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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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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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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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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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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재능이란

DUMMY

10학년의 여름방학이었다. 한국에서라면 고등학교 1학년의 여름방학으로 과외와 학원에 바빠질 시기지만, 줄리안은 다른 일에 열중했다.


그것은 바로 옷 만들기. 학교에서 진행한 탤런트 쇼가 끝난 후, 킹에게 옷을 만들어 주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아마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줄리안은 시간이 허용하는 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 주말까지도 옷을 만드는 데 전념했다.


새로운 디자인을 스케치북에 그린 후, 그린 디자인에 따라 정교한 패턴을 제작했다. 패턴에 따라 원단을 자르고 핀으로 고정한 후, 원단 조각들을 재봉기를 이용해 봉제했다. 마지막으로 마감 작업과 다림질을 거쳤다.


조금씩 고급 재봉기술인 자수, 퀼팅, 드레이핑도 연습했다. 이런 기술들은 혼자서 연습하기 어려워 주말에 부모님이 가르쳐주셨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케빈이 방에 처박혀 옷을 만들고 있는 줄리안을 보며 물었다.


"졸업하고 빨리 유명한 패션 하우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30살 이전에 수석 디자이너 자리도 꿰차고."


줄리안은 케빈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눈을 재봉에서 떼지 않았다. 그의 손은 계속해서 원단을 꿰매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흔적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정도면 30살 이전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하는 것보다 10배는 힘들겠다."


"10배? 글쎄다. 그것보다 더 힘들걸?"


"정말?"


"우리가 알 정도의 패션 브랜드가 몇 개 되지 않잖아. 한번 수석 디자이너 자리 차지하면 웬만큼 죽 쑤지 않는 이상 5년 10년씩 한다고. 앨범 차트는 일주일마다 찍는 거고."


"그런가?"


"몰라. 내 생각이야. 넌 연습 안 하냐?"


"해야지. 해야 되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백지야. 래퍼가 할 말이 없는 거지. 다르게 얘기하면 생각이 없는 거고."


"왜 그런데?"


"아빠 말로는 배가 덜 고파서 그렇다는데?"


"네가 밥을 많이 먹긴 해. 살 안 찌는 게 신기하다니까."


케빈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괜한 재미없는 농담이었다고 생각한 줄리안이 다시 물었다.


"알았어. 그런데 배가 덜 고프다는 게 무슨 의미야?"


"너도 알겠지만···. 래퍼들 죄다 가난하게 컸잖아. 사고 치고 컸고. 마약 팔고, 18살인데 애 아빠고. 그런데 난 부모 잘 만나서···."


"아, 너는 돈도 많고 잘생겨서 절박하지 않은 거구나?"


"그렇다네."


"큭큭."


"웃지 말고. 짜증 나니까."


"그래서 아빠가 뭐래?"


"가서 고생 좀 해보래."


"고생? 무슨 고생? 어떻게?"


"약도 팔고 대마초도 피워 보고 여자 만나 애도 낳아보고 그러라는데? 덤으로 밥도 굶고."


"네 아빠가 정말 그랬어?"


"어. 엄마 옆에서 그 얘기 했다가 두 분 대판 싸웠어."


"하하하."


한참을 웃는 줄리안을 케빈이 뚱하게 쳐다봤다.


"그러니까 그 재봉틀은 그만 만지고 나랑 나가자."


"어딜? 뭐하러?"


"나랑 고생하러."


"어디를 가자는 거야?"


고생하러 나가자며 케빈이 줄리안을 데리고 간 곳은 킹의 집이었다.



*



평소에는 매우 바쁜 킹이었지만, 이날은 예외적으로 시간이 조금 있었다. 홍보와 음반 작업에 치이다가 잠에 빠져있던 킹은 벨이 여러 번 울리자 얼마 뒤, 문을 열었다.


"둘 다 왔냐?"


"어. 초대해 준 건 고마운데 우리 때문에 바쁜데 시간 뺏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냐, 오늘은 하루 쉬어야 할 날이었어."


트렁크 차림의 킹은 날씬한 데다가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했다.


집안을 살펴보니 여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깨끗했다.



여자 흔적이 없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는데, 케빈이 줄리안보다 먼저 질문을 던졌다.


"여자 친구는 없나봐?"


"깨진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미안."


"괜찮아. 바빠서 만날 틈이 없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온 거야?"


"고민이 있어서 왔어."


"무슨 고민?"


"곡 작업이 잘 안돼."


잠에서 막 깬 킹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가득했다.


