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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패션계의 아이콘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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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쒸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0
최근연재일 :
2023.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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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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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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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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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패션 모델 3

DUMMY

줄리안의 긴장감에 몸이 온통 떨렸다.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연습해온 워킹과 표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었지만, 걱정과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이곳에서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재능 있는 모델들 사이에서 나도 돋보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떠도는 가운데, 줄리안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옆에 케빈을 슬쩍 봤다. 그도 태연한 척 웃고 있지만 긴장한 모습이 엿보였다.


혼자 쿨한 척은 다 하더니 이 녀석도 줄리안과 다를 바가 없었다.


"36번, 케빈 테일러."


"네."


케빈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심사위원에게 포트폴리오를 전달한 후, 런웨이를 다시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그의 워킹은 당당하고 자연스러웠다. 허리를 약간 흔들고 발끝까지 완벽한 라인을 그리자 매혹적이다 못해 카리스마마저 느껴졌다.


런웨이 끝에 도착하자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평소 무대에 오른 모습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기에 모든 것이 완벽했고 또 세련되게 보였다.


그런 케빈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입에도 웃음이 걸렸다.


정말 잘생긴 셀럽이 워킹을 하는 듯한 느낌을 크게 받았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역시 로이가 추천한 사람 맞네요."


케빈은 가볍게 눈웃음을 지은 다음 캐스팅 룸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37번, 줄리안 킴."


"네."


줄리안은 포트폴리오를 전달한 후, 런웨이를 걸었다.


줄리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런웨이를 시작했다. 그의 워킹은 처음에는 긴장한 모습이 드러났으나, 곧 안정적으로 변했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나아가며, 여유로운 움직임이었다.


런웨이 끝에서 카메라를 향해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심사위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날카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부드럽고 안정적인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턴을 하기 직전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있는 모델 중 젊지 않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 풋내 나는 젊음은 훨씬 상큼하게 다가왔다.


심사위원들 역시 그의 워킹과 표정 연기에 만족한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열심히 준비한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줄리안도 가볍게 인사하고 캐스팅 룸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막 룸을 벗어나는 줄리안을 기다리는 케빈.


"잘했어. 노력한 만큼 나오더라." 케빈이 줄리안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와. 난 떨려 죽겠던데, 넌 그런 게 없더라."


"진짜도 아니고 이 정도에 떨리면 가수 하겠냐? 옛날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 왔지."


"잘났다."


핸드폰을 열어본 케빈은 일정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마크 제이콥스이군."


"마크 제이콥스 캐스팅까지 성공하면 정말 좋을 텐데."


"난 거긴 좀 별로."


"왜?"


"옷이 너무 그런지 하잖아."


"그래도 우리가 하는 건 남자 신상이라 괜찮을 거야. 그래도 입을 만한 옷이 나올걸?"


"글쎄다. 해봐야 알지."



다음날. 두 사람은 마크 제이콥스의 캐스팅까지 끝냈고.


며칠 뒤. 양 패션 브랜드에서 모두 합격 통지를 받았다.



*



패션 위크라는 패션 산업의 중요한 이벤트가 있다.


주요 패션 위크로는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가 있으며 도시 별로 겹치지 않도록 다른 시기에 진행된다.


일 년에 두 번, 2~3월과 9~10월에 보통 7~10일 동안 열린다.


줄리안과 케빈이 참가하는 패션쇼는 2월 초, 그것도 첫 번째 날과 두 번째 날에 잡혀 있었다.


뉴욕 패션 위크 기간 중 가장 맨 처음 무대를 갖는 두 브랜드였다. 그런 무대에 줄리안이나 케빈 같은 초보가 선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합격 통지를 받고 나자, 줄리안은 맥이 탁 풀려버렸다.


패션쇼가 가까워지면 다시 떨리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시간이 꽤 남았다.



"앞으로 삼 주 남았네."


"그러게. 뭐하냐 이제?"


대학 원서까지 쓴 줄리안은 말 그대로 할 일이 없었다.


입학 원서와 포트폴리오는 FIT와 파슨스에 이미 냈고. 이제 인터뷰만 남았다.


케빈은 조금 달랐다.


계속해서 곡 작업에 열중이었다.


대학엔 별 관심이 없었고, 혹시나 간다고 해도 나중에 갈 생각이었다.


만약 자신이 음악 시장에서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그때 말이다.


