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수파
- 쨍그랑
강태수가 던진 술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산산이 부서진다. 그의 앞에 서있던 놈들의 고개가 더욱 숙여진다.
“비싼 밥 처먹고 그렇게 밖에 못해. 새끼들아~! 여섯 놈이 가서 세 놈한테 깨지고 와?”
“하.. 하지만 그 세 놈을 확실히 태워버렸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네 놈들이 기습한 곳이 독사파 구역이라도 되냐? 얼마 전까지 나한테 빌붙어서 꼬박꼬박 보호비를 내던 작두파야. 작두파~!! 여섯 놈이서 세 놈을 치면서 그것도 기습을 했다면서 두 놈이 깨지고 돌아오고서 할 말이 있어?”
강태수는 열이 받아 테이블 위의 술잔을 두 손으로 확 쓸어버렸다.
- 와장창창
술병과 술잔이 바닥에서 산산이 부서졌고, 바닥에서는 술병에서 흘러내린 거품이 부글거렸다.
“큰 형님! 진정하십시오. 갑작스럽게 작두가 기어오르는 것을 보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기습을 보낸 아이들도 솜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두 놈이나 당한 것을 봐서도 그렇고,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른 팔인 종호가 나서서 흥분한 강태수를 말렸다.
“휴~, 쓰잘 데 없는 놈들. 그 문제는 종호 네가 형근이와 함께 알아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형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던 문형근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장종호를 따라서 밖으로 나간다.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놈들이 그런 형근을 보며 인상을 썼으나 곧 강태수의 얼굴을 보며 찔끔 고개를 숙인다. 쓸모없는 놈들~. 저 놈들이 굴러들어 온 돌인 문형근을 질투하는 것은 강태수도 알고 있었다.
문형근은 그들과 같은 조폭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명문대인 한국대의 대학생이다. 그런 그가 강태수의 밑으로 들어온 것은 바로 도박 때문이었다.
명문대 수학과 학생인 문형근은 군제대 후 자신의 능력으로 등록금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강태수가 운영하는 도박장을 찾아왔다.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돈을 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도박을 해서 돈을 딴 후 그것으로 자신의 등록금을 해결하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문형근이 모른 것은 도박장의 기계들이 확률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문형근은 애써 마련했던 원금까지 잃었고 강태수가 빌려주는 돈까지 덥석 받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보통의 경우는 빚을 받기 위해 그의 장기라도 팔았어야 했는데 문형근의 학력에 흥미를 느낀 강태수가 그를 거두게 되었다.
닭 모가지 하나 비틀지 못하게 비리한 문형근이었으나 강태수 밑에서 곧 조직을 추스르고 관리하는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1년도 안된 지금은 오른팔인 종호와 견줄 정도로 입지를 다졌으며, 현재 강태수의 비서 노릇을 하고 있다.
몸을 구부려 깨진 술잔을 정리하고 있는 부하들을 보자 강태수는 다시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저 놈들이 문형근의 반만이라도 따라가면 이런 걱정이 없을 텐데…….
강동구와 광장동은 서울에서도 유흥지가 밀집한 지역이니 만큼 들어오는 보호세나 수익은 상당한 편이다.
그 돈만 다 긁어도 강태수는 벌써 전국구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자리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동구와 광장동이 강태수의 밑에 있는 것은 명목상일 뿐이다.
흔한 말로 그는 바지사장에 지나지 않았다.
원래 이 지역을 관할하던 전갈파를 몰아내고 지금의 자리를 차지할 때 뒤를 봐줬던 이들에게 대부분을 상납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처음에 그들과 손을 잡을 때만 해도 그들의 힘을 이용해서 서울 전체의 패권을 차지할 꿈을 꿨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국구와의 충돌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차피 각 지역의 조직들이 홀로 존재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의 뒤를 봐주는 이들도 다른 조직과의 충돌로 인해서 그 조직의 뒤를 봐주는 무리들과 충돌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결국 그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서 지내야 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뒤를 봐주던 무리들과 손을 끊을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자신이 바로 제2의 전갈이 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하다보니 다시 짜증이 몰려온다. 자신의 손아귀에 있던 작두 놈이 빠져나갔는데도 협박 전화나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강태수는 자리를 치우는 부하들을 바라보다 이 일을 보고 받기 전까지 품고 있던 계집아이에게 눈을 돌렸다. 기껏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부하들 때문에 기분이 망쳤다.
