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075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6.18 19:18
조회
2,395
추천
44
글자
10쪽

161. 격차隔差

DUMMY

일정령주가 신기령주 앞으로 나선다. 자신이 당사자인 것이다.

“노인장의 말대로 붉은 머리의 제자를 보필하던 세 사람을 죽인 사람은 내가 맞소. 그들의 원한을 갚으려거든 나와 담판을 지읍시다. 마교와 상관없는 일이오. 또한 당신의 제자인 적발인의 죽음은 우리 마교와 관계가 없소. 그는 다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했소. 내가 알기로 그들 사이에는 또 다른 원한관계가 있었소.”

일정령주의 말에 신기령주와 갈군형이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성질이 불 같았던 일정령주가 조목조목 침착하게 설명했다. 그도 초절정고수였다. 눈 앞에 있는 북천이 교주에 버금가는 고수임을 알아보고 냉정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 놈은 누구란 말인가?”

“젊은 친구였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만났소. 당신 제자인 적발인과 젊은 친구는 정당한 일대일 대결을 벌였소.”

일정령주의 말에 북천의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 한줄기가 있었다. 대제자 차시천은 이전에도 서천의 제자와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어떤 원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서천西天의 제자일 것이다. 북천은 일정령주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젊은 놈의 강기에 색깔이 있지 않았던가?”

“있었소. 노을 빛이 하늘을 덮는 듯 하였소.”

“서천西天이군.”

일정령주의 대답에 북천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두 영주와 갈군형은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네 놈들 말을 믿어주마. 하지만 어쨌든 내 사람들을 죽였으니 네 놈 목숨도 거두어야겠다.”

북천의 눈에 다시 한기가 어린다.

“좋소. 한 수 가르침을 받겠소. 하지만 너무 방심하지는 마시오.”

일정령주가 소매를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신기령주는 이제 더 이상 일정령주를 말릴 수 없었다.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열세다.’

갈군형이 북천과 일정령주의 대결을 불리하게 여겼다. 신기령주까지 나서 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일정령주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네 놈도 함께 나서라. 내 앞에서 자존심 따위 운운하지 마라.”

북천이 신기령주를 가리킨다. 감히 자신 앞에서 무인의 자존심 운운하면서 일정령주와의 일대일 대결을 고집하지 말라는 말이다.

노인의 말뜻을 알아듣고 신기령주가 검을 뽑는다. 일정령주도 신기령주가 검을 뽑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그만큼 눈 앞의 상대는 대단한 기도를 뿜어내고 있었다. 일찍이 이런 기도를 접한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모두 물러서라 해라.”

북천이 신기령주에게 지시같이 말한다.

“모두 멀리 물러서라.”

신기령주가 주위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지시한다. 신기령주의 말에 갈군형과 금은 장로가 뒤로 멀찍이 물러선다.

큰 공터 중앙에 세 사람이 삼각형 모양으로 서있다. 한 꼭지점은 북천이고 두 꼭지점은 당연히 일정령주와 신기령주였다.

“먼저 들어오너라”

북천이 뒷짐을 진 채 오만하게 말한다. 하지만 뭇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오만하게 보이지 않았다. 당연해 보였다.

“미친 노인네···”

일정령주가 땅을 박차며 우측 손을 힘차게 앞으로 내민다. 신기령주는 일단 일정령주의 공격을 보고만 있었다. 여차하면 개입할 채비를 갖춘 채.

일정령주의 우측 손에서 시뻘건 화염 덩어리가 화산이 폭발하듯이 연속적으로 북천에게로 날아갔다.


꼴깍~

구경하던 사람들 입에서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 인간의 몸에서 용암덩어리가 분출될 수 있는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천은 태연했다. 용암덩어리가 자신을 짓이길 것처럼 날아왔지만 여전히 태연하게 뒷짐을 진 채 미동도 없이 가만히 화염덩어리가 날아오는 것을 응시하고 있었다.


꽝~꽝~콰콰콰쾅~~~

화염이 무엇인가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굉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온다. 굉음과 함께 폭발의 영향으로 먼지가 치솟고 잔돌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큭~

무인 중 몇몇이 날아온 잔돌에 맞아 쓰러진다. 죽진 않았겠지만 상당한 고통을 느끼며 신음소리를 뱉어낸다.

“더 뒤로 물러나라”

갈군형이 소리쳐 무인들을 더 뒤로 밀어낸다. 이미 세 사람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폭발의 여운은 실로 대단했다. 갈군형은 이런 위력을 그대로 받은 노인네를 미쳤다고 여겼다. 피하지도, 달리 응수하지도 않고 화염덩어리가 목전에 이를 때까지 가만히 서있는 것을 자신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노인네는 필히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신하진 못했다. 노인네의 얼굴에서 옅은 웃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먼지가 내려앉으며 주위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흙먼지 속에 세 사람이 그대로 서있었다. 북천이라는 노인도 분명히 서있다.

“대단하군 그래. 삼천三天을 제외하곤 이런 위력은 거의 처음 보는군.”

노인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일정령주는 이빨로 아래 입술을 씹었다.

