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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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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7 22:09
최근연재일 :
2021.08.07 22: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46
추천수 :
12
글자수 :
60,731

작성
21.07.27 22:16
조회
35
추천
2
글자
12쪽

1.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DUMMY

1.



3월. 해가 머리 위에서 내리쬐도 딱히 따갑지 않은 한낮의 거리.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한 건물을 올려다 보고 서 있었다.


건물의 위에는 큼지막하게 적힌 금색 간판이 달려 있었다. 아이는 간판에 쓰인 글자를 입모양으로 읽었다.


‘마법당...’


-


기묘한 분위기에 홀려 멍하니 간판만 올려다 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팔을 확 잡아당겼다. 나는 화들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윤서였다. 눈썹을 꿈틀거리며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왤케 쫄아? 사람 머쓱하게.”

“므, 미, 미안...”

“사과는 또 왜 해... 아냐, 됐다. 들어가자. 여기 엄청 맛있는 빵집이야!”


이번에도 나는 힘없이 끌려갔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사오기 전, 왕따를 당한 시간이 자그마치 4년이었다.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에 올라오기까지 4년. 부모님의 전근을 따라 전학을 왔지만, 작은 일에도 화들짝 놀라는 것이 이전 학교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자괴감이 들었다.


특히 새로 사귄 친구 윤서가 너무 무서웠다. 또래보다 큰 키, 사납게 생긴 얼굴, 짙은 화장까지. 주변에서는 정말 착한 친구라고 했지만 나는 윤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버거웠다.


지금도 전학 와서 동네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위해 윤서와 친구들이 모여 동네 투어를 해주고 있는데, 착한 친구들을 두고 계속 불안해만 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자! 골라! 민지 너는 내가 특별히 하나 사준다!”

“윤서야. 나는?”

“아, 그지냐? 네 용돈으로 사 먹어!”

“민지야, 뭐 먹을래?”

“나, 나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빵집은 크고 넓었다. 한쪽에 있는 계단을 보니 3층이 넘는 듯한 건물 전체가 이 빵집인 듯 했다.


1층에는 수많은 빵과 디저트가 진열 돼 있었다. 아이들이 그 진열장 앞에서 투닥거렸다. 나는 또 움츠려들려는 어깨를 의식적으로 피려고 하며 대답했다.


윤서는 뭔가 탐탁잖은 듯한 표정을 짓다 이내 씩 웃었다.


“야, 소보루랑 고로케도 담자. 얜 좀 더 먹여야 돼.”

‘난 저거 절대 다 못 먹을 텐데...’

“피자빵도 살까?”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서는 트레이에 빵을 한가득 쌓아올렸다. 나는 윤서를 말리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못 먹는다고 말해야 되는데...’


망설이는 사이 이미 아이들은 계산까지 전부 마친 상태였다. 2층의 테이블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이들은 모두 나를 쳐다봤다. 내가 맛있다고 말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가장 크기가 작은 빵을 잡고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다.”

“그치? 내가 말했잖아. 우리 집 바로 앞에 파X바게뜨 있는데, 여기가 맛있어서 맨날 버스타고 여기 온다니깐?”


윤서가 뿌듯하게 웃었다. 윤서의 미소를 보니 입안에 든 빵이 꼭 모래알로 변하는 것 같았다.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겨렸다.


‘...이러다 토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상황은 정말이지 피하고 싶었다. 나는 입안에 든 내용물을 힘겹게 목구멍으로 넘기고 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나... 잠깐 화장실좀.”

“엉~ 다녀와~”


돌린 등 뒤로 아이들의 웃음이 따갑게 쏟아졌다. 빵집 치고는 넓은 홀에서 화장실을 찾아 헤맸다. 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안내 표지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이쪽이 화장실인가?’


나는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빵집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처음 빵집의 간판을 보고 느꼈던 것처럼, 홀린 듯이 걸어갔다.


빵집의 구석으로 얼마나 걸었을까, 화장실 입구라고 하기에는 고급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문이 나왔다.


