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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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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수 :
440,565

작성
21.12.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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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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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품평회(2)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이 친구가 너한테 제대로 빠진 거 같은데?”

“누군지 아세요?”


나는 다시 이름을 살펴봤다.

하진태. 왠지 부르면 정겨운 느낌이 들긴 하였다.

한 선생님은 하진태가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정작 내 기억에는 없었다.

훈련담당을 지원하였으니 나와 한 번쯤은 만난 적 있을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내가 정체불명의 이름에 쩔쩔매던 그때, 휴게실 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진태 말이야? 그거 내 본명이야.”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반가운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가 말하였다.


“안녕 현우야? 잘 지냈니?”

“불공 형!”


눈에 띄는 붉은 머리와 민소매 옷. 봉안당 이후로 자주 연락을 하게 된 히어로 불공이었다.

그러나 기뻐한 것도 잠시. 나는 다시 한 번 확인 하였다.


“하진태라는 사람이 진짜 형이에요?”


그는 휴게실의 문을 닫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모니터에 띄어진 리스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가 말했다.


“어, 나 맞아. 혹시 나랑 하는 게 싫은 거야?”


현역 히어로에게 훈련받는 게 싫다니.

나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애초에 형을 생각 했는데. 이렇게 도와주실 줄은 생각도 못해서요.”

“짜식. 기특하기는.”


불공이 입 꼬리를 올리고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가슴에 주먹을 올리며 말하였다.


“내 실력 걱정은 하지 말아줘. 이래 보여도 꽤 잘 나가는 몸이니까.”

“네! 형!”


자신을 믿으라고 하는 그 말이. 이 순간 굉장히 믿음직스럽게 들렸다.

그는 손에 든 종이컵을 휴지통에 버리고. 손가락을 두 번 튕겼다.


“그러면 오늘부터 내 제자인 거다? 내일부터 훈련에 들어갈거니 대련실로 등교하도록 해.”

“내일부터 대련실이요?”


나는 그의 말을 되물었다.

한동안 평화롭게 시간만 보내느라, 갑자기 생긴 훈련계획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싫어?”

“아뇨. 완전 좋아요. 좀 갑작스러워서 그랬어요.”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제대로 마음을 굳혔다.

현직 히어로인 불공의 과외를 받다니, 옛날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잘 부탁드릴게요. 선생님!”

“오냐! 그래도 호칭은 형이라고 계속 해줘.”

“네, 불공 형.”


그가 밝게 웃으며 호칭을 정리하였다.

그런 그를 보니. 모르는 새에 미소가 지어졌다.

무언가 끈끈하면서도 불타오르는 유대감이 느껴지는 기분.

이것이 바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짝짝. 이쪽을 보라는 박수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뜨거운 흐름을 끊은 한 선생님이 말을 하였다.


“자, 학생? 그러면 훈련담당은 진태로 결정이지?”

“네!”


망설일 것도 없이 불공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한 선생님에게서 대회 관련하여 이야기를 더 듣고 나서야 휴게실을 나올 수 있었다.

나는 휴게실 앞 복도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릴게요!”

“오냐!”


내일부터 나는 불공의 지도에 따라 훈련을 받게 될 것이었다.

어떤 훈련이든 완벽히 소화해 내어, 이번 시합에서 우승하겠다는 마음을 불태웠다.


“아, 그런데 현우야.”


복도를 걷던 중, 불공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상당히 충격적인 말이었다.


“훈련 때문에 그런데 초능력은 어떤 속성이니?”


해맑게 웃으며 묻는 그와 달리, 나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거를 느꼈다.

생각해보니 불공에게, 초인이라는 사실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선택. 번복할 수 없으려나.’


제자가 초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지원한 스승님.

과연 제대로 된 훈련이 될지 걱정이 들었다.



*



“움직여, 움직여!”


다음 날이 되고. 불공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더 빨리. 더 빨리!”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은 근력과 순발력을 기르는 훈련으로. 몸을 쉬지 않고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더! 더! 더!”


