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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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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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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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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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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69. 비척거리며 기다

DUMMY

*


게오르그 후딘은 죽지는 않았다.


어쩌면 본인은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은 꼴도 있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쟁터의 바닥을 구른 베테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헌터즈 길드 일행이 게오르그를 그런 꼴로 만들지는 않았다. ‘플레이어적 한계’라는 게 게임에는 있었다. 이 게임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고. NPC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의 정서를 위해 보호하는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점을 넘는 행위는 하기가 극히 어렵다.


성교性交가 그렇다. 아무리 NPC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섹스 씬Scene을 플레이어가 구경하거나 경험할 수는 없었다. 같은 의미로, 자위 행위 역시도. 절정에 이르는 성감대는 시스템AI가 플레이어에게 구현해주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게임은 성인전용 게임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성인이라고 해서 선정적인 문물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여도 되는 게 아니었지만. 성인이 그러하다면, 미성년들은 더욱이 보호받아야 한다.


아무튼 잔인한 쪽이던, 성性적인 쪽이던. 플레이어가 경험하지 못하도록 막는 한계점이 있다. 그 한계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은, NPC를 지나치게 고문하거나 하진 못한다.

물론 NPC의 힘을 빌리면 가능은 하다. 그렇게 되게끔, 상황을 유도해두고 퀘스트 씬의 흐름을 지켜보면. 정확히 그 ‘장면’은 볼 수 없더라도. 차후에 퀘스트 로그Log로 알게 되는 것이다.


NPC 중 누가, 대강 고문을 했다고.


성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NPC와 성적인 결합을 하고 결혼을 하는 행위 자체는 플레이어에게 가능한 부분이었다. 잠자리에 든다면, 직접적인 섹스 씬Scene은 스킵된다. 마치 이용가, 관람가가 정해져 있는 컨텐츠를 구경할 때처럼.


스킵Skip된 씬이 있고, 그 이후에 NPC와의 감정적 교류나 관계가 있을 뿐이었다. 밤 중에 사랑을 나누어서 부부 간의 관계가 돈독해졌다느니, 하는 연출 따위를 느낄 수 있을 테다.


‘악惡’ 성향의 극한치를 맛보고자 하는 이상한 플레이어들이 물론 가끔 있었다. 그런 작자들은 그런 스킵되는 씬에 개의치 않고 멋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플레이어가 ‘느낄 수 없도록’ 되어있을 뿐이지, 강제적으로 행동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기는 하다.


눈을 감은 채 상대를 때리는 것과 같다. 때리는 손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저 예상한 감, 추론만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어야 했다.


무저항 상태의 상대에게, 그저 고통만을 위해서 공격 기술을 사용하는 건 그렇게 시스템이 막아두었으나.

자신의 성향치를 최악으로 치닫게끔 하려 일부러 자행하는 자들도 있었다.


보통 그렇게 지독하게 구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무슨 특별한 퀘스트라도 받아서, 마왕魔王이라도 되고자 길을 걷고 있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시스템 적으로 일정 부분 막아둔 것을 억지로 파훼해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법이다. 쾌락을 즐기려 하는 이조차, 그 쾌락 부분을 시스템이 막아두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고문은 그런 연유로 대개 불가하다지만. 이미 패해서 잡혀 온 적, 게오르그 후딘을 죽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즈 길드원들은 그를 살려두었다.


보통 길드원들의 행위는 ‘제냐’의 뜻에 따를 때가 많았다. 무조건적으로 어린 청년의 의견을 따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되고, 아니어도 될 때는. 보통 제냐가 주도자가 된다. 길드 마스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건 제냐의 결정이 대개 헌터즈 구성원들의 뜻과 일치한다는 말도 되었다. 딱히 억지로 따르는 건 아니었고. 마음이 맞았다는 이야기다.


제냐는 굳이 성향치, 를 선악에서 악쪽으로 기울게 플레이하지 않았다. ‘굳이’ 말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사안이라면, 관용을 베푸는 것이 더 낫다.

사람은 뒷 일을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고. 제냐의 인생관이나 성격이 단지 그러한 탓도 있다.


게오르그 후딘이 죽을 자라면 굳이 그들이 험하게 손을 쓰지 않아도 죽을 테였다. 헌터즈 길드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


“끄어어······.”


약 기운이 빠져나가며 게오르그 후딘은 고통을 겪었다. 의도적으로 고문을 한 건 아니었으나. 여러 종류의 스킬들을 겹쳐 맞은 터였고. 몸이 약해졌을 때 먹게 된 자백제 따위가 부작용을 일으킨다.


죽음에 이르는 고통은 아니었고. ㅁ몸이 정상화되면서 생기는 고통이었다.


베테랑 워메이지. 사내의 머리칼은 엉망으로 헝클어졌고. 동굴 바닥에 제 뺨을 비비면서 짐승처럼 울었다. ‘끄어어어’ 비명을 토했지만.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공허한 메아리만 동굴 속을 울리고 채운다.


공작가, 공작령에서 말을 타고 사나흘 길은 떨어진 곳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산슈카에 여러 경치와 자연 환경이 있었지만 황무지에 속하는 자리였고. 사람이 다니는 일정한 가도가 있는 곳이 아니기에. 드넓은 땅에서 게오르그를 우연히 발견해 줄만한 사람은 없었다.


사내는 극심한 신경통을 느꼈다. 초상술사로서 가지는 MP 고갈이 장기화되면서 두통이 심했는데. 그와 맞물려서 일어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기력술사는 아니어도 그 또한 초인의 한 갈래였다. 원시적으로 구분을 하자면 기력술사, 초상술사, 아티피서는 결국 모두 같은 것이다. SP를 MP로 벼려내고. 기력술사들이 특수한 방식으로 고밀도 집약한 에너지를 ‘기氣’라는 이름으로 달리 부를 뿐이다.