고개를 꺾고 올려다 봐야 할 만큼 큰 문. 문에 장식된 금박이 고급지게 빛났다.


잠깐 망설이다 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무거워 보이는 문은 예상외로 가볍게 열렸다.


조금 비틀거리며 들어가자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훅 풍겼다. 홀은 조금 시원했는데, 문 안쪽은 따뜻했다. 똑같이 생긴 빵들만 잔뜩 있던 1층과 다르게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빵들이 작은 공간 안을 채우고 있었다.


빵으로 가득 찬 공간은 느껴지는 공기도 달랐다.


무언가 현실과는 동 떨어진 듯 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아, 어서오세요.”


그 때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20대인지, 혹은 그보다 많은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남자가 손에 낀 라텍스 장갑을 벗으며 주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남자는 날 보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찾으시는 상품이 있으신가요?”

“네, 네?”


나는 어리버리하게 대답했다. 마법당? 마법당은 자신이 친구들과 들어온 이 빵집의 이름이었다. 얼이 빠져서 남자의 얼굴만 올려다보고 있자 남자는 친절한 미소를 띄고 설명을 계속했다.


“평범한 디저트만 파는 1층과는 다르게 이 방에서 나오는 상품은 좀 특별하답니다. 여기 있는 제품은 모두 이 마법당을 찾아오시는 손님을 위해 맞춤으로 구워지거든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빵들은 모두 모양이 달랐다. 가격표에 적힌 이름도 특이했다. ‘키가 쑥쑥 쑥 파운드케이크/의뢰인 ?’, ‘마음을 담아 말해요/의뢰인 ?’.


“흠, 보아하니 손님께서 찾으시는 빵은 이거 같네요.”


남자는 빵 위에서 손을 휘저으며 고민하다 사람 모양으로 생긴 쿠키 하나를 집어들었다. 가격표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용기 팡팡 아몬드쿠키씨/의뢰인 김민지’


내 이름이 그 가격표에 적혀 있었다. 영문을 몰라 남자를 쳐다보니, 남자는 눈을 찡긋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1500원입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친구는 오늘 여기 처음 온거죠?”



-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나는 쿠키를 멍하니 쳐다보다 방금 나온 방을 다시 보았다. 아까는 그렇게 쉽게 열렸던 문이 다시 밀어보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꿈을 꾸거나 환상을 보았다기에는 손에 들려있는 쿠키의 온기가 이상하게 선명했다.


나는 남자의 설명을 떠올렸다.


‘방을 나가자 마자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빨리 먹으면 먹을수록 마음도 더 편해질 거예요.’


손에 쥔 쿠키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비닐포장을 뜯었다. 머리 부분을 왕, 뜯어먹으니 고소한 아몬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맛있다...!’


견과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소한 아몬드의 향기 뒤에 슬쩍 나오는 쌉쌀한 흑설탕 맛도 환상적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속이 울렁여서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이제는 입에 담긴 쿠키의 맛을 음미하며 아무런 고민도 없이 아이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야! 똥을 무슨 만들어서 싸고 오냐?”

“아, 미친. 빵 먹는데 더럽게!”


아이들이 시끄럽게 반겼다. 한명이 더러운 얘기를 하자 옆에 앉아있던 윤서가 다 먹은 빵의 포장지를 집어던졌다. 그 애는 낄낄거리며 윤서가 던진 포장지를 받아쳤다.


‘......어라?’


나는 왼쪽 가슴께를 살짝 짚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벌렁벌렁 뛰던 심장이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아 있었다.


조금만 폭력적인 모습을 봐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윤서의 진한 눈화장도 별로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야 김민지 치사하게! 너 혼자 먹냐?”


윤서가 내 손에 들린 못보던 쿠키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아니야. 사장님이 첫 방문 서비스라고 주셨어...”


