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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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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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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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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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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86. Forest orb

DUMMY

*


주먹만한, 에메랄드빛 구체.


완벽하게 원형으로 깎인 보석은 막대한 MP를 내부에 품고 있는 물건이었다.


‘녹림원Forest Orb'.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템이었고, 에너지 배터리로 쓰기 좋았다. 보통 초상술사들은 구형으로 생긴 오브 종류나, 혹은 지팡이 따위를 많이 사용한다.

그 외에 여러 개의 보석, 아티팩트를 연결시켜서 자신의 스킬 위력을 높이기도 했고. 릿샤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 여러 개의 장신구를 달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릿샤가 조율을 해낸 아이템들로.

제각기 공명을 일으키듯 그녀의 스킬을 돕는 역할을 한다.


릿샤의 펑퍼짐한 로브 안쪽에는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안쪽으로 달려 있기도 했다. 제냐가 전투에 나설 때 걸치곤 하는 로브와도 마찬가지다. 그가 블랙 리틀즈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이미 꺼내놓은 아이템을 로브 안쪽에서 꺼낼 때도 있었고. 아니면 로브 안쪽에 손을 넣어, 제스쳐를 취해 아이템을 꺼낼 때도 있었다.

그녀가 전투 중에 설정해놓은 인벤토리 창의 켜는 법은, 자신의 왼쪽 갈비뼈를 2초간 누르는 것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로브 안쪽에서 물건을 꺼내는 동작으로 보이리라. 그게 어떤 효력을 갖지는 않았지만. 릿샤는 그냥 그렇게 설정을 했다. NPC를 상대하거나, 혹은 조금 모자란 플레이어와 대인전을 벌일 때. 로브 자락 안쪽에 무수하게 많은 전략적 아이템을 숨긴 것처럼 보이니까. 괜한 신비감 조성으로 조금이라도 상대의 신경을 빼앗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냥 그녀 자신이 그럴싸해 보이는 제스쳐를 좋아한다는 이유도 컸고. 무한히 물건을 꺼낼 수 있는 신비로운 로브 자락같은 건 괜히 멋있어 보이지 않는가. 릿샤 애드윈, 아니 바르샤 애드윈은 남자아이같은 면이 조금쯤 있었다.


그녀는 전투에 나설 때 보통 인벤토리에 넣은 아이템 목록을 모두 외우곤 한다. 그래야 보지도 않고 곧장, 인벤토리 창이 켜졌을 때 아이템을 꺼낼 수 있으니 말이다.


전투 중에 사용하고자 하는 아이템들은 보통 미리 꺼내고 장착해두는 편이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꺼낼 수 있다면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릿샤는 주먹만한 크기의, 둔하게 반짝거리는 에메랄드빛 구체를 손 위에 올려두었다. 녹림원. 이전에 보스 레이드를 할 때 얻고, 또 사용을 하던 아이템이었다.


초상술사들이 으레 사용을 하듯 강력한 MP를 품고 있었고, 자신의 MP를 추가적으로 넣어 나중에 빼낼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어쨌건 강력한 에너지 배터리는, 곧 에너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 질량이 있다면 대단위의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릿샤 애드윈은 새가 질주하듯 날아가면서 녹림원을 손에 쥐고 스킬을 외웠다. 지금은 이동기술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트리플 캐스터였고. 쉴새없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여유가 남아 새로운 스킬을 욀 수 있다.


우우웅.


하고 그녀가 입술을 달싹거리는 와중에, 녹림원이 울었다. 무정물이 운다는 건 우스운 비유이지만. 실제로 그러는 것처럼 보석의 구체가 떨며 소리를 낸다. 릿샤 외에는 달리 들을 길이 없는 울음이기는 하다. 그러나 곧 모두가 알게 되리라. 울음에서 시작한 변화는 큰 폭풍이 되어서 주변을 삼킬 테다.


릿샤의 몸 여기저기에 달고 있는 악세사리들이 공명을 했다. 본격적으로 스킬을 발휘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만한 워메이지가 전력을 투사하면 적어도 토목 공사 스케일의 지형 변화가 일어나니까 말이다.


