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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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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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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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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제안提案

DUMMY

묵운진각墨雲進脚의 결과는 대단했다.

백여 명의 무인들이 거의 바닥에 주저앉거나 쓰러져 입에서 피를 게워내고 있었고 피를 뱉어내지 않더라도 몸 안의 혈맥들이 진탕震蕩되어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목숨을 잃은 무인은 없었다.


묵운진각은 땅속에 있는 대지大地의 기운을 의념意念을 통해 묵운외기墨雲外氣로 바꾼 후 화약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듯 발로 땅을 박차는 진각을 통해 땅속의 묵운외기를 폭발시키는 초상승의 절기였다. 지난번 노산에 들었을 때 깨달은 바가 있어 몇 차례 수련을 해본 것이다.

노산에서는 십여 장 밖의 바위를 진각進脚을 통해 폭발시켜 가루로 만들어봤고, 그 뒤로도 진각의 힘 조절을 통해 폭발의 범위, 거리 및 강도强度를 가늠했었다.


묵운진각의 위력을 본 공전주는 경악했다. 마치 땅속에 미리 화약을 묻어 놓은 듯 땅이 폭발하는 광경을 봤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진각을 사용하는 무공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진각을 통해 약간의 진동이 있을 뿐 땅을 폭발시키는 것은 자신이 알기에 없었다. 소림의 경우 백팔 나한들이 집단으로 동시에 진각을 시전함으로써 땅의 진동을 극대화시켜 상대의 호흡을 빼앗고 상대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도록 한다 들었지만 그 역시도 땅의 폭발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었다.

“도···도대체 네 놈은 누구냐?”

묵진휘가 묵운진각을 펼친 후 가만히 공전주를 바라보자,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에 짓눌린 공전주가 한참 전에 물었던 질문을 또 했다. 그도 묵진휘의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리 할 얘기도 없었다. 무림맹 놈들을 생포한다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얘기였고 오히려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음을 알았다. 눈 앞의 사내가 검을 뽑아 드는 순간 자신의 목은 땅으로 떨어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가시위학과 흑죽장창도 공전주와 동일한 생각이었다.

“네 놈이로구나.”

공전주의 질문에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 묵진휘 뒤에서 큰 고함소리가 들렸다. 특이호였다.

특이호가 묵진휘 뒤에서 걸어 나와 묵진휘 곁에 섰다.

“저 놈입니다.”

특이호가 손가락으로 공전주 옆에 서있는 부전주 황연송을 가리켜다.

“천수산에서 비살문 문도를 몰살시킨 놈이 바로 저 놈입니다.”

특이호의 울분에 찬 목소리였다. 황연송은 특이호가 비살문을 언급하자 놀랐고 공전주도 황연송을 쳐다보았다.

“네 놈은 누구냐?”

황연송이 특이호에게 되물었다.

“그날 그곳에 있었다. 동창의 사주使嗾로 이황야의 공녀 일행을 습격하러 갔던 비살문의 특이호가 바로 나다. 암살이 실패하곤 공녀의 배려로 목숨을 건져 천수산으로 돌아갔지. 네 놈들을 막으려고. 하지만 막지 못했고, 형제들이 네놈들의 칼 아래 쓰러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문주실 비상출구를 통해 탈출했다. 그날 문주실에 복면을 벗고 들어온 네놈을 이 두 눈으로 똑똑이 보았다.”

특이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날의 정황을 설명하자 황연송도 감히 반박하거나 부인하지 못했다.

“네 놈들이 동창의 사주를 받아 무림의 얼굴을 더럽힌 놈들이구나. 그러고도 무림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서홍도 준엄하게 꾸짖었다.

현무당원들은 특이호와 서홍의 일갈一喝에 의해 흉수집단이 단순히 무림맹과 무림맹 산하 표국 등에 대한 기습을 일삼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동창과 연계되어 무림의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정치 세력과의 결탁으로 무림과 나라의 질서를 피폐하게 만든 놈들이란 것을 알았다.

특이호와 서홍의 얘기에 덧붙여 당수진 등으로부터 흉수의 내력을 자세히 전해들은 현무당 특수조원들은 남궁식연을 선두로 검을 고쳐 잡고 공전주와 황연송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비록 허벅지에 박힌 화살로 인해 다리를 약간 절기는 했지만 눈빛은 협의俠義로 가득했다.

특이호와 서홍 그리고 현무당원들이 앞으로 다가오자 공전주와 황연송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묵진휘가 곁에 있는 한 검을 잡고 싸우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공전주와 황연송이 조금씩 뒷걸음을 쳤고 가시위학과 흑죽장창도 검과 창을 잡고 있는 손에 힘만 줄뿐 어찌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의붕경 역시 서있는 자리에서 가만히 사태를 지켜볼 뿐이었다.

현무당원들과 공전주 일행간의 거리는 이제 겨우 이장 정도에 불과했다. 묵진휘는 약간 떨어진 곳에 가만히 서있었다. 주위에서 상당한 고수의 기파를 느꼈던 것이다.

“상황이 역전되었구나. 검을 버리고 투항을 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흥법스님이 공전주에게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공전주와 황연송은 서로를 바라봤고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전주가 먼저 검을 버렸다. 공전주가 검을 버렸지만 가시위학과 흑죽장창, 그리고 오의붕경은 공전주를 나무라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도 검을 버리진 않았다.

황연송 마저 검을 버리려는 순간 허공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은은하지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검은 함부로 버리는 것은 아니지요.”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목소리마냥 부드럽게 바닥으로 날아 내렸다. 그의 신법이 얼마나 신묘한지 허공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는 흙먼지 한 톨 일지 않았다. 나이는 이제 막 장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듯 보였지만 아직 청년의 젊음도 채 사라지지 않았다. 인상은 부드럽고 입가엔 미소가 어려있었으며 귀가 무척 커 귓불이 턱선에 거의 이르고 있었다.

