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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서오세요, 마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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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7 22:09
최근연재일 :
2021.08.07 22:1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64
추천수 :
12
글자수 :
60,731

작성
21.07.28 22:15
조회
26
추천
2
글자
11쪽

2. 에펠리온

DUMMY

2.




에펠리온.


한국 게임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MMORPG게임. 다양한 컨텐츠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곳을 그린 듯한 그래픽, 수준 높은 스토리 때문에 가히 완벽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던 국산게임이다.


그래, ‘받았던’ 게임이다.


한창 인기몰이를 하며 유저를 쓸어모으던 어느날, 아주 큰 버그가 발생했다. 메인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PC가 맵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류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이를 패치한다고 들어갔던 긴급점검은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날 때 까지 끝나지 않았다.


제작사는 후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결국 점검은 무기한 연기.


그 전부터 조금씩 있어 왔던 버그 문제와 제작사의 운영문제까지 수면위로 드러나며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제작사는 묵묵부답. 기다리다 지쳐 유저가 전부 떠나버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국 게임의 역사와 흑역사를 모두 쓴 이 게임을 망하게 한 원인.


그 NPC는 그래서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하면,


“주문하신 아인슈페너 두 잔, 딸바라떼 하나 초코프라푸치노 하나 나왔습니다!”


한국의 어느 빵집에서 음료 만들면서 갈리고 있다.


-


“레임. 역시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상품에 음료를 추가한 게 잘한 짓이었을까?”


이든이 중얼거리며 주방의 작업대 위로 쓰러졌다. 널부러진 이든을 보며 레임이 혀를 찼다.


“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매출 늘었다고 좋아하지 않았어?”

“아... 아... 그랬지...”


어제까지만 해도 꽤 괜찮았다. 빵 먹으러 온 사람이 빵만 먹으라는 법이 있나. 빵만 파는거보다는 확실히 매출이 쏠쏠 했다.


오늘 근처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들이닥치지만 않았다면 이든은 계속 좋아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돈을 벌려면 그만큼 몸을 갈아넣는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알바생을 하나 더 뽑거나.


“야 알바는 그냥 쓰면 쓰이는 줄 아냐 그게 다 돈...”

“사장님 짜장면 왔어요!”

“오!”


한솔이 이든이 있는 찐당-한솔은 진짜 마법당을 줄여서 이렇게 불렀다-안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한솔의 손에는 짜장면 세그릇이 들려 있었다. 이든은 신나서 한솔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작업대에 유산지를 깔아놓고 상을 차렸다. 레임은 벌써 한솔이 뜯어준 자기 몫의 짜장면을 호로록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이든이 젓가락을 뜯으며 물었다.


“카운터에 애들만 둬도 돼? 안 바빠?”

“축구회 분들 이제 다 가셔서 괜찮아요. 하 진짜 뒤지는 줄. 무슨 신메뉴를 종류별로 다 시켜먹지? 돈이 남아도나?”


한솔의 투덜거림을 듣고 이든은 말없이 젓가락을 휘저었다. 이럴 때는 불똥 튀기 전에 그냥 얌전히 밥이나 먹는게 좋았다.


“아무튼 사장님은 괜히 음료를 추가시켜서...”


이런 이미 튀었나. 이든은 괜스레 한솔을 타박했다.


“거 참 바쁠때는 오늘처럼 내가 도와주면 되잖...”


『[SYSTEM]

퀘스트 발생!』


그때 이든의 눈앞에 스파크가 튀었다. 주변의 작은 소음이 멀어지며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시야가 노란빛, 보랏빛, 초록빛 베일에 싸이고, 그 너머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든은 살며시 손을 들어 눈앞을 가린 베일을 치웠다. 베일 너머로 훌쩍이며 우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두 사람이 살기에도 작아보이는 집. 집안은 쓰레기장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엉망이었다. 먹다 남은 컵라면과 과자봉지가 바닥에 엉망으로 놓여있었고, 꼬질꼬질한 옷차림에 4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제대로 밥도 챙겨먹지 못한 것인지 팔다리가 가늘었다.


