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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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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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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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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스토킹(1)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episode9- 스토킹>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같은 반에 있는 스토커 놈을 잡아서 족치면 되는 거지?”


스토킹을 당하는 거 같다는 슬비의 말에, 우리 세 사람은 거실에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의 주제는 슬비를 스토킹 하는 인간에 대한 처벌.

나와 태영은 이미 골프채를 하나씩 손에 들고, 나갈 준비를 끝내었다.


“아니야. 확신하는 건 아니고 의심만 하고 있는 단계라니까! 자꾸 성급하게 결단 좀 짓지 마.”


슬비는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으며 우리의 행동을 나무랐다.

태영은 그런 슬비의 행동이 못마땅한 듯 바라봤다.


“야, 네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며. 그게 우연이야? 누가 봐도 쥐새끼처럼 따라붙는 거잖아.”


나는 그 말에 극히 공감했다.

하지만 슬비는 이 일에 태영이 끼어드는 거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지.


“야, 넌 좀 조용히 해봐. 오빠한테 부탁했는데. 왜 네가 더 난리야?”


태영의 참여에 선을 그어버렸다.

태영은 잠시 당황해 하더니. 그에 질 세라 슬비에게 따져 들었다.


“너는 도와주겠다고 해도 뭐라고 하냐?”

“너 보고 도와 달라 한 적 없어.”

“나는 못 미덥고. 얘는 믿을 만 하다는 거야?”

“물론이지. 현우 오빠는 히어로 자격증까지 땄잖아? 너랑 비교할 거를 비교해야지.”

“이 새끼가 딴 게 뭐가 대단하다고. 그리고 나랑 얘를 비교하지 마. 무능력자인 새끼한테 무슨···”

“이태영. 너 또 오빠한테 버릇없이 군다?”

“한 살 밖에 차이 안 나면서 형은 무슨. 너야말로 이 새끼 싸고도는 거 적당히 좀 해.”

“야! 너 진짜······.”

“그만! 둘 다 그만 좀 싸워봐!”


나는 두통을 느끼며 손가락으로 이마를 짓눌렀다.

분명 처음에는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빠지고 있었다.


“둘 다, 다시 앉아 봐. 이야기는 끝내야 할 거 아니야?”


내 만류에도 불과하고, 두 사람은 자리에 앉는 동안에도 서로 으르렁댔다.

아무래도 스토커에 대한 대처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관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슬비야. 얘가 끼어드는 게 그렇게 싫어?”

“응, 싫어.”


고민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태영은 자신이 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태영아, 얼굴 좀 풀어라. 당사자가 싫다는데 그렇게 삐칠 일이냐?”


말을 하기 무섭게 내 쪽을 바라본다.

당장이라도 욕 한 바가지 할 거 같은 얼굴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저 못난 성격을 설득하는 건 포기해야 할 거 같았다.


“하아. 우리 이야기하기 전에 확실히 하고 가자. 슬비, 너는 태영이 끼어드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지?”

“응. 꺼져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는 어떻게든 참견할거고?”

“······네 허락 같은 건 필요 없어.”

“삐딱하게 좀 굴지 마. 네가 같은 학교의 학생을 때리면 퇴학까지도 당할 수 있는 사항이야.”


태영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런 협조성 없는 녀석 같으니.


“···그냥 오빠 혼자서 하면 안 되는 거야?”


슬비의 물음에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


“하면 되는데. 얘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문제지.”


태영을 눈 밖에 뒀다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다행히 이 부분은 이해가 되는지. 슬비가 한발 물러나줬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 참견해도 좋으니 혼자서만 못 움직이게 해줘.”


태영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에는 항의의 눈빛이 가득하였다.


“야, 너는 무슨 말을······.”

“그러면 정리가 됐네? 태영아?”


내가 말하자 남동생은 침묵했다.

더 말이 없는 거를 보니. 내 말을 따를 생각이긴 한 거 같았다.

나는 이번 일에 대한 계산을 끝내고 본론으로 넘어갔다.


