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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782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작성
22.0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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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복수극(8)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진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시합장 안의 블랙독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뒷걸음쳤다.

시각이 없는 대신 후각과 청각이 뛰어난 블랙독의 특성상 최대한 조심하면서, 신중하게 뒤로 빠져야했다.


“꺄아아아악!”


시합장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불행하게도 비명소리의 주인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아빠! 아빠 살려줘! 무서워! 제발 누가 나 좀 살려줘!”


블랙독을 보고 몸서리치는 안세라.

왜 시합장 한가운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블랙독의 무리 한가운데에 있는 이상 구출은 불가능했다.


“살려주세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살려줘! 살려줘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협회가 발표한 블랙독의 위험성 평가는 일곱 색상 중에 녹색.

공격에 능한 4급 초능력자가 두 명 이상이 있어야 격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시라도 빨리 다른 팀들과 협력을 맺어야 한다.

불공과 세라를 내버려두고 흩어진 사람들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이성적으로···.”


하지만 이 빌어먹을 몸이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블랙독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는 지금, 한 번만 눈을 감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우선순위를 생각해. 이성적으로 판단해.’


최악의 수는 놈들이 시합장 밖으로 나가는 일.

지금 하지 않으면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꺄아아아악!”


귀가 찢어지는 거 같은 비명소리.

지금 해야 했다.

나는 몸을 돌려서, 통로 안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 헉.”


얼마 달리지도 않았음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거만 같았다.

피투성이가 된 시합장과 눈과 귀에 맴도는 기억들.

도망쳤다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아니야. 나는 옳은 선택을 했어.’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더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나 곧, 무언가에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에 이를 악물었다.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스스로에게 되새기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나 바닥에 손을 짚은 순간, 끈적한 감촉이 손바닥을 감쌌다.

그것은 따뜻하고도 끈적했다.

광신도의 혈액이 손을 타고 내려와 피 웅덩이로 흘러 내렸다.

복도에 풍기는 붉은 향기와 체온을 잃은 광신도들.

옳은 일이라 생각해왔던 끔찍한 풍경에, 이제는 내가 무엇을 위해 움직이려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꺄아아아악!”


또다시 들리는 비명소리.

통로 저편에서의 일들이 눈앞을 가리고 발목을 잡았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할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바닥을 기어서 도망쳤다..

그러다 곧, 내 발이 무언가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 그것을 보았다.

검은 머리카락과 초점을 잃은 검은 눈동자.

비명을 질러대던 광신도의 마지막 순간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아, 아, 아아아······!!!”


‘오늘 죽은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면 돼.’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피가 몸을 적시고 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머릿속을 채운다.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잘못 된 일을 저지르는 건 아닐까?

정말로 내가 사람들을 구하고 있기나 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도망쳐온 통로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절박하게 외치는 후배의 목소리.

저 목소리가 끝나면, 블랙독이 온 시합장을 활보하는 꼴을 보게 될 터였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벽에 기대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숨 막히는 압박감에 미쳐버리고 싶었다.

왜 몸이 멀쩡해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강제로 등을 떠밀어진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도망치는 거야?’


그토록 싫어하던 남자의 환청이 나를 괴롭혔다.

비난하고 실망하고 혐오하고.

좋아. 얼마든지 괴롭혀라.

그래봤자 내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이것은 환청에 불과했다.

나는 조소를 머금고 벽에 달린 손잡이를 잡았다.

이제 가야할 곳은 안전한 공간, 그곳에 있을 실력자를 찾아야 했다.


‘그래, 그 선택을 하는구나. 하지만 걱정 마. 네가 백 한명의 사람을 구할 때 까지 지켜봐 줄게.’


무언가에 홀린 듯 뒤를 돌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좁아졌던 시야가 넓어지고 가쁜 숨도 안정되었다.

그와 동시에, 가슴에 무거운 쇳덩이가 내려앉는 거 같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 한 거지?”


잭의 사상을 비난했으면서 같은 짓을 범하려했다.

사람들의 목숨을 핑계 삼아 도망치려했다.


‘현우야. 너는 나와 같이 자책할 일이 없으면 해.’


“불공 형······.”


