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쒸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우쒸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0
최근연재일 :
2023.06.01 12: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20
추천수 :
63
글자수 :
65,341

작성
23.05.12 12:00
조회
143
추천
8
글자
13쪽

시작은 미약하지만

DUMMY

20명의 모델들이 각각 자신만의 스타일로 런웨이를 누비고 난 후 무대 뒤로 돌아왔다. 음악 볼륨은 낮아졌고 무대 위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천천히 어두워졌다. 그러자 관중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갔다. 그들은 지금 패션쇼가 마지막 무대인 줄 알았다.


조금 뒤, 스포트라이트가 다시 무대를 밝히기 시작했고, 관중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무대로 향했다. 그 때, 귀에 익은 최신 유행 곡이 크게 울려퍼졌다. 케빈은 무대 중앙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다음은 우리의 스페셜 게스트를 소개하겠습니다."


관중들은 숨을 참았다. 이미 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래로 게스트가 누군지 알아차린 학생들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바로 우리 학교 최고의 재능으로 꼽히는 분입니다. 얼마전 빌보드 싱글 차드 50위에 오른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문, A.R.K 테일러!"


이 말이 떨어지자, 무대 뒤에서 A.R.K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A.R.K는 Artistic Rhythm King의 약자로, 간단히 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불과 3년 전 이 학교를 졸업하고 두어 달 전부터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신예였다.


킹이라는 이름을 쓰기엔 아직 과분했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한번 보길 원했던 실력파 래퍼였는데 이렇게 등장한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킹은 반짝이는 하이탑 스니커즈에 흰색 긴팔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넉넉한 데님 자켓을 착용했다. 그의 하의는 블랙 슬림핏 청바지였는데, 해골 무늬가 각양 각색으로 더해져 있었다.


신발과 바지 사이에서 간간히 드러나는 무지개색 양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독특한 포인트였다.


그는 줄리안이 리폼해준 옷을 입고 런웨이를 한번 돌고 나더니 마이크를 잡고 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I'ma keep on grindin'..."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까보다 더욱 강렬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들은 열정적으로 손뼉을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킹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무대가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킹.


"안녕, 후배들! 킹이 모교에 왔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이 멋진 패션쇼를 진행한 후배들을 응원하고 싶어서지.

여기있는 케빈과 줄리안이 내 맘에 쏙드는 음악과 패션을 하고 있더라고.

너희들이 만든 먼진 무대에 초대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멋진 작품 만들었으면 해."


킹의 말이 끝나자, 청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응답했다. 그러나 킹과 사진을 찍고 싶어 무대 근처가 들썩이는 가운데,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빠르게 무대를 빠져나갔다.


그 후 시상식이 순서대로 진행되었고, 대상 수상자는 물론이었다. 누가 대상을 받을지는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눈치 채고 있었다. 이 화려한 패션쇼 무대를 만든 케빈과 줄리안이었다.



*



킹이 학교의 탤런트 쇼에 나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학교를 방문해 달라는 케빈의 제안을 킹이 받아들인 결과다.


어느 날, 케빈의 아빠가 우연히 그의 아들과 킹이 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만났다.


그날, 케빈은 JKINETICS 로고가 큼지막하게 달린 옷을 입고 나타났다. 킹은 그 옷을 보자마자 자신의 경험과 눈썰미로 그것이 기성복을 리폼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 옷 어디서 난거야?" 킹이 물었다.


"이거 줄리안하고 내가 리폼한건데?"


관심이 생긴 킹은 케빈의 옷을 살펴봤다.


그래피티처럼 그려진 그림, 옷 위에 덧대여진 다양한 문양과 로고, 그리고 다양한 색상과 패턴으로 이어진 봉제선. 이 모든 것이 독특하고 개성있게 보였다.


"그래? 대단한데! 감각이 정말 좋아. 딱 내 스타일인데, 이거 파는거야?


"아니, 우린 아직 팔진 않아. 사실, 이건 학교 패션쇼를 위해 준비한 거야. 줄리안이랑 나는 기성복을 리폼해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거든."


"그래? 그럼 나도 하나 만들어줘."


케빈은 킹의 부탁이 반가웠다. 자기도 부탁할게 있기기에.


"만들어주는건 어렵지 않은데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될까?"


"뭔데?"


"학교 패션쇼에 나와줄래?" 킹은 케빈의 부탁에 놀랐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러지 뭐. 안 그래도 학교에는 한번 가보려고 했어."


"정말 그래줄거야?"


"그럼! 후배들에게 내 소개도 다시 할겸."


케빈이 좋아라하자 킹도 조건을 걸었다.


"대신 너와 네 친구가 내 옷도 손 봐줘."


"콜!"


