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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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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0
최근연재일 :
2023.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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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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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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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드레스

DUMMY

패션쇼 이후 줄리안에게 더 끌린 레이시는 적극적으로 그의 곁에 머물렀다. 그래서 얼마 되지 않아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같은 학교 학생들은 줄리안이 케빈이 아닌 무려 '여자'를 만난다는 얘기에 놀라워했다.


- 걔 게이 아니었어? 누가 게이라고 했는데?


- 그런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사귀자고 하는건데.


- 누구야! 게이라고 거짓 소문 퍼트린 년이!



줄리안과 케빈이 게이 커플이라는 소문은 두 사람 입학 초부터 퍼졌지만, 10학년 때 잠잠해졌다. 아니 잠잠해진 줄 알았다.


잘 생긴 줄리안과 더 잘 생긴 케빈이 자주 붙어 다녔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그들을 다른 여학생에게 빼앗기는 것을 참지 못했다. 이런 여학생들의 시선과 시기로 인해, 게이 이미지는 끊임없이 덧씌워졌다.


- 그런데 왜 레이시랑 사귀어?


- 레이시? 걔가 누군데?


- 그 두꺼운 뿔테 안경 쓴 아시안 있잖아. 한국애였나? 중국애였나?



이렇게 돌기 시작한 소문은 돌고 돌아 다시 레이시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그래,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들었어."


레이시는 자신에게 돌아온 소문에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이상하게 하고 다녔나봐. 남 시선 신경 쓰기 싫어서 그랬더니."


레이시는 오랫동안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친한 애들에게도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 없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면 되잖아. 그 안경 좀 벗고. 헤어스타일도 좀 바꾸고. 옷도 좀 사고."


줄리안은 레이시를 놓고 이리저리 살피면서 고쳐야 할 부분들을 나열하자, 그녀도 곧 수긍했다.


"그러긴 해야겠다. 아, 나 프롬 때 입을 옷도 안 샀는데. 같이 가서 봐줄래?"


보통 친한 여자 친구들과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줄리안이 옷 센스가 좋아서 그런지 그에게 물었다.


"네가 옷 센스가 좋잖아. 응?"


"그럼, 어디 가볼까?"


줄리안은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 쇼핑에 나섰다.




이제는 완연히 봄인 4월의 주말. 비가 온 뒤 뉴욕의 거리는 더욱 화창했다.


줄리안과 레이시는 프롬때 입을 옷을 사러 맨하튼의 주요 패션 브랜드 샵 뿐만 아니라, 맨하튼 곳곳에 있는 독립 디자이너들 샵을 찾아 다녔다.


"여기 가보자."


레이시가 줄리안을 이끌고 들어간 곳은 초대형 사넬 매장.


조금 비싼 브랜드이긴 했지만 레이시가 정한 예산 액수가 컸기에 괜찮겠지 하며 들어간 매장이었다.


레이시는 줄리안의 도움으로 수많은 드레스들을 시도해 보았다. 유연한 실크, 찬란한 새틴, 아름다운 레이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녀의 신체와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주는 드레스를 발견했다. 블랙 칵테일 드레스였다. 어깨를 은은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에 실크 소재로 된 옷감이 가슴과 허리라인을 아름답게 연출했다.


"이거 정말 괜찮은데." 줄리안은 옷을 들어 레이시에게 건넸다.


그 옷은 레이시에게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물론 옷은 조금 커서 수선이 필요했지만, 스타일이 딱이었다.


"이 옷 얼마죠?" 줄리안은 가격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실감이 없어서 다시 물었다.


"죄송해요. 혹시 가격표가 없나요?"


"아, 아니요. 여기 삼만 달러라 써 있어서. 잘못된 가격표 아니에요?" 레이시가 가격표를 가리키며 진열대 옆에 서 있던 점원에게 물었다.


"호호호. 아니에요. 그 가격이 맞아요. 작년 패션쇼에 올라온 옷이에요. 디자이너 메이드고, 올해 신상이고요."


줄리안은 가격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 디자이너 메이드라고 해봐야 그의 부모님 같은 사람이 일이백불에 드르륵 만드는 옷이었다.


물론 수많은 선행 과정이 있지만, 아무튼 그랬다. 삼만 달러를 받고 옷을 팔 지언정, 몇백불이면 살 수 있는 옷을 삼만 달러나 주고 살 생각은 없었다.


"우리 나가자."


"이거랑 비슷한거 사면 안돼? 난 이 옷 디자인 마음에 드는데."


레이시도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구매하자고 재촉했다. 하지만 줄리안에겐 샵에 걸려 있는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옷들은 뭔지 모르게 눈에 차지 않았다.


"음... 그건 좀 그래. 다른 샵 가보자. 다른 괜찮은게 있겠지. 없으면 다시 오고."


"그러자. 그런데 나 머리는 어떻게 해?"


"일단 드레스부터 고르고 보자. 드레스 고르고 신발부터 악세사리까지 맞춰야지."


그 뒤로도 정말 많은 매장을 다니며 옷을 입어 봤지만 처음 샤넬 드레스만 못했다. 결국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드레스를 찾는 것은 포기하고 줄리안은 옷을 직접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안되겠다. 그 가격에 사느니 내가 만들고 말지. 그런데 레이시, 내가 만든 드레스 업어도 괜찮아?"


줄리안이 드레스를 만들어 준다는 말에 좋으면서도 조심스러웠다.


"그게 가능해? 회사마다 쓰는 천이 다르거 아니야?"


"비슷한 천이야 구하면 되지. 뉴욕에 널린게 옷감인데."



