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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반영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1.12.15 15:36
최근연재일 :
2022.08.01 21: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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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7
글자수 :
440,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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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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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복수극(3)

해당 작품은 가상의 작품으로. 특정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DUMMY

*


“쯧. 이런 몸 상태로 대체 뭘 한 것이야?”

“하하하···.”


침대에 누운 내게 의료지원 선생님이 말했다.

검은 머리카락에 흰 가운 옷을 입은 연로한 남자 의사선생님. 안경 너머로 보이는 신경질적인 갈색 눈이 나를 탓하는 듯 보고 있었다.


“맥도 불규칙하고 내장 상태도 엉망이야. 이대로 한 시간만 더 있었으면 어디 가서 죽어버렸을 거다.”

“학생 몸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가요?”

“심각한 게 아니라 죽을 뻔했다니까? 하여간 어린놈들이 그나마 있는 게 건강한 몸뚱이인데 그거 하나 건사 못해서야. 에잉, 쯧쯧쯧.”


끊임없이 들려오는 잔소리.

귀에서 피가 날거 같았다.


“허억, 고칠 수 있는 거죠?”


적어도 나를 데려다 준 선생님이 조용히 있으면 조용해 질 거 같은데, 옆에서 반응을 해주니 쓴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여간 요새 애들은 목숨 아까운 줄을 몰라.”

“윽!”


말은 험해도 치료방법은 상냥했으면 좋겠지만, 아무런 기별도 없이 주삿바늘을 꽂아 넣은 거 보면 쉽지 않을 듯하였다.


“쯧쯧 어린놈이 엄살은···.”


핀잔을 준 그가 내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몸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건 아프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으윽! 잠깐··· 헉!”


꿈틀대는 감각이 통증으로 변한 건 한 순간이었다.

마치 몸속이 하나의 손걸레가 되고, 누군가 그거를 쥐어짜내는 거 같았다.


“으아아악!”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눈앞이 하얗게 보였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거 같았다.


‘안 돼! 지금 기절했다가는 언제 일어날지 몰라!’


두 손을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렇게 있기를 몇 분이나 되었을까.

가슴에 얹어진 손이 떨어지니, 하얗던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의사선생님이 자신의 땀을 닦으며 말을 했다.


“고놈 참······. 기절을 안 하다니 근성 하나는 인정해야겠구먼.”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프다는 걸 알고 있으면 진즉에 말을 해주지······. 정말로 욕한바가지를 하고 싶었다.


“자, 다 됐으니 엄살 그만부리고 일어나라.”


그는 침대의 손잡이를 돌려 침대와 함께 내 상체를 일으켰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었지만 확실히 몸의 상태가 나아져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에는 물을 마시는 거 같은 청량감이 들었고, 피부로는 공기의 흐름까지도 똑똑히 느껴졌다.

치료법이 과격해서 불신하고 있었는데. 시합 전보다 컨디션이 좋아졌다.


“아픈 만큼 확실한 효과네요.”


나는 벗어둔 셔츠를 입으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러자 의사선생님은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아프지 않으면 그게 치료냐? 뭐든 쉽게 하려고 하면 독이 되는 법이야.”

“하하하. 그것도 그러네요.”

“어린놈이 흘려듣기는···. 선생, 빨리 이 친구 데리고 가버리기나 해요.”


재촉하는 그의 말에 나를 데려다 준 선생님이 당황해 했다.

그냥 농담 비슷한 말인데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아, 교사가 된 기간이 얼마 안 된 듯하였다.

나는 옷을 마저 입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치료 감사드려요 선생님.”


가기 전에 감사의 말을 하자, 커피를 마시던 의사선생님이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빨리 가라는 듯 손을 내젓고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탁.

의료실 문을 닫고 복도를 걸어갔다.

동행한 선생님은 내가 걱정되는지. 가는 동안에도 몸 상태를 물어보았다.

나는 괜찮다 답해주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막, 진 선생님의 험담을 하던 그때였다.


“실례합니다. 혹시 의료실이 어디 있나요?”


복도에서 마주친 두 남성이 말을 걸었다.

한명은 나쁜 안색으로 발을 절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그를 부축해주고 있었다.

둘 다 교내 학생은 아니었고 외부인인 듯한데. 아무래도 다리를 다쳐 의료실을 찾고 있는 듯하였다.

나는 방금 지나온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면 의료실이라 적힌 방이 있어요. 거기 가서 이야기 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남자는 내가 알려준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앞을 보았다.

그런데 서로 스쳐지나간 그때, 위화감이 들었다.


“현우야?”

“네?”


내가 발을 멈추고 조금 전의 남자들을 주시하자,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왜? 뭔 일 있어?”

“아뇨 그냥 싸한 기분이 들어서···.”

“싸한 기분?”

“저 남자. 원래 오른 발을 저렸었나요?”

“응? 아마 그렇겠지?”


처음에는 왼발을 저렸던 거 같은데 오른발을 절뚝이는 남자.

무언가 이상하긴 했지만 선생님의 반응을 보아, 별거 아닌 일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 같았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시합까지 몇 분 남았죠?”

“음, 2분 남았어. 얼른 서둘러야겠다.”

“네, 빨리 가요.”


나는 시합에 늦지 않기 위해 달렸다.

통로를 지나서 계단을 오르고 팀원들 옆 제자리를 찾아갔다.

때마침 심판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시작했다.


“32강 경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각 선수들의 대진표를 핸드폰으로 전송하였으니 5분 내로 확인하면 되겠습니다.”

“대진표?”


대전 상대는 시합 직전에 아는 게 규칙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진표를 뿌렸다.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하니 정말로 대진표가 와 있었다.

