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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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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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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5.1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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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4. 무림맹과 마교

DUMMY

정주 외곽의 한적한 객잔 이층 별실에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의 사내와 두 명의 여인이었다.

탁자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고 술잔도 다섯 개가 놓여 있었으나 아직 젓가락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술도 마신 사람도 없었다. 어색하다기 보다는 썰렁하다는 것이 보다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자, 인사도 나누었으니 술이라도 한잔 듭시다.”

주은백이 먼저 술잔을 들며 건배를 재촉하자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잔을 들었다. 주은백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유혜연과 유긍연이, 반대편쪽에는 남궁이현과 당수진이 앉아 있었다. 그렇게 다섯이 원탁을 빙둘러 앉아 있었다.

“태어나 오대세가 사람과 건배를 하기는 처음이오. 하하”

유긍연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잔을 비웠다. 넉살 좋고 웬만해서는 주눅들지 않는 유긍연이었지만 그도 오대세가 사람들과 건배를 하리라 생각해본 적은 추호도 없었다.

“마찬가지요. 내가 만일 마교의 소교주와 건배를 했다면 아마···”

남궁이현도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유긍연의 말을 받았지만 차마 말을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아마 집안에서 쫓겨 났을 것이란 말이었는데 그다지 지금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해 입 밖에 꺼내지 않은 것이다.

“아마 집에서 쫓겨났겠지요. 하하하”

“하하하”

유긍연이 남궁이현을 대신해 말을 이었고, 그 말이 워낙 적확했기에 남궁이현도 따라 호탕하게 웃었다.

“마교 사람을 직접 보시니 어떻소? 머리에 뿔이 달리지는 않았지요?”

유긍연이 당수진을 바라보며 짓궂게 물었다.

“소문은 무시할게 못 된다 했는데, 혹시 뿔을 뗐다 붙였다 하시지는 않으시겠죠?”

“으하하하. 사천당문이 매섭다더니 역시 소문대로군요. 어떻게 아셨소?”

당수진이 농담으로 받자 유긍연이 박장대소를 하며 당수진이 꺼낸 소문이란 말을 다시 사용해 농담으로 되받는다. 조금씩 유긍연의 거침없는 호방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뿔을 뗐다 붙였다 하는 정도의 능력이 없으면 저리 예쁘고 귀여운 아가씨가 있을 리 없잖아요?”

당수진이 농담을 빌어 유혜연의 미모를 치켜세워주자 유혜연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주은백 앞에서 예쁘고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얼굴이 상기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뿔을 두고 오는 바람에 구경을 시켜 드리지 못하겠군요. 다음에 마교를 방문해주시면 꼭 뿔을 구경시켜 드리겠소. 하하하”

“기대하겠어요. 제게도 뿔 선물 하나 주시겠죠?”

“이를 말씀이오. 꼭 준비해두겠소.”

유긍연과 당수진이 계속 농담을 이어가자 모임의 분위기가 서서히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자, 내 술을 한잔 받으시오.”

유긍연이 술병을 내밀어 잔을 채우려 하자 남궁이현이 흔쾌히 잔을 내밀었다.

“그래, 찾으시는 것은 찾으셨소?”

“찾지 못했소. 그 놈들이 상단을 폐쇄하고 종적을 감춰버렸소. 여기 주대협께 들으니 무림맹에서도 그 상단을 통해 그 놈들을 찾았다 들었소.”

“그렇소. 하지만 지금은 흔적을 잃어 버렸소. 다만 무악산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을 거란 추측만 하고 있는 실정이오.”

“무악산이라···”

남궁이현과 유긍연이 흉수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얘기오만 지금 형편에 수색은 어려운지라, 솔직히 다른 대책 없이 이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 형국이오.”

남궁이현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을 유긍연에게 털어놓았다. 본래 오대세가는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했기에 남궁이현이 답답한 현재의 처지를 상대방에게, 그것도 마교에게 털어 놓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 점은 유긍연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도 소교주 신분이었기에 자존심 하나는 오대세가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유긍연은 남궁이현이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 모습을 보고 주은백이 친구로 삼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자답기 때문이다.

통상 남자들은 남자답기 위해 허장성세를 많이 뜬다. 없는 것도 있어 보이고 싶어하고 못하는 것도 할 줄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남자다움의 첫 번째 덕목은 솔직함이다. 솔직함이 당당함보다 우위의 덕목이다. 당당한 것을 우위로 삼는 사람은 남자다움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유긍연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 점은 남궁이현도 마찬가지였다.

“대책이 없을 땐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오. 괜히 움직여봐야 몸만 축날 뿐이지. 하하”

“하하하”

“호호호”

유긍연이 남궁이현을 위로한다고 한 말이 남궁이현과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 무악산을 같이 뒤져 보는 것은 어떻겠소? 기다리는 것도 상책이지만 수련 삼아 움직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소?”