“사람은 나랑 태영, 그리고 상황 봐서 내 친구들도 추가로 넣을게. 그러면 슬비야, 네가 겪은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 해줄래?

“응, 알았어···”


슬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사건.

슬비가 식당에서 동아리 친구들과 밥을 먹던 중, 얼굴만 아는 남학생이 말을 걸었다.

그는 평소에도 시선을 마주치면 피하거나, 여러 호의를 주는 적이 많았었는데. 그날은 유독 가까이 접근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슬비야. 혹시 하얀 곰 인형 좋아하면 너한테 줄까?’


그때에는 동아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곰 인형 이야기를 꺼낼 주제도 없었다.

슬비는 꺼림칙한 마음으로 거절을 하였고. 남학생은 순순히 물러갔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마음은 학교가 끝날 때까지도 줄어들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그저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슬비의 찝찝한 기분이 의심으로 바뀐 건 하굣길에서였다.

하굣길에 문득, 전날에 들렸던 뽑기 가게를 떠올리고 발을 들였다.

그리고 뽑기 기계 앞에 위치하였을 때에는, 전날에 뽑지 못했던 하얀 곰 인형이 사라져 있었다.


“하아, 그때부터 이미 너 쫓아다니기 시작한 거야.”


태영은 답답한 듯 말하였다.

하지만 슬비는 그런 태영의 주장을 부정하였다.


“의심은 들었지만, 그때부터는 아니었을 거야.”

“근거는 있어?”

“어, 내가 시선을 느끼기 시작한 건 한참 나중에 일거든.”


두 번째 사건.

어느 날 주점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던 슬비는, 묘한 시선이 느껴져서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어디에도 수상한 사람은 없었고. 애써 기분 탓이라 여기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하지만 점점 가게가 사라지고, 문을 닫은 가게만 가득한 거리에 들어선 그때.

무언가 찰팍하고.

뒤쪽에서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래서···”


겁을 먹은 슬비는 빠르게 달렸다.

뒤를 따라오는 발소리도 빨라졌다.

한참을 도망치던 슬비는 발을 접 질러서, 옆 가게에 쌓여있던 플라스틱 박스를 넘어뜨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게의 주인이 튀어 나와서 역정을 내며 박스 정리를 시켰다.

그리고 이후에 골목길을 지나는 동안에는 어떠한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태영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그거. 처음에 그 애랑 상관없는 일 아니야? 이번엔 의심 가는 정황이 없잖아.”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걔를 의심하는 건 다음날에 있었던 일 때문이야.”


그 일이 있은 다음 날.

슬비가 막 학교에 도착해서 가방을 정리하던 때였다.


‘이거.’

‘응?’


남학생이 건넨 물건은, 발목을 삐었을 때 사용하면 도움이 되는 연고였다.


‘그···, 넘어진 거 잘못 관리하면 큰일 날 수 있다고 하더라.’


슬비가 도착한 때는 남학생보다 오 분 전인 시간.

심지어 남학생은, 막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약을 건넨 것이다.


“······하아.”


나는 무의식적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정황상 그 남학생이 스토커인 건 분명한 거 같은데. 문제는 증거였다.

놈은 자신의 정체를 애매하게 드러내며, 수상하게 보일 태도로만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이거 쉽지 않겠어.”


태영도 고개를 끄덕여 내 말에 긍정을 표했다.

그냥 쳐들어가서 엄포를 주는 일이 아닌, 그가 슬비를 스토킹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로 한 상황.

놈이 발뺌 할 수 없는 완벽한 증거가 있어야 했다.


“계속 이야기 할게? 그리고 세 번째로 의심이 갔던 일은···”


세 번째 사건.

그날도 뭔지 모를 시선을 느낀 슬비는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오 분, 십 분을 머물러도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더 이상 머무르는 것도 민폐다 싶어서. 먹을거리 몇 개를 사고 편의점을 나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편의점 앞에서 그 남학생과 부딪히고,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도망갔어.”

“네가?”

“걔가.”


남학생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슬비가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재빠르게 도망간 것이다.


“하아······.”