뛰고, 구르고, 엎드리고, 달리기를 반복한지 어느새 네 시간 째.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나라도. 한계를 넘은지 한참이 되었다.


“움직여! 움직여!”


그런 내 상태를 모를 리 없을 테도, 불공은 계속 움직이라고 지시했다.

나는 이 악물고 그의 지시를 따랐다.


‘훈련이야. 훈련이야. 할 수 있어.’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고.

훈련 시작 후, 여섯 시간 만에 첫 휴식을 받았다.

그러나 휴식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나는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하였다.


“우욱. 우웩. 우웨엑.”


몸을 한계까지 움직인 후유증으로. 화장실 변기와 입을 맞출 지경이었다.

불공이 연신 구역질을 해대는 내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가 걱정하는 말을 하였다.


“괜찮아? 훈련 강도를 낮출까?”


제발 그래주세요.

그러나 속마음과 다르게, 고개는 양쪽으로 흔들렸다.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니, 그만큼 육체적인 면에서 우위를 차지해야한다.

평소에 몇 번이고 되새기던 버릇 탓에, 스스로의 무덤을 판 것이다.


“우욱, 우웩”


더 이상 게워낼 것도 없자. 위에서 쓴물이 올라왔다.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까운지. 불공의 손길이 한층 다정해졌다.

그가 말하였다.


“힘들면 힘들다 말해도 돼. 이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진심어린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훈련시작 단계에서 이러면 죽도 밥도 안됐다.

조금씩 단계를 올리자고 다짐하며, 다시 속을 게워냈다.

그가 한숨을 쉬고 말하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 거니까, 조바심 내지 말고 제대로 진정해.”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마음과 다르게, 목에서 쉬지 않고 하얀 물이 올라왔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였는지. 처절하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화장실을 나왔다.

정수기 옆에 놓인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살 거 같다.

이제야, 제대로 쉬는 기분이 들었다.


“어때? 진정 좀 됐어?”


뒤 따라온 불공이 나를 걱정하였다.


“자, 천천히 마셔.”


그는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내게 건네었다.

나는 물 마실 힘도 없이 어지러웠지만, 순순히 물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천천히 한 모금씩 마시니. 어지럽던 세상이 조금씩 돌아왔다.

물의 맛이 원래 이렇게 좋았었나?

엣 위인이 해골 물을 꿀물처럼 마셨다는 이야기가 백번 이해되었다.


“미안하다. 현우야.”

“예?”


갑자기 불공이 사과를 하였다.

그가 사과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다.


“삼 급 초인인 경우가 너무 드물어서, 먼저 어느 수준인지 확인 할 필요가 있었어. 미리 설명해두지 않아서 미안했다.”


사과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은 이해가 되었다.

삼 급 초인이라는 게 워낙 특이한 경우인지라. 훈련을 위해서 이 단계는 필수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다.

오히려 그걸 미루지 않고 바로 해주었으니. 내가 그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때요? 뭐가 부족한지 알거 같아요?”


나는 앞으로의 훈련계획을 불공에게 물었다.

그는 내 옆 자리에 앉아, 수첩을 꺼내어 글씨를 적었다.


“오늘 한 훈련은, 일본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히어로 무라야마 하이로의 훈련을 내 식으로 변형한 거야.”


무라야마 하이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대혼란 시기에 활약한, 일본의 히어로 평판을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린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인물의 훈련방법이 나와 맞을까.

불공이 계속해서 설명하였다.


“지금은 서거하였지만 그는 일본에서 초인으로 활동한 히어로야. 그래서 그의 훈련법으로 몸을 움직이고. 내가 가르쳐주는 방법으로 싸움을 익혔으면 해.”


초인으로 활동한 히어로.

초능력자인줄 알았던 무라야마 하이로의 숨겨진 면모를 듣자, 꿈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거 같았다.


“해볼게요, 해보겠습니다.”


초인으로 명성을 떨친 히어로가 있다면, 내 꿈도 그렇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히어로가 되고 싶은, 그런 꿈 말이다.


“이게 앞으로 2주 동안의 일정이야.”


불공이 수첩 한 면을 찢어서 주었다.

