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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날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7 22:09
최근연재일 :
2021.08.07 22:1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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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수 :
60,731

작성
21.07.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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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아프지 말아요 자몽앙금빵

DUMMY

3.



마법당이 의뢰인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가짜 마법당으로 들어온 손님이 우연히 마법당의 문을 발견하고 들어오는 방법.


사실상 확률은 적지만 드물게 감이 좋은 사람이 찾아서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손님이 가짜 마법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마법당이 미리 알아채고 이든에게 주문을 넣는다.


마법의 힘을 이용해 빠르게 만들어진 상품을 찾아온 손님에게 판매하고, 이럴 경우 손님은 마법당에서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 민지가 그런 경우였다. 서로 제일 친한 친구가 된 민지와 윤서는 매니저인 한솔과 친해져 그 이후에도 일을 도와준답시고 찾아와 아이스티 한잔씩 얻어먹고 가곤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


사실 이쪽이 좀 더 비중이 큰 방법이다. 바로 마법당의 문을 직접 열고 들어오는 방법.


오래 전부터 의뢰를 받아 이든이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어느 순간 갑자기 마법당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다. 이 경우 의뢰인은 손님과 다르게 마법당에서의 기억을 잃는다.


마법당의 문은 어디로든 이어져 있기에, 의뢰인은 그에게 상품이 필요한 순간 어떤 문이든 열고 마법당으로 들어오게 된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다.


“분명히 오늘 올거라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모른척 하기엔 의뢰가 너무 찝찝한데!?”

“야! 호들갑 좀 그만 떨어! 알아서 해라! 무시하던가 평소처럼 오지랖 좀 부리던가! 그리고 꼭 오늘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적당히 좀 해!”

“느낌이 온다니깐? 오늘이야! 그리고 좀 영혼을 담은 조언을 줄 수는 없냐!?”


‘딸랑’


“......”


그래서 오늘도 의뢰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여기가 어디죠...?”


이든은 재빨리 영업용 가면을 얼굴에 씌우며 말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


“야, 오늘 온다는 보장 없다며.”

“...뭐 어쩌라고. 왔으면 온거지. 그래서 어쩔건데.”

“몰라 임마...”


이든은 손님이 보지 못하게 구석에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손님이 와 버렸다.


손질되지 않아 이리저리 뻗치는 머리를 싸구려 집게로 올린 여자가 마법당 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여자는 얼굴은 다크서클로 가득했다. 수전증이라도 있는건지 팔짱을 낀 손을 달달 떨던 여자가 이든에게 물었다.


“저... 제가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죠?”

“...큼.”


일단 여자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든은 처음 퀘스트 알림이 떴을 때를 떠올렸다.


‘실패시 패널티 : 49일의 악몽’


평소에 나오던 랜덤 패널티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름을 달고 나왔다. 49일. 49일의 악몽. 이든이 에펠리온 출신이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49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여자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상품을 사용할 것이라면,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어쨌든 사람 된 도리로 막아야 했다.


“손님께서 찾으시는 상품은 이쪽에 있습니다.”


이든은 오른쪽 매대로 여자를 안내했다. 각종 빵이 진열된 가운데 희미하게 반짝이는 빵 하나가 보였다.


‘아프지 말아요 자몽앙금빵/의뢰인 허지수’


이든은 빵의 이름을 보고 입 안쪽을 살짝 깨물었다.


“어떻게... 제 이름이...”

“여기는 마법당이니까요. 이 빵은 손님이 의뢰하신 상품입니다. 자몽 좋아하시죠?”


여자, 지수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이상하게 이 마법당이라는 곳에 들어오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약 때문에 멍하거나 분노로 휩싸여 날카로워져 있거나 하는 상태가 아닌, 머릿속에 낀 안개가 사라져 있는 듯한 느낌.


머리는 맑았지만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마법당이라는 곳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들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신기한 곳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자신의 딸도 잊을 수 있을 듯한...


‘아.’


지수는 화들짝 놀라 끼고있던 팔짱을 풀었다. 서둘러 빵을 집어들고 이든의 앞에 거칠게 내밀었다.


“이거, 빨리 계산해 주세요.”

