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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담 님의 서재입니다.

나비의 꿈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정한담
작품등록일 :
2012.11.14 16:25
최근연재일 :
2013.01.31 22:43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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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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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글자수 :
47,563

작성
12.11.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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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김재욱

DUMMY

‘빌어먹을~. 미국도 러시아도 아닌 한국의 서울 한복판에서 총질을 해대는 미친놈이 있다니.’ 어깨에서의 통증을 느낄수록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욕지거리를 참을 수 없었다.

지금의 내 실력이란 것이 지난 세계 같았으면 삼류 무사 딱지를 막 벗어난 실력밖에 되질 않는데, 그런 어설픈 실력으로 너무 방심했었다.

총에 대해 막연히 준비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실전에서 전혀 대응을 못하다니.

어깨가 아니라 머리통이라도 맞았으면 어쩔 뻔 했을까 생각하니 준비도 없이 거들먹거린 나 자신에게 화가 치솟았다.

강태수 놈이 손을 뒤로 감추고 있을 때부터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너무 경시했었다.

나는 강태수 놈을 붙잡고 있던 손을 떼어 어깨를 만져 보았다.

화끈 거리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붉은 핏자국과 함께 어깨 쪽이 헤어진 옷으로 인한 짜증을 막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떼쟁이 마녀가 어머니에게 떼를 써서 강제로 입힌 옷인데……높은 가격에 망설이던 어머니도 내가 입자 옷태가 난다며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되면 그 잔소리를 어떻게 들을꼬,.’

아르마니인가 뭔가 하는 메이커라는데 가격표가 900만원이 넘던 옷이다.

단 하루를 넘기질 못하고 이 꼴이 났으니…….

“어휴~ 거기 너~!”

“네, 넷? 저 말입니까?”

여자 딜러들 속에 얼굴을 묻고 있던 하얀 얼굴의 사내놈이 주춤 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우리가 도박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가장 윗사람인척 여러 무리를 부리던 놈이 막상 싸움이 시작되자 재빠르게 도망을 쳤었고, 지금은 여자들보다도 먼저 얼굴을 묻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 뒷골목 깡패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놈이었다.

“이름이 뭐야?”

“무, 문형근입니다.”

나는 문형근에게 내 상의를 벗어 주었다.

“이, 이걸 왜?”

“‘빅토리아’ 백화점에 가서 이것과 똑같은 옷을 사오도록 해.”

나는 강태수의 지갑을 뒤져서 카드를 꺼내 놈에게 주었다.

“아니, 회장님! 저 놈을 어떻게 믿고 심부름을 시키십니까?”

꽁치란 놈은 싸울 때는 가장 후미에 서 있더니 어느새 나서서 토를 단다.

이럴 때 보면 이놈 간은 배밖에 나와 있는 것 같다.

내 눈빛이 살벌했는지 찔끔 하고는 뒤로 물러나기는 하나 별로 겁먹은 표정이 아니다.

도대체…… 에휴 더 말하고 싶지 않다.

“꽁치 그렇게 못 믿겠으면 네가 따라갔다 오면 될 것 아니야.”

“히히, 알겠습니다. 횡~ 하니 다녀오겠습니다.”


정리되는 주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춘삼이 놈이 웬 여자 하나를 데리고 왔다.

얼굴에 눈물 자국으로 얼룩이 진데다가 얼굴 한 쪽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나는 공포에 젖어서 눈의 총기마저 사라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미 알 수 있었다.

저런 눈동자는 예전에도 여러 번 봤었다. 공포나 약물에 의해 정신가 흐려진 상황이다.

그녀의 팔뚝을 보니 여러 개의 주사자국이 시퍼렇게 멍처럼 들어 있었다.

강태수가 사채업에 마약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바로 피해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강태수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그의 무릎 뼈를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 빠직

내 손가락 사이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릎의 양쪽 연골 뼈가 부러졌으니 아무리 치료를 잘 해도 앞으로 예전처럼 뛰거나 달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쇄응조’라고 불리우는 조법은 하늘을 나는 매가 먹이를 낚아챌 때의 동작을 본뜬 것이다. 지금 내가 손가락에 조금만 힘을 준다면 강태수의 무릎의 뼈와 심줄을 밖으로 뜯어낼 수 있으리라.

이미 넋이 나갔던 강태수의 입에서는 다시금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다른 한 손으로 놈의 목젖을 부여잡았다.

단 한숨의 힘만으로도 짐승 같은 놈의 목을 꺾어버릴 수 있다.

제길.. 지켜보는 눈동자가 너무 많다. 잠시의 망설임이 있었으나 결국 손가락의 힘을 풀었다.

흰자위가 점점 많아지던 놈의 눈동자가 서서히 본래대로 돌아왔다.

이렇게 흥분해서 요란을 떠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강태수의 머리를 양쪽 손으로 잡고 초점이 없는 놈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속삭였다.

“쓰레기 같은 놈의 피를 내 두 손에 묻히기 싫구나. 강태수~ 네 놈의 악행에 대한 책임은 너 스스로 지도록 해라. 책임은 네 목숨으로 갚는다. 명심해라. 앞으로 사흘 안이다.”

누군가가 내 눈동자를 보았다면 푸른색의 번쩍이는 빛을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빛은 오로지 강태수 만이 보았을 뿐이다.

