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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녹개미 님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마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정차녹
작품등록일 :
2021.05.13 02:48
최근연재일 :
2021.06.12 12:2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087
추천수 :
101
글자수 :
41,620

작성
21.06.03 10:00
조회
116
추천
8
글자
9쪽

6화 밖으로(2)

DUMMY

“있....었..네...?”

커튼 뒤의 괴수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선우는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놈을 향해 총을 쏴버렸다.

팅!


‘팅?’

생물의 몸을 뚫는 파육음이 아닌 딱딱한 뭔가와 부딪힌 소리가 났다.


선우의 등허리로 식은땀이 잔뜩 흘렀다.


‘잘못 걸렸다···’

상당히 잘못 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격하지 말고 바로 도망갔어야 했다.

능력 좀 생겼다고 스스로가 뭐라도 된 줄 알았던 거다.


먹이피라미드에서 몇 계단 올랐다 해도 그 정상은 아득히 높았고 또 포식자들은 무수히 많다는 걸 잊고 있었다.


선우는 눈동자만 굴려 현관을 바라봤다.

자신과 저 괴수와의 격차를 인정한 선우는 공격이 아닌 도주를 택하기로 했다.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선우는 곧바로 검지를 들어.

탕!!

녀석의 눈을 향해 다시 한 번 총을 쏨과 동시에 현관을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어떤 생물이든 눈은 약하고 예민한 부분이다. 놈 또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손을 들어 눈을 보호했다.

팅!

이번에도 선우의 탄환은 저 괴수의 ‘곤충’ 같은 외골격 피부를 뚫지 못했다.

허나 자신의 공격이 피해를 줬든 말든 선우는 신경도 안 쓰고 전심전력으로 현관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어디로 거야 할지, 과연 놈을 따돌릴 수 있을 지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일단은 저 괴수에게서 멀어지는 게 급선무였다.


“끄르르르으!”

선우의 귓가로 쇠를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놈의 입에서 나는 소리인 듯 했다. 무시하고 현관의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 불쾌한 소음은 점점 커져 귀청이 찢어질 거 같은 굉음이 되더니.

“ㅡㅡㅡㅡㅡㅡㅡㅡ!!!”

급기야 도저히 무시하지 못 할 가공할 고통까지 주기 시작했다.


“커-헉!”

선우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 굉음에 고막이 후벼파지는 걸 넘어 뇌까지 타들어갈 것만 같았다.

선우는 현관문을 코앞에 두고 바닥에 쓰러져 귀를 막는 게 전부였다.

‘이,이건 또 무슨..!’


선우가 고통에 겨워 바닥에서 버르적거리고 있자 소음이 점차 멎고 괴수가 선우를 향해 다가왔다.


“왜···없는···척···해···? 왜···없는···척···해···?”

괴수가 입을 열자 여러 사람이 혼합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음은 멎었지만 선우는 여전히 고통에 찬 표정으로 힘겹게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괴수를 바라봤다.


곤충과 사람이 합치면 이런 모습일까? 눈 앞의 이 괴수는 특히 벌레의 혐오스런 부분만 가져와 인간과 결합한 것 같았다.


두 눈두덩이를 가득 메울 정도로 커다란 곤충의 겹눈들.

또 눈썹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더듬이가 길게 자라 연신 꿈틀대고 있었다.


괴수는 곤충 특유의 무감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선우에게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왜···없는···척···해..? 왜···없는···척···해..?”


선우의 지척까지 다가온 괴수의 턱에 세 갈래의 실선이 생겼다.

이내 그 실선을 따라 괴수의 아래턱이 곤충의 턱처럼 양 옆으로 벌어지며 그 안의 무수히 많은 사람이빨들이 자라있는 게 보였다.

매우 혐오스러운 모습이었다.


놈이 입을 쩌억 벌리고 선우에게 다가오는 지금.

선우는 고통스러워 하는 와중에도 오히려 눈을 빛냈다.

놈이 방심하고 있을 지금. 그리고 입을 벌리고 있는 지금이 기회인 것 같았다.


선우는 떨리는 손을 들어 놈을 향해 검지를 내밀었다.


‘과연 입안도 방탄일까?’

탕!!!

선우는 쩌억 벌리고있는 놈의 입 안으로 손가락총을 냅다 쏴버렸다.


선우가 쏜 탄환에 맞은 놈의 턱 반쪽이 체액을 흩뿌리며 저 멀리로 떨어져나갔다.

“키에에에에엑!!!”

놈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크킄..입 천장 다 까졌겠네?”

선우는 그런 괴수를 보며 비웃으며 조롱해주었다.


하지만 여유있는 선우의 태도와는 반대로 상황은 결국··· 반전되지 못 했다.

방금의 한 방이 유효하긴 했다만 딱 그정도였다. 놈을 죽일 정도는 못 됐다.

‘몸이 뭐 이리 튼튼하냐고!’


선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리를 굴렸다. 다음 행동을 생각해내려 했다.


