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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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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0
최근연재일 :
2023.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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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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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1

DUMMY

줄리안은 맨하튼의 샤넬 매장을 몇 번 찾아가며 드레스의 패턴을 제작했고. 거기에 샤넬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실크와 거의 똑같은 원단도 미리 준비했다.


덕분에 그 패턴에 맞춰 잘라낸 실크 원단과 폴리에스터 안감은 매장에서 본 오리지널 드레스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줄리안은 빠르고 정교하게 손을 움직여 잘라낸 실크 원단을 한 조각 한 조각 꼼꼼하게 재봉했다. 블랙 칵테일 드레스의 주요 부분들이 완성되자, 줄리안은 각 부분을 조심스럽게 이어붙여 완벽한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윤기가 흐르는 실크 소재와 어깨를 드러낸 세미 오프숄더 디자인은 우아함 그 자체였다.


드레스가 거의 완성되자, 줄리안은 옷을 입혀보고 수정하고 또 조율할 생각에 레이시를 불렀다. 그녀가 이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늘 그렇듯 찬사를 기대하면서도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을까 걱정이 됐다.



맨해튼에 있는 최 씨 아저씨의 작업장으로 레이시가 도착하자 줄리안은 그녀에게 옷을 건넸다.


"벌써 완성된 거야?"


"좀 서둘렀어. 입어봐봐. 치수 맞는지 보고 수정할 부분 있는지 다시 봐야 하니까." 줄리안은 레이시에게 드레스를 건넸다.


얼마 후, 레이시는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완벽하게 감싸며, 섬세하게 재봉 된 실크 원단이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드레스 어때? 마음에 들어?"


레이시는 거울 속에 비치는 드레스를 보며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이었다.


"옷이 너무 예쁘다. 내가 이렇게 예쁘게 보일 줄 상상도 못 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감동으로 떨렸다.


줄리안은 레이시의 허리를 잡아 옷의 핏을 조절하며, 세심하게 드레스가 레이시의 몸에 완벽하게 맞게끔 했다. 그리고 등에 있는 지퍼를 올리고, 그녀의 목선을 강조하도록 드레스를 조절했다.


"핏이 좋아서 옷에 잘 어울리네. 사실 소화하기 쉽지 않은 옷인데."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레이시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수정할 게 없자 줄리안은 신발장으로 향했다.


"이제 구두를 신어보자. 드레스에 어울리는 거 봐둔 게 있어."


"봐둔 구두도 있어? 뭔데?"


"크리스찬 루부탱의 펌프스힐."


줄리안은 신발장에서 꺼낸 구두를 레이시의 발에 조심스럽게 신겼다. 그리고 신발의 핏은 괜찮은지 편안한지도 살폈다.


블랙 펌프스힐은 레이시의 발목을 세련되게 감싸며, 그녀의 드레스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레이시는 구두를 신은 후 거울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구두를 자세히 살폈다.


"줄리안, 이 구두 너무 완벽해! 드레스와 너무 잘 어울려. 고마워."


새로운 구두가 이렇게 자신에게 어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레이시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액세서리 보러 가자. 너의 드레스와 구두에 잘 어울리는 거로."


이날 카르티에의 진주 목걸이와 타파즈의 진주 귀걸이, 브라이트 팔찌에 샤넬의 퀼팅 가방까지 구매한 후에야 쇼핑이 끝났다.


줄리안은 자신이 이렇게나 쇼핑을 좋아할지 몰랐고. 레이시는 줄리안이 이렇게 센스가 좋은지 몰랐다.


패션 센스만 좋다는 게 아니다. 줄리안은 사람의 구매 욕구를 정확히 집을 줄 알았고, 그에 맞는 가장 완벽한 코디를 했다.


줄리안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격으로 옷을 가늠하는 건 천박했으며 예술에 대한 모독이었다.


레이시는 그날 엄마에게 허락받은 거액을 액세서리 구매에 썼으며 한껏 만족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기말고사가 끝난 5월 말.


프롬 시작 시간은 7시. 장소는 학교 근처의 연회장이었다.


익숙한 장소였고 이른 시간도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맨하튼 외곽에서 통학한다는 사실, 그리고 맨하튼의 러쉬 아워를 생각하면 서둘러야 했다.


줄리안은 리무진을 빌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어퍼 이스트로 넘어갔다.


하얀색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이 레이시가 사는 콘도 앞에 서자 줄리안은 차에서 내려 콘도 안 로비로 들어갔다.


패션쇼에서 입었던 깔끔한 캘빈 클레인 정장은 줄리안의 체형에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리고 다크 네이비 재킷 안 흰색 셔츠에는 세련된 블랙 컬러의 슬림 타이가 메워져 있었다.


줄리안은 레이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내려와. 지금 로비에 있어."


잠시 후, 샤넬 풍의 검은색 칵테일 드레스에 펌프스힐을 신은 레이시가 작은 블랙 샤넬 핸드백을 든 채 나타났다. 깔끔한 묶음 머리 아래로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된 귀걸이와 작은 진주 목걸이가 돋보였다.


그녀의 모습은 줄리안이 처음에 상상했던 모습과 딱 맞아떨어졌다.


레이시는 멋진 줄리안의 모습에 기쁘고 또 평소답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쑥스러운 얼굴로 걸어 나왔다.


줄리안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You look fabulous." (오늘 정말 멋져)


"고마워. 너도."


줄리안은 레이시의 손을 잡고 리무진으로 안내했다.


두 사람이 리무진에 타자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차 안에는 줄리안과 레이시만 가득했다.


리무진은 운전석과 뒷좌석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운전석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가림막도 있어 보이지도 않았을뿐더러 방음 장치도 완벽했다.