MP라는 건 보이지 않는 뇌파로 연결되는 것인지. 자세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어도 사용자의 마음 속 바람을 어느 정도 이루기 위해서 작용作用하는 힘이었다.

기력술을 오래 단련해 온 인간의 몸이, 기를 제하고 보더라도 튼튼해지는 건 그런 이유였다. 엘리트 계열의 테이머들이 펫을 강화하는 이치도 같았다.


초상술사들의 MP가, 어떤 특정 계열 스킬에 특화되어가는 것도 마찬가지고.


초상술사들의 힘도 오랜 시간 전쟁터를 거쳐오다 보면, 사람의 몸을 강화한다. 미약한 효과이고. 개중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


게오르그 후딘은 전투에 몸담은 세월이 길어 더욱 강인한 편이었다.


그의 신체는 이것으로 죽지는 않는다. 그들, 그를 납치했던 이들이 떠나기 전 HP 물약을 부어주고 간 것도 유효했고.


벌레가 바닥을 기듯.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게오르그 후딘은 바닥을 비척거리고 긴다.


쓸쓸한 사막의 공기가 동굴 안을 훑고 지나갔고, 엉망인 꼴의 사내 뒷머리도 더듬고 갔다.


휘우우우,


바람은 동굴 내부에 휘몰아치며 기묘한 울림을 내기도 한다.


게오르그는 끝없이 신음하며, 하루 이틀 정도를 더 머물러야만 했다.


정신을 차린 뒤에 사내는 자신이 갈 바를 정해야 했다.


약물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공작의 계획에 대해 다 떠벌리기도 했고. 아는 만큼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애초에 공작가로부터 받았던 임무는 실패나 거진 다름이 없었다. 이 정도로 계획이 늦춰졌으니. 그가 방해하고자 했던 산슈카와 벨베르 공화국 간의 회담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테다.


공작은 전란을 바라는 인물이었다. 그의 뜻대로 간다면 아마 산슈카를 뒤덮을 전쟁의 불길이 곧 오게 되리라.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대공가에 딱 붙어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음모를 꾸미는 놈의 아래에 있으면, 적어도 모르고 당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그런 게오르그 후딘의 인생 경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알사드 대공의 곁에 있기도 힘들어졌고. 홀로 살아남아야 할 판국이었다.

크게 당했으나 죽지는 않았으니 능력은 그대로였다. 상처만 회복을 한다면 도망칠 수는 있었다. 나름대로 게오르그 역시 강력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고. 그를 잡기 위해 대공가의 전력이 동원되지 않는다면 할만한 도박이었다.


세르게이 알사드라는 작자의 괴랄함, 집요함, 지독함을 알기에 그동안 실행하지 않았던 일이었으나. 불가항력적으로 선택지가 그뿐이 되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육신을 온존할 수 있다면 도리어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만일 최악의 경우로만 사태가 진행이 된다면. 근시일 내에 알사드 대공에게 잡혀 혹독한 고문을 받고 죽어갈 수도 있었지만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대공의 눈, 그리고 수족들은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르는 면이 있었다.


게오르그 후딘은 깨나 높은 위치에 있던 부하였음에도 대공의 조직에 대해서 모든 걸 알지 못했다. 자신이 부리고 있는 휘하의 단원들이 있었고. 또 각지에 퍼져 있는 인원들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파생된 여러 조직들이 분명 더 있을 것이다. 대공의 본가에서 직접 지휘하는 자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명을 받아 움직이고 있는 간접적인 조직원들. 일반적인 민간인들로 위장하고 있을 작자들.


풋내기 암살자도 있고, 본격적인 암살자들도 있을 테였고. 방심하고 살아가다가 평화로운 어느 날. 잠깐 들른 카페에서 뒷덜미를 베여 죽을 수도 있는 게 ‘대공’을 적으로 돌린다는 말이었다.


초능력자, 그것도 깨나 고강한 인물로서 타인의 무력에 대해서 겁을 먹을 필요가 많이 없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매순간 긴장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건, 여간 피로한 일이 아니었다.


세르게이 알사드는 게오르그 후딘이 아는 한, 가장 머리가 좋은 사이코패스였으니 말이다. 언제 허를 찌를 지 모른다. 어떤 방식으로.


“끄으으으으···.”


어쨌든 고민은 뒤로 하고. 사내는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곤 비틀거리며 동굴 밖으로 벗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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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307. 파고 들기 24.05.10 8 1 21쪽
307 306. 제 몸 살라먹기 24.05.10 7 1 12쪽
306 305. 늑대의 뱃속에서 24.05.10 6 1 13쪽
305 304. 뇌검雷劍 24.05.09 8 1 24쪽
304 303. 검은색. 금청색. 24.05.08 9 1 23쪽
303 302. 앞니와 검날 24.05.05 16 1 20쪽
302 301. 눈알 24.05.05 10 1 15쪽
301 300. 나무 위의 사색 24.05.04 13 1 28쪽
300 299. 걸음(2) 24.05.04 7 1 14쪽
299 298. 걸음 24.05.04 8 1 15쪽
298 297. 어지러운 생각 24.05.03 9 1 15쪽
297 296. 제냐의 경우 24.05.02 13 1 21쪽
296 295. 세이드 소마 24.05.02 9 1 17쪽
295 294. 이슈칼의 경우(2) 24.05.02 9 1 16쪽
294 293. 이슈칼의 경우 24.05.02 9 1 19쪽
293 292. 벨케임의 고뇌(2) 24.05.01 13 1 22쪽
292 291. 벨케임의 고뇌 24.05.01 9 1 19쪽
291 290. 길드원員의 회의 24.04.30 11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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