줄리안이 잘 아는 의류 용품점에서 옷감과 지퍼 등 필요한 물품에 줄자까지 챙겨서 나왔다. 줄자로 의류용품점 내에서 재빨리 신체 둘레를 재려고 했지만,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여기서 재는 거 싫어."


"그럼 우리 어디서 재어보지?"


"글세."


레이시의 시선이 불편해 보이자, 줄리안은 장바구니에 모아둔 물품들을 계산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맨하튼 미드타운 이스트에 위치한 작은 골목에서 시크릿 가든이라는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사람을 피해 점점 숨고 싶은 두 사람이 찾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다.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과연 이름처럼 잔디를 닮은 초록색 매트와 꽃이 담긴 화분 그리고 오래된 테이블이 보였다. 향긋한 차와 꽃 향기가 가득한 이곳에서 두 사람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스와 차를 주문한 두 사람은 이 비밀스러운 정원에서도 제일 비밀스러운 자리를 찾아 숨어들었다.


"여기 정말 괜찮다.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았어?"


"그치? 나도 이곳이 딱 눈에 띄이더라고."


사실 지금까지 방문한 카페 중에 제일 시설이 형편없었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그런 건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대 만족이었다.


두 마디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차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긴장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레이시였다.


"그럼 어디부터 재야 되지?"


"음, 어... 어깨부터 할까?"


줄리안은 레이시의 어깨를 재려고 했지만, 손이 자꾸 떨렸다. 우연히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눈길을 피했다.


"다음은 어디지?"


"가, 가슴... 가슴을 재야 하는데." 두 사람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줄리안이 양손에 줄자를 들자, 레이시가 어색하게 양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줄리안이 어깨 아래로 줄자를 조심스럽게 둘렀다.


줄리안의 손이 자연스럽게 레이시의 가슴을 안는 모양이 되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얼굴은 더 붉어졌다.


"이제 팔 내려도 돼."


레이시가 팔은 내렸지만 제대로 측정된 것이 아니었다.


"어깨를 좀 필래? 너무 웅크리고 있어서."


"아, 미안."


레이시가 어깨를 쭉펴자 순간 줄리안은 손에 든 줄자를 놓칠뻔 했다. 생각보다 레이시의 가슴 둘레가 컸다.


애써 얼굴색을 유지하고 가슴밑둘레와 가슴둘레를 쟀다. 재는 동안 어색함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C컵이네." 줄리안이 뜻밖의 사실을 발견한 거처럼 놀란 표정으로 또 조금 크게 말했다.


"다 듣잖아!" 레이시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제서야 줄리안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소심하게 웃었다.


반면, 레이시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거야?"


"아니, 아직." 레이시는 얼굴이 붉어진 것을 숨기려고 발버둥쳤지만, 오히려 더욱 붉어진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럼 이제 허리와 엉덩이 둘레를 재야겠네." 줄리안은 줄자를 들고 레이시의 허리를 감쌌다.


"너무 긴장하지 마. 지금도 개미허리 같아."


그의 말에 레이시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를 보며 반문했다. "정말... 개미 허리야?"


레이시는 줄리안이 허리를 감싸는 손길에 부끄럽지만 기분 좋은 전율에 몸이 떨렸다.


줄리안은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 둘레를 잰 후, 줄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선언하듯 말했다.


"이제 다 끝났다. 수고했어."


그런 줄리안을 못 미더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레이시.


"내 치수를 다 외웠어?"


그 말에 줄리안의 뒤통수가 쭈뼛 서는 듯했다. 그제서야 치수만 잰 것이지, 기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음..."


"내 치수가 그래서 어떻게 돼?"


"음... C컵?" 레이시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일부러 그랬지?"


레이시는 줄리안을 흘끗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 있었다.


"그럼 한번 더 치수를 잴 영광을 줄게."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는 줄리안도 레이시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수치를 잴 수 있었다. 잠시 후, 빠르게 치수를 잰 줄리안이 만족한 듯 말했다.


"이제 끝."


"이젠 내 치수 다 외웠겠다?" 줄리안의 손길을 즐기던 레이시가 통통 튀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이렇게 두 번이나 쟀는데."


레이시의 얼굴은 붉어졌다. 그렇디만 레이시는 줄리안이 자신의 몸매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과 동시에 야릇한 기쁨을 느꼈다. 마치 비밀이라도 공유한 듯한 느낌이었다.


"내 치수를 다 외우다니, 이젠 뭐든지 맞춰줄 수 있겠네?"


"뭘 원해?"


"글쎄..." 레이시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자, 줄리안이 제안했다.


"내가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 줄까? 네 세련미와 우아함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고, 편안하면서도 너를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건데..."


줄리안은 조심스럽게 레이시을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자연스럽게 실루엣을 연출해주면서도, 네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해. 내가 정말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어."


레이시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줄리안에게 물었다. "그게 뭐야?"


"속옷!"


"속옷?"


갑자기 왠 속옷 타령이냐는 말이 나오기 전.


"속옷은 스타일의 기초야. 사람들은 자신에 맞는 속옷을 입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데, 피부와 맞다는 가장 중요한 옷이라고. 색은 드레스에 맞게 블랙이 좋을 것 같고, 정말 잘 어울릴거야."


줄리안이 말했다.


레이시는 줄리안의 속옷에 대한 철학이 너무 확고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화를 내야 할지 부끄러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말했다.


"그게... 나도 속옷에 대한 네 얘기가 맞는 것 같아. 하지만 받는 건 좀 더 생각해볼게."


레이시는 줄리안에게 속옷을 선물 받기에는 너무 이른 듯 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다시 달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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