킹은 줄리안과 케빈이 디자인한 무대에 서게 된 것은 이런 딜 덕분이었다. 탤런트 쇼가 끝난 후, 킹은 두 사람을 붙잡아 자신이 브루클린에 있는 콘도로 데려갔다.


킹의 콘도에 도착하자, 줄리안과 케빈은 생각보다 소박한 그의 집에 놀랐다.


둘은 MTV에서 보던 래퍼들의 화려한 생활에 익숙했기에, 킹의 콘도가 상대적으로 소박해 보였다.


"니들이 본건 성공한 최고 인기 가수들이라고. 그것도 수백만 단위의 앨범을 판! 난 이제 막 차트에 곡을 올린 신참이고." 킹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들은 킹의 옷장을 열어보고 다시 놀랐다. 아무리 신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옷장은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의 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그가 직접 의뢰해 만든 옷, 실제로 그의 공연에서 입은 것들까지 다양했다. 패션에 대한 그의 관심은 진짜였다.


"스타일 정말 좋은데." 줄리안이 말했다.


"그렇지? 음악만큼이나 패션도 중요하잖아.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니까."


줄리안은 옷과 킹을 번갈아보며 그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찾았다. 세 사람은 다양한 옷들을 꺼내들어 어떻게 리폼할지를 고민했다.


킹이 줄리안과 케빈에게 요청한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개성과 음악 스타일을 모두 의상에 반영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먼저 음악부터 틀어야겠네. 들어야 판단을 하지."


킹의 강렬한 비트와 랩이 울리자 줄리안도 나름 몸을 흔들며 음악을 느끼려 했다.


"음악 들으면서 옷 고르긴 처음인지만 나쁘지 않은데?"


"그치?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긴 해."


보통 의류 매장에서도 음악이 나오긴 하지만, 그때 듣는 음악은 흐르는 배경음이라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한쪽 귀로 나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느껴졌다. 원곡 가수가 옆에 있으니 눈과 귀, 심지어 입까지 모두가 음악에 몰입했다.


"킹. 혹시 좋아하는 그래피티 있어?" 줄리안이 물었다.


"페일이 요즘 좋더라. 장 미셸 바스키아를 좋아하긴 하는데 옷에 그리긴 좀 올드하고."


페일은 (Faile) 그래피티 화가 듀오로 강렬한 색상과 독특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페일 그림이라면, 옷이 너무 정신 없을텐데?"


"그래서 좋아하기만 하고, 옷에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지." 킹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하나 그려볼까?"


"그림도 그려?"


"그럼!"


줄리안은 스케치북을 꺼냈고, 킹이 무대에서 랩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무대 조명 아래, 강렬한 비트에 맞춰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두꺼운 형광펜으로 아웃라인만 간략히 그렸다. 그리고 여러 장면을 그림으로 옮긴 후 패턴화했다.


스케치가 완성된 후, 줄리안은 스케치북을 펼쳐 킹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티셔츠를 디자인 할건데 어떻게 생각해? 스케치북에서 볼 때는 키스 해링 느낌이 약간 날 수도 있지만, 실제 완성해 놓으면 확실히 다를거야."


스케치북을 받은 킹은 곧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상상해보니까 이거 정말 좋아.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이 물씬 나네."


"그럼 이 디자인을 가지고 티셔츠를 만들어 볼게. 괜찮겠지?"


"물론. 이런 건 입어봐야지. 세상에 하나밖에 옷인데."


"티셔츠는 내가 집에서 만들어서 가져올게. 이런 작업은 시간이 좀 걸리니까."


"섬유 물감으로 그릴 거야?"


"아니, 자수로 할 거야. 섬유 물감으로는 내 머릿속에 있는 느낌을 완전히 표현할 수 없어. 물감으로 제작한 옷도 필요해?"


"꼭 그런건 아니고. 제작하는 데 힘들까봐 그러지. 그리고 자수로 만든 옷이라니, 아까워서 어떻게 입겠어?"


"마음에 들면 계속 만들면 되지."


"계속?"


"계속!"


"고민 좀 해보자. 옷을 완성한 다음 가격을 제시해봐. 적절하다면 구매할테니. 막 한벌에 천불씩 부르는건 아니겠지?"


"원가로 모시겠습니다, 호갱님."


"호갱?"


"고객이라고."



*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줄리안은 바로 작업실로 향했고, 곧바로 티셔츠 제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먼저, 종이 위에 패턴을 그렸다. 그래피티 형태로 뚜렷하게 그려진 패턴은 그의 독특한 디자인 감각을 잘 드러내주었다.


그런 다음 줄리안은 옷핀을 가지고 원단을 꼼꼼하게 이어붙이기 시작했다.