「조용히 해! 시끄럽단 말이야!」


아이의 앞에서 한 여자가 손바닥을 휘둘렀다. 울고 있는 아이의 팔다리에 하나 둘 상처가 생겨났다. 아이는 훌쩍이는 입을 꼭 다물며 몸을 웅크렸다.


여자는 아이를 때리다 말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히스테릭하게 소리질렀다.


「아아아악!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흐느낌과 함께 아이가 여자에게 중얼거렸다. 작고 상처투성이인 손이 여자의 치맛자락을 잡았다. 이든은 온 신경을 집중해 아이의 입모양을 읽으려 했다.


「엄... 괜찮...」


그리고 그 때 여자가 이든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장님? 사장님?”

“...아.”


어깨를 흔드는 손짓에 정신을 차렸다. 이든은 무엇에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먹던 식기들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한솔의 손에 들린 짜장면 그릇도 들고 한쪽으로 치웠다.


“...뭐하세요?”


자연스럽게 먹던 짜장면을 뺏긴 한솔이 젓가락을 물고 어리둥절하게 이든을 쳐다봤다. 이든은 멍하니 대답했다.


“...의뢰가 들어왔거든......”


이든은 정신이 빠진 듯이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작업대를 소독하고 새벽에 미리 만들어 도우컨에 넣어놓았던 반죽을 꺼냈다. 한솔은 짜장면을 다 먹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레임에게 속삭였다.


“나 사장님 의뢰받는 거 처음 봐. 무슨 약한 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해.”


한솔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레임은 딴청을 피웠다. 그래, 뭐. 이번에도 마법적인-, 발설할 수 없는-, 어쩌구겠지. 한솔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 먹다가 뺏긴 짜장면을 다시 찾았다.


이든이 한솔의 성격을 잘 아는 것처럼 한솔도 이든에 대해 잘 알았다.


퀘스트-의뢰를 받는 모습은 처음 봤지만 의뢰받은 빵 만드는 모습을 처음 본 건 아니었다. 저럴 때는 주위에서 뭔 일이 생겨도 못 알아차린다.


한솔은 남은 짜장면을 후루룩 먹으며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아주 뒷정리는 내 몫이지...?”


한솔의 뒷모습을 보고 레임이 투덜대며 남은 그릇을 싱크대에 던져넣었다. 수도꼭지에서 자동으로 물이 나오고, 그릇이 저절로 움직여 몸을 씻었다.


이든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레임이 흥얼대는 소리가 마법당 안을 가득 채웠다.



-



“어? 내 짜장면 어디갔어? 한솔이는?”


이든이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물었다. 언제 다 만들었는지 작업대 위에 포장지에 싸인 빵이 곱게 놓여 있었다. 집중해서 의뢰로 들어온 상품을 만들다보니 짜장면도 매니저도 어디론가 증발하고 없었다.


레임은 혀를 차며 답했다.


“참 빨리도 묻는다... 다 불어서 그냥 버렸어. 솔이야 일하러 갔지.”

“뭣...? 안 돼!”


내 짜장면!


레임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 울상을 짓는 이든을 보며 말했다.


“의뢰 들어오면 주위 못보는거 언제 고칠래?”

“으...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 알잖아?”

“게을러 터져가지고. 평생 여기서 살 생각 아니면 수련이라도 열심히 해야할거 아냐!”

“아 알겠어. 잔소리하고는.”


이든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귀찮다는 듯 대충 대답하는 이든을 보며 레임이 중얼거렸다. 정말. 이렇게 패밀리어 조언 안듣는 주인도 없을거야...


“그래서, 이번 의뢰는 뭐였길래 이렇게 평소보다 정성을 다해?”

“아.”