“그 전에요, 손님.”


지수의 눈밑이 파르르 떨렸다. 이든이 떨리고 있는 지수의 팔을 꽉 붙잡았다. 지수의 눈과 그 안에 담긴 자신을 빤히 바라봤다.


“이 상품을 의뢰하신 이유가 뭔가요.”


이든의 눈이 살짝 빛났다. 지수는 이든의 눈을 피해 벌벌 떨다 빽 소리쳤다.


“...당신 뭐에요? 계산이나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이든은 중얼거리며 기계적으로 돈을 받아 카운터에 집어넣었다. 지수는 이든이 돈을 받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영업용 미소를 없애고 굳어져있는 이든에게 레임이 물었다.


“...읽었어?”

“...어.”


레임은 아무말 없이 서 있는 이든을 배려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호들갑을 떨던 이든이었다. 별 일 아니었으면 손님이 나가자 마자 다시 호들갑을 떨었겠지.


레임이 가만히 있자,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이든이 혼자 왁 소리를 질렀다.


“아오! 왜 이딴 찝찝한 퀘스트가 들어오는거야...!”

“......”

“...후, 레임. 가자.”

“...가자고?”


고개를 까딱이며 마법당의 문을 가리켰다.


“이대로 모른척하면 내 잠자리가 사나워질걸. 안 그래?”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굴었대.”


레임이 투덜거리며 몸에 힘을 줬다. 오븐의 모습을 하고 있던 형태가 뒤틀리고, 이내 작고 까만 고양이로 모습이 변했다.


동시에 마법당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레임과 마법당은 한 몸. 레임이 형태를 바꾸니 마법당의 모습도 바뀌었다. 작은 구슬모양으로 변한 마법당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가짜마법당의 뒷문으로 향했다.


뒷문의 가로등에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던 한솔이 나가는 이든과 마주치고 물었다.


“어라? 사장님 어디가세요?”


고개를 빼들고 이든의 어깨에 앉은 고양이 모습의 레임도 쳐다봤다.


“레임도 데리고?”

“사장님 오늘 조기퇴근~. 매니저는 힘내고!”

“예? 뭐요? 야!”


이든의 퇴근시간은 오후 4시. 그리고 지금은 정오였다.


한솔은 어이가 없어서 외쳤다.


“당신 애초에 정시퇴근 한 적 없잖아!”


하하하하하하.


이든의 웃음소리가 커다란 빵집 뒤로 울려퍼졌다.


-


“추적마법은 붙여놨어?”

“당연하지.”


지수의 팔을 붙잡았던 그때, 이든은 재빨리 그녀에게 추적마법을 붙여놨었다.


레임의 눈앞에서 손을 휘저었다. 황금색 빛과 함께 레임의 눈 앞에 빨간 점이 보였다.


“그렇게 안 멀어. 이 도시 안이야.”

“다행이네. 저번에 북한이라서 고생했잖아.”

“하....”


이든은 투명화 마법을 건 채 건물 위를 훌쩍 날아가며 오래전을 떠올렸다.


마법당 초창기, 의뢰를 받을 범위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서 월북까지 했었다. 생활마법을 주력으로 쓰는 탓에 공간이동은 하지 못해서 벌어진 참사였다.


한국으로 넘어온 뒤 시스템이라는게 생기긴 했지만, 그런 일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아서 한동안 고생을 좀 했었다.


“어쨌든, 지금에 집중하자,”


도착한 곳은 한 평범한 아파트 단지 안이었다. 레임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 이든에게 말했다.


“여기 어딘지 알겠다. 탑골초 옆에 있는 임대아파트잖아.”

“뭐? 그걸 어떻게 알아?”

“그야 저쪽이 한솔이네 집이잖아.”

“저기가 한솔이네 집이라고? 난 왜 모르겠지....”

“됐다. 길치한테 뭘 바라냐.”


이든은 레임을 살짝 노려봤다가 한심해 하는 눈빛을 보고 딴청을 피웠다. 레임이 이든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든. 붉은 점이 점점 하예지는데?”

“아, 나도 봤어.”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한 아파트 앞으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아파트의 공동현관을 열며 중얼거렸다. 아주 그냥 맘을 먹었나 보네.