대도시에서 마스터 마기아급이 초상술을 남발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 각국의 대도시에는 상당한 규모의 정규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거기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존재 역시 상당한 억지력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막아선다면 고수 개인의 폭주는 쉽게 막힐 테였다.


알사드슈트 역시 사르삿이나 산슈카보다는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규모 있는 도시였다. 수 만은 아득하게 넘는 수의 주민들과, 또 그 외 플레이어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네였고.


다만 대공가의 저택 부지는 특수한 공간이기는 하다. 일반적인 NPC들이나 플레이어들은 거진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니.

이곳에서는 마음껏 힘을 좀 발휘해도 좋지 않겠는가. 빌어먹을 대공, 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흔을 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은 일일 테다.


릿샤는 그간 플레이 중에 그들을 계속 괴롭혀 온 대공을 짜증스럽게 여겼다. 고작해야 게임 내 NPC에게 감정을 투영하는 게 맞는 일인가, 물을 수도 있겠지만. 지나가는 모기조차 짜증을 내고자 한다면 낼 수 있는 게 사람이기도 하다.


돌멩이에게 화풀이를 하듯이. 릿샤는 전력을 선보이려 했다.


초상술사로서 전력 투사를 하고 나면 보통 MP 고갈이 일어나서 잠깐의 빈틈이 생긴다. 아무리 고강한 술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몇 초 정도 안에 끝낼 수 있으면 다행이다. 대부분의 초상술사들은 티를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어지럼증 효과 따위를 겪으면서 무대응 상태가 된다. 겉으로 멀쩡한 표정을 지으며, 이전에 걸어두었던 스킬을 유지하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가능할 테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위해서 녹림원을 꺼내든 것이다. 자신의 MP는 어느 정도 여력을 남겨놓고. 일을 저지르려고. 릿샤는 다시금 로브 자락 속에 손을 넣어 포션을 꺼냈다. 녹림원을 꺼낸 이후에는 반드시 물약을 마셔야 하니까, 차례대로 넣어두었다. 푸른 물약, MP 포션이었다. 둥그런 플라스크에 입구가 좁은 유리병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유리도 아니기는 하다. 유리처럼 보이는 특수한 재질이었고. 현실의 강화 유리와 비슷하다. 잘 깨지지도 않는다. 포션 상점에서 기초 포션을 산 다음에, 내용물을 전부 비워내고 고급형 물약으로 내용물을 싹 바꿔놓은 물건이었다.


기초 포션의 용기는 단단하고, 훼손되지 않는다. 또 무한에 가까운 수가 시장에 풀릴 수 있었고. 그래서 내용물 없이 버려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데.

내용물을 버린 뒤 새로운 것으로 채우고 사용을 하면 사라지진 않았다.


릿샤가 일일이 고수급 용의 푸른 물약으로 바꿔둔 것이었다. 릿샤는 입으로 코르크 마개를 호쾌하게 따서 내용물을 마셨다.


그러는 와중에도 MP를 다루는 일은 멈추지 않았고. 녹림원이라 불린 초록빛 구슬에서는 MP가 일렁인다. 구슬 형태로 정제되어 있었지만 작은 폭풍이라고 해도 그리 다를 게 없는 물건이었다. 오브Orb는.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릿샤가 사용한다면 아마 평균적인 위력보다 더한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그 작은 폭풍을 가지고 스킬을 빚어낸다고 했을 때.


아이템 박스, 인벤토리에서 포션 몇 개를 따다가 순식간에 삼킨 릿샤는 자신의 MP 역시 끌어올리며 스킬에 집중했다.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고수급을 넘어가고, 마스터 마기아라는 경지에 더욱 더 깊이 몰입을 할수록 릿샤는 단순한 운용을 찾았다. 스킬이 복잡한 건 물론 그만한 현상과 위력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지만. 기왕이면 단순한 과정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시전 속도를 줄이고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과정을 계속해서 간략하게 만드는 일이, 릿샤가 집중한 부분이었다.


본, 플래시, 블러드로 파트를 나눈 뒤 다양한 스킬들을 재조합 하는 방식 역시 그런 고민에서 나왔다.


지금 사용하는 건 사실 일정한 스킬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MP 운용, 이라는 패시브 스킬에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능력을 사용하는 것뿐이기도 하고.