무언가에 홀린 듯 발을 움직였다.

도망쳤던 장소로 다시 한 번 향했다.

이전과 똑같이 뚜렷한 계획도 방책도 없는 상황.

그럼에도 두렵거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몸이 먼저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처럼 움직였다.

다시 한 번 시합장의 빛이 보였다.


“이봐!!!”


목청껏 소리쳤다.

내가 지금부터 할 짓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수.


“이 개새끼들아! 한 눈 팔지 말고 한꺼번에 덤벼!”


시합장에 있는 일곱 마리의 블랙독 앞에서 미끼가 되는 것이었다.


“현우야 왜······.”


바로 옆에서 볼공이 벽에 기대어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왜 다시 돌아왔냐고 책망하는 눈빛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의보다 내 고집이 훨씬 중요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눈앞에 두고 평생 후회할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기다려요 형. 어떻게든 될 거예요.”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도박을 할 때였다.


“크르르르르.”


불행 중 다행일까.

블랙독의 크기는 버팔로 정도로. 비교적 어린 개체들뿐이었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뭐하냐 똥개들아!!! 니들이 안 오면 내가 갈까!!!”

“컹컹! 컹!”


블랙독은 서로 몸을 부딪치며 맹렬히 돌진해왔다.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도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나는 입 꼬리를 비틀어지게 올렸다.

그들이 어린 나이라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현우야. 안 돼. 네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괜찮아요. 저도 어엿한 히어로잖아요?”


손에 끈을 묶어 단검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차분하게 숨을 내쉬었다.

과거에 블랙독과 마주한 뒤로 이터에 대한 공부도 빠짐없이 하였다.

이 검은 개의 약점은 단단한 비늘 아래에 얇은 속살이었다.

특히 목 뒤쪽에 있는 속살이 그들에게 있어 급소였다.

나는 땅바닥에 한 손을 짚고 자세를 낮췄다.


‘제발 한방에 죽어라.’


단숨에 도약하였다.

뒤에 오는 무리를 견제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놈이 있었다.

재빠르게 그놈 목에 매달려 올라탔다.

그리고 단단한 비늘 틈으로 단검을 쑤셔 넣었다.


“키에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블랙독.

하지만 놈을 놓아주기에는 검이 너무 얕게 들어갔다.


“가만히 있어.”


놈의 목에 매달려 다시 한 번 비늘 틈을 노렸다.

있는 힘껏 단검을 쑤시자, 단검이 놈의 살을 뚫고 두꺼운 혈관까지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단검을 뽑아내고 등에서 떨어져 거리를 두었다.

놈은 서서히 옆으로 넘어져 움직임이 멎었다.

남은 개체들은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두었다.

지금이었다.


“야, 안세라.”

“네? 네······?”


바로 옆에서 멍하니 있는 후배의 이름을 불렀다.

후배가 입은 상처는 어깨 쪽 상처와 오른쪽 눈에 큰 자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블랙독이 동족의 죽음에 당황해하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내가 신호하면 저쪽 출구로 달려가. 그리고 모든 의료실을 찾아가서 지금 상황을 얘기해. 할 수 있지?”


후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불안하긴 했지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부터 어떻게 될지는. 온전히 후배의 노력에 달렸다.


“달려!”


단검을 손에 쥐고 블랙독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놈들은 잠시 몸을 움츠리더니. 언제 겁을 먹었냐는 듯 달려들었다.


“컹! 컹!”


그들의 시야가 온전히 내게 집중된 지금. 후배는 무사히 좌측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잘한 거야.’


나는 무사히 작전이 통한 거를 보고 미소 지었다.

아직 게이트가 남아있는 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걸로 되었다.

광신도의 테러와 게이트의 발생.

그 악조건 속에서 이정도 해낸 거면 나름 만족해도 될 결과였다.

와그작.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날카로운 이빨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몸이 들려서 양 옆으로 흔들렸다.

나는 이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그리고 단검을 단단히 움켜쥐고 놈의 퇴화된 눈알에 찔러 넣었다.

잡혀있던 몸이 바닥에 내팽겨 쳐졌다


“쿨럭.”


입과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시야에 검붉은 반점이 아른거렸다.


