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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날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7 22:09
최근연재일 :
2021.08.07 22: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43
추천수 :
12
글자수 :
60,731

작성
21.08.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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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못 먹어도 고

DUMMY

7.



“사실 이번 사업은 제 아들녀석이 추진하고 있는건데, 영 불안해서 말입니다.”


회장에게 받았던 명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품에 넣어놓은 지갑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비 된 도리로 길은 닦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허회장의 눈이 살며시 빛났다. 이미 회장의 말은 이든의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든은 표정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었다.


‘혹시...?’


이든은 처음에 거절하려던 말을 삼키고 느릿하게 대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허허,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장님도 생각하실게 많겠지요...”


허회장은 말끝을 늘이며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았다.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제 자리를 파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든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이런 복잡한 머리로는 절대 식사를 계속 할 수 없을 것이었다.


“답변은 제 아들쪽으로 직접 전달하시면 됩니다. 이미 언질은 해 놨으니...”


브랜드는 모르지만 어쨌든 몇억 할 것처럼 보이는 차를 배웅하고, 이든은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든은 품에 넣어놓은 명함을 다시 꺼냈다.


시스템의 영향인지, 네모난 명함의 가장자리가 선명한 붉은색으로 빛났다. 마치 눈앞에 「단서와의 만남」이라는 글자가 깜빡이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첫번째는 회장. 그리고 허회장이 아들 이야기를 꺼내자 명함이 빛났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서는 허회장의 아들인가?


반절의 희망과 반절의 불신으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쉽게 공략의 단서를 얻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일단은... 얘기를 해볼까.’


어차피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볼 만한 사람도 있고 패밀리어도 있었다.


이든은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퍽 가벼웠다.



-



가게는 평소처럼 북적였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빵을 사가는 손님 뿐만 아니라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커피향을 즐기는 손님도 많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든을 한솔이 맞았다.


“어서오세요, 마법당... 어라 사장님? 왜 집에 안 들어가시고 여기로 오셨어요?”


이든을 손님으로 착각한 한솔이 인사를 멈췄다. 의아하게 묻자 이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 의논해 볼게 있어서. 많이 바빠?”

“아뇨, 괜찮아요! 아메리카노?”

“따뜻한거로.”

“오케이. 들고 올라갈게요.”


한솔의 손이 자연스럽게 커피머신으로 향했다. 이든은 찐당으로 향하며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저기 보이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데... 확실히 손님이 늘기는 했네. 그래도 반은 단골인 것 같... 윤서랑 민지 쟤네는 또 왔어!?’


이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늘어난 손님 수를 보면서 묘하게 머쓱해졌다.


‘단순히 음료 판매도 하면서 매출이 늘어난 줄 알았는데...’


매장 운영은 한솔이, 재정은 레임이 관리하고 자신은 빵만 만들다 보니 가게가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게의 사장인데 시스템에 정신이 팔려서 영 신경을 못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든은 잠시 3초간 반성타임을 가졌다.


1, 2, 3. 좋아 반성 끝.


짧은 반성 후 찐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븐 형태의 레임이 우물거리며 이든이 미리 반죽하고 휴지시켜둔 빵을 굽고 있었다.


“뭐야,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여기로 왔네? 이거만 끝내고 나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퉤. 레임이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빵을 뱉어내며 말했다. 이든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우리 마법당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서.”

“뭔데? 심각한 거야?”

“어... 반반?”


레임이 오븐을 기울여 갸웃거리는 고개를 표현했다. 그때 타이밍 좋게 아메리카노 두 잔에 레임 몫의 아이스티까지 야무지게 타온 한솔이 찐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뭔데요? 드디어 알바를 더 뽑겠다는 이야기?”

“어... 그거도 있기는 해.”

“진짜!?”


한솔이 들고 온 트레이를 테이블에 쾅 내려놓았다. 잔잔하게 피곤에 쩔어있던 얼굴이 확 피었다. 한솔에 이어서 레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든은 평소 주변에 사람을 잘 두지 않는 성격인 탓에 직원도 함부로 뽑지 않았으니까. 한솔이 매니저가 된 것이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죽을 때가 됐나? 하 마법당의 대가 여기서 끊기는 건가...”

“아니, 무슨 재수없는 얘기야... 음...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말할 게 있는데.”


이든은 허회장과의 만남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아진그룹의 베이커리 사업. 마법당이라는 브랜드와 프랜차이즈화까지.


이야기를 다 들은 둘의 반응은 같았다.


“미친거 아냐?”

“내 말이. 그걸 보류해? 사장님 판단력이 좀 떨어지는 편?”

“쟤가 좀 그런 기질이 있어.”

“역시 그렇지?”

“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고 했다니깐?”


이든이 억울해서 소리쳤다. 보를레 브릿지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 몰라?


“몰라요 그게 뭔데.”

“에펠리온에 있는 다리 이름이야. 대마법사가 만들어서 절대 안 무너지는.”

“아하.”


이든은 답답함에 가슴을 때렸다. 조금 과한 감이 있기는 해도 이든의 입장에서는 의심을 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생각해 봐... 요즘 장사 잘 되고 손님이 늘었다고는 해도 마법당은 고작 동네 빵집이잖아.”

“웃기시네. 그 동네 빵집 때문에 근처 골목상권 다 살아났는데 고오오작? 도옹네?”

“으...응? 그래?”

“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알바 더 뽑자고! 우리 장사 잘 되거든? 내가 사장님 대신 운영을 얼마나 기가막히게 했는데!”


