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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795
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작성
21.12.24 20:47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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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품평회(5)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선배님?”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진행자 측은 학생들에게 대진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진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첫 시합 상대로 세라와 만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선심 써서 수락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글의 양이 문제였다.

일곱 페이지를 양면으로 빼곡히 채운 글자의 수.

후배가 소개 글을 다 읽고나면,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끝날 게 분명했다.


“하, 곤란한데.”


복잡한 심정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분명 내게 이득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거절하면 될 텐데.

눈앞에서 부탁을 하니 거절하기 힘들었다.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되던 그때.

후배가 또 고개를 숙였다.


“저는 우승 안 해도 좋아요. 만약에 만나게 되면 글만 읽고 기권할게요! 부탁드려요 선배님!”

기권 할 테니 글만 읽게 해달라는 부탁.

결국 나는, 명분까지 만든 후배의 말에 꺾이고 말았다.


“알았어. 하지만 첫 시합에서 만날 경우만이야. 다음시합에서 만나게 되면 인정사정없으니 잘 알아둬.”


후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고개를 조아렸다.


“고마워요 선배님! 감사해요 선배님!”


부담스러울 정도로 깍듯한 인사.

나는 용건이 끝난 세라를 문 밖으로 인도했다.

후배는, 내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문을 닫을 때까지도 머리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달칵.

대기실 문이 닫히고.

나는 소파로 돌아와 몸을 기댔다.

그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피곤해.”


사람 한명 상대하는 게 힘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아.”


나는 남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짧은 사이에 후배가 치웠는지. 탁자 위에는 뻥튀기 과자만 남아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뻥튀기과자에라도 손을 뻗었다.

종이컵채로 들어서 조금씩 과자를 빼먹었다.


“이왕이면 만났으면 좋겠네.”


조금 전에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좋은 아이이니 소개 글 읽을 정도의 기회는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안 되겠지.’


다른 사람들과 대화는커녕 문 앞에서 쫓겨날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나왔다.

천장에서 방송 기계음이 들렸다.


“이현우 학생. 이현우 학생. 시합까지 두 경기 남았으니. 입구 쪽에서 대기해 주길 바랍니다.”


시합장으로 와서 준비하라는 방송.

나는 단검과 장갑을 확인한 다음, 문을 열고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조명 빛을 머금은 하얀 복도를 걸었다.

어째선지 숨이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긴장을 해서 그럴 거였다.

그렇게 여기고 계속 걸어가기를 몇 분 뒤.

마침내 시합장 입구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어서와!”


문 없는 방 안에 구급상자와 긴 의자가 놓여있는 장소.

그곳에 있던 사람이 손을 흔들며 나를 반겨줬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불공 형···.”


익숙한 얼굴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그가 묘한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이마에 손을 얹었다.

당황하여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형?”

“음, 열은 없는데 왜 이렇게 얼굴이 창백해?”


내 안색이 어떻다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그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편은 아닌 듯하였다.

불공은 내 양 볼과 눈꺼풀, 심지어 혓바닥까지 확인하였다.


“흠, 이상하네. 별 이상은 없는데?”


그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곧 괜한 걱정인 걸 깨달았는지. 안심하는 미소로 나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어이구, 이 초코 떡 같은 녀석아.”


초코 떡이라니.

이상한 별명을 만들어낸 불공이 내 머리를 지저분하게 쓰다듬었다.

나는 기겁하며 그를 떨어트렸다.


“으악, 뭐하는 거예요 형!”


안 그래도 곱슬머리인 편이라 관리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헝클어지니 더 감당이 안 되었다.

나는 양털처럼 부풀어 오른 머리를 진정시키려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조금씩 머리를 가라앉게 하던 중,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느껴진 곳은 입구 쪽에 위치한 벽.

다음 참가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강기천···.”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불편한 기색으로 말을 하였다.


“뭐야? 왜 인상을 찌푸려?”

“아니 그냥 눈이 아파서.”


나는 자연스레 시선을 피했다.

매번 기천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초원에 사자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가 말하였다.


“짜식, 싱겁기는.”


한마디를 한 그가 경기장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경기장 돔 밖에서 온갖 모욕을 다줬던 일, 나를 돌멩이라 부르며 어깨를 지졌던 일.

그때에는 다시 마주하게 되면 기분이 안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오히려 응원을 하고 싶기까지 하였다.


“강기천 꼭 이겨라.”


무의식에 본심이 흘러나온 것도 깨닫지 못하였다.

그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너, 어디 아프냐?”


당황스러웠다.

그가 걱정하는 말을 하였다고 오해했다.

그러자 기천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거만하게 입 꼬리를 올리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누굴 걱정하는 거냐. 돌멩아.”


나는 얼이 빠진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다 곧, 그가 나를 비하한 것임을 깨달았다.


“아니, 내가 언제 걱정했다고?”


어이가 없었다.

걱정하는 거처럼 하다가 시비를 거는 건 무슨 심보일까.

나는 옆에 서 있던 불공에게 물었다.


“형, 내가 저 놈 걱정했어요?”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멈칫.