얼핏 사납게 느껴질 수 있는 목청 큰 질문이었는데, 더듬는 것 하나 없이 매끄럽게 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쿠키를 내려다보며 잠깐 망설이다 마음을 굳혔다. 머리가 사라진 아몬드쿠키씨의 팔다리를 뚝 떼어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더듬거림 없이 나오는 말이 신기했다.


“자. 먹어. 오늘 동네 투어해주는 값이야.”



-



“웬일이야? ‘상품’을 공짜로 다 주고.”


따뜻하고 아늑한 마법당 안, 오븐의 문이 스르륵 벌어졌다. 부드럽게 곡선으로 움직이는 모양은 마치 생물의 입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븐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든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걸치며 오븐-레임의 말에 대답했다.


“그냥. 오랜만에 보는 선한 영혼이잖아. 의뢰에 얽힌 두 영혼이 모두 선한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무니까.”

“가격에 대한 패널티는 네가 받을텐데?”

“1500원짜리 패널티면 그냥 받고 말지.”


레임은 보이지 않는 눈으로 가만히 이든을 쳐다보다 물었다.


“너 에펠리온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거야?”


훈훈해지려던 분위기가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에펠리온... 이든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과거를 회상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장님! 살려주세요!”


이든이 감상에 빠지기도 전에 우당탕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임은 곡선으로 벌어져 조잘거리던 입을 딱 다물었다.


‘진짜’ 마법당의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오며 소리쳤다. 마법당의 매니저, 한솔이었다. 이든은 덤덤히 매니저를 바라봤다.


“너무... 너무 바빠요...!”

‘음.’


이든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세분이서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매니저.”


건물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어쨌든 동네 빵집. 마법당은 일명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이었고, 그렇기에 규모에 비해 일하는 직원의 수는 적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피크타임도 아니라서 매니저를 포함해 세명밖에 일하고 있지 않았다.


한솔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양손으로 주먹을 쥔 채로, 얼굴 옆에서 ‘화이팅’하며 들고 있는 저 빌어먹을 사장이 너무 얄미웠다. 머리 위에 눌러쓰고있던 빵모자가 한솔의 손아귀에서 처참하게 구겨졌다.


“주문이 열 개 넘게 밀렸다구요...! 대체 빌어먹을 커피머신은 왜 들여와서!”

“화이팅!”

“이익...! 악마다 악마!”


이든은 허허로이 웃으며 주방으로 도망쳤다. 그때 한솔이 소리쳤다.


“레임! 사장님좀!”

“어, 어라?”


이든이 미묘하게 바뀐 기류를 느끼며 멈칫했다. 한솔이 문밖으로 나가고, 방 안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눈앞에 익숙한 파란 창이 떠올랐다.


『<긴급 퀘스트!>


1. (용기 팡팡 아몬드쿠키씨/의뢰인 김민지)를 만드시오. (완료!)

2. 상품 판매를 완료하기 (실패!)


성공시 : 1500(*10)원

실패시 패널티 : 랜덤』


『[SYSTEM]


퀘스트 실패! 패널티가 발동됩니다.』


이든은 무언가 잘못됨을 감지하고 레임을 쳐다봤다.


“어라, 레임? 왜?”

“왜긴 왜야. 가서 1500원어치 패널티나 받아.”


퉤.


방이 마치 이든을 뱉어내듯 문밖으로 내쫓았다. 데굴데굴 굴러 밖으로 쫓겨난 이든의 앞에서 마법당의 문이 쾅 닫겼다. 문앞에서 서 있던 한솔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든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끌고 갔다.


“너네... 언제 그렇게 친해졌니...?”

“땡땡이 치는 사장님 잡으러 다니다 친해졌어요. 진짜 양심 어디감?”

“너네 정말 너무한다...”


이든은 눈물을 머금으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일하기 싫어... 매니저가 구박해... 징징거리던 입은 카운터에서 영혼 나간 얼굴로 미친 듯이 커피를 뽑아내는 알바생을 보고 다물렸다.


...역시 알바를 하나 더 뽑아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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