자신의 절기 중 하나인 일염장日炎掌이었다. 위력이 큰 바위를 녹이고 아름드리 나무를 통째로 태울 수 있었다. 그런 일염장을 연속적으로 세 번이나 발출했다. 그런데 노인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듯했다. 일염장이 노인의 호신막을 깨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이번에는 네 놈이 한 번 해볼 테냐?”

북천이 신기령주를 쳐다보며 묻는다. 북천은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잠시 잊고 있었다. 실로 몇 십 년 만에 해보는 실전實戰이 즐거운 것이다. 대결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신기령주가 검을 고쳐 잡는다. 압박감이 몰려온다. 오랜 폐관을 나서면서 더 이상 이런 압박감을 느끼는 날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교주를 상대로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누가 있어 자신에게 이런 압박을 가할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그런 생각은 어리석었다. 머리로 세상 누구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 자신이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니···

신기령주가 아무 말도 없이 허공으로 날아 오른다. 상대는 아마 공격을 가해오지 않을 것이다. 자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는 필요 없다. 최강의 공격으로 승부를 본다.”

신기령주가 온 몸의 내공을 한꺼번에 쏟아내듯 검에 기를 모으고 하늘에서 땅으로 검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번쩍하는 섬광이 일면서 빛이 수백 수천 개로 쪼개져 화살처럼 북천에게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글자 그대로 쏜살같이 날카로운 공격이었고 장엄한 초식이었다.


일검만시一劍萬矢···


신기령주 최고의 절기였다. 한번의 검으로 만개의 화살을 만들어 쏘아내는 절기. 검으로 일으킬 수 있는 최고의 변화. 변검變劍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무인들은 아~하는 탄성을 뱉어냈다. 그들 눈에는 온 천지를 화살이 뒤덮어 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화살이 강맹한 속도로 날아가면서 폭풍 같은 바람을 일으켰다. 반짝이는 화살이 먼저 날아가고 바람이 뒤를 따르면서 화살이 주공主攻인지 바람이 주공主攻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북천이 눈을 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지긋이 바라본다. 하지만 일염장이 날아올 때와 같이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퍽~ 퍼퍼퍼퍽~퍽퍽~퍼퍼퍽~슈앙~

일염장이 북천과 부딪힐 때의 소리와 다른 소리가 들렸다. 조금 작은 것들이 무수히 많은 충돌을 연쇄적으로 이뤄내는 소리였다. 충돌 뒤엔 빠른 바람이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잔돌들이 비상하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먼지가 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갈군형이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신기령주를 바라본다. 북천이라는 노인네는 먼지에 쌓여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신기령주가 이 한 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공격이 성공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는 것이다.

신기령주가 가만히 먼지 속을 바라보는데, 그의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다. 손맛이 달랐던 것이다. 수많은 화살들이 강력한 방패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이것도 대단하군 그래. 마교의 위명偉名이 헛된 것이 아니었어. 하하”

먼지가 가라앉자 노인네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그 많은 먼지에도 불구하고 옷자락에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채였다.

“이제 나도 공격을 할 것이네. 사력死力을 다하게.”

북천이 양손을 가볍게 앞으로 내밀자 붉은 기운이 약간 감도는 거센 장력이 두 영주를 향해 날아왔다. 가볍게 보였다. 처음 내미는 일장이니 가벼운 탐색이라 생각되었다. 일정령주가 장력으로 맞서갔고 신기령주가 검풍을 일으켜 대응해갔다.


쾅~쾅~

보이는 것에 비해 기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컸다. 하지만 큰 것은 소리만이 아니었다. 두 영주의 놀람은 더 컸다. 두 영주 모두 다섯 걸음 이상씩 뒤로 밀려난 것이다. 걸음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땅을 딛고 있던 발이 땅에 묻히면서 밀려난 것이다.

“사력死力을 다하라 그러지 않았나? 이제부터는 조금 매울 것이네.”

말과 함께 북천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갈군형이 두 영주가 이리 뛰고 저리 날며 북천의 공격을 피하는 모양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갈군형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고강高强한 인간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가 하는 의문이기도 했고, 저것이 정말 인간이기는 한가 하는 의문이기도 했다.

교주가 내어준 천마의 무공을 가지고 이십 여 년을 폐관 수련한 사령주다. 아직 교주에게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중원의 어느 고수에게도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북천이란 노인네 앞에서는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한 듯 보이지 않는가? 역부족力不足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61. 격차隔差 +3 17.06.18 2,396 44 10쪽
161 160. 동굴 수련 +4 17.06.16 2,603 43 10쪽
160 159. 긴장緊張 +3 17.06.13 2,490 44 10쪽
159 158. 경악驚愕 +3 17.06.11 2,437 46 9쪽
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1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2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1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3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16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08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6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6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09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1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1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48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89 49 10쪽
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2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4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6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3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0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0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4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2 48 10쪽
137 136. 공세攻勢 +2 17.04.26 2,700 50 9쪽
136 135. 진노震怒 +2 17.04.23 2,710 49 9쪽
135 134. 모순矛盾 +2 17.04.20 3,073 49 10쪽
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4 46 11쪽
133 132. 질문質問 +2 17.04.15 2,826 5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