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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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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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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4.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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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9. 백문이불여일견百聞以不如一見

DUMMY

“네...네 놈은 누구냐?”

공전주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너무 놀란 것이다. 백여 발의 화살이 모두 휘어져 날아가다니···

“발사 준비. 어서~”

공전주가 다시 손을 들며 무인들에게 다급하게 화살 준비를 시켰다.

“발사”

공전주가 손을 급하게 내리며 발사를 외쳤다. 손을 내리는 속도에 따라 화살의 속도가 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시 백여 발의 화살이 묵진휘에게로 쏘아져 갔지만 상황은 전과 동일했다. 가벼운 베기에 여지없이 백여 발의 화살이 강물이 갈라지듯이 묵진휘와 현무당원들을 비켜 날아갔다.

“놈의 강기막 때문이오. 화살은 소용없을 듯하오. 내가 나서보리다.”

흑죽장창 나한열이 창을 힘주어 잡으며 말한다. 무인으로서 호승심이 동한 것이다.

“나도 함께 하지.”

가시위학이 흑죽장창처럼 검을 고쳐 잡으며 한발 앞으로 나설 때, 오의붕경의 청의 여인 추란이 끼어든다.

“흑적쌍괴에게 기회를 주고 싶군요.”

“무슨 말인가?”

가시위학이 추란에게 되묻는다. 뭔가 사연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일전에 저희가 한 사내에게 패해 부상을 입고 귀대歸隊한적이 있었죠. 그때 흑적쌍괴가 두고두고 저희를 무시하고 놀렸습니다. 한 놈에게 다섯이 당했다구요. 그리고 덧붙였죠. 자신들이라면 문제없다고. 이제 그 기회를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했지? 어때? 한번 견식해 보는 것이?”

추란이 가시위학에게 설명을 한 후, 흑적쌍괴를 돌아보며 의사를 물었다.

“켈켈. 말하던 놈이 저 놈인가 보군. 기회를 주는데 받아야지. 그리고 우리가 너희들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마.”

음휼이 호기롭게 나섰지만 가시현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자신은 백여 발의 화살을 휘어지게 할 만큼 강기막을 형성할 수 없었다.

“저쪽은 자신이 없는 모양인데?”

추란이 가만히 있는 가시현을 보며 음휼에게 비웃듯이 말하자 가시현이 검을 다시 잡으며 앞으로 나선다. 지금 상황에서 꼬리를 말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기막을 형성하는 것과 실전 싸움은 다른 것이다. 내공이 많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싸움은.

“저 놈을 베고 나서 네 년의 가랑이를 찢어주마.”

가시현의 목소리에 화가 가득 담겼다. 비록 오의붕경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평소 같으면 추란에게 이 정도로 험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험한 말이 나오는 것을 참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추란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비수를 날렸어도 진작 날렸어야 할 정도의 심한 모욕이었지만 지금은 웬일인지 별로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일단, 저 사내를 제압한 후 얘기하도록 하지?”

여전히 추란이 비웃듯 말하자 가시현과 음휼이 추란을 죽일 듯이 노려본 후 묵진휘에게로 다가갔다. 말대로 저 놈을 베고 반드시 저년 가랑이를 찢어 버리리라.

“네 놈 얘기는 저 놈들로부터 들었다. 한 가닥 한다고? 켈켈. 하지만 상대 나름이지. 오늘은 내가지옥 구경을 시켜주마. 켈켈”

음휼이 검을 뽑아 묵진휘를 겨누면서 메마르고 기괴한 목소리로 주절거렸다.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기괴함과 두려움을 주려는 의도인 것이다. 수많은 실전에서 효과를 본 음휼 나름의 승부수 중 하나로서 초식이라면 초식이었다.

묵진휘는 음휼이 검을 겨누면서 기괴한 목소리로 주절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휼의 뒤편에 있는 오의붕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청의 여인 추란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추란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저들은 동창 무사들과 함께 우리를 공격한 그 놈들이다.’

묵진휘의 눈빛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추측이 맞은 것이다. 이 놈들이 바로 그 놈들이다.

목걸이를 찾으려 하고, 동창과 결탁되어 있으며, 밀염을 거래하고, 곳곳에서 암살과 기습을 일삼으며, 소노의 목숨까지 앗아간 무리들이 이들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전부터 충신들을 죽이고 자신의 조부와 부모까지 무참하게 죽인 그들일 가능성이 높은 놈들이다. 이제 이황야와의 역할분담에 따라 자신이 맡아야 하는 무림세력이 이들일 것이다.