가봉 작업을 완료한 후, 그는 옷핀을 제거하고 자수 작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 낡은 재봉틀로는 제대로 된 자수를 놓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조언을 청하고, 부모님이 소개해준 전문 업체에 자수 작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 전문 업체는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일하는 최씨 아저씨였다.


"강한아, 이 브랜드는 처음 들어보는데, 무슨 브랜드니?"


"저하고 친구가 런칭한 브랜드에요."


"그래? 옷 패턴이 참 독특하고 멋있네.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좋아. 앞으로 이런 옷 계속 만들 생각이야?" 최씨 아저씨는 옷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반응이 좋으면 그럴 생각이에요. 일단 학교 선배에게 한벌 팔았거든요."


"한벌?"


줄리안의 말에, 유행에 정말 민감한 최씨 아저씨는 눈이 반짝였다. 그는 줄리안이 들고 온 이 옷이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다.


"혹시 이거 더 제작해서 팔 생각 있어?"


"팔리면요, 그런데 일단 동업자하고 이 옷의 최초 고객에게도 얘기를 해봐야 해요."


"아, 그래? 혹시 소량이라도 시장에 내 놓을 생각이 있으면 말해. 내가 싸게 해줄게."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최씨 아저씨는 돈을 받지 않겠다며 사양했지만 줄리안은 200달러를 건넸다.


얼마 뒤에 완성된 옷은 케빈을 통해 킹에게 전달됐다. 옷을 받자마자 킹은 줄리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옷 진짜 죽이는데?"


"맘에 든다니 다행이야. 정말 신경써서 만들었거든."


"진짜, 진짜, 진짜 감동이야. 이런 옷은 본적도 없고, 앞으로 볼 수도 없을걸?"


한참을 옷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던 킹은 가격을 물었다.


"500달러면 될거 같아."


"그래? 생각보다 훨씬 싸네?" 킹이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옷에 빽빽하게 들어간 자수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았다. 그래서 최소 천불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가격의 반도 되지 않아서 의아해했다.


"아는 분 통해서 싸게 제작한거야. 반은 내 인건비고."


"그럼 네 인건비로 250불이 들어갔다는 건데, 좀 미안하네. 너 정말 인건비만 받은거잖아?"


"인건비를 세게 부른거니까 괜찮아."


"오케이. 그럼 내가 천불을 보낼테니까 비슷한 디자인으로 한벌 더 제작해 줄 수 있어?"


"알았어. 혹시 추가 요구 사항 있어? 옷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거나, 아니면 패턴을 바꾼다거나, 아니면 로고 크기를 줄여달라거나."


"딱 좋아. 아, 로고는 차라리 더 크게 해줘. 지금건 손바닥만 한데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크게 만들어도 좋아."


"그래도 돼?"


줄리안은 킹이 로고 크기가 크다고 불평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반응이 없었다.


"내가 옷 홍보라도 해줘야 하지 않겠어? 이런 옷을 거의 공짜로 입는데?"


"고마워!"


전화를 끊기 전, 줄리안은 잊지 않고 이 옷과 브랜드의 상용화에 대해 얘기했다.


"참, 한 가지 더. 이 옷과 브랜드를 정식으로 출시하려고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어떤 도움이 필요한데?"


"음, 홍보나 마케팅 같은 것에 도움이 될만한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


"SNS에 사진 올리는 걸 얘기하는 거지? 무대에 입고 올라가거나?"


"맞아."


"그 정도야 어렵지 않아.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마. 아직 40위야."


기대는 하지 말라면서도 차트 순위는 40위라는걸 강조하는 킹의 말에 줄리안의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축하해! 빨리 1위 찍어야지!"


"하하, 고마워. 내가 잘 입고 다닐테니까 사업 잘 됐으면 좋겠다."


킹과의 통화가 끝난 후 줄리안은 다음 옷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디자인에 로고를 확 키운 옷이 제작되어 전달되었다. 점점 더 JKINETICS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월 7일에 돌아오겠습니다. 23.06.01 54 0 -
공지 업로드 시간은 12시20분 입니다. (월~금) 23.05.10 62 0 -
12 프롬 2 23.06.01 84 4 11쪽
11 프롬 1 +1 23.05.31 80 4 11쪽
10 프롬 드레스 23.05.30 80 3 11쪽
9 대학교 선택 23.05.29 84 4 13쪽
8 패션 모델 4 23.05.19 92 4 12쪽
7 패션 모델 3 23.05.18 94 4 12쪽
6 패션 모델 2 23.05.17 95 5 13쪽
5 패션 모델 1 23.05.16 112 7 12쪽
4 재능이란 +2 23.05.15 121 6 13쪽
» 시작은 미약하지만 23.05.12 144 8 13쪽
2 탤런트 쇼 23.05.11 149 7 12쪽
1 가먼트 디스트릿 in 뉴욕 맨하튼 +2 23.05.10 285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