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동서남북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연재수 :
252 회
조회수 :
778,086
추천수 :
12,451
글자수 :
1,158,507

작성
17.06.11 17:12
조회
2,437
추천
46
글자
9쪽

158. 경악驚愕

DUMMY

“뭣이? 대리청정代理聽政의 교지敎旨가 내렸다고?”

조부태감의 보고에 곽태감이 거의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그만큼 놀란 것이다.

“누가?”

곽태감이 다시 묻는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할 것이다. 대리청정의 교지를 누가 내렸겠는가? 황제만이 할 수 있는 명령이다. 그런데 누가? 라는 질문을 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조부태감은 곽태감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동창을 빼고 누가 사주使嗾하여 감히 그런 하명下命이 있었겠는가 하고 놀라 묻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황제께서 병중病中에 계시니 자연스럽게 그런 교지를 내리신 게 아니겠습니까?”

강부태감이 넌지시 끼어들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황제께서 그런 명을 내리시려 했다면 당연히 나를 불러 의견을 물으셨을 것이야. 그런데 내게 아무런 말씀도 없이 대리청정의 교지를 내려?”

강부태감의 말은 곽태감의 진노를 더욱 부채질 했다. 강부태감이라고 그걸 몰랐겠는가? 곽태감 밑에 있은 지 수십 년이었다. 알고 그런 것이다. 이미 승상부를 자신의 동아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 당장 침전寢殿으로 나가봐야겠다.”

곽태감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려 한다. 황제는 병중이라 어전御殿에 있지 않고 침전寢殿에 있었다. 조부태감이 급히 일어서는 곽태감을 말렸다.

“진정하십시오. 이미 교지는 내려졌습니다. 지금 바꾼다고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조부태감의 얘기에 곽태감이 긴 숨을 뱉어내며 자리에 앉았다. 조부태감의 말이 옳은 것이다.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 과거에 별로 없던 일인데 요즘 자주 흥분하게 된다. 곽태감이 눈을 감고 가만히 최근의 상황을 되새겼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과 불쾌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목걸이와 장부를 도난 당했고, 자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황야의 측근들이 기습을 받아 죽었고, 북천회의 태도가 예전과 같지 않고, 급기야 자신도 모르게 대리청정의 교지까지 내려졌다. 이 일련의 일들이 독립적인가? 아니면 하나의 뿌리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곽태감의 눈꺼풀이 가늘게 떨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나의 뿌리에서 벌어지는 일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불길한 예감은 대부분 맞았다. 자신이 탄 배가 점점 부두에서 멀어져 거친 풍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때 밖에서 급한 소식이 있다는 전갈이 들어왔다.

“들어오너라.”

곽태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조부태감이 밖에 대고 소리치자 환관 하나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온다.

“새로운 교지가 내려왔습니다.”

“무엇이냐?”

“대리청정을 보좌하는 특별직으로 정좌시랑政佐侍郞이라는 자리가 새로 생겼습니다.”

“무엇이라? 정좌시랑?”

“그렇습니다. 대리청정을 하는 황태자를 옆에서 보좌하는 자리입니다. 지금 조정에서는 난리가 아닙니다. 정좌시랑 자리야 말로 승상보다 더한 권력을 부여하는 자리라고 말입니다.”

“그래 정좌시랑으로 누가 임명되었느냐?”

조부태감과 환관의 얘기를 옆에서 듣던 곽태감이 큰소리로 묻는다.

“도陶 학사學士란 자입니다. 이름은 도수陶洙인데 이제 갓 삼십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 자에 대해서도 조정에서 말이 많습니다. 갓 삼십이 넘은 나이에 시랑 자리에 오른 인물은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콰지직~

환관의 보고에 화를 참지 못한 곽태감이 의자 팔걸이에 힘을 주자 단단한 나무로 만든 팔걸이 일부가 먼지로 변해 날아가버렸다. 놀란 환관이 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린 후 총총히 집무실을 빠져나간다.

“도수?”

“승상부에 있던 젊은 학사입니다. 눈빛이 매서워 저도 기억하고 있는 자입니다.”

곽태감이 묻자 조부태감이 대답한다. 도수란 말에 강부태감의 얼굴에 알듯 말듯 미소가 어렸다.

“사 승상 이놈이~”

곽태감이 사 승상을 욕했다. 이 모든 음모의 배후에 사 승상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나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수하의 보고는 긴급하다 못해 절박했다.

“지주대가 출동하지 않았느냐?”

갈군형이 질책하듯 묻는다. 수하의 보고 속에서 상황이 어떤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믿을 수는 없었다. 어찌 한 사람이 지주대를 상대한단 말인가?

“천주대까지 출동했습니다. 장로 몇 분도 나오셨습니다만···”

수하가 말을 맺지 못한다.

“나가 봅시다.”

신기령주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 문으로 걸어가자 일정령주도 따라 나선다. 갈군형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가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교 정문을 지나면 큰 공터가 있다. 신임교주 취임식 등 교인敎人 전체가 모여 특별한 예식을 거행하는 경우에 사용할 만큼 큰 공터였다.

그 큰 공터 가운데에 흰색의 무복 비슷한 옷을 차려 입은 노인 하나가 서있고 천주대, 지주대가 노인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 사이에 장로들이 있었다.