"내가 아무리 신인이지만 곡 작업 잘 된다는 가수 본 적이 없다. 무슨 일인데?"


"가사 쓸 게 없어. 머리에서 나오는 것도 없고."


"그건 다 그래."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하던 킹은 고개를 돌려 줄리안을 바라봤다.


"줄리안, 너도 고민 있어?"


줄리안은 처음에는 부인하려다가 결국 고민이 있다고 인정했다.


"고민이야 있지."


"뭔데?"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어."


킹은 잠시 뚱한 표정으로 줄리안을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향했다.


"고민하는 모습이 둘 다 기특하긴 한데 대답해 줄 수 없는 문제를 가져왔군."


"왜 답해 줄 수 없어?"


킹이 차가운 음료를 꺼내며 대답했다. "그건 나도 늘 고민하는 문제야."


부엌에는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냉장고가 있었다.


"냉장고에 마실 거 있으니까 꺼내 마셔."


킹의 말에 케빈은 냉장고 앞에서 음료수가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오렌지 주스, 비타민 워터, 게토레이, 코코넛 워터, 에이드, 스타벅스 커피···."


냉장고에 든 음료수를 쳐다보던 케빈은 고개를 들어 킹을 쳐다봤다.


"탄산은 없어?"


"없어! 몸매 유지하려면 탄산 먹으면 안 돼."


"그 흔한 맥주도 없네."


"뱃살 찌잖아. 빼기도 힘든데."


"언제부터 이렇게 먹은 거야?"


"가수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부터."


"그게 언젠데?"


"중학생 때."


케빈과 줄리안은 킹의 자기 관리에 혀를 내둘렀다.


두 사람이 놀라거나 말거나 킹은 진지하게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처럼 크리에이티브 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거야. 자기의 고유한 무언가를 드러내려고 하지. 그런데 쉽지 않아."


그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줄리안에게 물었다.


"줄리안. 네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야?"


"나는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맥퀸, 톰 포드. 이렇게 세 사람."


"셋 다 내가 아는 사람이네. 그럼 마크 제이콥스가 뭐로 유명해?"


마크 제이콥스는 루이뷔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그런지 스타일로 유명해."


그런지란 90년대에 유행한, 오래되어 보이거나 편안하고 또 심플한 옷을 의미한다.


"그렇지. 그런데 그런지가 마크 제이콥스만의 스타일일까?"


"아니. 그건 아니야. 오히려 그런지 스타일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훨씬 유명하지."


"나도 그런지 하면 커트 코베인이 먼저 떠오르지, 마크 제이콥스가 먼저 떠오르지는 않거든. 그런데도 사람들을 마크 제이콥스를 얘기할 때 그런지 얘기를 빼지 않아. 왜 그럴까?"


"그러게.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해?"


"마크가 그런지 스타일을 자기 스타일로 잘 소화했기 때문이야. 이미 존재하는 걸 조합하고 해석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다고 보거든."


잘 소화했다는 다른 의미는 그런지 스타일로 옷을 멋지게 만들어 세상에 선보였다는 걸 의미했다.


줄리안과 케빈은 아무 말 없이 킹의 말에 집중했다.


"케빈도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와 경험을 참고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 봐. 그런 과정에서 찾아낸 것들이 가사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뭐부터 시작해야 해?" 케빈이 물었다.


"음, 일단 네가 좋아하는 래퍼들의 가사를 참고해.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것들을 네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 그리고 그것들을 네 곡에 적용해서 불러보는 거지."


"그게 될까? 그걸로 나만의 스타일이 나올까?"


"잘 모르겠지만, 시도해보는 것도 중요해. 결국,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옷을 다 챙겨 입은 킹은 자신의 허머에 줄리안과 케빈을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킹이 차를 끌고 간 곳은 브루클린의 작은 레코딩 스튜디오.


도착하자 엔지니어에게 부탁해 자신의 노래를 최근 버전부터 과거 버전 순서로 들려줬다.


"들어보면 내 노래가 어떻게 어떻게 바뀐 것인지 알 수 있을 거야."


킹의 최근 버전은 조금 더 세련되고 독특했다면, 과거 버전의 노래는 조금 더 투박하지만 순수했다.


"어떤 계기로 이렇게 바뀐 거야?" 케빈이 물었다.


"계속해서 듣다 보면 내게 맞는 음악이 뭔지, 무엇이 나를 돋보이게 하는지 느껴질 때가 있어."


"계속 시도해봐야 한다는 얘기네."


