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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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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7 22:09
최근연재일 :
2021.08.07 22:1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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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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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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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아진그룹

DUMMY

6.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든은 작은 무대 밑에서 멍청하게 서 있었다. 슬쩍 눈을 굴려 보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과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잠깐만 카메라?’


고개를 슥 돌려서 다시 봐도 카메라가 맞았다. 기사거리가 그렇게 없나... 이든은 어처구니가 없어져 눈을 꽉 감았다.


‘아아 나는 아무것도 못봤다...’


공공장소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고양이 레임 대신 이든을 따라 온 한솔이 옆에서 속삭였다.


“사장님 지금 좀 멍청해보여요.”

“......조용히 해.”

“아니, 진짜로. 사장님 카라 뒤집혔음.”

“...큼.”


이든은 그제야 망가진 옷매무새를 확인하고 고쳐입었다.


한솔은 옆에서 혀를 차면서 이든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긴장 좀 적당히 하시고... 살면서 상 같은 거 받아본 적 없어요?”

“아니 있지... 있는데 저기 지금 카메라를 들고 있잖아...”

“뭐 어때요. 꼴받게하면 그냥 카메라 부숴버려. 사장님 그런거 잘하잖아요.”


이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국정원에 잡혀가지... 잡혀가서 실험당하지...


두 사람이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는데, 각잡힌 제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이든에게로 다가왔다. 어깨에 달린 무궁화 개수를 보니 높은 위치의 사람이 틀림없었다.


“아이고, 이든씨 아니십니까?”

“아, 하하하하. 안녕하세요.”


다짜고짜 악수를 청하는 모습에 이든은 당황해서 어색하게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이든과 한솔이 조용히 눈빛을 나눴다.


‘누구에요?’

‘내가 알겠니..?’


궁금증도 잠시, 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 저 장계진이라고 합니다.”


다른 설명은 일절 없는 이름 세 자 뿐이었지만, 이름을 듣고 나니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 달린 태극 무궁화 4개. 얼마 전 마법당에 찾아온 이들이 말해준 경찰청장이었다.


‘오... 뭔가 신기한데...’


에펠리온에 있던 시절, 평민이었던 이든이 볼 수 있었던 가장 높은 지위의 사람은 아카데미 교수이던 남작부인 정도였다.


한국이야 계급사회는 아니라지만, 어쨌든 뭔가 직급이라도 높아보이는 사람을 만나는 건 소시민이던 이든에게 있어서 조금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물론 신기한 건 신기한 것으로 끝, 청장이 한참 떠드는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이든은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입가에 경련이 일 지경이 되었을 때, 청장은 갑작스럽게 이든에게 물었다.


“아! 이든 씨. 그러고보니 끝나고 시간 괜찮으십니까?”

“네... ......어, 시간이요?”

“허허, 이든씨를 만나 뵙고 싶어하시는 분이 계셔서요.”

“아... 그, 그렇군요, 네 괜찮습니다.”


이든은 당황해 옆에서 한솔이 눈을 부라리는 것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식 끝나고 뵙죠.”


이든의 어깨를 한번 두드린 청장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휴.”


근육이 떨려오는 입가를 한번 주무른 이든은 뒤를 돌아보고 나서야 자신을 무시무시하게 노려보고있는 한솔을 볼 수 있었다.


“하하 사장님 일 안하세요?”


목소리는 웃고있었지만 얼굴은 아니었다. 정색하는 한솔을 보며 이든은 아린 입가를 다시 한번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어우, 어우야. 누가 보면 네가 사장인줄 알겠다...”

“지금도 그렇게 알고계신 손님들 많은데요.”

“하하하하하하.”


한솔은 더 말하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이든은 식은땀을 흘리며 한솔에게서 조금씩 멀어졌다.


‘무서운 애야 진짜...’

“사장님. 사장님은 몰라도 저는 일하러 가야되거든요...”


한솔이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목소리에는 한 줌의 걱정과 한 줌의 한심함이 담겨있었다.


“그러니까 사고치지 말고... 제발 조용히... 갔다 와주세요...”

