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쒸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우쒸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0
최근연재일 :
2023.06.01 12: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360
추천수 :
63
글자수 :
65,341

작성
23.05.10 12:20
조회
272
추천
7
글자
11쪽

가먼트 디스트릿 in 뉴욕 맨하튼

DUMMY

뉴욕 맨하튼에는 가먼트 디스트릿 혹은 패션 지구가 있다.


이곳은 패션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수백개가 넘는 디자인 스튜디오, 직물점, 도매업자, 의류 제조업체, 패션 스쿨이 밀집해 있고.


근처에 패션 스쿨만 FIT, 파슨스, LIM, 뉴욕 스쿨 오브 디자인, 뉴욕 아카데미 오브 아트, 프랫 인스티튜트가 있으며.


심지어 이곳이 프로젝트 런웨이의 뉴욕 배경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시작점이자 발판이 되기도 하는데, 많은 유망한 디자이너들이 이곳에서 경험을 쌓고 성장해나갔고.


다양한 패션 이벤트와 쇼, 전시회 등이 열려 패션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며 세계 패션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김강한의 부모님도 오랫동안 이쪽 산업에 몸담아 왔다. 한국에서도 이 뉴욕 패션 지구에 주로 납품을 해왔으며 제법 벌이도 괜찮았다.


그러다 강한이 초등학교 5학년때 뉴욕으로의 이민을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하고 빠른 배송이 생명인 패션 산업 특징상 항공 소포로 보내지는 옷은 늘 부담이었고. 공부에 큰 관심이 없는 강한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문제였다.


이민 후 강한의 새로운 이름은 줄리안이었다.



*



부모님이 모두 의류 제조업에 종사하시다 보니 집에 줄리안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뉴욕의 의류 산업은 일년 내내 바쁘긴 했지만, 특히 늦은 여름은 뉴욕 패션 위크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많았고, 줄리안 부모님의 회사도 그런 업체 중 하나였다.



줄리안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집에 홀로 덩그라니 남겨진 줄리안은 뭔가 흥미로운게 없나 살피다가 아빠의 서재를 뒤적였다.


인터넷도 좋긴 하지만 아빠가 귀신같이 방문 흔적을 잡아냈기에 얼마안가 접었고, 좀 더 고전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건 바로 서재.


"케빈이 말했던 '보물'이 여기 있을까?"


친구 케빈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좋은 것들'은 서재에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했었다.


서재 한쪽에 쌓여있는 두꺼운 책 뒤로 눈길이 갔고, 그곳에 숨겨진 잡지 더미를 발견했다.


"오오오오! 이건... 아, 코스모폴리탄!"


잡지는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코스모폴리탄. 잡지 표지에는 글래머한 여성의 사진이 커버를 장식하고 있었다.


"역시 케빈! 넌 천재야!"


모델들의 살색이 가득한 몸매가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드러났고, 줄리안은 곧 마음이 빼앗겼다.


그러나 나중에는 잡지 속의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에 더 관심이 갔다.


다양한 색상, 질감, 정교한 패턴에 빠져들었고, 그 디자인 뒤에 있는 창의성과 예술적인 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 몸보다 옷에 더 관심이 갔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부모님에게 받은 DNA일 수도 있었고, 단순 호기심 일수도 있었으며, 옷에 대한 열정일 수도 있었다.


"여자보다 옷에 더 관심이 많이 가면 게이 아닌가?"


깜짝 놀란 줄리안은 인터넷에서 성 정체성 테스트를 했고, 줄리안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게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성 정체성 테스트를 찾다가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 상당수가 게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줄리안을 다른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게이가 아닌 내가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다행히 줄리안이 아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중에는 게이가 아닌 디자이너도 상당수 있었다. 랄프 로렌, 토미 힐피겨, 케빈 클레인 등등.


그제서야 줄리안은 자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믿었다.



부모님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옛날 잡지를 탐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모른척 했다.


딱히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허슬러 같은 도색 잡지를 보는 것도 아니고 '건전한' 코스모폴리탄 정도는 봐도 된다고 생각하신게 틀림없었다.


그 잡지를 본 뒤로 줄리안은 교과서 같은 텍스트를 보는 것보다는 잡지 혹은 사진을 보는게 더 좋았고, 잡지를 볼 수 없을 때는 잡지 속 인물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솜씨도 나날이 좋아졌다.



