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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솥 님의 서재입니다.

화이팅 김기사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중·단편

작은솥
작품등록일 :
2023.12.04 18:41
최근연재일 :
2023.12.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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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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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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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6화 매혹적인 은밀한 여교수

DUMMY




전남 장흥이 고향이라는 남자는 2주 만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인데 사업부진으로 인하여 부인이 2주전에 가출하여 본가와 처가에 7살 딸애를 데리고 다녔고, 지금 가는 상암동은 여동생네 집인데 당분간 딸애를 맡길 거란다.


애한테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고는 “내일부터 우리 둘이 열심히 살자.”라고 애한테 얘기할 때는 딱히 뭐라고 위로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미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 여파가 또 한 가정을 구렁텅이로 내 몰은 것 같아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강변로로 돌아 나오는 길, 남자 두 명이 강서구 화곡동 먹자골목으로 가잔다. 도리 없이 끌려가? 강서구청 앞으로 돌아 나왔지만 빈차만 득시글거린다. 여기도 아예 영업에 자신 없는 동네다.


88대로로 도로 고속터미널로 와서는 고객을 태워 논현동 한신포차 골목 입구에 고객이 내리고 비어있는 횡단보도에 차를 세웠다. 이제 12시가 다되어간다.

향을 하나 피우면서 12시를 기다린다. 10분쯤 쉬었나?


아가씨가 차 문을 열고 부천을 갈 수 있냐고 묻는다.

생각도 필요 없이 바로 ‘콜’이다.


88대로로 경인고속도로로 오정구청 앞에 도착하니, 아가씨가 전화한 남친이 돈을 가지고 나와 기다리다 요금을 치른다.

이 아가씨 흔한 손폰도 없어 내 전화로 전화하고, 돈도 없이 여기를 온 것이다. 겁이 없는 것인지 무모한 건지 남친에 자신이 있는 건지 내 머리로는 해석이 안 된다.


서울로 오는 경인고속도로 지하차도가 사고로 막혀있어 아예 목동으로 빠져 88대로로 도로 논현동으로 왔다.

이미 새벽 1시, 한신포차 앞에 택시가 2대밖에 없어 줄을 섰다. 또 확률게임이다. 손님이 시내 도처에서 오니...


이십분 경과해 겨우 승객이 타는데 단타로 압구정동이다.

돌아 나오는 길에 서초동 고객을 태우고, 다시 빈차로 이번엔 강남역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큰길에선 여전히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시에서 승차거부 단속을 한다고 큰소리지만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지역명을 외치는 호객행위는 너무 많다. 빈차들의 절반도 더 되어 보인다. 특히 금요일 밤은 더 하다.

아예 지방 택시들까지 원정 올 정도니...


골목길 순찰 두 바퀴째, 신사동 가로수길 고객을 태웠다.

이젠 가로수 길도 인적이 뜸하다. 돌아 나오는 길, 커피숍 문을 닫는 모습이 보여 앞에 차를 세웠다. 그걸 봤는지 내 뒤에 또 한 대가 선다.


시건 장치를 한 종업원 셋, 둘은 걸어가고 아가씨 한 명만 내차를 탄다. 마포를 가잔다. 오늘은 중장거리 운은 제법 있는 모양이다.


강변로로 갔다 도로 그 길로 돌아와 빈차로 성수대교를 넘어 압구정동으로 왔다. 서서히 피로가 몰려오니 귀사 할 시간을 몸이 먼저 안다. 새벽 3시, 압구정동을 훑고 선릉 먹자골목을 뒤져도 고객은 없다.


3시 10분 삼성동, 먹자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고 안쪽을 살피니 사람이 서너 명 서있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 중 여자 한 명이 성남 단대오거리를 간단다.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다. 강남구 일원동으로 가 전용도로를 타고 불과 10여분, 결국 마지막까지 중거리로 장식했다.


가스 넣고 회사로 오니 아직 4시 15분전, 어제보다 13명이나 적은 21명의 고객으로 무려 360km를 뛴 하루였다.


영업 거리보다 빈차 운행이 많아 수입이 많지 않았지만 이달 들어 지난 일요일 영종도 간 날을 제외한 최고의 수입을 올렸다.




** 3월 31일 화요일/오전반




어젠 쉬어야 하는 날인데 문상을 다녀 온 탓에 다소 피곤하다. 운전 중에 졸리기까지 한다.


4시 10분에 출발해 출근시간대까지 선릉에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사근동 한양대에서 신사동, 신사동에서 여의도, 여의도에서 마포구청, 마포구 서교동에서 영등포구 양평동 5건이 운행한 전부다.


가장 많이 나온 요금이 9,800원, 출근시간 직후엔 전부 2,000원-5,000원사이로 걱정되는 하루다.