“에이 내가 한국 생활이 몇 년찬데.”

“저번달에 지하철 개찰구 무시하고 지나가서 경찰서 갈뻔한게 누구였더라.”

‘...흠, 흠.’


이든은 헛기침을 한번 내뱉고 한솔의 시선을 피했다.



-



이든은 시간과 정신의 방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평소보다 시간이 몇배로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거창하고 부담스러웠던 식이 끝나고, 이든이 청장을 따라간 곳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한정식 식당이었다.


한옥의 모습을 한 건물에 꽃과 소나무 분재, 수석으로 꾸며진 정원이 마치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인상이었다.


이든이 아침에 본 드라마를 떠올리며 동시에 명품으로 휘감은 노년의 남성을 상상하기도 잠시, 미닫이 문이 열리고 눈앞에 파란 메이커 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청장이 허허 웃으며 다가가자 남자가 앉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든은 눈앞에서 속사포로 지나가는 안부인사에 짓눌려 두 사람의 사이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남자, 허회장은 이든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 챈 것처럼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저, 지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그때, 이든의 눈앞에 변화가 나타났다.


눈앞에 계속 둥둥 떠 있던 「단서와의 만남」이라는 글자가 사라졌다. 계속 깜빡거리면서 거슬리게 하던 말이 언제 있었냐는 듯 감쪽같이 없어져 있었다.


‘글자가 사라졌다는 말은...’


역시. 이변은 없었다. 이 사람이 시스템이 가리킨 단서였다. 이든은 허회장의 손을 맞잡아 흔들며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글자의 흔적을 눈으로 살짝 쫓았다.


이든은 허회장이 내민 명함을 받아들고 살폈다. 아진그룹의 로고와 허승철이라는 이름 세 자만 적혀 있었다. 왼쪽 위에 그려져있는 회사의 로고 A자가 퍽 익숙했다. 이름 또한 익숙한 이름이었다.


당장 이든이 가게에서 쓰고 있는 설탕같은 식재료에도 붙어있는 로고였다.


이든은 내려가려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올렸다. 조심히 명함을 넣으며 허회장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마법당’의 사장 이든이라고 합니다.”


시상식이 있기 전날, 이든은 레임과 함께 아진그룹에 대해 찾아보았다.


상식 선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 차원이동. 그리고 시스템의 존재.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키는 당연하지만 그 모험가 친구가 들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게임 에펠리온은 섭종에 준할만한 무기한 점검중. 제작사로 찾아가 보았지만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간간히 등장하던 단서도 소용 없기는 당연한 일.


그러던 와중에 나타난 아진그룹 회장은 단비같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어?’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이거 봐 레임.’

‘? ...뭐야. 여기... 같은 계열사가 아니잖아?’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등. 기타 문화라고 생각할만한 것들은 모두 아진그룹을 거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거대한 그룹인 아진은, 황당하게도 에펠리온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체였다.


이든은 기대가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시스템을 믿은 내 잘못이지... 그 동안 시스템에게 뒤통수 맞아왔던 세월이 있어서인지, 포기와 수긍은 너무도 빨랐다.


몸에 힘이 빠져서 널부러져 있는 이든의 옆으로 레임이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이든... 그래도, 한번 만나는 보는게 좋지 않을까...’

‘...그래. 만나는 봐야지...’


그래서 이든은 청장이 주선한 자리에 흔쾌히 참석했다. 이미 실망으로 가득했지만 어쨌든 실낱같은 조각 하나라도 절실한 쪽은 이든이었다.


게임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거물이 대체 어떻게 단서가 될 수 있나. 이든은 의아했지만 그래도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한국으로 온지 어언 몇 년 째. 레임이 아무리 갈 생각은 있는거냐 타박한다고 한들 가장 고향이 그리운 사람은 이든이었다.


대화 중에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단서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기대해 보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지 30분 후.


‘아... 집에 가고 싶다...’

“지수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지요. 그 애는 딱 지 애하고 같은 나이일때부터 애비 골머리를 썩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허허. 똑똑한 애가 고집까지 있으니...”


TMI 진짜 싫다....


