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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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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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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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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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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극(2)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정말로 그걸로 괜찮겠어?”

“네,”

“정말···?”

“네.”


A통로 끝에 위치한 선수 대기실에서, 특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배치 된 남자선생님이 한숨을 쉬었다.

그가 피곤해 하는 이유. 그것은 나에 대한 오지랖 때문이었다.


“너 초인이라면서! 그런데 왜 멀쩡한 무기는 다 내버려두고 대걸레를 들고 가려는 거야? 시합 포기하는 거야?”


그의 말대로 나는 단검 두 자루만 챙기고 이곳에 던져 놓았다.

하지만 시합을 포기하거나 그런 이유에서는 아니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손에 쥔 대걸레를 들어 보였다.

길이도 적당하고 무게감도 있는 게 웬만한 무기보다 쓸모 있지 않은가?


“선생님, 괜찮아요.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그러나 내 모습이 못 미더운지. 선생님은 계속 나를 말렸다.


“아니 학생. 대걸레를 들고 가는 건 상관 않겠는데···. 적어도 이 단검들은 챙겨가. 너도 무기는 있어야 싸울 수 있잖아?”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단검 두 자루도 챙겼고, 무엇보다 쓸 만한 걸 손에 쥐고 있잖아요?”


그는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연달아 쳤다.


“아이고 이 답답한 놈아. 총 들고 있는 놈한테 돌멩이 두 개랑 나무젓가락 하나 들고 간다고 되겠냐? 허영심에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챙겨가!”

“아니, 다음 시합에 쓴다니까요? 다음 시합에! 그때는 들고 갈 거니까 그때까지만 맡아주세요!”

“놓고 간 물건 관리를 못해서 하는 말이 아니잖아!”


단검을 들고 가게 하려는 선생님과 두고 가려는 나.

서로 언쟁이 계속되던 그때였다.


“다음 시합 시작하겠습니다. 대기자 분들은 시합장으로 나와 주세요.”


심판이 다음 참가자를 호명하는 목소리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뒤 쪽에서 선생님의 분통터져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나는 시합장 한가운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느낀 바를 중얼거렸다.


“음. 여기도 이제 정이 들려하네.”


단단한 흙바닥과 시합장을 뒤덮은 거대한 돔. 땀과 피와 흙먼지의 냄새가 가득한 장소.

이곳에서 싸우는 일만 세 번째.

나는 반대쪽 통로로 고개를 돌렸다.

B통로에서 후배님이 나았다.

가방이 부풀어 오른 거를 보니,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심판을 맡은 선생님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중간평가 때에도 심판을 맡았던 여자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내 인사를 고갯짓으로 대꾸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심판의 표정이 이상했다.


‘하긴, 거의 불가능 확률로 재대결이 벌어지게 된 거니까.’


나는 맞은편에 있는 세라에게 시선을 옮겼다.

당당한 걸음으로 와서 가방을 내려놓는 후배.

부정을 안 들킬 자신이 있어서 당당한 건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 건지.

뭐···, 결과는 나중이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선배 장난해요?”


돌연, 맞은편에 서있던 세라가 인상을 구겼다.

그 얼굴은 진심으로 질색하는 얼굴이었다.


“장난?”


내 어떤 부분이 장난 같이 보이는 걸까.

심판에게 인사한 게 문제인 건 아닐 테고. 대체 무엇이 장난 같다는 걸까?

옆쪽에서 마른 기침소리가 났다.


“흠. 흠. 이현우 학생? 정말로 그거를 들고 싸울 겁니까?”


심판은 내 손에 든 대걸레를 지적했다.

보는 눈이 많으니 행동에 주의하라는 의미인 듯하였다.


“아, 죄송해요.”


확실히 물이 뚝뚝 떨어지는 대걸레로 싸우는 건 좀 그랬다.

뚝.

대걸레의 머리를 떼어냈다.

그리고 머리가 사라진 대걸레 대를 일자로 세웠다.


“준비됐어요.”


심판의 얼굴이 안 좋은 농담이라도 들은 거처럼 험악해졌지만, 금세 되돌아왔다.

심판은 나와 세라의 모습을 연달아 보고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외쳤다.