“자, 정의의 용사 한번 나가 보실까.”

“하.... 유치해서 못봐주겠다....”

“야! 분위기 좀 읽어라!”


이제는 분홍빛을 띄고 있는 점이 아파트의 옥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동시에 아파트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붉은 점은 분홍빛에서 점점 하얀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어휴, 계단은 뛰기 싫은데”

“어쩌겠어. 파이팅.”

“진짜 얄밉다...”


그리고 곧바로 얼굴 빛을 바꾸었다.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든이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난 불행해.’


지수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한번의 사고로 인생은 망가졌고 미혼모라는 꼬리표는 떠나지 않았다.


세상은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손가락질 했다. 아이가 무슨 일로 생겼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수는 볶음밥을 한가득 만들었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새우볶음밥이었다.


“엄마... 어디 가?”


아이는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행복했다. 엄마가 울지 않았으며, 옷도 예쁘게 입혀주고 머리도 제일 좋아하는 양갈래로 묶어주었으니까. 때리지 않았다. 혼도 내지 않았다! 제일 좋아하는 새우볶음밥도 만들어주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불안했다. 엄마가 웃지 않는 것이 불안했고, 새우볶음밥이 너무 많은 것도 불안했다.


지수는 무릎을 꿇어 아이와 눈을 맞췄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깔았다.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모두 자신이 만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만든 상황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썼다.


“엄마 잠깐 나갔다 올거야.”

“근데 밥은 왜 이렇게 많이 했어?”

“...우리 딸 배고프지 말라고.”


우리 딸? 아이는 우리 딸이라는 말을 듣고 입술을 우물거렸다. 손도 꼼지락거렸다. 불안하고 낯설었지만 또 좋았다. 입안에서 단어를 몇 번 굴려보았다. 우리, 딸. 우리 딸.


아이는 용기를 내서 다가가 지수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녀오...세요.”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찬찬히 훑어봤다. 항상 외면해왔던 사실이지만, 예쁘고 착한 아이였다.


지수는 매일이 불행했다. 그리고 아이는 정말이지 오늘이 너무 행복했다.



아파트 옥상에서 맥주 한캔을 땄다. 쉼 없이 벌컥벌컥 들이마시니 살짝 취기가 올랐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빵을 꺼냈다. 이상하리만치 여전히 따뜻한 빵 하나.


“...안주로 좋겠네.”


빵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아프지 말아요 자몽앙금빵/의뢰인 허지수’. 대체 무슨 빵인지,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이 빵이 먹고싶었다.


이 빵을 먹으면 모든 것이 편해 질 것 같았다.


한입 베어물자 자몽앙금이 한가득 입속으로 들어왔다. 살짝 쌉싸름하면서 너무 달지도 않은 것이 자신의 입맛에 잘 맞았다. 아, 맛있어. 따뜻한 빵이 너무 맛있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맛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빵을 다시 한 번 베어물었다. 아프지 말라면서, 빵을 먹으니 어딘지 모를 곳이 너무나도 아팠다. 눈물이 계속 났다. 딸 생각도 났다.


‘엄마 잠깐만 나갔다 올 테니까 밥 챙겨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왜 나가는데?’

‘...우리 딸 더 아프지 말라고.’


내가 있으면 아이의 평생이 불행할테니까.


지수는 빵을 절반도 채 먹지 못하고 땅에 떨어뜨렸다. 참을 수 없을 충동에 휩싸였다.


아파트 옥상 너머로 몸을 던졌다. 아파트의 밑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지수의 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멎는 기분과 함께 세찬 바람이 볼을 타고 흘러갔다.


그리고 떨어지던 몸이 허공에 멈췄다.


지수는 퍼뜩 정신이 들어 눈을 뜨고 자신을 붙잡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안 되지. 이렇게 끝내면 안 되지.”


마법당의 주인, 지수가 먹은 빵을 만든 제빵사, 이든이었다.


작가의말

원래도 한줌같던 비축분이 살살 녹고있네요...

일일연재는... 이렇게 어려운거였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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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프지 말아요 자몽앙금빵 +1 21.07.29 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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