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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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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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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2. 와해瓦解

DUMMY

“장로께서 그러시면 어찌하오?”

“그럼 사문師門이 멸문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데 가만히 있으란 말이오?”

“이럴수록 무림맹을 중심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야지요.”

“나도 부영 장로의 입장을 이해하오. 솔직히 무림맹보단 사문이 먼저 아니겠소?”

급기야 무림맹보다는 사문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팽 부맹주, 그게 무슨 말씀이요? 명색이 무림맹 부맹주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 않소?”

역시 부맹주인 허세학이 팽보기를 쳐다보며 한 소리 한다.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다.

맹주인 운월자가 조용히 눈을 감고 고심한다.

장로인 섬혼수 부영이 사문으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회의는 양극으로 분화되어 논쟁이 가열되고 있었다. 부영을 두둔하는 쪽과 힐난하는 쪽으로.


부영은 산서성 태안 서북쪽, 섬서성 북쪽에 자리잡은 비류문飛流門 출신으로 강호를 종횡하다 무림맹으로 초빙된 여고수였다.

비류문은 여인들로만으로 구성된 문파로서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그 내면이 강호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출한 여고수들을 많이 배출한 문파였다.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비류문에서 나와 독립된 생활을 하였으나 유사시가 되면 모두가 다시 비류문으로 돌아가 난관을 극복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는 신비 문파였다.

최근 괴한들에 의한 중소문파와 표국에 대한 습격이 빈번해졌는데 특히 산서성과 섬서성에서 빈도가 높았다. 산서성과 섬서성 경계에 위치한 비류문도 주위 문파들의 습격 소식에 외지外地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문도들에 대한 소집령을 발동했는데 그 소집령은 부영에게도 유효한 것이었다. 이에 부영이 무림맹 장로직을 내놓고 사문으로의 복귀의사를 말한 것이다.

“달리 대책이 없지 않소? 천하는 넓고 놈들의 기습은 시간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데 무림맹이 무슨 수로 그런 기습을 모두 막을 수 있겠소? 오히려 지금은 각자 사문으로 돌아가 사문을 지킴으로써 천하를 지키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 할 수 있소.”

호남성의 명문인 청호문靑虎門 출신 등영충鄧英充 장로가 적극적으로 부영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도 청호문으로의 복귀를 생각 중이었다.

구대문파나 오대세가에서 파견 나온 장로나 무인들은 입장이 나았으나 기타 문파나 세가에서 파견 나온 장로나 무인들은 입장이 사뭇 달랐다. 구대문파나 오대세가는 무림맹 파견 인력이 절실한 입장이 아니었지만 기타 방파에서는 무림맹으로 나가 있는 인력들이 중요한 역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공백이 컸던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 무림맹이 보호막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애초 무림맹 참여도 대의大義를 함께 한다는 명분 아래에 든든한 보호막을 갖는다는 실익이 있었던 것이다. 실익이 없는 대의는 공염불일 뿐이었다.

“그 말씀은 무림맹을 해체하자는 말이나 다름이 없소이다.”

종남의 유명일 장로가 등영충 장로의 의견에 반대했다. 하지만 반론은 없었다.

“그럼, 유장로께서는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오?

등영충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방법을 찾아봐야겠지요···”

“언제 방법을 찾는단 말이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흩어져 각자의 문파를 지키자는 말이 아니오?”

유명일 장로의 애매한 대답에 등영충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어허~ 등장로의 목소리가 너무 높소이다.”

“지금 목소리 높은 게 문제겠소?”

구대문파 출신의 장로 말에 등영충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그만~”

이제까지 잠자코 듣고만 있던 맹주 운월자가 목소리를 높여 좌중을 조용히 시키곤 총군사 제갈청을 바라보며 묻는다.

“제갈군사의 생각은 어떠시오?”

질문을 답은 제갈청이 대답 없이 묵묵히 눈을 감고 있다. 다른 장로들이 제갈청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의 의견이 맹주에게 큰 영향을 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갈청이 가만히 눈을 떴다.

“등영충 장로 말씀대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갈청의 말에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출신의 장로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등영충 말대로 따르는 것은 무림맹의 와해에 다름아닌 것이다.

“현재 무림맹이 당면하고 있는 적은 너무 강합니다. 무림맹으로서는 역부족입니다. 중소문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림맹은 이미 유명무실한 존재입니다. 허울뿐인 이름을 계속 유지하면 무엇 하겠습니까? 각자의 문파로 돌아가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

제갈청의 말에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사실인 것이다.

“그럼 무림맹을 완전히 해체하자는 말씀이오?”

허세학 부맹주가 묻는다.