MP는 거대하며 방대한 에너지 체계였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SP를 긁어모아 ’술사‘가 MP로 바꾸어 놓으면. 그것들은 술사에게 복속되어 계속해서 머무르게 된다. 조금 더 분명하고 정밀하게 표현하자면 MP에는 에센셜 파워가 있었고, 소모하는 유저블 파워가 있었다. 굳이 언어를 따지고 들자면 두 가지 모두 ‘사용’하는 것은 맞았지만. 어쨌든 유저블 파워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MP에 해당한다.


에센셜 파워는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사람’ 내의 여러가지 기초 물질들과 비슷했다. 온 힘을 다 끌어내어 쓴다고 하더라도, 생존 가능한 수준에서 힘을 발휘하지. 내부에 있는 온갖 물질들을 다 태워서 한 순간에 힘을 발휘하진 않잖은가.

사력死力을 다하는 지점에서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 에너지라고 불리는 MP역시 비슷했다. SP를 끌어모아 MP용의 그릇, 술사만의 체계를 잡는 게 시간이 늘 오래 걸리고, 고된 단련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한 번 기틀을 잡아두면, 그 기틀 위에 유저블 파워를 손쉽게 모집해서 저장해둘 수 있었고.


가끔 특이한 스킬들 중에는 유저블 파워가 아닌 에센셜 파워마저 사용하는 종류가 있었지만. 그건 HP를 소모해서 한 순간 폭발적인 힘을 얻는 기술들과도 비슷한 부류였다. 정상적인 건 아니었고. 큰 대가를 지불해서 원래는 얻을 수 없는 거대한 위력을 얻겠다는 발상이었는데.


간혹 생명을 도외시한 플레이에서 나올 수 있는 스킬이기는 했다. 플레이어 캐릭터만이 아니라, NPC들의 행동에서도.

흔히들 무협 따위의 소설에서 진원진기珍原眞氣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무엇이기도 하다. 그런 에센셜 파워는.


릿샤 애드윈은 급한대로 들이킨 물약 포션들이 위장에서 출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와중이라 더욱.


그녀는 이번 스킬에서 진원기, 그러니까 에센셜 파워를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지간해선 쓸 일이 없을 테였다. 고작해야 MP 고갈로 어지럼증 따위를 겪는 것과는 격이 다른 손실이다. 그런 스킬들은.


다만, ‘녹림원’이라는 오브를 구성하는 진원기는 쓸 셈이었다.


거대한 에너지를 다루는 방식은 간단하다.


MP라는 건 말을 잘 듣는 에너지를 뜻했고. 사용자가 원하는 갖가지 행동들을 자신의 성질로서 기억하는 에너지를 의미했다. 진원기는 부대에 먼저 배치를 받은 선임병같은 역할을 하며, 부대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 간부와도 같다.


그런 간부진과 선임들의 위계 질서 안에, 신병들이 계속 들어오며 제대로 된 병사로서 기능을 하게 되고. 그런 신병들이 계속 차출되어 작전을 수행하는 게 MP가 쓰이는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MP는 높은 수준에 이르고, 단련되면 단련될수록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MP 자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MP를 다루는 술사의 역량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오랜 시간 단련을 한 능력자를 짧은 시간만에 성취를 보인 천재가 따라잡기 아주 어려웠다. 이론적으로는 말이다. 세상에는 이론을 뛰어넘는 천재성들이 종종 있기도 했고.


또한, 플레이어들은 대개 그런 천재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MP에 대한 감응성, 적성 따위를 최상위로 적용받아 캐릭터를 키우기 시작하니 말이다. 모든 NPC가 갖고 싶어하는 신체와 재능을 가진 채로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플레이한다.


아무튼.


초상술사는 그렇게 MP를 다루어 복잡한 작전을 수행하기도 한다. ‘복잡한 작전’이 곧 스킬이었다. 그러나 때로는, 닥치고 돌격하라, 라던가. B지점으로 이동하기만 해, 식의 단순한 명령도 사용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명령이 더욱 간단하고 사용하기 쉬우리라.


