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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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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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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5.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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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0쪽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DUMMY

“백白 시랑侍郞도 잠자리에 들었고, 호위무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으니 별다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끝난 셈이군. 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지.”

현무당 특별조와 함께 백시랑을 지키고 있는 무림맹 장로 직진무퇴直進無退 진백련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진백련 자신이 누군가의 호위무사 노릇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인들은 호위무사를 진정한 무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독립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백련 정도 되는 무인이 호위무사 노릇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자신이 이러려고 무림맹으로 들어온 것인가 하는 회의까지 들었다. 하지만 진백련도 지금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마지못해 호위무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림의 괴수들이 충신들을 암살하고 있는 마당에 무림불간섭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면 그것은 협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림맹 또한 마찬가지 입장.

“장로님께서는 들어가 쉬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청성에서 나온 중년인이 진백련에게 들어가 쉬라 한다.

“그럼 그러도록 함세. 자네도 쉬게.”

휘릭~

중년인에 대한 인사말과 함께 백시랑의 장원 지붕에서 신형을 날린 진백련이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거리로 내려섰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일다경 정도 가야 했다. 진백련은 경공을 써서 한달음에 객잔에 가는 대신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루의 피로를 느긋한 걸음으로 달래려 하는 것이다.

콧소리까지 흥얼거리진 않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친 홀가분한 기분을 가벼운 발걸음에 담아 한적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깜깜한 앞쪽에 사람 하나가 길 한가운데 서있는 것이 보였다.

“누구냐?”

진백련의 외침에도 길 가운데 서있는 인영은 미동도 없었다. 진백련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다시 저었다. 분명 사람이었다. 진백련은 느긋한 기분을 날려버리고 기氣를 운용하며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내자불선來者不善이라 하지 않았던가?

“누구냐?”

진백련이 다시 몇 걸음 걸어 길 가운데의 인영에게 다가간 후 재차 물었다.

“직진무퇴인가?”

이번에는 대답이 있었다.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를 알고 왔군. 네놈들 짓이렸다?”

진백련은 한눈에 흉수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앞에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확인이 필요한가?”

“확인은 필요 없지. 그런데 왜 내게 직접 온 것인가? 너희들 목적은 내가 아니지 않은가?”

“아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지. 크흐흐.”

“어쨌든 관계없지. 결국 맞닥뜨릴 터였으니까.”

“무림맹의 장로라 다르군. 당황하는 기색이 없으니 말이야.”

“무인의 길에는 항상 상대가 앞을 가로막기 마련이지. 그런 일로 당황하면 되겠는가?”

“과연 직진무퇴로군. 말처럼 실력도 볼만했으면 좋겠군.”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지. 그런데 나도 자네 이름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겠는가?”

진백련의 물음에 앞을 가로막은 인물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려줘도 무방하겠지. 마지막 길일 테니까. 나는 토土호법이라 하네.”

“그렇군. 호법이었어. 그래도 격에 맞으니 기분이 좋군 그래. 하하하”

진백련이 호탕하게 웃는다. 무림맹 장로의 신분에 어울리는 상대의 신분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진백련의 사고방식이었지만 어찌 보면 가장 무인다운 순수함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진백련은 무림맹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토호법은 기분이 언짢아졌다. 상대의 무인다운 태도가 갑자기 거슬린 것이다. 위선같이 느껴진 것이다.

둘 사이의 공기가 일순 팽팽해졌다. 토호법이 살기殺氣를 일으킨 것이다. 진백련도 도刀를 빼들면서 도집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상대의 살기에서 결코 자신보다 하수가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검이나 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권이나 장을 사용하는 놈도 아닌듯한데?’

진백련은 속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사내는 손에 검이나 도를 들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권법이나 장법의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진백련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대의 자세나 무기는 곧 알 수 있을 터였다. 진백련이 땅을 박차며 도를 베어갔다. 단순하지만 힘찬 패도적 기세가 진백련의 도에서 불같이 일었다.

진백련의 기세에 상대도 재빨리 품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던지듯 손을 앞으로 뻗는다. 어두운 밤이지만 반짝하는 금속 빛이 잠시 어른거리더니 날카로운 것이 맹렬한 속도로 진백련을 향해 날아온다. 진백련이 도를 내리쳐 날아오는 것에 맞서갔다.


쨍~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날카로우면서도 경쾌한 금속성이 밤하늘을 울렸다.

‘륜輪이군’

상대의 무기는 륜이었던 것이다.

진백련이 다시 두 손으로 도를 고쳐 잡았다. 도를 고쳐 잡는 손목이 얼얼했다. 상대의 내공이 굉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진백련은 다시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진백련은 싸움에 임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도를 앞세워 나아갈 뿐이다. 무인들은 통상 말을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검으로 하는 것이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진백련은 더 나아갔다. 무인들은 생각마저도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검이나 도로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토호법이 품에서 다시 하나의 륜을 더 꺼내 들었다. 쌍륜이 된 것이다.