“하하하”

“호호호”

유긍연이 금방 자기 말을 뒤집고 나서자 좌중에서 다시 웃음이 터졌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모양세가 좋을 리 없을 것이지만 유긍연은 남궁이현과 당수진에게 마교에 대한 선입견을 확실히 불식拂拭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좋소이다. 마침 무악산을 혼자 수색하려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함께 하도록 하면 좋겠소.”

남궁이현이 호탕하게 웃으며 유긍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곤 묵진휘를 떠올리며 같이 수색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 친구분은 내가 마교인줄 알면 놀라지 않겠소?”

“아마 그 친구는 마교가 무엇인지도 모를 거요. 걱정하지 마시오.”

유긍연의 우려를 남궁이현이 덜어주었다.

“그렇다면 오늘 같이 봤으면 좋았을 걸 그랬소.”

“그렇지 않아도 같이하려 했는데 마침 그 친구가 다른 일이 있는지 연락이 닿지 않았소. 조만간 다시 같이 자리를 마련해 봅시다.”

남궁이현이 아침 일찍 묵진휘가 머무는 객잔을 찾았으나 묵진휘가 없었기 때문에 당수진하고만 온 것이었다.

“자, 다시 한번 건배합시다.”

“건배”

“건배”

유긍연의 건배 제의에 모두가 다시 술잔을 들어 올렸다. 처음의 썰렁한 분위기는 어느새 씻은 듯 사라지고 없었다.

젊음은 많은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선입견이 작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무림맹과 마교, 남궁세가와 마교, 사천당문과 마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젊은 다섯 사람은 처음의 썰렁함에도 불구하고 이내 서로를 익숙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종내 좋은 친구로 여기게 되었다. 젊으니까 가능한 것이다. 만일 기성세대의 정파 무인들이 오늘 자리를 알았다면 검과 도를 뽑아 들고 마교의 소교주를 척살하려 모여들었을 것이다.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객잔 문 넘어 서쪽하늘에 짙어지는 노을을 보며 공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어젯밤에 나간 묵진휘가 하루 해가 다 넘어가도록 소식이 없는 것이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시고 기다려보십시오.”

냉보모가 곁에서 걱정을 덜어주려 하지만 몇 마디 말로 덜어질 걱정이 아니다.

공녀는 묵진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걱정하는 줄 알 텐데 이리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그 문제가 심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남궁대협께 말씀 드려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날이 밝을 때까지 돌아오시지 않으면 남궁대협께 연락을 넣어 주십시오.”

공녀는 무진신개가 다시 정주를 떠난 것이 아쉬웠다. 제갈청과 함께 정주로 왔다가 개방 내부의 일로 인해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이다. 물론 곧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공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주려고 냉보모가 객잔 방으로 들어가려 돌아서는데 서홍이 별채로 들어오는 문을 열고 들어온다.

“왜 밖에 나와 계십니까?”

서홍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공녀를 바라본다. 원래 걱정되는 대상보다 걱정하는 사람이 더 걱정스런 법이다.

“그냥 노을을 보고 있습니다. 노을이 아름답습니다.”

공녀가 묵진휘 얘기는 하지 않은 채 난데 없이 노을 얘기를 한다. 자신이 걱정하면 주위 모든 사람이 더 걱정하기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공녀는 문득 자신에게는 걱정할 자유마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공녀였고,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자랐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사람은 그 관심에 부응해야 한다. 많은 사람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얼굴표정 하나, 손짓과 걸음걸이 하나, 말과 글씨까지도 그 관심을 헤아려 신경 써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생각하는 것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디 다녀 오시는 길이오?”

냉보모가 서홍에게 물었다.

“남궁이현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같이 무악산을 수색해볼 생각입니다.”

“벌써 다녀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내일 남궁대협께 연락을 넣으려 했습니다. 한데 무림맹쪽에서 무악산을 수색할 무인들이 있겠습니까?”

무악산에서 있었던 흉수들과 무림맹 사람들간의 격전을 알고 있고, 저번에 남궁이현이 현재의 인원으로 무악산을 수색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고 얘기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묻는 것이다.

“무림맹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남궁이현의 말로는 마침 무악산을 수색할 수 있는 고수들을 만나 내일부터 수색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묵진휘 그 친구에게 함께 수색할 것을 제안하려 했는데 마침 제가 온 것이라 했습니다. 저도 그 고수들이 누군지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아무튼 내일 같이 무악산을 수색하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서대협께서 고생을 해주십시오.”

“고생이라니요. 그 친구는 제게 둘도 없는 친구 아닙니까? 그 친구를 찾을 때까지 무악산을 뒤질 겁니다.”

서홍이 웃으며 답하자 공녀는 서홍의 얼굴에서 사내들의 친구라는 것에 대한, 묘하고 깊은 여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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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1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2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1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3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16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08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6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6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09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1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1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48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89 49 10쪽
»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3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4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6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3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1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0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4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2 48 10쪽
137 136. 공세攻勢 +2 17.04.26 2,700 50 9쪽
136 135. 진노震怒 +2 17.04.23 2,710 4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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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4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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