허회장의 자식자랑 폭격에 지친 이든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고 없었다. 대체 왜 여기 앉아있는건지, 이럴 시간에 마법당에 가서 한솔이 일이나 도와주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 쪽은 돈이라도 남지...’


여기는 남는 것도 없고... 결국 대화 속에서 건진 것은 없었다.


답답함이 쌓일대로 쌓인 이든은 다짜고짜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냐고. 집에 가고 싶다고.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냐고.


하지만 이든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눈앞의 이 노인은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일이 있다며 경찰청장이 먼저 자리를 뜨고도 이 답 없는 식사자리가 파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든은 다 내려놓고 그냥 미소지었다.


‘됐어. 시스템이 갑질하던게 한 두 번인가? 끝나면 가게가서 빵이나 잔뜩 만들어야지.’


이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옥수수빵이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 만들면 알바생들한테도 나눠줘야지.


그런데 그때 한참 딴 소리만 내뱉던 허회장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아,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질질 끌었지만 제가 이렇게 뵙자고 한 이유는 말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사장님은 혹시, 사업을 확장하실 생각이 없으신 지... 묻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니 뭐야 여기도 돈이 남네.


사업 확장? 이든은 흔들리는 동공을 숨기려 애썼다. 이세계로 온 나 작은 빵집 사장에서 이제는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


이든이 당황한 것을 눈치챘는지 허회장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저희 아진이 최근에, 식음료 쪽이 부진하다는 건 아시겠지요.”

“아, 그런가요...”

‘알 리가 있나..’


한국 생활 n년차, 이제는 좀 적응을 했다고 해도 이든은 이방인이었다. 그런 부분까지 이든의 관심이 뻗치지는 않았다. 이든은 말끝을 흐리며 적당히 대꾸했다.


“기존의 다른 프랜차이즈를 인수하는 것이 원래 방향이었는데... 이게 영 일이 틀어져서요. 하하하하.”

“아...”

“마침 저희 가족의 은인이신 사장님이 베이커리를 하신다기에 알아보았는데... 사장님의 마법당이 아진의 이미지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말입니다.”


허회장은 느릿하게 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든은 조금 뻣뻣해진 목을 헛기침을 해 풀고는 허회장에게 물었다.


“큼, 그렇다는 건...”

“마법당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묻는 겁니다.”


이렇게? 갑자기?


이든은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그렇게 쉽게 넘길 일은 아니었다.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대기업 회장의 딸을 구했다. 그런데 그에 따른 대가가 금전적인 것도, 대기업을 등에 업은 홍보 효과도 아닌 대기업 프랜차이즈화? 이건 너무 과했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셔서 아진그룹이 뭘 얻을 수 있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사장님은 모르시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 이미 마법당은 브랜드로 발전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도무지 모르겠는 말이다. 브랜드로 발전될 가능성? 마법당은 그저 동네 빵집일 뿐이었다.


물론 이든은 자신의 가게가 오히려 근처의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대체로 대기업 체인점과의 경쟁에 밀려 사라지는 것은 동네 빵집 쪽이었다.


이미 이든이 모르는 사이 주변의 빵집들이 단합해 마법당을 죽이려는 시도를 해 보았지만... 든든한 매니저 한솔이 보우하사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런 시도들은 이든의 귀에 닿기도 전에 실패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런 점을 모르는 이든은 허회장의 말이 반은 사이비 반은 다단계 제안처럼 들렸다.


‘...기억을 읽어볼까?’


그런 유혹이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허지수의 기억을 읽었을 때야 마법당 안이었고, 허지수가 마법당을 나가면 기억을 잃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고급진 한정식 식당 안이었다. 피곤해질 일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맞았다.


“...글쎄요, 전......”


뭔지 모를 찝찝함에 거절하려던 찰나, 문득 이든의 머릿속에 가설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시스템은 허회장이 단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허회장의 이런 제안까지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단서의 일부분 아닐까?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쩌면......


이든이 말을 잇기 전 허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 회장에게 받았던 명함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저도 이든처럼 마음 편하게 의뢰 얘기만 쓰고싶네요. 이런거 너무 어려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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