그 종이에는 2주 동안의 훈련계획이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그는 내가 종이를 읽는 동안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 했던 훈련은 하루에 30분씩 나누어서 8번을 반복할거야. 그리고 30분 동안 휴식하고. 그 후에는 내가 따로 준비한 훈련을 할 계획이야.”

“형이 준비한 게 어떤 훈련인지 물어도 돼요?”


초인이 몸을 단련하는 거 말고 하는 훈련이 뭐가 있을지.

그가 물음에 답하였다.


“너는 다양한 무기를 다루게 될 거야.”


무기.

칼이나 창, 망치나, 도끼 같은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다.

나는 무기를 다루는 훈련에 실망하였다.

실제로 히어로들은 초능력 이외에도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었으며 상업적인 용도가 컸다.

그 예로. 상업적인 면에서 딱 알맞은 사람이 떠올랐다.

붉은 망토 도끼 맨.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키는 히어로이지만.

그런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자세를 취하는 정도로만 도끼를 이용하였고. 순전히 초능력에만 의지하는 부류였다.

내 안에서 무기를 든 히어로의 이미지가 그래서 그런지. 그런 광대는 결코 되고 싶지 않았다.


“현우야. 표정 풀어라. 형아 상처받는다고?”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불공이 슬퍼하는 표정을 지었다.


“잘 들어 현우야. 이미 너의 운동신경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수준이 높아. 더 이상 그 부분에서 내가 봐줄게 없어. 알아듣지?”

“···네.”

“하아, 그렇게 실망하지 마. 네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무기를 배우는 건 마스코트인 의미에서가 아니야.”


불공이 볼펜 하나를 꺼내어 던져주었다.

나는 엉겁결에 볼펜을 받았다.


“심을 꺼내봐.”


허무맹랑한 지시에, 볼펜의 뒤를 눌러 간단히 심을 꺼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시킨 일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가 또 다른 볼펜을 건네었다.


“그것도 심을 꺼내봐.”


이번에도 볼펜의 심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방금 전과 달리 이 볼펜은 뒤쪽에 누르는 부품이 없었다.

나는 당황하여 볼펜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특이하게도. 심을 나오게 하는 부품이 아래에 달려있었다.


“꺼냈어요.”


심을 꺼낸 볼펜을 불공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허리춤에서 한 가지 물건을 건네주었다.

나이프 형식의 단검이었다.


“흐읍.”


칼을 받아 들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분명 손잡이 부분은 따뜻한 제질 인데, 왠지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거 같았다.


“어때? 쉽지 않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엌칼과 다르게 만지는 순간, 식은땀을 흐르게 하는 물건이었다.


“이리 줘 봐.”


요구대로 단검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돌려준 단검은 그의 손 안에서 춤을 췄다.

춤을 추던 단검은 한 순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모습을 감추었던 단검은 닫힌 창문 틈 사이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그가 말하였다.


“어때? 이래도 무기가 마스코트에 불과하다 생각해?”

“아니요. 장난 아니네요.”


불공이 보여준 모습은, 결코 무기를 장난감으로 여기어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이런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그는. 다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하였다.


“이게 너의 힘이 될 거고, 초능력이 될 거야. 너는 다양한 무기를 접해볼 거고. 그 중에서 단검은 나보다 달인이 되어야 해.”


불공은 창문 사이에 꽂힌 단검을 회수하였다.

그리고 서로 헤어지면서. 첫날 훈련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 날은 체력훈련과 무기 훈련을 병행 하였다.

여전히 체력훈련은 힘들었지만, 첫날처럼 방전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기 훈련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특이한 경험이었다.

봉부터 시작해서 단검과 장검, 심지어 활과 부메랑까지 다양한 무기를 접하였다.


“움직여! 찌르고. 빼고. 내리 찢어. 다시!”


만만히 봤던 무기훈련은 체력훈련 못지않게 체력을 뺏어갔다.

그래도 꾸준히 손에 쥐는 감각을 익히고 다루는 감각을 익혔다.

그의 지도 하에 훈련에 들어간 지. 어느덧 3주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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