대개의 경우에는 그런 간단한 명령 뒤에 이어지는 명령이 있어, 단계적으로 스킬을 형성하게 되지만. 릿샤는 그런 복잡한 절차를 대부분 잘라버렸다.


녹림원이 아티팩트로서 기능하게끔 만들어주고 있는 아티팩트의 에센셜 파워를 모조리 소모하여서. 거대한 에너지를 그냥 투사할 셈이었다. 그냥 거대한 연료통에 불을 붙이고 던져버리는 일과 비슷하다. 무식하고 원시적인 용법이었지만. 때로는 그런 게 잘 먹힌다.


릿샤가 손에 든 흑각을 휘저었다. 그리고, 날고 있는 와중에 녹림원을 휙, 자신의 앞으로 던진다.


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릿샤였기에. 그만한 운동 에너지를 녹림원도 갖고 있어서 릿샤의 앞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녹림원 자체가 운동성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뒤에서 가속을 반복하는 릿샤에게 따라잡히고 부딪히게 되리라.


우우우,


하고.


아티팩트가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녹림원은 손에서 떨어졌으나 자체적인 추진력을 얻었다. 그것의 근처에, 몸통의 색깔을 닮은 초록빛이 연기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릿샤의 몸 근처를 감싸고 있는 바람 줄기의 연기들과도 또 달랐다. 녹림원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는 마치 고운 입자와도 같았다. 고운 모래 가루가 흩어지는 것같은 모양이다. 공기 중에 퍼져 그대로 사라지지는 않았고. 그저 근처에 맴돌며 신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녹림원은 릿샤의 손에서 벗어났으나, 그 앞에 둥둥 떠다니며 속도를 유지했다. 고속으로 이동하는 릿샤의 가슴께 앞에 고정된 것마냥 있는 셈이다. 흑각을 휘두른다.


입으로는 계속해서 집중하며 언령을 주절거렸다. 간단한 방식이지만. 간단하다고 하더라도 집중력은 필요한 법이었다. 달리 말하면. 거대한 에너지를 다루는 스킬이기에 그 과정이 간략화되고 단순한 방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코끼리를 끌어다가 복잡한 루트를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는.


그냥 일직선으로 끌어서 목적지에 도착하게끔 하는 것이 훨씬 간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끌어야 하는 게 작은 요크셔 테리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릿샤가 스킬을 위해 다루는 MP가 거대해진 이유는, 단연 녹림원이라는 아티팩트를 모조리 소진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원래 이러려고 가져온 물건이었다.


일회용으로 쓰기에 적합하냐, 고 묻는다면 모두가 아니라고 할만한 아이템이었다. 얻은 지 깨나 시간이 지난 물건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재료 아이템 삼아서 여러 복합적 아티팩트를 만들어내거나, 강화를 거치면 이후 레벨대에서도 충분하게 써먹을만한 물건이었다. 초상술사로서 주력 아이템에 넣기 충분한 고급품이었다.


그러나 릿샤는 그냥 써먹기로 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집중하며, 거대한 코끼리를 정해진 장소에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막대한 MP를.


녹림원이라는 아티팩트를 박살내서 그로부터 MP를 뽑아내는 중이었다. 녹림원 내에 있는 MP들은 또 릿샤가 충전한 것이라. 그녀의 것이 많았지만, 아티팩트를 이루는 에센셜 파워는 릿샤의 것이 아니었다.


그를 위해 길을 선도할 목적으로, 자신의 MP를 더욱 투입하여 스킬을 운용해야 한다.


어리버리한 신병들이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서, 그 수많은 인력을 감당하기 위해 병영의 간부-선임진이 총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MP 포션을 마신 거였고.


녹림원이 울면서, 그로부터 MP가 흘러나왔다. 시각적으로도 보이는 고운 입자이다. 초록빛의 입자, 혹은 그것이 더욱 퍼져서 형성하는 안개.


몇 초 정도 계속되었고. 그건 아주 긴 시간이었다. 그들에게 허락된 얼마 남지 않은 전체 시간 중에서 셈한다면 말이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도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는 대공가의 병력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그 표정을 살펴보지 않아도, 흉신악살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게 뻔했다. 미친 짓을 저지른 셈이었으니까, 그들은.