륜 하나가 토호법의 손에서 빠져나와 진백련의 가슴을 향해 갔고 다시 조금의 시간 차이를 두고 다른 륜이 허공에 비상하고 있는 진백련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비수와 달리 륜은 날아가는 궤적이 직선이지 않다. 물론 불측은비 서은후와 같은 비수의 달인은 비수를 곡선으로 날리지만 대부분의 비수는 직선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륜은 궤적이 다르다. 직선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어떤 경우에는 큰 곡선을 그리며 상대의 측면이나 후면에서 공격해 들어오기도 한다. 그것이 륜의 장점이다. 물론 속도는 비수에 비해 떨어지지만.

검으로 비유하자면 쾌快 보다는 변變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놈의 륜은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변에 능하면서 쾌한 것이다.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진백련은 속전속결을 원했다. 하지만 상대가 진백련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후 몇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백련은 륜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것이다. 직진무퇴가 직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것이었다.



“남궁이현은 괜찮은가?”

두원이 항백과 경표에게 묻지만 둘 모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가로저었다. 두원도 남궁이현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무악산 수색은 중단되었다.

유긍연과 주은백의 도움으로 무악산 곳곳을 누볐고, 수상한 전각 몇 채를 찾았지만 전각은 비어있었다. 더 이상 해볼 것이 없었다.

남궁이현은 공녀를 찾아가 더 이상 수색할 수 없음을 알렸다. 수색중단을 알리는 남궁이현에게서 진한 슬픔을 느낀 공녀가 오히려 남궁이현을 위로했다. 그리고 그 뒤론 정주지부의 삼조 임시 집무실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수진은?”

두원이 당수진을 찾는다.

“방에 보이지 않더군요. 잠깐 나갔나 봐요.”

이번에는 관지선이 항백을 대신해 답한다. 명랑하고 쾌활한 당수진마저 근래에는 농담도 않고 웃지도 않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질 겁니다. 약한 놈이 아니잖아요?”

항백이 두원의 걱정을 덜어주려 했고 두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항상 유쾌하던 삼조 집무실의 분위기가 묵진휘 실종 이후로 칙칙해진 것이다.



“남궁형,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오.”

유긍연이 남궁이현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미안해한다.

“아니오. 이번에 너무 애써주셨소. 모두를 대신해 감사드리오.”

남궁이현이 유긍연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유긍연은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하고 무한으로 떠나야 한다며 미안해하는 것이다.

수색을 함께 하면서 유긍연과 남궁이현 사이의 서먹함은 거의 없어졌다. 유긍연은 우정을 중히 여기는 남궁이현을 보며 남자의 진솔함을 보았고, 남궁이현도 진심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유긍연을 보며 마교라는 선입견을 지울 수 있었다. 아직 친구라 칭하지는 못하였지만 속으로 친구라고 인정하고 있는 둘이었다.

“언제 꼭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겠소. 내 남궁형을 잊지 않으리다.”

“나도 마찬가지요. 내 유형의 호의를 잊지 않겠소.”

둘이 술잔을 들자 옆에 있던 주은백도 같이 잔을 들었다.


남자들이 그렇게 술잔을 나눌 때 유혜연과 당수진은 객잔 안뜰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남궁대협의 상심이 너무 커 보여요.”

유혜연이 자신의 슬픔인 듯 말한다. 당수진은 유혜연의 슬픔이 진심인걸 알 수 있었다.

“강한 사람이니까 곧 이겨낼 거예요.”

마치 자신이 슬픔을 이겨내려 하는 듯 각오에 찬 모습을 보이는 당수진이다.

“공녀란 분을 뵙진 못했지만 그 분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저도 그분 얼굴 뵙기가 쉽지 않군요. 어떻게 그 슬픔을 위로할지 모르겠어요”

유혜연이 얼굴도 모르는 공녀 걱정을 하자 당수진이 공녀를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공녀는 남궁이현이나 자신 앞에서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수진은 그런 모습 뒤에 얼마나 큰 슬픔과 상심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차라리 눈물을 흘린다면 그 가녀린 어깨를 안아주련만.

사랑을 알아가는 두 여인은 공녀의 슬픔이 자신의 것인 것처럼 여겼고, 똑같은 마음이 서로에게 있음을 알아차리곤 서로의 눈에 고이는 눈물을 보면서 자신이 먼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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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59. 긴장緊張 +3 17.06.13 2,490 44 10쪽
159 158. 경악驚愕 +3 17.06.11 2,437 46 9쪽
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1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2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1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3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16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08 47 10쪽
»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6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6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09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1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1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48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89 49 10쪽
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2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4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6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3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0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0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4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2 48 10쪽
137 136. 공세攻勢 +2 17.04.26 2,700 50 9쪽
136 135. 진노震怒 +2 17.04.23 2,710 49 9쪽
135 134. 모순矛盾 +2 17.04.20 3,073 49 10쪽
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4 46 11쪽
133 132. 질문質問 +2 17.04.15 2,826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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