‘천상심공’의 공능 중의 하나인 ‘제혼법’을 이생에서 처음 사용한 순간이다.

정신이 어찔하고 쓰러질 것 같다.

제길.. 이놈의 세상에서는 무리인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지만 배멀미를 하는 것처럼 세상이 움직인다.

이렇게 힘든 것을 보면 나의 ‘제혼법’이 강태수 놈에게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별 상관은 없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제혼법’은 상대방의 이지를 상실케 하는 부작용이 있을 뿐이다.

내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최소한 백치가 될 것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오 사장을 통해 강태수에게 잡혔던 여자를 진 마담에게 보내도록 했다.

그녀가 이일의 뒷수습을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 곳에 있던 놈들에게 태수를 비롯해 쓰러져있는 무리들을 정리하도록 했다.

대부분이 두 발로 설수 없기에 싸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딜러 및 도박장 종업원들이 그들을 부축할 수밖에 없었다.

뒷정리가 끝날 동안은 ‘북명신공’을 통해 어깨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총격의 충격 때문인지 회오리처럼 거세게 몰아치는 ‘북명지기’를 달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아까 ‘제혼법’을 사용하느라 ‘천상심공’을 극한으로 사용했기에 ‘천상심공’을 통해 북명의 기운을 제어할 수가 없다.

입술을 질끈 감고 북명의 거친 물줄기를 잡느라고 애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어 입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한참을 노력한 끝에 겨우 기의 흐름을 달래 놓고 보니 어느새 어깨의 상처는 거짓말처럼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래층을 정리하고 강태수의 금고를 뒤져서 강태수의 비자금 및 태수파의 자금의 흐름을 기록한 장부를 찾을 때쯤 꽁치와 문형근이 숨을 헐떡이며 새 옷을 들고 뛰어왔다.

내가 그 옷을 받아 입는데 꽁치가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저…… 회장님! 구멍 뚫린 그 옷 제가 고쳐 입으면 안 될까요?”

키가 1m 70cm를 조금 넘는 놈이 1m 90cm에 육박하는 내가 입던 옷을 고쳐 입겠단다.

하여튼 이놈은 연구 대상이다.

“그건 알아서 하고. 오 사장이 이곳 영업소 정리할 동안 만식이 너도 오 사장 따라다니면서 강태수가 관리하던 지역을 완벽하게 익혀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저~ 여기 있는 이 친구 제가 데리고 있으면 안 될까요? 이 친구가 강태수의 회계 관리를 했었다고 하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은데…….”

나는 문형근에게 고개를 돌렸다. 안 그래도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넌 깡패 노릇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데 왜 여기 있는 거야?”

“그, 그게~ 대학 등록금 마련하려고 도박장을 찾았다가 빚을 지게 되어서 큰형……님. 강태수 형님 밑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참 모진 인생을 살아왔지만 가난에 대해서는 많이 비껴나 있었다.

내 주위에 가난 때문에 팔려온 기녀들이나 하녀들이 많기는 했지만 바로 나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놈의 세상은 이전의 세상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발전한 것 같은데 왜 이리 가난과 빚 때문에 고생하는 인간들이 많은 건지.

“주로 무슨 일을 했는데?”

“여러 잔심부름이랑~ 재정 관리 및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리해 보고하는 일을 맡았었습니다.”

“공부는?”

“예, 한국대학교 수학과 3학년 다니다 군대 갔다와습니다. 현재는 휴학 중입니다.”

역시 머리 쓰는 놈이었다.

어째 풍기는 냄새가 제갈가의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생에서 지략이나 잔머리에는 천마교의 군사를 맡았던 마뇌 사마광을 최고로 쳤다면, 학문이나 기타 지식의 분야에서는 만박서생 제갈현을 따라갈 자가 없었다.

아니, 하나 있었지. 말 안 해도 알겠지? 그게 나라는 것을~.

어쨌든 해쓱한 얼굴의 문형근은 비루먹은 망아지 모양 힘도 못쓰게 생겼지만 은테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것이 만박서생 제갈현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내가 초면에 심부름을 시켰던 것이고.

그에 비해서 성격이 괴팍해서 그렇지 꽁치란 놈은 마뇌 사마광을 닮았다. 생긴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대한 분석과 판단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꽁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한만수 이사나 오성재 사장도 내게 쉽게 대하지 못하는데 이놈은 틈만 나면 내게 툴툴 거리고 들이댄다.

나는 그것이 꽁치의 본능적인 처세술임을 알고 있다.

한 마디로 어디에 줄을 서야하는 지를 알고 있고, 내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문형근의 존재가치를 알고 그를 데리고 있겠다고 하는 것만 봐도 꽁치에 대한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뇌 사마광처럼 되려면 많이 가르쳐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혹시 마뇌 사마광처럼 배신을 때리면……

갑자기 나와 눈을 마주친 꽁치 놈이 몸을 부르르 떤다.

역시 눈치가 보통 발달한 놈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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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세상2 +3 12.10.01 12,031 35 15쪽
3 새로운 세상 +12 12.10.01 16,886 49 24쪽
2 김재욱 +8 12.10.01 19,490 66 7쪽
1 프롤로그 +5 12.10.01 16,015 3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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