묵진휘의 눈길이 오의붕경에게서 흑적쌍괴에게로 돌아왔다. 묵진휘가 조용히 검을 뽑아 든다. 검을 뽑아 든 묵진휘의 눈빛이 이리 서늘하기는 처음이다.

“네 놈을 죽이고 추란, 저 년의 가랑이부터 찢은 다음에 네 놈 뒤에 있는 두 년의 가랑이도··· 킬킬”

드디어 가시현도 본성本性을 드러냈다. 잔혹하고 흉측한. 물론 자신의 본성에 가장 충실해야 최선의 실력을 뽑아낼 수 있다는 무인의 본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작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시현은 말을 하면서도 음휼과 은밀히 눈빛을 교환한다. 서로는 눈빛으로 상대의 마음을 익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자기의 마음과 동일했기에.

음휼이 가시현으로부터 측면으로 한 발짝 벌리면서 몰래 땅의 흙을 발로 긁어 모으더니 어느 순간 발로 긁어 모은 흙을 묵진휘에게로 신속하게 찼다. 순간 먼지가 일고 알갱이 굵은 모래들이 묵진휘의 눈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곤 동시에 검으로 묵진휘의 심장을 찔러갔다. 가시현도 음휼의 검이 묵진휘의 심장을 찔러가는 시간에 횡으로 묵진휘의 하체를 베어갔다. 비열하고 치졸한 수법을 제외하고 본다면 실로 전광석화 같은 합격술이었다.


“앗~”

흑적쌍괴의 비열한 합격술을 바라본 당수진과 관지선 등으로부터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놀라 눈동자들이 커졌다. 음휼이 일으킨 먼저가 아주 적절하게 묵진휘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비열함을 빼고 본다면 실로 먼지 일으키기의 일절一絶이라 할만했다.

대부분의 사파인들은, 아무리 치졸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전하는 싸움에서 저리 노골적으로 비열한 짓을 서슴없이 사용하지는 못했다. 특히 발로 흙을 날리는 짓은 뒷골목의 파락호들에게도 비열한 짓으로 낙인 찍힌 짓이었다. 하지만 음휼은 외려 당당하게 자신의 일절을 시전하고 있었다. 실로 다른 사람의 이목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악당의 전형이었다.

관전하는 현무당 특수조 무인들도 속으로 놀라는 한편 흑적쌍괴의 치사함에 혀를 찼다.


쿵~털썩···

당수진의 단말마 비명이 울려 퍼지고, 관전하던 사람들이 비열함에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먼지 속에서 쿵, 털썩 하는 의태음意態音들이 들려왔다. 누군가 땅으로 쓰러지면서 나는 소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먼지 속으로 집중되었다.

이윽고, 먼지가 걷히자 두 명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묵진휘는 여전히 처음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반면 흑적쌍괴는 땅바닥에 누워있었는데, 둘이 누워있는 곳의 흙은 이미 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흑적쌍괴가 절명絶命한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특히 흑적쌍괴와 검을 맞대본 무당과 화산의 두 진인의 놀라움은 더했다. 두 진인은 그들이 얼마나 고수인지, 그들의 합격술이 얼마나 날카롭고 치밀한지 익히 알았기 때문이다.

시간상으로 봤을 때 마당에 서있는 젊은 고수는 단 일수一手만을 사용했을 것이다. 자신들은 먼지로 인해 젊은 고수의 일수를 자세히 보지 못했다. 다만 먼지 속에서 차가운 금속의 날카로운 빛이 어른거리는 것을 봤을 뿐이다. 단 일수로 흑적쌍괴를 절명시킨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흑적쌍괴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놀라기는 오의붕경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고수가 대단한 고수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직접 검을 맞대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고수가 당연히 흑적쌍괴를 제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 괘씸한 흑적쌍괴에게 젊은 고수와 붙어보라고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단 일수에 흑적쌍괴가 절명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흑적쌍괴는 별검대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무인들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횡칠수전주 공손숙이었다. 편장로와 약속했던 것이다. 무림맹 무인들을 생포하겠다고.

공손숙의 마음에 불안이 일었다. 갑자기 횡삼수전주 진철신의 죽음이 생각났다. 태상호법의 냉혹한 눈동자가 이 현장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공손숙이 불안한 마음으로 대책을 고민하는 사이에 마당으로 두 명의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벌써 끝난 건 아니겠지? 헉헉”

“자네는 서홍 아닌가?”

