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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날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7 22:09
최근연재일 :
2021.08.07 22: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48
추천수 :
12
글자수 :
60,731

작성
21.07.31 23:20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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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5. 네가 왜 여기서 나와

DUMMY

5.




김인호. 27살. 올해 경찰공무원에 합격한 따끈따끈한 신입이다.


지금이야 평범하게 경찰이 되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때만 해도 인호의 삶은 꽤나 피곤했다.


잠은 고시원에서,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쪽잠, 새벽에 알바를 하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삶이었다. 적어도 어려움 없이 의식주는 해결되기에, 그렇게 불행한 삶은 아니지만 편하지도 않은 피곤한 삶.


6번째 탈락 소식과 함께 어머니의 간암 확진 소식을 한순간에 전해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호는 아르바이트도 펑크를 내고 새벽 내내 정처없이 걸었다. 한참을 울다 지쳐서 빨개진 눈을 하고 멍하니 길을 따라 걷는데, 눈 앞에 희미하게 불이 켜진 가게가 보였다.


인호는 홀린 듯이 가게 앞으로 다가가 간판을 바라봤다. 마법당. 센스도 없이 촌스러워 보이는 간판이었지만, 어쩐지 가게 안은 포근해 보였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손님이세요?”


인호는 흠칫 놀라며 튀어나온 사람을 쳐다보았다. 이든이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얼굴이고 앞치마고 밀가루를 잔뜩 뭍히고 있었다.


이윽고 손님이냐고 묻는 이든의 말을 깨달은 인호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새벽 5시였다.


“오픈은 7시지만 막 만든 빵이 있어요. 오븐에서 갓 나와서 아주 맛있을거에요.”


이든은 가게 안쪽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인호는 얼결에 이든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보았던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작았지만 오히려 작아서 더 포근한 것 같았다.


“손님에게 딱 맞을 빵이 하나 있어요.”


인호는 이든이 내미는 빵을 바라보았다.


‘기운 내요 딸기크림빵/의뢰인 김인호’.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걸 의아하게 보는것도 잠시, 인호는 이든의 눈치를 보았다. 당장 앞길이 막막한데 빵 한조각 사먹는 것도 이제는 사치인 것 같았다.


“오늘 개업하는데, 손님이 첫 번째 손님이시니까요. 서비스로 드리는거예요.”


이든은 인호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쨌는지, 앞으로 많이 와주셔라 너스레를 떨며 빵을 안겨주었다.


인호는 망설이다 손에 쥔 빵을 한입 베어물었다. 부드러운 빵을 물자 속에서 촉촉한 딸기맛 크림이 삐져나왔다.


‘와.’


맛있다.


인호는 조용히 감탄했다. 아무거나 잘 먹는 막입인데도 이든이 준 빵이 굉장히 질 좋고 맛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인호는 느끼지 못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응어리져있던 걱정거리가 한순간에 풀어져 나갔다.


입가에 묻은 크림을 슥 닦아내는데 문득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인호는 이든이 보지 못하게 고개를 휙 돌렸다.


그때 인호의 눈에 가게 앞에 붙은 하얀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바이트 구함>


평일 오후 4시 ~ 오후 11시

시급 8750원

주휴수당 있음

초보/주부 환영


인호는 가만히 자신이 들고 있는 빵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빵을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어차피 자신이 당장 시험에 다시 도전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컸다.


인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든을 불렀다.


“...저 사장님.”

“네?”

“알바... 필요하세요?”

“어... 뽑아야 하긴 하는데요...”


인호는 눈물젖은 손으로 자신을 슥 가리켰다. 이든은 얼떨떨해서 고개를 갸웃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갑자기?


뭐, 어찌되었건 알바를 뽑아야 하긴 했으니 잘 된 일이었다. 이든은 얼굴에 나타난 당황을 지우고 밝게 웃으며 인호를 맞이했다.


“좋아요. 잘 부탁해요, 알바생.”


그게 이든과 인호의 첫 만남이었다.



-



“이야, 저는 그 마법당이 이렇게 커질 줄 생각도 못했어요!”


인호가 잔뜩 들떠서 소리를 높였다. 경찰 둘과 이든, 세 사람은 찐당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이든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앉아서 인호가 치켜세우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든은 오래 전을 떠올렸다. 웬 큼지막한 남자애가 눈물자국이 말라붙은 채로 터덜터덜 걷는게 안쓰러워서 지켜보던 순간, 이든의 앞에 첫 번째 퀘스트가 떴다.


만들던 빵에 얼레벌레 마법을 부여해 남자애의 손에 쥐어주기도 잠시, 일하게 해달라는 말에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수많은 알바로 단련되어있던 인호는 썩 괜찮은 직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뭔가 꾸깃꾸깃 구겨져 있는 것 같았던 애가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을 보니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장성한 자식 보는 기분이구만.’


레임이 보면 저거 또 염병한다고 혀를 찰 소리였지만 이든은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어휴... 시험 다시 도전하겠다고 나가고 나서 네 빈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너만한 알바는 안 뽑히고... 매니저는 알바 좀 빨리 뽑으라고 구박하고...”

“저 여기 있는데요 사장님.”


언제 왔는지 한솔이 커피를 들고 찐당의 문앞에 서 있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이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솔은 들고 온 커피를 쟁반 째로 테이블에 쾅 내려놓았다. 이든이 흠칫 놀라며 꼭 맹수를 달래듯이 한솔의 어깨를 손끝으로 토닥였다.


“에이... 너 일 잘한다고 한거야...”

“치워요.”

“넵.”


한솔이 고개를 돌려 밝은 얼굴로 인호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인호씨.”