레이시는 이렇게 잘생긴 남자와 숨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하고 밀폐된 공간에 둘만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귀에는 심장 뛰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들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레이시의 차가운 손이 긴장감에 파르르 떨리자, 줄리안이 스르륵 손을 가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잠시 손을 잡고 있자, 레이시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신발 안 불편해?"


예쁘기는 하지만 소화하기 쉽지 않은 하이힐이다.


"생각보다는 편해."


그리고 두 사람은 잠시 차 앞을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른 후.


"기말고사 어땠어?" 줄리안이 물었다.


"어? 어···. 꽤 괜찮았어."


뜻밖의 질문에 레이시는 놀랐다. 하지만 줄리안이 지금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시험 얘기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12학년 마지막 기말고사를 신경 쓰는 학생은 너밖에 없었을걸?"


"아? 하하하···."


남들은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대충 보는 시험을 레이시만 열심히 봤다. 사실 이맘때쯤 12학년 학생들은 이미 대학 입학 통지를 받은 상태이기에 시험은 커녕 수업을 제대로 듣는 학생도 없었다.


"나도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


"그건 정말 좋은 습관 같아. 예일대에 가서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겠지..."


대답은 제대로 못 하지만, 이 말이 레이시에겐 상처였다. 레이시가 선택한 대학은 예일. 그나마 하버드보다는 뉴욕에 훨씬 가까워 선택한 대학이었다. 하지만 뉴욕과 한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고는 해도, 줄리안과 떨어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대학, 시험 이런 건 잊어버리고 오늘 프롬을 어떻게 즐길지만 신경 써."


줄리안은 웃으며 얘기했지만, 레이시는 이 얘기를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라는 주문으로 들렸다.


"그럼 내가 프롬의 댄스 퀸을 노려볼까? 이렇게 잘생긴 남자 친구가 만들어 준 옷인데 가능하지 않겠어?"


줄리안을 바라보는 레이시의 눈빛이 대담해졌다. 더 이상 부끄럽다며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눈이 반응해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직전, 리무진이 연회장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줄리안은 레이시를 에스코트해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차 안에서의 시간이 5분만 더 지속하길 바랐던 레이시는 오늘 평소와 다르게 대담하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줄리안은 레이시를 에스코트해 레드카펫 위를 걸었고. 포토존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레드카펫이 깔린 것 같았고, 둘은 아카데미 시상직장에 입구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어야 할 셀럽 같았다.


연회장에 들어가자 높은 천장과 실크 벽지, 그리고 반짝이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보였다.


홀 한쪽 끝에는 큰 무대가 있어 클래식과 히트곡을 연주하는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에는 음식을 놓을 테이블 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홀 가운데에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다수 있었고, 위에는 이름표가 놓여 있었다. 학교에서 추첨을 통해 배치된 좌석 배치였다.


"우리 좌석은 저쪽인가 봐."


줄리안이 레이시를 이끌고 테이블로 향했다.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있던 테이블이었다.


그 순간, 홀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이 줄리안과 레이시를 따라 움직였다. 곧이어 레이시를 겨우 알아본 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줄리안의 귓가에까지 들렸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워 두꺼운 뿔테 안경을 벗지 못한 레이시였기에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괜찮아?"


"괜찮아져야지. 아직 적응은 안 되지만." 레이시는 애써 아삭함을 감췄다.


"이런 외모를 여태껏 숨기고 다녔어. 지금이 제일 예쁜 나이라고 하는데."


줄리안의 타박 같은 농담이 이어졌다.


"이런 걸 과시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어. 귀찮기도 했고. 대학 가서 드러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훗, 이제부터는 드러내고 다녀."


"그래야겠어. 잘못하다가는 이렇게 잘생긴 남자 친구 잃어버리게 생겼는데."


눈을 쌜죽하게 뜬 레이시는 주위를 둘러봤다. 레이시의 눈에 수많은 여학생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레이시는 씩 웃어줬다.


'이 남자는 내꺼야!'라는 만족감의 표현이자.


'나 정도 미모 아니면 꿈도 꾸지 마!'라는 경계의 몸짓이었다.


레이시의 눈길을 받은 많은 여자가 패배감을 느끼며 자신의 파트너를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줄리안이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잘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케빈에게 가려서 눈에 크게 띌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케빈은 없고 디자이너 메이드로 보이는 세미 정장을 입은 줄리안의 모습은 막 패션쇼에서 런웨이를 돌고 나온 모델 같았다.


왜 저런 멋진 남자를 게이라는 헛소문에 놓친 것인지 여학생들은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싶었다.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학생회장의 프롬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프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녀는 프롬을 준비해 준 많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일정을 소개했다. 식사 이후 댄스와 프롬 킹과 퀸을 뽑는 이벤트 순이었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홀 한쪽에 오늘의 프롬 킹과 퀸을 뽑는 투표가 있으니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5분이 채 안 되는 그녀의 소개가 끝나자 학생들은 프롬 킹과 퀸에게 투표하고, 곧 근처 테이블에 세팅된 음식을 자신의 접시에 옮겨 담고 자리로 돌아왔다.


"보통 웨이터들이 따로 서빙하던데..."


레이시는 다소 시시한, 또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만도 못한 대접에 입이 삐죽 나왔다.


줄리안 덕분에 거창하게 리무진으로 시작했더니 기대한 게 조금 많았다.


"내가 나중에 근사한 식당에 데려갈게."


데이시의 이런 기분을 이해한 듯 줄리안은 선뜻 약속했다. 데이시는 미래를 약속하는 듯한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배시시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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