이든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자신이 만든 빵을 한번 쳐다봤다. 자연스럽게 시스템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프지 말아요 자몽앙금빵/의뢰인 허지수’>


쌉쓰름한 맛이 강한 자몽으로 만든 앙금을 넣은 빵이었다. 의뢰로 만들어지는 상품은 의뢰인의 입맛에 맞게 제작된다. 어린아이가 먹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맛. 그러니까,


“아주 찝찝한 의뢰.”


의뢰인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손찌검 하고 있던 여자였다.


-


설명을 들은 레임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여자가 애 때리고 있었다며. 마법당은 간절한 마음, 그것도 선한 마음으로 들어오는 거 외에는 의뢰 안받아. 그냥 애가 입맛이 특이한거 아니야?”

“그건 아니야. 의뢰인은 여자쪽일거야. 그냥... 알 수 있어.”

“뭐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이든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휴, 됐어 몰라. 그냥 만든 상품 팔기나 하자.”

“저거 또 지 혼자 알아들을 소리하고 있네.”


레임은 혀를 쯔쯔 찼다.


대체 무슨 의뢰인지,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레임은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이든을 보여 예전을 생각했다. 아주 예전, 이 한국 땅을 원치 않게 밟기 이전.


이든은 제국 아카데미 마법학과의 골칫거리였다. 공부를 너무 못하거나, 사고를 많이 친다던가 하는 이유가 아니었다. 차라리 그런 이유였으면 좀 나았을텐데.


품행방정 성적우수. 교수님의 예쁨을 받는 모범생 그 자체. 이든은 어떤 의미로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어떤 의미로는 동정의 대상이었다. 선천적으로 작게 가지고 태어난 체내마나의 그릇. 이든의 마나수용력은 정말이지 마법사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만큼 적었다.


기초중의 기초인 생활마법이야 죽어라 연습해서 거의 통달하다시피 했지만, 이든이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안되는 분야가 있었다.


대량의 마나가 필요한 원소마법은 무슨 짓을 해도 쓸 수 없었다. 그로 인해, 불을 사용해야하는 가업인 베이커리 또한 물려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들 믿었다. 절대로 이든은 원소마법을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가업을 이를 수 없다고.


그런데 하루는 웬 모험가라는 놈을 데리고 오더니 레임에게 선언했다.


‘야, 나 원소마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히 레임은 믿지 않았다. 자신은 아주 오랜시간을 살아온 패밀리어였고, 이든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부터 쭉 집안의 패밀리어를 맡아왔으니까.


연륜으로 알 수 있었다. 이든의 저 쥐똥만한 마나로는 절대 원소마법을 쓸 수 없었다. 레임은 어떻게 하면 이든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지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하하하! 야 레임! 이거 봐! 작긴 해도 분명히 불꽃이라고!’


아니 근데 이게 되네?


이든과 그 모험가라는 놈이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원소마법을 배워왔다. 다른 마법은 못쓰고 오로지 불꽃 마법만 다룰 줄 알지만, 그것만으로도 가업을 잇기에는 충분했다.


이든은 그만큼 성실했고, 열정적이었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는 집착이 강했다.


그러니까 무슨 소리냐면,


“앗 뜨거, 아야. 야 레임! 싱크대 물 좀 틀어봐!”


지금 저렇게 얼빠진 것처럼 굴긴 하지만, 이번처럼 무언가 미심쩍은 일을 절대 모른척 넘어갈 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오지랖 넓고 집착도 있는 놈이 이번에도 무슨 사건에 엮이게 될 지 몰랐다.


‘뭐, 나야 뭔 일인지는 모르지만.’


레임이야 알 바는 아니었다. 자신이 의뢰를 받아오는 통로이긴 했지만 의뢰 내용은 알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었으니까. 레임은 그저 이든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랬다.


“야, 레임! 여기 사과깎는 기계라는게 있는데 이거 살까?”

“....알아서 해!”

“오! 계란 다져주는 기계!”

“하아....”


그리고 덤으로 제발 에펠리온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 주었으면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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