“하, 젠장.”


놈들의 발소리, 놈들의 숨소리.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소리 앞에서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놈들이 다른 곳에 신경 쓸 틈도 없게 끝까지 시선을 끌어야 한다.

나는 손에 묶인 끈을 더 단단히 조였다.

그리고 달려드는 놈들과 마주했다.

서로 때리고 할퀴고 물어뜯고 던진다.

몸이 한 번 더 공중을 날았다.


“···커헉.”


벽에 부딪히자 피를 토하였다.

시야가 어지러이 돌고, 몸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크르르르르.”


귓가에 들리는 블랙독의 숨소리.

이제 정말로 끝인가 싶었다.


“크와앙!!!”


몸은 더 이상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놈들의 흉측한 입이 벌어졌다.

펄럭.

내 세상에 어둠이 드리운 그때, 어렴풋이 나비의 날갯짓을 본 거 같았다.



*



히어로 반 건물 내에 위치한 여섯 번째 의료실.

그 안에는 진 선생님이 다른 부상자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걸로 마지막인가요?”

“네, 그걸로 마지막입니다.”


진 선생님은 물어보는 의사선생님에게 대답하고 다시 턱을 괴었다.

그는 위험에 처했던 편입생을 도와준 다음, 다른 팀이 이곳에 올 때까지 이 의료실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은 순조롭게 부상자들의 치료도 끝나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나빠질 거 없이 좋아지기만 하리라 생각하던 그때.

돌연, 한 여학생이 의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외쳤다.


“도와주세요. 시합장에···”


피투성이인 모습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여학생.

갈색곱슬머리를 가진 1학년생 안세라였다.


“이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세라를 보자. 주변 사람들이 다급하게 그녀를 부축했다.

당황한 사람들이 수없이 그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계속 웅얼거리기만 할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침대 비우세요! 일단 상처부터 봐야겠습니다!”


의료실을 담당하는 자의 말에 사람들은 침대를 비웠다.

의사선생님은 세라를 눕히고 진찰을 보았다.

그런데 진 선생님이 계속 근처를 서성였다.


“진 선생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말을 건 사람은 어린 청년으로. 이번 시합장에 처음으로 동행하게 된 신입 경호원이었다.

그는 계속 세라 주위를 맴도는 진 선생님을 이상하게 여겼다.


“개 냄새.”

“······네?”


냄새가 난다는 말에 신입 경호원은 자신의 옷소매에 코를 갖다 대었다.

그리고 곧 억울한 표정을 짓고 팔을 내렸다.


“냄새 안 나는대요?


억울해서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진 선생님은 그의 팔을 붙잡고 의료실 밖으로 끌고 갔다.


“어, 어디 가는 거예요!”


당황한 신입경호원이 기겁했다.

그러나 자신을 끌고 온 진 선생님이 복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신입경호원도 얼떨결에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진 선생님이 말하였다.


“안 좋은 느낌이 듭니다.”

“느낌이요?”

“네, 자칫하면 최악이 될 지도 모르죠.”

“아, 그렇군요. 안 좋죠. 당연히 안 좋죠.”


진 선생님은 고개를 돌려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농담 아닙니다.”


진심으로 짜증내는 그의 말에 신입경호원은 입을 다물었다.

진 선생님은 동행하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바를 설명하였다.


“여학생의 몸에서 익숙한 짐승 냄새가 났습니다. 저의 예상이 틀리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게이트가 출현한 거 같습니다.”

“게, 게이트요?”

“예, 아마도 나타난 이터는 블랙독. 이터 중에 비교적 약한 개체에 속하기는 하지만 방치해두면 겉잡을 수없이 큰일이 될 겁니다.”


따라 달리던 신입경호원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리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 그런가요? 제일 약한 개체인데도 그 정도예요?”

“블랙독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빠른 속도로 사냥감들을 사냥하죠. 하지만 블랙독이 진정으로 위험한 이유는, 바로 놈들 무리의 미약한 결속력에 있습니다.”

“네? 결속력이 약하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요?”