“아닙니다. 돌아갈 사문이 없는 무사들도 많습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무림맹은 유지하겠습니다. 물론 최소한의 유지입니다. 적들의 준동에 무림맹이 해체를 선언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돌아갈 사문이 있는 분들은 흔쾌히 돌아가셨다가 추후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무림맹으로 결집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갈청이 속마음과는 다르게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사문으로의 귀대는 어찌 보면 조직으로서 하나의 후퇴전술일 수 있었다. 와해와 후퇴의 경계는 항상 모호한 법이니까.



“사문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가라고 했다는데요?”

경표가 허급지급 집무실로 들어오면서 소리쳤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자기 자리에 앉아있었다.

“자네는 돌아갈 텐가?”

두원이 묻는다.

“제가 돌아갈 사문이 어디 있어요?”

“여기 돌아갈 사람 아무도 없으니 호들갑 떨지 말어.”

항백까지 경표를 나무라는 듯 말하자 경표가 집무실을 휭하니 둘러본다.

“두 조장님, 항백은 돌아갈 마땅한 사문이 없고, 서홍 저 친구도 사문이 없는 셈이지만 남궁이현과 당수진, 관조장은 돌아갈 곳이 있잖아?”

“그들도 돌아가지 않아.”

“왜?”

항백의 얘기에 경표가 의문을 표한다.

“왜, 제가 사천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동안 꼴 보기 싫었단 말이죠?”

당수진이 발끈하고 나오자 경표가 허둥지둥한다.

“아···아니야. 그럴 리가? 좋아서 그러지.”

“그렇죠? 제가 있으니 좋은 거죠? 제가 밥에 넣어주는 것도 좋았던 거죠? 내일부터 다시 넣어 드릴게요.”

“왜···왜···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잘못한 게 없잖아?”

“잘못한 게 없다뇨? 우리가 돌아갈 거라 생각했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게 왜 잘못이야?”

경표의 주장에 당수진이 곁에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며 묻는다.

“그렇게 생각한 게 잘못 아니에요?”

“잘못 맞아.”

항백이다.

“잘못 했네.”

서홍이다.

“잘한 건 아니지.”

두원이다.

“대세는 기울었군요. 호호”

관지선까지 웃으며 경표를 외면했다.

“남궁··· 얘기 좀 해줘. 내가 잘못 한 것 까진 아니잖아?”

경표가 거의 울먹이듯이 남궁이현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잘못 짚긴 했네요.”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졌던 남궁이현마저 경표를 배신한다.

“들었죠? 경표 선배를 두둔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경표 선배의 잘못이 명명백백하다는 증거 아니고 뭐겠어요?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잘못이 확실하군요.”

당수진의 말은 경표를 두 번 죽이는 꼴이었다. 긴가민가했다니?

“저는 사···사문으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표가 궁색한 탈출을 시도한다.

“자네 사문이 어딘가?”

두원이 묻는다.

“저기···저···곤륜산 밑의 곤산파가 제 사문이에요.”

곤산파? 당연히 경표가 순간적으로 지어낸 문파다. 경표의 스승은 일찍이 돌아가셨다. 스승도 강호를 떠돌던 사람이라 특별히 사문이랄 것도 사형제도 없다. 현무당 삼조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곤산파?”

경표의 변명에 항백이 되묻는다.

“그래, 곤산파. 사실 자네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곤륜산 인근에서는 꽤 유명한 문파네. 한 때는 곤륜파와도 자웅을 겨루곤 했다지 아마?”

경표의 거짓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원래 거짓말은 점점 커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네. 자네가 신비문파인 곤산파 출신이란 것을.”

항백의 말에 경표의 두 눈이 오히려 커진다. 무슨 말이래?

“정말 애석해요, 선배.”

당수진이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가온다. 경표가 무서움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친다.

“왜···왜?”

“아직 모르시나 보네요. 사실 며칠 전 곤산파가 놈들의 기습을 받아 멸문했다는 연락이 왔어요. 선배를 생각해서 알리지 않았는데, 이제 어쩔 수 없이 알려드려야겠군요. 이미 돌아가시긴 늦었어요.”

당수진의 얘기에 삼조원 모두가 껄껄거리며 참았던 웃음을 토해낸다. 이러나저러나 당수진의 밥인 경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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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1. 격차隔差 +3 17.06.18 2,397 44 10쪽
161 160. 동굴 수련 +4 17.06.16 2,605 43 10쪽
160 159. 긴장緊張 +3 17.06.13 2,490 44 10쪽
159 158. 경악驚愕 +3 17.06.11 2,438 46 9쪽
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3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2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1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3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17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08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6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6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10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1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1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49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89 49 10쪽
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4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4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6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3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2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0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4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2 48 10쪽
137 136. 공세攻勢 +2 17.04.26 2,700 50 9쪽
136 135. 진노震怒 +2 17.04.23 2,710 49 9쪽
135 134. 모순矛盾 +2 17.04.20 3,073 49 10쪽
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4 46 11쪽
133 132. 질문質問 +2 17.04.15 2,827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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