나와 태영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개심 할 때까지 팬다는 계획은 취소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잠깐만.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슬비는 하다 못 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편의점에서 서로 눈을 마주친 이후. 그 남학생은 한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자택에서 휴식했다.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이틀 뒤, 슬비는 동아리 친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이틀 전에, 이상한 남자가 너를 도둑 촬영하고 있었어. 내가 혼쭐을 내줘서 도망쳤는데, 혹시 모르니 조심해. 알았지?’


이틀 전. 편의점 앞에서 남학생을 마주쳤을 때.

슬비는 남학생의 얼굴에서 똑똑히 멍 자국을 보았다.


“···끝이야?”

“응, 끝이야.”


이렇게. 스토커로 의심되는 남학생의 정황은 모두 들었다.

그 자리에 없었으면 할 수 없을 여러 행동들이 많았지만. 결국 마땅한 증거는 없었다.

우리 세 사람은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머리를 맞대면, 뾰족한 수가 하나 즈음 나올 터였다.


“고민 할 거 있어?”


제일 먼저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이태영이었다.

그의 계획은 이러했다.


“가서 직접 물어보면 되는 일이잖아.”


그게 안 되니까 이러고 있잖아!

나와 슬비는 태영의 의견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태영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일단 찾아가자고. 그 자식을 하루 종일 미행할 수도 없잖아.”

“그렇긴 한데. 그쪽에서 발뺌하면 어떡하게?”

“그거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거지.”


바라는 일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자, 태영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너 멍청이야? 히어로란 새끼가 가장 기초적인 수사방법을 모르냐?”

“야, 지금 왜······.”


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의 말대로 증거를 가지고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뭔데? 뭔데 그래?”


내가 순순히 태영의 말을 수긍하자. 슬비는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물었다.

하지만 나와 태영은 입을 다물었고. 그 상태로 침묵을 고수했다.


“뭐야? 지금. 나 따돌리는 거야?”


어이없어하는 슬비의 말에, 나와 태영은 서로를 마주 봤다.

간만에 남동생과 생각이 일치했다.


‘들키면 안 된다.’


그와 내가 생각한 계획은 확실하고 간단하지만, 슬비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여동생의 성격이면 절대로 반대할 게 뻔하니 말이다.

터억.

비장한 각오로 여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슬비야.”

“···왜?”

“그 남학생 이름하고,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려 줄 수 있을까?”


슬비는 내 부탁에 불신의 표정을 지었다.

역시 단칼에 거절 당했다.


“안 돼.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줘.”

“오빠 못 믿어?”

“···어, 지금은 못 믿겠어.”

“아냐. 지금이라서 더 믿어야 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짙어지는 의심의 눈길.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말했다.


“슬비야. 스토킹과 도촬은 범죄야. 지금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안 할 테니. 알려주면 안 될까?”


직접적인 단어를 꺼내자. 슬비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그래도 완전히 내 판단에 맡기는 건 못 미더웠는지. 조건을 내밀었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기로 약속해줘.”

“어, 약속할게.”

“오빠만 말고 상대 쪽 아이도 말이야.”

“약속할게.”

“약속한 거다?”

“응.”


이렇게 허락을 구했다.

슬비는 나와 태영에게 남학생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남학생의 이름은 김주환.

검은머리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햇빛에 살짝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오전에 한 시간, 그리고 오후에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축구부 활동에 전념한다.


“······축구부?”


나는 말을 되물었다.

슬비는 내 의문을 눈치 채고 바로 설명해주었다.


“축구부이긴 한데···. 거의 버린 자식이라고 들었어. 최근에는 교실에 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래.”

“음, 그렇구나. 그러면 이해가 되지.”


슬비가 불규칙하게 시선을 느낀다는 게, 아마 여기서 비롯된 문제일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양손바닥을 털며 말했다.


“좋아. 오빠만 믿고 기다려. 금방 해결해 줄게.”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의 월요일.

당장 내일 스토킹 짓을 끝내겠다.

라고 생각하고 축구부에 찾아갔지만.


“주환이 없는데요?”


어째, 시작부터 일이 꼬여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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