그리고 줄리안 생각에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99.99%였다.



학교 안. 점심시간.


학교 곳곳에는 학기 말에 열리는 프롬 파티 행사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고. 케빈과 줄리안은 그걸 영혼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십 대에 이벤트는 이거 하나 남았네." 케빈이 말했다.


"설마 이거 하나 밖에 남지 않았겠냐?"


"다시 말해야겠네. 우리 고등학생 시절 이벤트 하나 남았다."


"갈 거냐?"


"아니. 별 생각 없어."


"그래? 나도 그런데."


케빈이나 줄리안이나 프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일단 파트너가 없었고, 왠지 시시해 보였다. 두 사람이 프롬 안내문을 멍한 눈으로 보는 이유였다.


뉴욕 패션위크에 모델로 서는 처지에서 젖내 나는 고등학생들 파티가 눈에 찰리가 없었다.


차라리 패션 위크가 끝나고 열리는 애프터 파티에 관심이 가면 갔지.


물론 미성년자인 케빈과 줄리안이 초대받을 확률은 낮았다.



"그래도 너 프롬포즈 많이 받지 않았어?"


"받긴 했는데 다 거절했지."


프롬포즈는 프롬 + 프로포즈의 합성어로 프롬 파티에 같이 가자며 파트너에게 하는 제안하는 이벤트였다.


보통 메인은 12학년 졸업반 학생으로 보통 11학년 학생까지 참석한다.


케빈은 11학년 때부터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예스를 한 적이 없었다.


반대로 줄리안은 11학년 때 12학년 선배의 초대에 응해 참석했었고.


간단히 밥 먹고 춤추고 애프터 파티 가서 맥주 한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옆에서 몇몇 커플들이 물고 빨고 난리가 났지만, 줄리안은 프롬 파트너와 간단히 춤 한번 춘 게 전부.


한번 갔다 오니 마음에 없는 파트너와 갔다 온다는 게 꽤 피곤하고 재미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만약 원하던 파트너가 있었다면 생각이 달랐을지 몰랐다.


줄리안이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하던 여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학교 회장으로 170cm에 눈코입 모두 큼직한 글래머였다.


줄리안뿐만 아니라 학교 내의 모든 남자가 파트너로 노리던 학생이었는데, 파트너가 생겼다. 그것도 12학년 초에.


바로 학교 부회장으로 오래전부터 공을 들이더니 마침내 승낙을 얻었다.


이 일로 프롬을 포기한 남학생들이 꽤 많았는데, 줄리안도 그중 하나였다.



프롬을 참석하지 않는 더 큰 이유는 사실 두어 달 전 만났던 제시카 때문이었다.


톱 모델이 내뿜는 포스를 경험해보니 여고생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프롬은 포기하고 패션쇼를 대비해 이미지 트레이닝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기···. 줄리안? 잠깐 얘기할 수 있어? 케빈, 내가 줄리안이랑만 잠시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아?"


케빈과 줄리안은 말을 건 여학생을 쳐다봤다.


"누구···. 야?"


'우리 학교에 이런 학생이 있었나? 누구지?'


이런 생각이 떠오르던 찰라, 그녀가 대답했다.


"나 모르겠어? 레이시."


그녀는 상큼하게 웃었다.


"정말? 레이시?"


이름은 레이시 권.


권이라는 성은 중국인 중에도 있기에 처음에는 홍콩이나 중국 쪽 교포 2세 정도로 생각했었다. 나중에 Kwon이라는 스펠링을 보고 한국 교포인 줄 알았다.


키는 160 중반 정도. 두상도 예쁘고 피부도 좋았지만, 두꺼운 뿔테 안경에 가려 얼굴은 판단이 불가한 상황. 기초화장만 겨우 하고 다녔다.


공부는 무척이나 잘했지만, 존재감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줄리안뿐만 아니라 학교에 많은 남학생의 레이다를 벗어나 있었다.


생각해보니 탤런트 쇼에서 바이올린을 켰던 것 같기도 했다. 줄리안은 백스테이지에서 게이 취급당하며 화장한다고 바빴기에 잘 몰랐지만.



"응. 혹시 이번 프롬 때 내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어?"


갑작스러운 프롬포즈에 줄리안은 멍해졌다.


"나?"


"응. 너."