“아하하, 매니저님도 오랜만이에요! 아까 저 못 알아보셨죠?”

“모자를 그렇게 눌러쓰고 있으니까 못 알아보죠! 아무튼 잘 왔어요. 딸기 좋아하죠?”

“엇, 감사합니다!”


인호가 한솔이 건네는 빵을 받았다. 한솔이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의 앞에 아메리카노와 빵을 나란히 놓았다.


한솔은 싱글벙글 웃으며 앉아있는 이든을 보고 한숨을 한번 쉬고는 멀뚱히 앉아있는 인호의 사수에게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그나저나, 단순히 저희 사장님이 인호씨 지인이라 찾아오신건 아니신 것 같고... 이렇게 오신건 그냥 표창장 때문인가요?”

“아.”


인호는 한솔의 말을 듣고는 빵을 먹으려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사장님이 구해주셨던 허지수씨 있죠?”

“응. 그 사람이 왜?”

“허지수씨의 아버님이... 너무 감사하다고 사장님을 한번 뵙게 해달라고 하셔서, 표창장 건도 그렇고 겸사겸사 여쭤보려고 들렀어요.”

“뭐?”


이든의 얼굴이 옆으로 기울여지자 인호는 다급하게 손사래쳤다.


“아, 물론 내키지 않으시면 절대! 사장님 정보는 안 알려드려요! 말씀 안드릴게요!”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이든이 궁금해 하는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이든은 의아해하며 인호를 보며 물었다.


“아니, 뭐... 만나는거야 나는 딱히 상관은 없는데... 굳이 경찰분들이 이렇게 직접 찾아오면서까지 직접 연결해 줄 필요가 있나 싶어서. 너무 수고스러운데?”


그 말에 인호는 입을 딱 다물었다. 말해도 되나? 인호가 사수의 눈치를 보았다. 인호 대신 인호의 사수가 머뭇거리다 이든 쪽으로 몸을 기울며 속삭였다.


“그... 허지수씨 아버님이 청장님과 친분이 좀 있으시거든요.”

“...청장이면 경찰청장?”

“네.”

“....청장, 아니, ......친분이요?”

“네. 아진그룹 회장이시라는 듯 해요.”


......응?


뜻밖의 정체에 이든은 당황했다. 아진그룹이면, 차원이동자인 이든도 이름을 들어 알만큼 문화산업으로 유명한 그룹이었다.


허지수가 싱글맘에 임대아파트에 살아서 무의식적으로 집이 잘사는 건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거물인 사람의 딸을 구한 듯 했다.


이든은 말없이 지수를 떠올렸다. 허름한 행색에 삶에 찌든 듯한 얼굴이 먼저 생각났다.


‘...아니 대체 왜 그렇게 살고 있던거지?’


아진그룹 딸이라면서 힘들게 살고 있던 이유가 뭔지... 정말이지 미스테리였다.


그리고 그 때, 이든의 눈앞에 떠 있던 글자가 빨갛게 깜빡였다.


「단서와의 만남」


이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 타이밍에 글씨가 깜빡인다니. 누가봐도 허지수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 단서라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인호는 굳어진 이든의 얼굴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사장님이 불편하시다면 굳이 만나지 않으셔도...”

“아니야, 괜찮아. 만나보고싶어.”


이든은 빠르게 인호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그동안 단서라고 하던 것들은 전부 그 에펠리온이라는 이름을 달고있는 게임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에펠리온의 역사, 세계관, 그리고 사라진 npc.


누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게임npc로 여겨졌던 것을 모르겠는가. 그 정도는 한국으로 온 지 한 달만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단서에 가까웠던 것들은 에펠리온에 돈을 쏟아붓던 핵과금러와의 만남, 게임과 관련된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괴담같은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문화산업을 골지로 하는 한 그룹의 수장이 ‘공략’의 단서가 될 인물이란다.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됐다. 이든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꼭 만나보고싶어.”


이든의 대답을 듣고 사수는 잔잔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저희야 다행이지요. 어이쿠, 허리야. 그러면 이제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어, 벌써요?”

“아니 이놈이. 가서 순찰 돌아야 될 거 아냐.”

“아 맞다.”


인호가 깜빡했다는 듯이 이마를 때리며 사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일어나는 것을 본 이든이 한솔이 챙겨온 빵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서 다른 동료 경찰분들하고 좀 나눠드세요.”

“아이, 뭐 이런걸 다 주십니까. 허허, 잘 먹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닙니다. 그러면,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는 세 사람을 보면서 한솔은 이든의 옆에 가만히 섰다.


인호와 사수를 배웅한 이든이 고개를 돌리자 옆에 서 있던 한솔과 눈이 마주쳤다. 한솔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응? 왜?”


이든이 고개를 갸웃하며 한솔을 쳐다보자 한솔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응?”

"사장님 관심받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요?"


뜬금없는 한솔의 질문에 이든은 의문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싫어하지.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사장님 뭐 까먹은 거 없으세요?”


...까먹은 거?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이든은 자신이 뭘 잘못했나 기억을 더듬어봤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이든은 한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헐.”


기억을 지우는걸 깜빡했다...! 한바탕 인호의 사수에게 시달리면서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 나서 기억을 지워야지, 생각했는데 정작 기억을 지워야하는 이든이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든은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이제 꼼짝없이 사람들 앞에서 표창장 받게 생겼다. 불쌍한 머리카락만 쥐어뜯으며 자리에 풀썩 엎어졌다. 벌써부터 위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인생......”


작가의말

놀랍게도 연재시간은 오후 10시 10분입니다. 네. 대왕지각이에요........ 죄송합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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