한솔이 반쯤 으르렁 거렸다. 이든의 슬그머니 꼬리를 말았다. 진짜 무서운 애야.


하지만 여전히 의심이 많은 이든은 한솔을 어떻게든 설득해보려고 했다.


“아니 그래도... 생각해 봐. 여태까지 제대로 된 단서 하나 안주던 시스템이 연달아 두 개를 퍼주는데 의심이 안가겠어?”

“음...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래... 이렇게 의심이 되는데. 눈앞에 이득만 보고 달려들거야?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이든이 기대에 차 물었다. 한솔이 눈을 위로 치켜뜨고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라면요?”

“그래.”

“못 먹어도 고.”

“아니.”


말문이 막힌 이든이 입을 닫았다.


물론 답답하기는 한솔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마법당은 3층이나 되는 큰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었다. 그저그런 동네 빵집이라면 엄두도 못낼 규모. 셋이서 그 쬐끄만한 빵집을 이만큼이나 키웠는데 갑자기 사장이란 인간이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한솔은 자신의 무릎을 팡팡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생각해 봐요. 고작 동네 빵집인데 대기업에 무슨 이득이 있냐고 했죠. 그거 반대로 말하면 대기업이 할 짓 없어서 이유도 없이 동네 빵집 등쳐먹겠습니까?”

“음...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염병할 그래도! 아니 솔직히 지금 사장님 답정너 같음.”

“뭐? 아니야!”

“맞거든!”


두 유치한 인간이 왁왁거리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가만히 있던 레임이 반쯤은 속삭이듯이 끼어들었다.


“저기... 이든, 솔아.”

“응?”

“어?”

“......손님오셨어...”


찐당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었다.


“그... 밑에 직원 분이 관리자님 2층에 있으시다고 해서... 왔는데요...”


남자는 오븐 모습을 하고 있는 레임을 힐끗 쳐다봤다. 헛걸 들었나? 그런 표정이었다. 레임은 식은땀을 흘리며 얼음이 되었다.


이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으로 레임을 살짝 가렸다.


“하하하 네 제가 사장입니다.”


썩어가는 한솔의 표정은 못본 척 했다.



-



남자는 마법당에 음료 거래를 트러 온 영업사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오래 전 빵을 의뢰한 손님이었다. 정확한 날짜는 세지 않았지만 두 달 정도 되었을 것이었다. 보통 의뢰가 들어오고 2주 안에 손님이 찾아와 빵을 구매하는 것에 비해 한참이나 늦게 온 손님이었다.


물론 마법으로 만들어진 빵이니 상품이 상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상황이기는 했다.


거기다 빵을 의뢰한 손님이 찐당이 아니라 가짜 마법당 쪽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다니.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조금 궁금해지긴 했지만 의문은 그저 의문, 이든은 필요 없는 생각을 빠르게 접고 남자가 의뢰했던 상품을 집어들었다.


‘행운을 빌어요 마카롱세트/의뢰인 박민철’

“3만원입니다.”

“......? 파시는 건가요?”

“네.”


이든은 당당하게 말했다. 왜 안 사지? 마카롱을 받지 않고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민철이 의아했다.


이든은 놓치고 있는게 있었다. 찐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에 모두 마법당에 홀려 상품을 사갔지만, 이 의뢰인은 가짜 마법당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베이커리의 마법에서 자유롭다는 말이었다.


“그... 원래 이렇게... 비싼가요...?”


민철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통 모르는 사람이 찾아오면 누구십니까 내지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같은 반응이 정상이 아닌가?


그런데 눈 앞의 이 사장은 다짜고짜 마카롱을 내밀더니 가격을 말했다. 그것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마카롱 한 개의 가격은 필링이 미친 듯이 많이 들어간게 아니고서야 보통 천원에서 이천원 사이였다. 그리고 이든이 내민 마카롱 세트에 들어있는 마카롱은 모두 4개.


원래도 마카롱을 좋아해서 종종 사먹는 민철의 눈에 3만원이라는 가격은 바가지 그 자체로 보일 만 했다.


두 사람이 멀뚱멀뚱 서로를 보고만 있을 때 한솔과 레임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장님 의심병 도지는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한솔이 이든의 뒤에 숨어서 레임에게 속닥였다. 이든은 눈치를 못채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보였다.


민철이 입은 자켓의 왼쪽 가슴.


살짝 기울어진 대문자 A와 그 문자를 가로지르는 별똥별. 그 로고 옆의 글자.


아진식품이라는 이름이 떡하니 박혀있었다.


두 남자가 서로를 보면서 혼란스러워 하는 틈을 타 한솔이 레임에게 물었다.


“분명히 사장님이 제안 받은게 아진그룹 맞지.”

“맞지...”

“아들 얘기 할 때 명함이 빛났다고 했지.”

“그랬지...”

“지금 아진그룹 사람이 등장한게 우연일까?”

“......”


두 사람을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이 트리오의 유일한 한국인, 한솔은 더 웃지 못했다. 이세계에서 온 이든과 레임은 모를 수 있지만, 허승철 회장에게 아들은 막내아들 한 명뿐인 건 관심있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바로 아진식품이었다.


‘...이걸 말해야 돼 말아야 돼.’


문득 한솔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마법사의 감은 엄청 뛰어나서 반쯤은 예지나 다를게 없거든.’


오래 전 이든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말이었다.


...어쩌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이든의 걱정이 아주 헛다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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