나는 핸드폰 화면을 확대해 내 이름을 찾았다.

대진표 아홉 번째 시합 순서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내 상대의 이름 또한 굉장히 낯이 익었다.


“이야~ 너희 둘, 편입 이후에 리벤지 전이네?”


지금 기수 말한 거처럼, 나와 시합을 해야 하는 상대는 바람능력자인 김아연이었다.

나는 당황한 마음에 옆을 보았다.

아연도 나를 보고 있었는지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녀의 입 꼬리가 슬슬 올라가더니. 이내 잘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지고 나서 울지 마 현우야?”


얄미운 도발에 울컥하고 분노가 치밀었다.

나도 질세라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는 게 누구인지는 두고 봐야지?”


아연의 눈웃음이 살짝 흔들렸다.

한 치의 앙보도 없는 팽팽한 기 싸움. 도발에 먼저 걸려드는 쪽이 지는 거였다.


“얘들아!”


비웠던 자리에 돌아온 혜리가 어쩐지 흥이 올라 보였다.

기수는 그녀에게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대답했다.


“물론, 아주 좋은 일이 있었지!”


혜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그에게 보여줬다.

핸드폰을 본 기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핸드폰을 보여 달라 요구했다.

그가 핸드폰을 건네주던 그때, 중간에서 아연이 핸드폰을 가로채 갔다.


“메롱.”


내가 이 상황에 어이없어하자, 그녀가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 빠른 사람이 임자지.”


순간 또 울컥했지만 참아냈다.

아연은 그런 나를 놀리며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핸드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야, 혜리야···.”


갑자기 목멘 소리로 혜리를 불렀다.

그러자 혜리 또한 감격을 받은 거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봤어? 진짜 잘생겼지?”


아연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대체 무엇을 봤기에 저렇게 반응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저기 나 좀 보여줄···”

“와, 미쳤다. 금발에 녹색 눈동자야?”

“장난 아니지? 금발 녹안인데 키는 또 어찌나 컸는지. 사진 찍을 때 엄청 설렜다니까?”

“저기요?”

“어디서 봤어? 방금 만나고 온 거야?”

“응! 방금 복도에서 의료실 알려주고 왔어. 겸사겸사 사진도 같이 찍었고 말이야.”

“와아. 진짜 부럽다!”


내 말을 무시하고 수다를 떠는 그들에게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그냥 내가 핸드폰을 보기를 포기하려던 그때.

마침내 아연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나는 재빠르게 손을 뻗었다.


“오, 고마워······?”


그런데 핸드폰은 또 중간에서 가로채어 버렸다.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핸드폰을 가로챈 기수의 행동에 모두가 경악했다.

삭제, 그가 핸드폰에서 사진을 삭제하였다.


“음, 역시. 난 나보다 잘생긴 사람을 싫어하는 거 같아.”


태평하게 헛소리를 뱉는 추기수.

혜리는 그에게서 재빠르게 핸드폰을 빼앗아 이것저것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잘 안됐는지.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야 이 보라돌이 새끼야!”


혜리가 팔을 뻗었지만, 기수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밑으로 달려갔다.


“하하하하. 난 시합 뛰러 갈 테니 잘 있어라!”

“저 미친놈이! 거기 안 서?”


포기하지 않고 뒤를 쫓아가려는 혜리를. 나와 아연이 가까스로 붙잡아 제지하였다.


“이 쥐새끼 같은 새끼야!!!”


혜리는 분이 안 풀려 화를 내고 있었지만, 기수가 시합을 이유로 도망을 간 이상 더 이상 그를 쫓는 건 무의미했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사실도 생각을 못하는지 그녀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혜리야 참아. 저 새끼 저러는 거 한 두 번 아니잖아.”


아연이 혜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나에게 도우라는 눈빛을 보낸 아연 덕분에, 나도 함께 거들었다.


“으아! 추기수!”


분통을 터트리는 혜리.

그녀를 건드린 건 기수인데, 왜 내가 안간힘을 써가며 말려야 하는 지 억울했다.


‘적어도 핸드폰을 보기라도 했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말이야!’



*



“······이따 보자.”

“······그래.”


혜리를 말리느라 기진맥진이 된 나와 아연은. 쉴 새도 없이 시합 순서가 되어 대기실로 향했다.

아연은 A통로, 나는 B통로로 가기 위해 헤어졌다.

B통로에 발을 들이니 A통로와 마찬가지로 하얗고 차가운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두 달 만인가.’


나는 지난 아연과의 대결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태초의 초능력은 본래 성질이 변화무쌍한데, 그 중 바람은 압도적인 편에 속한다.

빠르지만 묵직하고. 보이지 않지만 위력은 상당한 바람의 초능력.

총탄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며 상황과 거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대인 전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초능력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설렘에 가까운 흥분이었다.

본인에게 듣기로 아연은 삼 급 바람의 초능력자였다.

상당히 높은 등급의 바람의 초능력자.

이곳이 아니라면 언제 즈음 삼 급 초능력자랑 붙어보겠는가.

안세라 때와는 다르게 완전한 준비를 해서 임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때였다.


“응?”


발걸음을 멈추고 옆 복도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있었다.


‘어디야?’


선수들이 편히 쉴 수 있게 마련해둔 수백 개의 개인 대기실이 있는 복도.

익숙한 향기가 그곳에서부터 풍기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복도를 달려갔다.

꽃과 담배와 화약의 향이 뒤섞인 그 냄새.

몇 번이고 만났던 그 남자의 체취가 틀림없었다.


‘여기다.’


나는 대기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한 남자가 소파에 기댄 자세로 있는 게 보였다.

금발과 녹안을 가진 외국인 남자.

히어로 시험 감독관, 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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