“본 시합은 오로지 양 선수간의 대련을 목적으로 하며, 어떠한 사리사욕과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양 선수 맹세하시겠습니까?”

“맹세합니다.”

“맹세합니다.”

“양 선수의 맹세를 받았으므로 전 학년 모의대련 시합의 64강 마지막 경기. 이현우 학생과 안세라 학생의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양 선수 준비하시고.”


곧 시합이 시작 되겠지만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세라는 가방을 꽉 쥐고 기합을 넣고 있었다.

큰 목소리와 함께 심판의 손이 내려갔다.


“시합 시작!”


커다란 함성과 종소리 세 번이 들려왔다.

관중들이 내뿜는 열기에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편을 보았다.

가방에 손을 넣은 채 경계하는 후배.

수비하는 것은 지난번에 충분히 느꼈고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공격해 올 지 궁금하였다.

나는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느린 걸음으로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후배는 공격해 오지 않고 계속 경계만 하였다.

서로 대치만 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이 즈음 되면 공격을 올 만도 한데. 후배는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쩌면 무승부 판정으로 다음 경기 진출을 노리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한 그때였다.


“······쿨럭.”


가슴 안쪽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입술 사이로 무언가 흘러내린다.

천천히 손등으로 입술을 훑었다.

아직 열기가 있는 붉은 혈액이 손등에 묻어 나왔다.


‘대체 언제부터?’


이 통증, 증상. 저번에 독에 당했던 것과 같은 증상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이번 시합에서는 후배가 주는 무언가를 먹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저번 시합에서 중독되었던 게 남아 있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


“쿨럭!”


흐릿해져가는 시야 속에서 후배를 보았다.

역시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한지. 세라의 얼굴에서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후배가 입을 열었다.


“선배, 우리 아버지가 특별히 생수 사백 통을 지원해 주셨거든요. 어때요? 물 맛 좋았어요?”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그것에 독을 탔을까.

그러나 그 방법 외에는 중독될 수단이 없으니.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단단히 미쳤군.”


나는 입에 머금은 혈액을 뱉어냈다.

그리고 후배를 노려봤다.


“어때요 선배? 이제야 현실감이 들어서 겁이 나요?”


생수 사백 통.

그것은 선수들 뿐 아니라 모든 투자자들에게도 돌아가는 생수였다.

지금은 몰라도 하나 둘 패배한 선수들이 항의를 하면 조사가 이뤄질 터.

잘도 시합장의 보급품에 이런 일을 꾸몄다.

훗날에 스폰서가 등을 돌릴 것은 두렵지도 않은지. 후배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아아, 정말로 쉽지 않아요? 이걸로 제 승리는 확정된 거나 다름없어요. 왜 아직도 여기 서 있는 거 에요? 죽기 싫으면 빨리 기권해주시겠어요 선배? 선배, 듣고 있어요? 빨리 기권 하세요 어서.”


완전히 패배자를 조롱하는 말투.

스스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가증스럽게도.

나는 입술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그리고 잘난 맛에 빠진 후배에게 말했다.


“세라야 지금이라도 기권해라.”

“네, 봐달라고요? 어림도 없죠. 당장 기권 안하면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겪게 될 거예요.”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지막 조언을 걷어찼으니 더 이상 볼일은 없었다.

나는 몸을 낮추고 한 손에 두 개의 단검을 쥐었다.

안타깝게도 후배는 지금 몇 가지 요소를 간과하였다.

첫째는 내가 독의 고통을 경험해 봤다는 것과, 둘째는 이 정도 고통은 익숙해졌다는 거.

연습시합 때와 똑같은 자세를 잡고 후배에게 말했다.


“후배님아. 갈비뼈에 금이 간 채 며칠을 걸어 다녀 본 적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후배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단검을 던졌다.

그리고 땅을 박찼다.


“기습을 해도 저번과 같은 공격을 하다니! 재주가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


밀가루 포대를 꺼내어 단검을 받아내는 후배. 저번과 똑같이 전방으로 힘껏 흩뿌렸다.

그러나 그 행동은 무의미했다.


“어, 없어?”


대부분의 학생이 그러했듯 나 역시도 연습시합 때에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툭.

대걸레 막대로, 간단히 등 뒤에서 다리를 걸었다.