떨어져 내린 인영이 헉헉 거리며 가뿐 숨을 내쉬면서 묵진휘에게 한마디 하자 남궁이현이 서홍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서홍과 특이호가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반갑네. 헉헉. 저 친구가 어찌나 빨리 가던지 따라 오너라 죽을 뻔했네.”

서홍이 묵진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남궁이현의 인사에 답했다.

“다시 만나 반갑네.”

경표도 서홍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목소리와는 다르게 경표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허벅지에 세 대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아니, 자네~”

서홍이 경표를 보며 놀랐고, 그제서야 현무당원들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항백은 바닥에 누워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 몸에 화살이 한대 이상 꽂혀 있었다. 그동안 현무당원들이 겪은 고초를 보지 않고도 짐작할 만했다.

“서둘러 치료해야겠네.”

서홍이 경표에게 걱정스럽게 말하는 순간 뒤에서 ‘모두 쳐라’하는 내공실린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손숙이 백여 명의 무인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공손숙의 명령과 동시에 백여 명의 무인들이 검을 잡은 채 호互의 대형을 이루며 묵진휘 일행에게로 몰려들어왔다. 마치 펼쳐진 부채살 각각의 끝에서 부채의 손잡이 한 지점으로 몰려드는 형국이었다.

“모두 좀 전 대형隊形을 유지하시오.”

흥법스님의 목소리에 현무당원들이 다시 검을 고쳐 쥐었다. 검을 고쳐 지는 손에 화살이 날아올때와는 다르게 힘이 좀 더 들어갔다. 희망이 주는 힘이었다.

하지만 묵진휘가 앞으로 나서며 양 손을 벌려 현무당원들에게 뒤로 물러설 것을 신호했고 남궁이현과 서홍이 재빨리 현무당원들을 뒤로 물렸다. 현무당 삼조는 묵진휘의 신위를 알고 있었기에 묵진휘가 시키는 대로 바로 따랐지만 현무당 특수조는 의아해했다. 백여 명의 적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응당 자신들이 나서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뒤로 물러나라니.

하지만 남궁이현과 서홍이 뒤로 물러서도록 잡아 끌자 할 수 없이 뒤로 물러나 묵진휘의 등을 가만히 바라봤다.


달려들던 백여 명의 무인들 중 선두가 묵진휘가 서있는 곳으로부터 삼장三長까지 접근했지만 묵진휘는 검집에서 아직 검도 뽑아 들지 않고 가만히 보고 있었다. 선두가 다시 반 장 더 접근하자 묵진휘가 한 발을 들어올리더니 힘차게 땅바닥을 내려쳤다.

순간, 굉음과 함께 검기劍氣와 비슷한 기운들이, 화약이 폭발하듯 사방팔방에서 땅바닥으로부터 터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땅이 뒤집히고 흙이 비산했으며 바람이 미친 듯이 불기 시작했다.

묵운진각墨雲進脚이 처음 시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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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4. 불안不安 +3 17.06.02 2,405 47 10쪽
154 153. 후퇴後退 +3 17.05.31 2,620 47 10쪽
153 152. 적대강狄大江의 단서 +3 17.05.28 2,711 47 10쪽
152 151. 속수무책束手無策 +3 17.05.27 2,619 43 10쪽
151 150. 글씨 +3 17.05.25 2,648 48 11쪽
150 149. 열린 문 +3 17.05.22 2,513 45 10쪽
149 148. 사각 열쇠 +3 17.05.20 2,442 47 10쪽
148 147. 압박壓迫 +2 17.05.18 2,462 45 10쪽
147 146. 수색搜索 +3 17.05.16 2,451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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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4. 무림맹과 마교 +3 17.05.11 2,606 47 10쪽
144 143. 소용돌이 +3 17.05.10 2,596 43 10쪽
143 142. 버섯구름 +5 17.05.09 2,588 51 10쪽
142 141. 화약火藥 +5 17.05.06 2,595 48 11쪽
141 140. 공동의 적敵 +3 17.05.04 2,623 49 10쪽
140 139. 오의붕경五衣朋競 +4 17.05.02 2,581 46 11쪽
139 138. 굴갱대호堀坑大虎 +3 17.04.30 2,635 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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