두 사람의 반응에 사고가 정지했다.

내가 기천을 걱정했었나? 그런 말을 했었나?

천천히 떠올려 보니. 그런 말을 한 거 같기도 하였다.

창피함에 머리를 감싸 쥔 그때였다.


“다음 참가자 입장하세요.”


심판의 목소리에 기천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입장하기 직전,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두 눈과 나를 가리켰다.

그 뜻은 이러했다.


‘똑바로 봐라.’


왠지. 기천과 친해진 거 같은 소름 돋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몸서리치며 생각을 부정하였다.

옆에 있던 불공이 재미있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그가 물었다.


“무슨 생각해?”


나는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대답을 하기 싫다는 의사표현이었다.

다행히 불공은 더 이상 같은 질문을 반복 하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하였다.


“떨리지?”

“조금요.”

“걱정 마, 잘 될 거야.”


잘 될 거다.

그 말에 위화감을 느껴서 가느다랗게 눈을 떴다.

평소에는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어딘가 달라보였다.

겉으로는 밝은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듯한 모습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형, 어디 안 좋아요?”


불공이 허점을 찔린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웃음소리를 내었다.


“불공 형?”


나는 그가 이상해진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전혀 짐작 되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더 웃고 나서야 진정을 하였다.

어느새 그에게서 우울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사라져 있었다.

그가 말하였다.


“고맙다 현우야. 아무래도 이곳만 오면 이러네.”


쓸쓸한 목소리를 낸 불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과거에 나는 말이야···”


과거에 그는 시합에 나갔다가 결승전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그 뒤에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의심이 들었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한참을 방황하였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내가 막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거야.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도 열등감에 미쳐버릴 거 같고 말이지.”


그가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농담처럼 말하였다.


“하하···.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또 이러네.”


이번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어떤 승부를 하였기에 지금까지도 괴로워하는 걸까.

그때의 일을 모르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울해 보였던 불공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하기 원했다.


“만약 진다고 해서 너를 탓하지는 마. 자책은 늪과도 같아서 한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배려.

나는 순순히 약속을 했다.


“됐나요?”


기분이 풀렸냐는 뜻으로 불공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가 내 등을 후려쳤다.


“날 걱정하다니 십년은 이르다!”

“으윽.”


아픔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왜 틈만 나면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건지.

삐익.

밖에서 시합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들렸다.

불공이 내 등을 출구 쪽으로 밀었다.


“자, 경기 시작한다. 다음이 네 차례니 똑바로 봐.”


나는 옮겨간 자리에서 경기장을 보았다.

기천은 윗옷을 벗어던진 상태였고, 상대는 처음 보는 남학생이었다.


“저 명찰을 보니 3학년이네.”


그 말을 듣고 명찰을 확인했다.

확실히 3학년생이 착용하는 주황색 명찰이었다.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불공에게 물었다.


“3학년이 왜 굳이 경기를 참여하는 거죠?”


3학년은 외부에서 히어로 활동을 하기에 교내 대회에는 일절 참여 안하는 줄 알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금 나온 선수 말고도 많이 만나긴 했었다.

불공이 내 머리를 잡아서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가 간단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는 쉽게 만나지 못할 스폰서들이 있으니까.”

“아하.”


나는 그 말을 바로 이해했다.

현재 그들을 맡고 있는 회사보다 높은 수준의 회사를 희망하거나, 아니면 개인 히어로 활동을 지원해줄 투자자를 노린다는 말이었다.


“자, 그런 거 보다 지금은 시합에 집중해야지.”

“네. 알겠어요.”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의 시합을 집중해서 봤다.

3학년생은 물의 장벽을 쳐서 방어에 집중하고 있었고 기수는 그 주위를 어슬렁대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서로가 대치하기만 하는 시합 상황.

그 상황에서 승부가 갈린 것은 한 순간이었다.

3학년생이 물의 장벽을 변형시켜, 빠르게 회전하는 드릴 형태로 만들었다.

물의 드릴은 여러 방향에서 기천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강한 빛이 경기장을 휩쓸음과 동시에 게임이 끝이 났다.

승자는 강기천.

마지막 순간에 그는, 자신의 몸에 번개의 특성을 부여하여 일격에 시합을 끝내었다.

능력의 과부하를 버틸 수 있는 몸과 뛰어난 속성 친화력 그리고 빈틈을 노리는 예리한 판단력이 있기에 가능한 경기였다.

심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참가자 입장하세요.”


두 참가자가 퇴장하고, 나는 경기장에 발을 들였다.


“현우야, 힘내.”


불공이 나를 응원해주었다.

나는 그 대답으로 미소를 보여주었다.

훈련시켜준 그를 위해서라도 우승까지 노려보자.

결심을 하며 나는 상대편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선수의 인기척은 있지만 경기장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참가자 입장하세요.”


다시 한 번 심판이 말하자.

그제야 상대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런데 상대가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었다.


“···너.”


당황스러움에 말문이 막혔다.

상대가 나를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헤헤, 안녕하세요. 선배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굽히는 여학생.

소개 글을 읽게 해 달라 했던 1학년 후배인 안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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