"그렇지. 내가 배운 건 딱 들인 시간만큼 더 나아지더라. 재능 있는 사람들은 빨리 찾는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땐 헛소리야."


"어째서?"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 분야의 일이 재밌어지거든.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데, 막상 시간은 얼마 들였다는 생각은 못하는 거지. 재밌으니까."


킹의 말은 재능이라는 것이 타고난 능력이나 기술이라고만 여겨지지 않고, 실제로는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하고 연습한 결과물이라는 의미였다.



"나도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래퍼라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데. 하지만 사람들은 몰라. 내가 언제부터 래퍼가 되고 싶어서 노력했는지. 10살 때부터였다고."


킹의 이야기를 듣고, 줄리안은 케빈을 힐끔 쳐다봤다. 줄리안이 아는 한, 케빈이 본격적으로 랩을 연습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기껏해야 6개월 남짓.


솔직히 줄리안 생각엔 빌보드 싱글차트 15위에 오른 킹보다 랩은 케빈이 더 잘했다.


'그럼 케빈이 진정한 재능인가?'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킹의 말에 따르면 재능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했다.


"케빈, 여기 온 김에 네 랩 실력 한번 보자."


"여기서?"


"그래. 얼마 전 학교에서 네 노래 들었을 때는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그런데 여기 내 곡은 없는데."


있을 리가 없었다. 핸드폰에 MP3 파일을 넣어놓지 않아 전달하기도 애매했다.


"내 곡을 불러봐. 둘 다 놓고 비교해 보자."


킹이 노래를 비교해 보자는 말에 케빈은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킹의 계속된 부추김에 케빈은 헤드폰을 쓰고 부스 안에 들어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음악 들어간다."


킹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헤드폰으로는 경쾌한 킹의 노래가 빠르게 흘러나왔다.


케빈은 긴장했는지 랩의 첫 소절을 놓쳤고.


"컷. 괜찮아. 긴장 풀고 다시 한번 가자!"


케빈은 헤드폰을 벗고 있다가 잠시 후 다시 썼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확한 리듬에 맞춰 랩을 시작했다.


처음 케빈의 랩은 킹의 리듬에 맞춰 매끄럽게 흘러갔다. 그러다 점점 비트를 제대로 타기 시작하더니 라임과 펀치 라인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케빈의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이 붙었고, 그럴수록 케빈 고유의 느낌이 강렬해졌다.


케빈의 랩을 꽤 오래 들은 줄리안은 지금 케빈의 랩이 킹의 랩과 상당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같은 랩이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한다는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케빈이 노래하자 킹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케빈의 랩이 끝날 때까지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얼굴에서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


뭘 의미하는지는 심플했다.


재능이 아닌 노력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했지만, 케빈의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다. 재능이 무엇인지를.


어린 후배에게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킹도 지금은 확실히 알았다. 케빈은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래퍼라는걸.


킹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케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진지했기에 좌절감이 더 컸다.


줄리안은 시시각각 변하는 킹의 표정을 옆에서 지켜봤고. 지금까지 킹의 호의가 고마웠던 줄리안은 킹의 기를 살려주기로 먹었다. 노력파인 킹이 케빈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킹의 노력은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했으니까.


"킹.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랩을 들으면서 자랐어. 너보다 제가 더 들었다고."


"..."


별 도움이 되지 못한 위로였다.


잠시 후, 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허, 참. 미치겠네. 내가 재능의 벽을 느끼다니."


그는 케빈과 줄리안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너희들, 이미 자기 스타일을 본능적으로 장착하고 있잖아."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찾는다는 줄리안이나, 곡이 안 써진다는 케빈이나 킹이 보기엔 배부른 투정이었다.


"니들에게 속았어. 뭐가 자기 스타일이 없어. 이미 있구만. 케빈은 그냥 랩만 해도 자기 스타일의 랩을 하는 거 같고. 줄리안, 너도 고1 때 내가 반한 옷을 디자인했잖아."


킹은 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그는 더 이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후배를 보는 눈이 아니라, 경험을 나누는 동료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곡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과 그동안의 경험, 그리고 팁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처음에 조금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어린 세 남자가 음악을 들으면 흥겹게 시간을 보내는 자리로 바뀌었다.


킹은 케빈과 줄리안을 집에 데려다주면서 지나가듯 한 마디 던졌다.


"나중에 앨범 내면 발매 일자 알려줘. 알았지?"


킹은 케빈이 앨범을 낼 시기를 꼭 피할 결심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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