*



줄리안은 절친 케빈을 집에 자주 초대했는데. 아무래도 줄리안의 집이 늘 비어있었기에 가능했다.


케빈은 큰 키에 늘씬한 체구를 가진 친구로, 언제나 맨하튼에서 제일 핫한 스트리트 패션이 가미된 옷을 입고 다녔다.


운동도 잘했지만 이 녀석을 빛나게 하는 건 외모였다.


균형 잡흰 얼굴에 흑인 치고는 밝은 브라운 피부, 명확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턱선, 부리부리한 눈, 그리고 넓은 이마를 가졌다. 워낙 핏도 좋아 걸어다니는 화보 같은 녀석이었다.


줄리안의 외모도 좋았지만 케빈과 같이 있으면 빛이 바랬다. 줄리안이 못생겼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케빈이 규격외 였다.



케빈은 또한 뛰어난 래퍼였다. 그의 랩은 플로우가 그냥 예술이었는데 일상 대화에서조차 플로우가 느껴졌다.


이렇게 탁월한 플로우와 명확한 딕션은 그가 래퍼로서 대성할 자질을 보여주었다.


이런 재능은 아버지의 피를 강하게 받은 결과였다. 케빈의 아버지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힙합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케빈의 아버지는 돈을 긁어모으다시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줄리안과 같은 동네에 살았고, 그래서 둘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케빈과 줄리안은 그날도 줄리안의 집에서 TV 앞에 앉아 패션쇼를 보고 있었다.


화면에 펼쳐진 것은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밝고 화려한 조명 아래 비밀스런 옷을 입은 모델들이 길고 날렵한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무대를 활보하고 있었다.


눈부신 조명 아래, 그녀들의 도도한 표정과 자신감, 그리고 우아함을이여과없이 펼쳐졌다.


"와, 졸라 예쁜데? 웬만한 잡지보다 이게 훨씬 낫네."


이 때, 케빈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화면에 나왔다. 섬세하게 장식된 레이스와 실크 언더웨어를 입은 모델이 런웨이 끝에서 잠시 멈추고, 카메라를 향해 살짝 웃는 순간.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리며 턴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봐봐, 저기서 턴하는 거."


그러면서 드러나는 힙라인과 언더웨어의 세부 디자인은 호르몬에 쩔은 중학생인 케빈의 머리를 날려버릴 만한 파괴력이 있었다. 역시 사진보다 움직이는 모델이 훨씬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TV 앞에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보고 있는 케빈과 줄리안. 둘의 시선은 같은 화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관심의 초점은 조금 달랐다.


"옷감이나 색깔이 정말 끝내주잖아." 줄리안은 디자인과 색상에 초점을 맞춘 반면.


"어! 더 좋은 건 안이 비친다는 거야." 케빈의 시선은 모델의 몸매에 더 많이 갔다.


"야, 줄리안. 네가 하고 싶다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면 이런 여자들 매일 보고 사는거냐?"


"그럴 것 같아. 그게 직업의 일부니까."


"이거 졸라 좋은 직업이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근데 이거 내가 하려면 그림을 잘그려야 되는거지? 손재주도 좋아야 되고."


줄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다음, 케빈을 위로하려는 듯이 말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너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사진 작가 같은 거 말이야."


"사진 작가?"


"그래, 사진 작가." 줄리안은 자신이 어쩜 이렇게 신통방통 좋은 생각을 했는지 기가 찰 지경이었다.


"네가 사진을 찍는다면, 예쁜 여자 모델들을 매일 볼 수 있을 거야.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으니까 원하면 언제든지 또 볼 수 있지."


"오!! 정말이네!" 케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누드도 찍을 수 있을까?"


"빅토리아 시크릿에 취직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올. 너 천잰데!"


"너 소질 있다니까! 넌 꼴리는 사진이나 그림에 대한 예술적인 안목이 있어! 속옷 사진 정도야 너에겐 껌이지!"


"그럼 너는 디자이너가 되고, 나는 사진 작가가 되는 거야?"


"그럼!"