“각개격파라는 의미에서는 좋겠지만, 시내 한복판에 나타나 뿔뿔이 흩어진다고 생각해보시죠. 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명피해도 늘어나고, 만에 하나 블랙독 한 마리라도 놓치는 상황이 되면···”

“인명피해가 늘어나는군요. 맞죠?”

“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겁니다.”


담담한 태도로 말한 진 선생님은 계속해서 달렸다.

그들이 달리는 통로의 복도 중간 중간에는 쓰러진 광신도들이 즐비하였다.

대부분 진 선생님의 화염나비에 불타 죽었던 게 대부분이었지만, 또 아닌 것도 있는 광경이었다.


“이건···, 누가했는지 몰라도 끔찍하네요.”


신입경호원은 바닥에 깔린 붉은 피를 보고 느낀 바를 말했다.

진 선생님은 계속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달리기만 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침묵을 유지한 채 달리던 그때.

돌연, 진 선생님이 발을 멈추고 신입경호원을 끌어당겨 뒤로 내동댕이쳤다.


“악! 왜 그러세요!”

“쉿!”


진 선생님은 콧등에 검지를 갖다 댄 뒤, 전방을 주시했다.

그가 보는 전방에는 조명 빛을 받고 있는 어두운 물체가 있었다.

복도의 조명을 받고, 시합장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가리는 존재.

진 선생님이 예측했던 이터, 블랙독이었다.


“우와아아아악! 옵니다! 온다구요!”


복도 정면에서 바로 달려오는 블랙 독.

신입경호원은 비명을 지르며 손바닥을 펼쳐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통로 천장이 잠시 요동치더니. 거대한 바위벽이 솟아나 길을 가로 막았다.


“하, 하아···. 어때요? 저 잘했······ 우와악!”


진 선생님은 신입경호원을 붙잡아, 왔던 길로 다시 달렸다.

바위벽과 이십 미터 정도의 거리가 됐을 즈음, 발을 멈추고 신입경호원을 뒤로 밀었다.

신입경호원이 당황하며 입을 열려던 순간, 진 선생님의 주위에 붉은 나비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진 선생님, 당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위벽이 부서지고, 잔뜩 흥분한 블랙독이 그들에게 돌진했다.

블랙독의 무력에 놀란 신입경호원과 달리, 진 선생님은 여유롭게 손가락을 튕기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십 마리의 화염 나비가 달려오는 블랙독의 몸에 하나 둘 안착했다.

진 선생님이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블랙독의 온몸은 푸른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것은 일순, 하얀 빛을 내뿜으며 장렬하게 폭발했다.


“으아아아아!!!”


복도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대한 화염폭풍이 몰아쳤다.

신입경호원은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쌌다.

겁을 먹은 그의 눈앞으로 화염나비가 한 마리가 날아갔다.

나비는 불의 장벽으로 변하여 화염폭풍을 완벽히 차단하였다.


“하. 하하하하······.”


얼굴이 창백해진 신입경호원은 두 다리를 떨며 앉았다.

복도의 시멘트가 변형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진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자, 이글거리던 불의 장벽이 한순간에 사그라졌다.

블랙독이 있던 곳에는 검게 탄 잿더미와 그을린 복도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출발하죠.”


덤덤하게 말한 진 선생님을 따라 신입경호원은 달렸다.

잿더미가 된 복도를 뒤로하고 얼마 안 가자, 시합장의 조명이 스며드는 구간이 보였다.

신입경호원은 긴장하며 마른 침을 삼켰고, 비장한 표정으로 시합장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조금 전의 이터와 같은 모습을 한 검은 개들.

그러나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건, 대체······.”


진 선생님은 당황하는 신입경호원을 뒤로하고 블랙독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체에서 무언가를 뒤지더니. 단검과 끈으로 묶여져있는 사람의 손을 들어 올렸다.


“허···, 내가 잘못 평가했군.”


진 선생님은 괴물의 사체를 발로 밀어냈다.

그러자 그 밑에서 손의 주인이 드러났다.

미약하지만 숨을 쉬고 있고 한 손을 블랙독의 비늘 밑에 넣고 있는 남학생.

진 선생님과 이미 안면이 있는. 하얀 곱슬머리와 갈색피부를 가진 히어로반 2학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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