‘젠장..요즘 진짜 되는 일 하나 없네.’

도망가는 선택지는 없었다. 아까 같은 소음 공격을 또 한다면 선우가 음속으로 뛸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쓰러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걸 깨달은 선우는 오히려 괴수에게 몸을 던졌다.

자살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 반대로 살기 위해.


‘입안과 눈은 데미지가 있다. 거기만 집중적으로 노려주마.’

고통에 턱을 부여잡고 있던 놈과 선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선우는 검지를 놈의 눈을 향해 최대한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대로 쏘면 확실하게 놈의 얼굴을 진창으로 만들 수 있었다.


허나....

생사가 걸린 매우 중요한 이 순간에....

어쩌면 놈을 끝장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이 순간에...

선우의 눈은 괴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베란다 유리창을 등지고 서있는 눈앞의 괴수.

그 괴수 너머 유리창.

그리고 그 유리창 너머···.


선우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X발.”


베란다 유리창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눈’

‘눈’이 선우와 괴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 되는 일 하나 없네....”


선우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거대한 손이 창틀을 박살내며 집안으로 짓쳐들어왔다.

흡사 폭탄이 터진 것 같은 거대한 물리력이 선우와 괴수가 서있는 곳을 덮쳤고.

그 물리력에 선우는 뒤로 훅 날아가며 현관문에 강하게 부딪히고 의식이 잠깐이나마 끊겨버렸다.


*

*


“끄으윽···”

자욱한 먼지안개 사이에서 선우의 눈이 뜨였다.

끔뻑끔뻑거리며 어지러운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던 중.

뚝.....뚝....

선우의 얼굴에 어떤 액체가 떨어졌다.


손을 들어 이마에 묻은 액체를 닦아내고 그걸 확인했다.

끈적하고 초록 빛깔의 액체였다.

이윽고 눈에 초점이 제대로 돌아온 선우는 액체가 떨어진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괴수를 볼 수 있었다.

그 액체는 괴수의 입에서 흘러내린 체액이었던 거였다.


흠칫 놀란 선우가 고개를 뒤로 뺏지만 뒷머리가 벽에 닿았다.

현관문이었다.


울컥.

힘없이 축 벌어진 괴수의 턱에서 체액들이 쏟아져 나왔다.

“······”


선우는 시선을 내려 괴수의 몸통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 괴수를 움켜쥐고 있는 거대한 손.


중간에 난입한 거대한 손.

그 큰 손이 눈 앞의 괴수를 움켜쥔 채로 들고있었다.


“꾸르르륵···!”

거대한 손의 손가락이 꿈틀거릴 때마다 손아귀에 붙잡힌 괴수는 부들부들거리며 입에서 체액들을 마구 쏟아냈다.


괴수를 꽉 움켜쥔 손은 서서히 뒤로 빠졌다.

거대한 손이 바닥을 쓸며 괴수를 끌고 가자 먼지들이 자욱하게 흩날렸고 콘크리트 파편들도 딸려가다 뻥 뚫린 유리창 아래로 떨어졌다.


‘다른 괴수들이 몰려올지도 모른다 생각은 했는데··· 저 놈이 올 줄이야...’

선우는 허탈한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손을 바라봤다.


이 근방을 배회하던 거인.

보통은 선우가 있는 이 아파트까지 올 일은 거의 없는데.. 괴수가 내지른 소음이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었나 보다.

거대한 손에 붙잡혀 유리창 너머로 끌려가던 괴수는 어느새 손과 함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곤 단말마적 비명소리와 함께 무언가 압착되는 소리가 울렸다.

콰-직!

피터지는 소리. 아그작 아그작거리며 단단한 껍질과 뼈가 작살나는 소리. 소름끼치는 소리들이 울렸다.


‘지,지금 나가야 돼..!’

공포스러운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몸을 일으킨 선우는 거인이 식사 중인 틈을 타 조용히 여길 벗어나고자 했다.

그렇게 문고리를 잡은 순간이었다.


꿀-꺽!

음식물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집안에 다시 한번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리창을 통해 거대한 눈이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그 눈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처럼 선우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

산 넘어 산이었다.

심지어 그 뒷산이 배는 더 높고 험준해 보였다는 게 문제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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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더스트맨(DUST-MAN) 21.05.30 78 0 -
9 9화 악연 그리고 선연(3) 21.06.12 57 10 9쪽
8 8화 악연 그리고 선연(2) +2 21.06.09 74 9 10쪽
7 7화 악연 그리고 선연 21.06.06 80 9 10쪽
» 6화 밖으로(2) +2 21.06.03 117 8 9쪽
5 5화 밖으로 21.05.31 122 11 11쪽
4 4화 변화(3) 21.05.29 125 13 10쪽
3 3화 변화(2) +2 21.05.26 143 12 8쪽
2 2화 변화 (삽화 추가) +1 21.05.21 168 14 13쪽
1 1화 아파트의 생존자 +2 21.05.17 199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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