코스모폴리탄과 빅토리아 시크릿을 보며 꿈을 키운 둘은 결국 성공적으로 뉴욕 맨하튼에 있는 하이 스쿨 오브 아트 앤 디자인 (High School of Art and Design)에 진학했다.


줄리안은 패션 디자인 전공이며 케빈은 포토그래픽 전공이었다.



*



줄리안과 케빈이 입학한 고등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분명히 다른 특색을 갖고 있었다. 그 차이는 학교의 커리큘럼.


기본적으로 일반 학교와 비슷한 수업을 제공했지만, 여기에 전공에 따른 특별 수업이 더해졌다.


애니메이션부터 포토그래피까지 선택할 수 있었던 전공은 9개. 줄리안은 짧은 고민 끝에, 패션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컨셉부터 스케치, 원단, 패턴, 그리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패션 산업에 필요한 모든 기초 지식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 학교를 선택하게 된 주된 이유는 마크 제이콥스와 케빈 클레인이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 것.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거지만 이 바닥은 철저히 인맥으로 굴러갔다.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친구인 줄리안과 케빈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줄리안은 자신이 선택한 패션 디자인 전공에 만족해하며 열심히 학업에 몰두한 반면, 케빈은 본래 선택한 포토그래피 전공에 만족하지 못해 필름과 비디오로 전공을 변경했다.


그러나 케빈의 진정한 열정은 다른 곳에 있었는데. 그의 심장은 힙합 음악으로 향했다.


"헤이, 줄리안. 이번에 내가 만든 노랜데 들어봐!"


이어폰을 귀에 꽂자, 808 드럼 머신의 웅장하고 감동적인 베이스와 폭발적인 스네어 드럼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그 위에 케빈의 랩이 얹혀 있었다.


그의 가사는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하며 겪은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 수업의 어려움, 그리고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을 담고 있었다.


"노래 괜찮은데?"


줄리안은 지난 몇 년 동안 케빈과 함께 다니며 힙합에 대한 지식을 쌓아왔기에, 케빈의 새로운 노래를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었다.


케빈의 새로운 곡은 꽤 괜찮았다. 특히 그의 춤은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를 끌어들였다.


줄리안의 머리속에는 랩 가사보다는 비트에 맞춰 움직이는 케빈의 동작이 더욱 생생히 그려졌고, 머릿속은 케빈의 춤을 완성해줄 옷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는 기성복을 사서 직접 리폼을 하는 것이 더 케빈의 스타일에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케빈, 이거 어때? 니 음악과 스타일에 딱 맞는 것 같아."


줄리안이 제안한 옷은 넓은 청바지와 눈에 띄는 로고가 있는 슬림한 사이즈의 티셔츠, 그리고 네온색의 스니커즈였다.


케빈의 의상은 곡의 감각적인 비트와 꽤 잘 어울렸다.


"좋아, 한 번 입어볼게."


옷을 갈아 입고 나온 케빈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살폈는데. 줄리안이 제안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와, 이거 진짜 잘 어울리네!"


그러나 옷을 제작한 줄리안은 막상 케빈이 옷을 입고 나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렸다.



"뭐가? 내가 보기엔 완벽한데?"


"아무래도 내가 직접 제작해 봐야겠어. 로고도 우리 고유의 로고를 만들어 붙이고."


이렇게 두 사람의 인생을 걸쳐 이어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6월 7일에 돌아오겠습니다. 23.06.01 50 0 -
공지 업로드 시간은 12시20분 입니다. (월~금) 23.05.10 61 0 -
12 프롬 2 23.06.01 75 4 11쪽
11 프롬 1 +1 23.05.31 76 4 11쪽
10 프롬 드레스 23.05.30 75 3 11쪽
9 대학교 선택 23.05.29 78 4 13쪽
8 패션 모델 4 23.05.19 86 4 12쪽
7 패션 모델 3 23.05.18 92 4 12쪽
6 패션 모델 2 23.05.17 91 5 13쪽
5 패션 모델 1 23.05.16 107 7 12쪽
4 재능이란 +2 23.05.15 120 6 13쪽
3 시작은 미약하지만 23.05.12 140 8 13쪽
2 탤런트 쇼 23.05.11 147 7 12쪽
» 가먼트 디스트릿 in 뉴욕 맨하튼 +2 23.05.10 273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