레이시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줄리안의 심장 위를 콕 찍으며 말했다.


"안될까?"


"아, 아니야. 아니, 음···. 돼."


줄리안은 갑자기 자신이 속물처럼 느껴져 바로 승낙 못 하고 잠시 멍했다.


금방 전까지만 해도 케빈에게 프롬에 가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갑자기 돌변하더니 지조가 없어 보였다.


'미인 앞에서 지조 따위야.'


바로 자기 합리화를 끝낸 줄리안이 프롬을 승낙했다.


"대신 부탁이 하나 있는데···. 프롬포즈 해줄 수 있어?"


줄리안은 잠시 레이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했다.


그러다가...


"저기, 이게 프롬포즈 아니야? 방금 네가 한 게?"


"네가 하는 프롬포즈를 받아보고 싶어."


레이시는 눈도 내리깔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플랜카드까지 걸고 동네방네 요란하게 소문내는 프롬포즈가 아닌, 그냥 간단히 물어보면 되는 프롬포즈였다.


별 어려운 것도 아니기에 줄리안은 편하게 말했다.


"나랑 프롬 같이 갈래?"


"좋아. 내가 같이 가줄게."


그녀는 다시 배시시 웃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며칠 같이 붙어 다니며 밥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며 편하게 지내자 조금씩 친해지자, 레이시는 자기 자신을 조금씩 드러냈다.


"나 교포가 아니고 유학생이야. 엄마랑 맨해튼에 산 지 오래됐어."


줄리안은 레이시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난, 교포야. 1.5세."


"알아. 입학 때부터 알아봤어."


"그렇구나. 그런데 왜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다녔어?"


"시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이걸 쓰고 다니면 편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레이시는 사람들의 시선은 꺼렸지만 자기가 예쁘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프롬포즈를 받고 싶다는 말에 자존감이 높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줄리안은 그러려니 했다.


프롬 파트너 정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지만 레이시에게는 줄리안에게 프롬포즈 한 게 정말 큰 용기를 낸 일생의 이벤트였다.


그날 이후 레이시는 몇 번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며 수다를 떨더니 데이트를 신청했다.



"나랑 토요일에 뮤지컬 보러 갈래?"


아까부터 몇 번이나 줄리안의 눈치를 살피던 레이시는 결국 오른쪽 검지까지 깨물고 나서야 말했다.


"뮤지컬?"


"응. 캣을 보러 가고 싶었거든."


"캣?"


케빈 옆에서 랩만 들고 살았더니 뮤지컬을 관람할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응. 뮤지컬 표는 내가 살게. 대신 식사는 네가 사."


"그래, 알았어."


줄리안에게도 인생 첫 데이트였다.




그 주 금요일, 두 사람은 고급 수제 버거집에서 저녁을 먹고 캣을 관람했다.


극장에서 나와 줄리안은 레이시를 근처 집까지 걸었다.


조금 춥긴 했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었고, 레이시는 줄리안의 왼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붙어 있었다.


꽤 고급스러운 콘도 앞.


레이시가 집이 이곳이었다


"오늘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정말 즐거웠어."


레이시는 줄리안의 눈을 바라보며 말라가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조금씩 줄리안에게 다가가는 순간.


"나도. 덕분에 뮤지컬도 다 보고. 아니었으면 랩만 듣고 살았을 텐데."


레이시의 시그널을 읽지 못한 줄리안은 품을 뒤져 초대권을 꺼냈다.


"이게 뭐야?"


아쉬움을 애써 감춘 레이시는 재빨리 장갑을 벗고 패션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는 초대권을 열었다.


"2월 초 패션 위크때 마크 제이콥스하고 캘빈 클레인 패션쇼 무대에 서거든."


레이시는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고, 너무 놀라 입도 살짝 벌어진 채 줄리안을 쳐다봤다.


그냥 외모가 괜찮고 옷 잘 만드는 남학생 정도로만 줄리안을 생각하던 레이시. 그녀는 내심 줄리안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알았어. 꼭 갈게."


줄리안은 그것을 작별 인사라고 생각했는지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뒤돌아섰다.


그때.


"애프터 신청 안 할 거야?"


레이시가 한껏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내 정신 좀 봐. 다음 주에 뭐할까?"


"라이언 킹 보자!"


레이시는 뮤지컬 팬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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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탤런트 쇼 23.05.11 14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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