얼굴도 삼삼한데다가 몸의 굴곡이 제법이라 보고만 있어도 양물이 불끈한다. 이정도 되는 계집을 만난 것도 오랜만이다.
짝귀 놈이 있을 때는 쓸 만한 계집을 그 때 그 때 잘도 물고 왔었는데….
그 개만도 못한 새끼는 어디로 잠수를 탔는지 생각하면 다시 화가 치솟는다.
이 계집도 사채를 썼다 끌려왔는데 주변 상황에 겁을 먹고 눈동자를 굴리며 눈물을 그렁그렁 하는 것이 그의 욕망을 더욱 자극한다. 이런 계집을 손대는 기분은 꽃밭에 피어있는 꽃을 짓밟는 느낌과 같다고 할까.
강태수는 슬며시 계집의 가슴으로 손을 넣었다. 네그리제 하나만 걸치고 있었기에 그의 손은 단숨에 그녀의 탄력 있는 속살에 닿을 수 있었다.
“아~ 제발…….”
얼마 전까지 약에 취해 정신을 놓고 있던 계집이었는데 잠시 시간이 지체되자 정신이 돌아오나 보다.
울상이 되어서 그의 손을 부여잡고 버티려 한다.
- 짝
강태수의 손바닥이 계집의 얼굴을 때렸다. 몸을 움츠리고 울고 있는 계집을 보고 있자니 그의 남성이 더욱 단단해지며 힘이 들어갔다.
다시 손으로 계집의 얼굴을 들게 하니 겁에 질린 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남자에게 착착 달라붙는 계집보다는 이런 여자들이 더 자극적인 법이다.
강태수가 울먹이며 버티는 계집을 완력을 이용하여 소파 위로 쓰러트리자 그때까지 우물쭈물하던 부하들이 황급히 문밖으로 몰려 나가 간다.
풍만하고 탐스런 육체는 골치 아픈 문제를 잠시 잊게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강 태수는 그의 손을 잡고 애원하는 계집의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누르고는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매미 날개 같은 팬티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길을 피한다고 이리저리 몸무림을 치는 덕에 오히려 그녀의 팬티를 쉽게 끌어 내릴 수 있었다.
- 쾅 쾅 쾅
“혀, 형님. 크, 큰 일 났습니다.”
나간 지 얼마 되지 않던 부하들이 다시 허겁지겁 문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을 떠는 거냐? 네 놈들이 지금 제 정신이냐?”
강태수는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강한 노여움을 담아서 호통을 쳤다.
다른 놈들 같았으면 벌써 주먹부터 날아갔을 테지만, 문형근은 그의 주먹 한방도 감당할 수 없는 놈이다.
가장 쓸모가 많은 놈이기에 애써 분노를 참고 있는 것이다.
“그, 그게. 지금 아래층에 웬 놈들이 쳐들어와. 아래층이 다 박살이 났습니다.”
“뭐야? 웬 놈들인데?”
“종호 형님 말씀이 그 중 한 사람이 작두라고 합니다.”
“작두? 내 이 자식을~.”
순간적인 분노에 뛰쳐나가려던 강태수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작두란 놈이 감히 그에게 내던 상납금을 끊은 것도 이해가 되질 않지만, 여기까지 쳐들어왔다는 것은 더 더욱 말이 되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기습 나갔던 놈들 중에 둘이나 박살났다는 것도 이상했다. 이건 틀림없이 외부세력이 개입을 한 것이다.
- 작가의말
오늘 수능보는 날이네요. 수험생들, 수험생을 형제, 자매로 둔 분들에게 모두 평안의 날이 되기를 빕니다.
이 글은 조폭물도 아니고, 기업물도 아닌 흐르멍텅물입니다. 뒤에 가면 정치 이야기도 나오고, 노조 이야기도 나오고,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낯선 곳에 정착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세요. 주인공도 그다지 정의롭거나 한 인물은 아닙니다. 사회적 인습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우면서 자신의 사람들에게 정이 많은 스타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이미 A4 400페이지를 더 쓴 글이라 아무리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셔도 소소한 것은 모르지만 전체적인 틀거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오탈자나 잘못된 문장 수정은 대환영입니다. 한 달 안에 200페이지 더 쓰는 것이 목적이라 수정이나 검토도 없이 진도를 빼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는 내용이 있는데 내년부터는 그것을 쓰고 싶어서요.
식상해진다는 분들이 있어서 말이 길었습니다. 그런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초보작가 한계라고 생각해주세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즐거운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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