN) 21.05.30 78 0 -
9 9화 악연 그리고 선연(3) 21.06.12 56 10 9쪽
8 8화 악연 그리고 선연(2) +2 21.06.09 72 9 10쪽
7 7화 악연 그리고 선연 21.06.06 78 9 10쪽
6 6화 밖으로(2) +2 21.06.03 115 8 9쪽
5 5화 밖으로 21.05.31 120 11 11쪽
» 4화 변화(3) 21.05.29 124 13 10쪽
3 3화 변화(2) +2 21.05.26 142 12 8쪽
2 2화 변화 (삽화 추가) +1 21.05.21 167 14 13쪽
1 1화 아파트의 생존자 +2 21.05.17 197 1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