누가 감히 산슈카의 국운이 쇠하지도 않았는데. 대공大公의 저택에 침입을 하고 패악질을 부리겠는가. 그들이 여태 퀘스트를 깨면서 얻어온 여러가지 정보나 정황들을 제하고 본다면. 헌터즈 길드원들이야말로 세상에 다시 없을 흉악범들인 상황이었다.


그 정도의 침략을 겪은 상황이니. 대공가 내에 있는 여러 병력들의 눈이 돌아버리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한 거다.

골탕 좀 먹이기 위해서.


여태까지는 대공가의 암습 따위에 일방적으로 당해오기만 했다. 잠을 자다가도 당하고. 플레이 도중에도 당하고. 그것이 은근히 릿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었다. 퀘스트의 주인인 메인 플레이어는 제냐 킴이었지만. 길드로 엮여 있었고, 그녀의 팀이었다.


고로 그녀 역시 피해를 상당히 보았고. NPC가 프로그래밍된 행동을 하는 것뿐이라지만. 그녀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했다. 어찌 보면 조금 과한 손속일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그다지 과하다고 생각치 않는다.


저 멀리에 진형을 잡고 있는 기사들의 무리가 있었다. 언뜻 보아서는 스물 몇 명 정도 되어 보였다. 그보다 더 많은 수가 분명 있을 텐데. 올 때 먹였던 몇 가지 범위 스킬이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병영 본채 건물에는 거하는 인원이 많지 않았고. 운좋게 기사들이 적은 루트로 그들이 들어왔을 수도 있었다.


기사단 전 인원이 항상 병영에 머무르며 모여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찌되었든. 정면에 있는 저들만 피하면 당장 크게 막힐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포위망을 좁혀오는 이들의 속도도 만만찮았지만. 헌터즈 길드원들의 속력 역시 ‘재빠르다’라는 표현으로 다 말하지 못할만치 빨랐으니까.


아래에서 뛰고 있는 사자 역시 거진 반쯤, 날고 있었다. 한 번 발을 뗄 때마다 수 초 이상을 허공에 머무르고 있었으니. 땅에 착지하는 순간에 완벽하게 운동 에너지를 잃지 않고, 계속 도약을 하고 가속을 하며 쭉쭉 뻗어나가는 중이었다. 갈색 매와 릿샤가 거의 손속을 두지 않고 질주를 하고 있는데. 비행을 하는 이들에 비해 뒤지지 않고 있다.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저런 상황에서 적당한 보호벽 스킬만 지원으로 받고, 그대로 몸뚱이로 상대를 들이받으면 어지간한 필살기 못잖은 위력일 듯했다.


사자의 등에 타고 있는 제냐는 몸을 안쓰러울 정도로 바짝 붙이며 갈기털 안쪽으로 숨었다. 떨어진다고 죽는 건 아니었지만. 까딱하면 일행에서 분리되어 수많은 병력들을 혼자 상대해야 할 지도 몰랐으니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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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308. 박제가 될 뻔한 천재를 아시오 24.05.11 9 1 23쪽
308 307. 파고 들기 24.05.10 8 1 21쪽
307 306. 제 몸 살라먹기 24.05.10 7 1 12쪽
306 305. 늑대의 뱃속에서 24.05.10 6 1 13쪽
305 304. 뇌검雷劍 24.05.09 8 1 24쪽
304 303. 검은색. 금청색. 24.05.08 9 1 23쪽
303 302. 앞니와 검날 24.05.05 16 1 20쪽
302 301. 눈알 24.05.05 10 1 15쪽
301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13 1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7 1 14쪽
299 298. 걸음 24.05.04 8 1 15쪽
298 297. 어지러운 생각 24.05.03 9 1 15쪽
297 296. 제냐의 경우 24.05.02 12 1 21쪽
296 295. 세이드 소마 24.05.02 8 1 17쪽
295 294. 이슈칼의 경우(2) 24.05.02 8 1 16쪽
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9 1 19쪽
293 292. 벨케임의 고뇌(2) 24.05.01 12 1 22쪽
292 291. 벨케임의 고뇌 24.05.01 9 1 19쪽
291 290. 길드원員의 회의 24.04.30 10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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