장년인의 말에 검을 버리려던 황연송이 손을 멈췄고, 공전주는 버린 검을 다시 줍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자세로 나타난 장년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나이가 많은 공전주가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봐서 나타난 장년인은 조직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를 가진 것처럼 여겨졌다.

“자네들이 말한 사람이 저 분인가?”

장년인은 공전주의 인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묵진휘를 바라본 후 난데없이 오의붕경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오의붕경의 적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히, 하지만 공손하게 대답한다.

“실로 뵙고 싶었소. 나는 이곳의 호법 중에 한 자리를 맡고 있는 수水라는 사람이오. 그냥 수호법이라 부르시면 되오. 귀하의 존성대명은 어찌 되시오?”

스스로를 수호법이라 칭한 장년인이 너무나 공손하고 정중하게 묵진휘에게 이름을 물었다. 흉수들 중에서 스스로 지위를 말한 사람도 그가 처음이었다.

“묵진휘라 하오.”

“묵대협이시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수호법의 인사에 묵진휘는 별다른 말없이 그대로 수호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결해야 될 일이 무척 많군요. 우선 저분과 여기 있는 황부전주간에 원한怨恨이 있는 듯하니 그것부터 해결하도록 하지요. 두 사람의 원한도 여러 사람이 얽힌 복잡한 문제이긴 하나 모든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하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니 그냥 두 사람이 직접 원한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어떻겠소. 무인답게 검劍으로 말이지요?”

수호법이 싱긋 웃으며 특이호와 황연송의 문제를 먼저 거론하고 나섰다. 둘의 대결로 둘의 문제를 매듭짓자는 뜻이었다.

“바라던 바요. 좋소.”

특이호가 먼저 대답하고 나서자 수호법이 황연송을 바라봤다. 황연송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무언가에 떠밀려가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자신은 조직이 지시한 임무를 수행한 것이지 개인의 원한을 푼 것이 아니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자신보고 책임지라는 것은 조금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감히 그런 뜻을 밝힐 수는 없었다. 황연송이 주춤거리는 자세로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

황연송이 검을 쥐고 나서자 수호법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다른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으니 두 분은 저쪽으로 가셔서 서로간에 쌓인 은원恩怨을 푸시지요.”

그러면서 두 사람을 마당의 가장자리로 보낸다. 묵진휘가 특이호를 바라보자 특이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걱정하지 말하는 뜻이다.

“부상자들의 치료도 급해 보이는군요. 여기서 계속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겠지요. 저희도 여러분들이 산을 내려가시는 것을 제지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상태 그대로 여기를 떠나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물론 이 산을 내려간 후에 여러분이 어떤 행동을 하시건 개의치 않겠습니다. 무림맹 무인들을 데리고 다시 여기를 쳐들어오셔도 되구요.”

수호법이 현무당원들을 둘러보며 묻자 현무당원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가 종내 묵진휘를 바라보았고, 묵진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한 마당에 계속 싸우기는 무리였다.

“좋소.”

남궁식연이 대표로 대답했다.

“서로 말이 통하니 좋군요. 해독제를 가지고 있지요? 저분들에게 주시는 게 좋겠군요.”

수호법이 남궁식연에게 웃음을 보인 후 공전주를 돌아보며 해독제를 요청하자, 공전주 대신 오의붕경의 추란이 품에서 해독제를 꺼내 남궁식연에게 던졌고 남궁식연이 다시 관지선에게 건넸다. 수호법은 항백의 상태가 독에 중독된 것임은 한눈에 알아봤지만 그것이 추란의 비수에 당한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공전주에게 해독제를 요청한 것이다.

“서홍, 자네가 남궁이현 저 친구와 함께 부상자들을 산 밑으로 데려가도록 하게.”

묵진휘가 서홍에게 말하자 서홍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이야 이곳에 남아 마무리를 봤으면 하였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아 자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조심하게”

남궁이현도 묵진휘를 보며 당부 한마디를 남기자 묵진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이현의 마음이 어찌 서홍과 다르겠냐만 그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서홍과 남궁이현이 현무당원들을 부축해 마당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현무당원들은 마당을 빠져나가면서 모두 묵진휘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던졌고 묵진휘가 일일이 눈을 마주쳐 답례했다.

“자, 이제 우리만 남았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많지요? 서로 교대로 한가지씩 질문을 던져 모두 세가지 질문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대답은 예와 아니오로 정직하게 하는 것으로 해야겠지요. 재미있지 않겠어요?”

묵진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수호법이라는 자도 대단한 고수였지만, 언젠가 만난 적이 있는 버금가는 고수가 숲 속 어딘가에 숨어있었다. 그들과 격전이 벌어지면 묵진휘 혼자서 현무당원 모두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수호법의 제안에 동의한 것이다. 다시는 아까운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소노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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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7. 궁즉통窮則通 +3 17.06.09 2,465 47 9쪽
157 156. 청해의 먹구름 +3 17.06.07 2,554 41 10쪽
156 155. 낙수落水 +3 17.06.04 2,463 48 10쪽
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5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20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11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9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8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13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2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2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50 47 10쪽
146 145. 백사일생百死一生 +3 17.05.13 2,690 49 10쪽
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6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6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7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5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3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1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5 49 10쪽
138 137. 재연再演 +2 17.04.28 2,594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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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3. 마교魔敎 +2 17.04.18 2,886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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