“어? 잠깐만···”


손에 쥔 밀가루 포대를 놓치고 뒤로 넘어간다.

옆에서 나는, 후배의 목을 노리고 대걸레 막대를 일자로 세웠다.


“잠깐···”


항복을 듣거나 망설일 생각은 없다.

그저 이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이현우 학생 멈춰요!”


말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늦었다.

시합장의 소음이 텔레비전의 볼륨을 낮춘 거처럼 작게 들렸다.

다급하게 손을 움직이는 심판과, 목을 부여잡고 꿈틀대는 안세라.

네 곳의 통로에서 선생님들이 달려와, 내 몸을 붙잡아 멀리 떨어트렸다.


“닥터! 닥터!!!”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의사들이 들것과 의료도구를 가져왔다.

비장한 표정으로 치유능력을 발휘하는 그들의 모습은 굉장히 초조해 보였다.


“이현우!”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얼얼한 뺨을 만져보니 새삼 더러운 기분이 올라왔다.


“뭐예요 형?”


다짜고짜 내 뺨을 때린 불공 형.

내 훈련을 도와준 스승이자 친구가 한 일이었다.

그는 내 목깃을 붙잡고 끌어올렸다.


“뭐냐고? 그게 네 입에서 할 말이야?”


핏대를 보일 정도로 화를 냈다.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지난 시간동안 처음 보는 일이었다.


“왜 안 멈췄어? 심판의 제지를 들었으면서 왜 안 멈췄어!”


대체 왜 공격을 안 멈췄냐고 따지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하!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뭐?”


그의 손을 거칠게 치웠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심판의 말을 듣고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분노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심판의 승자 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대련은 중지 되지 않는다. 이외의 경우에 불이익을 당할 경우 그 책임은 참가자 자신에게 있다. 제 말이 틀린가요 형?”


불공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다시 입을 움직였다.


“너, 너는······”

“불공선생님.”


심판을 맡은 선생님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불공 선생님 거기까지 하세요. 학생의 말대로 제 실책이 맞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물을 거면 저에게 하시죠.”

“선배님 하지만···”

“규칙상으로도 문제가 없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 스스로 과민하게 반응하고 계신 거 아시죠?”

“······알겠습니다. 제가 좀 피곤했나 봅니다.”

“그래요. 이제는 들어가서 머리를 식히는 게 좋겠어요.”

“네. 그래야겠어요.”


그는 상처받은 얼굴로 돌아섰다.

힘없이 걸어가며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미안하다.”


작게 들린 불공의 짧은 한마디.

그 말에 주먹에 핏대가 솟을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이현우 학생.”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심판이 미소를 지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훌륭했어요. 이현우 학생. 저번 같은 일이 벌어질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요.”

“아, 네.”


저번 같은 일.

입에서 쓴맛이 났다.


“승자 선언을 하겠습니다.”


심판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귀에 달은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경기 종료. 64강 토너먼트 마지막 경기의 승리는 이현우 학생이 가져갔습니다. 10분 뒤에 32강 토너먼트를 진행하니 선수들은 준비를 해 주십시오.”


64강 경기가 모두 끝났음을 알리는 심판의 말.

어찌됐든 무사히 다음 시합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뻐할 일이다.


“하나 둘 셋 하면 들어! 하나, 둘, 셋!”


목을 부상당한 세라도 생명에는 큰 위험은 없어 보였다.

세라가 들것에 실려 나가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힘없이 시합장 바닥에 뻗어버렸다.


“현우 학생?”


심판이 황급히 내 상태를 살피러 다가왔다.

시합 중에는 기합으로 버텼지만, 이전보다 강한 독의 위력에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나는 상태를 물어보는 심판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 좀 의료실로 보내주실래요?”


상태가 이래서 두 발로 시합장을 나가기는 그른 거 같았다.

심판은 곧바로 선생님 한분을 불렀다.

근육이 터질 거 같고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 선생님.

그는 자신의 어깨에 나를 들쳐 맸다.


“···평범하게 부축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래?”


내 목과 무릎 뒤쪽에 든든한 팔이 느껴졌다.

흔히 공주님 안기로 통칭되는 자세.

그냥 입 다물고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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