정문은 화약이 터진 것처럼 부서져 있었고, 천주대와 지주대가 노인을 포위하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선명한 태풍의 눈을 둘러싸고 구름들이 이리 저리 뭉쳐져 있거나 듬성듬성 부서져 있는 것처럼 포위망이 정연하지 못하고 뭉쳐 있거나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곳곳에는 사상자들이 누워 있었고 다치지 않은 사람들이 사상자들을 포위망에서 빼내고 있는 중이라 격전 중이라기 보다는 격전 후의 뒤처리처럼 보였다.


두 영주와 총군사 갈군청이 격전장에 나타나자 포위망에 한줄기 길이 열렸고 세 사람은 그 사이를 걸어 노인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찌된 일이오?”

갈군청이 노인과 마주하고 있던 금은장로에게 물었다. 이전, 난주 격전에서 공을 세웠던 금은장로였다.

“그게···”

금장로가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은장로가 설명한다.

“사람이 아닙니다. 어떠한 공격도 노인네의 호신막을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인네가 권풍이나 장풍, 지풍을 날리면 맞설 수가 없습니다. 피하는 것 외에는. 그런데 피하기도 어렵습니다.”

신기령주는 은장로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상황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내가 직접 나서보지.”

일정령주가 팔을 걷어붙이며 앞으로 나서려 하자 신기령주가 일정령주의 팔을 잡아 막는다.

“누군지부터 알고 싸우더라도 싸우세.”

신기령주의 말에 일정령주가 멈춰섰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신기령주가 노인에게로 두어 발짝 다가가며 말을 붙인다.

“뉘신대 남의 집에 와서 이리 행패시오?”

“네 놈은 누구냐? 보아하니 교주는 아닌 모양이구나. 교주 나오라고 전하라. 네 놈은 내가 누군지 물을 자격이 없다.”

실로 광오한 노인이었다.

일정령주가 노인의 말에 얼굴이 벌개지며 달려들려고 하자 신기령주가 다시 가로막는다. 흥분하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교주께서는 이곳에 없으시오. 나는 사령주 중 한명인 신기령주라 하오. 옆에 있는 이 친구는 일정령주라 하고 이 사람은 마교의 총군사를 맡고 있소. 교주께서 계시지 않는 동안 우리가 이곳을 책임지고 있소. 이제 노인장이 누군지 물어도 되겠소?”

신기령주가 가슴속에서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최대한 예의를 갖춰 묻는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노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말을 해줘야겠지. 나는 북천이라 한다. 이름은 알 것 없다.”

“알겠소. 그런데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리 소란을 피운단 말이오?”

“내 제자와 제자를 보필하던 사람 몇이 네 놈들 손에 죽었다. 그 대가를 받으러 온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요? 누가 당신 제자를 죽였단 말이오? 당신 제자가 누구란 말이오?”

“네 놈들이 시인하던 부인하던 관계없다. 난 대가만 받으면 되니까.”

신기령주는 기가 막혔다. 꽉 막혀도 너무 꽉 막힌 노인네였다.

“그런 억지가 어디 있소? 우리가 당신 제자를 죽였다는 최소한의 증거라도 제시해야 하질 않겠소?”

억지라는 소리에 북천도 약간 주춤했다. 귀찮고 구질구질한 것을 싫어하는 북천이었지만 스스로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제자를 보필하던 세 사람이 극양지공에 죽었다. 겉은 멀쩡했으나 속의 내장은 모두 녹아버리고 없었다 들었다. 세 사람의 시신에서 지독한 마기魔氣가 풍겼다 한다. 네 놈들 외에 그런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이 어디 있겠느냐?”

북천은 명백한 증거인 양 단호하게 말했다.

북천의 얘기에 신기령주는 짚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어디쯤이오? 제자가 죽은 곳이?”

“북경 인근이라 들었다.”

북천의 대답에 신기령주는 주은백과 적발인의 대결이 생각났다. 그 때 적발인을 보필하던 세 사람을 일정령주가 단 일수에 죽여버리지 않았던가? 마교에서 내장을 순식간에 녹일 정도의 극양지공을 사용하는 사람은 일정령주였다.

“혹시 제자의 머리카락이 붉었소?”

“이제야 실토를 하는구나.”

북천의 눈빛에서 싸늘한 한기寒氣가 사방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서남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2 161. 격차隔差 +3 17.06.18 2,396 44 10쪽
161 160. 동굴 수련 +4 17.06.16 2,604 43 10쪽
160 159. 긴장緊張 +3 17.06.13 2,490 44 10쪽
» 158. 경악驚愕 +3 17.06.11 2,438 46 9쪽
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2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2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1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3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16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08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6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6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09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1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1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48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89 49 10쪽
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3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4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6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3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1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0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4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2 48 10쪽
137 136. 공세攻勢 +2 17.04.26 2,700 50 9쪽
136 135. 진노震怒 +2 17.04.23 2,710 49 9쪽
135 134. 모순矛盾 +2 17.04.20 3,073 49 10쪽
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4 46 11쪽
133 132. 질문質問 +2 17.04.15 2,826 5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