출근시간 무렵에 고객과 함께 여의도로 간 뒤 계속 강북과 서쪽 지역에서만 돈다. 출근시간 이후에는 도대체 강남은커녕 승객도 귀하다. 다시 온 여의도 10시.


차라리 좀 쉬자며 MBC뒤 한양아파트 출구 앞에 차를 세우는데 건너편에서 다소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영감님이 차를 돌리라고 팔을 휘휘 돌린다.


유턴을 하고 뒷자리에 타신 영감님 유도회관으로 가잔다. KBS별관 뒤로 다해야 한 300미터 정도, 그러나 한 블록을 돌아서 가야하는 방향이라 머릿속에 코스를 그리는데...


“일단 직진, 저 앞 신호등에서 좌회전...”

길을 잘 아시는 것 같아 일단 지시대로 따라간다.


“자, 저 홍우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가 열려있는 문 앞에서 좌회전, 다시 출구로 우회전.”

계속 지시대로 간다.


“우회전 했으면 일방통행 길을 가로 질러 사거리를 두 개 지나고 두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

“......”

“O.K 저, 저 두 번째 건물 앞에 차를 세우면 돼. 어때? 소요시간 1분 25초, 요금 1,900원?”

“아, 예, 거의 그 정도로 정확합니다.”

“자, 여기 2,000원, 잔돈 100원은 주시오.”

“예, 잔돈은 받으셔야지요.”

“기사양반, 전직 두 대통령이 잘못하여 고생이 많소. 고생을 하다보면 좋은 날이 곧 오지 않겠소? 오늘도 고생 좀 하시오”

“예! 예,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건 출발만 도로에서고, 나머지는 빌딩과 건물 주차장을, 빌딩과 빌딩 사이 길만 통해서 가는 신기다. 시간은 정확했는지 모르지만 재미있는 영감님을 만난 오전이 즐거웠다.


‘근데, 지금 대통령이 이명박인데 두 전직이면 누구? 그리고 뭔 뜬금없이 택시기사 고생?이 현직도 아니고 전직들과 뭔 상관인지? 아니 지금 경제와 상관이 있나???’


12시가 넘어 서는 걸 보고는 여의도에서 압구정동으로 빈차로 이동했으나 결과는 강북보다 못하다.


압구정동에서 학동역으로, 이어 역삼역, 도곡동 타워팰리스 그리고 잠실 먹자골목에서 잠실 4단지로 뛰었지만 전부 기본에서 3,000원 사이 고객뿐이다.


오늘 무려 31명의 고객을 태우고도 요금이 10,000원이 넘는 고객이 없다. 수입이 좋을 리 없다. 3월을 마감하는 마지막 날인데...


3/1 배차가 되지 않아 하루 쉬고는 25일을 일했지만 초보였던 지난달보다 1일 평균 수입이 3,000원이 더 적어 발전보다 퇴보한 초보 택시기사다.


이제 2개월이 지났다. 퇴근길에 관리부장을 만나 고정배차를 요청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란다.




** 4월 1일 수요일/오전반




택시가 아닌 버스를 몰고 있다. 종점에 도착했는데 한 여자 승객이 내리지를 않는다. 까만 원피스에 까만 스타킹을 신은 상당한 미모다. 영화에 나오는 ‘은밀한 여교수’같다.

내리라고 말을 하는데 내 얼굴만 쳐다본다.


그러면서 내게로 다가오는데 어느 순간 얼굴이 가까이 오면서 입술이 바짝 다가온다. 더 가까이... 짜릿한 입맞춤이 이어지더니 내 손이 밑으로 내려간다.


어느새 치마 속으로 들어 간 손에 스타킹의 감촉이 느껴지며 몸이 짜릿해 온다. 그 순간 이 여자가 누구지? 기억에도 없는 사람인데...


뭐야?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야? 꿈인가? 그래 꿈 일거야. 그럼 깨야지. 그런데 몇 시지? 일어나야해.

꿈결에도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 느낌에 그래 일어나야지 하고는 손으로 핸드폰을 열어본다.


4시 14분,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아니 모닝콜 설정을 하지 않았다. 이게 뭔 꿈인지 잠시 멍 때린다.


무슨 꿈이 이렇게... 그래 개꿈이겠지. 고양이 세수만 하고는 튀어나갔다. 다행이 이미 배차가 되어있어 5시에 회사를...


김빠지기는 마찬가지, 종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검은 옷차림의 매혹적인 여교수?가 자주 머리에 떠오른다.


선릉역 인근, 단골 골목을 두 번 돌아 겨우 승객을 태웠다.

내가 늦은 걸 어쩌랴?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래도 10시 30분쯤 되어 사납금을 채웠다. 늦게 나왔지만

중장거리 고객을 좀 태운 덕에...


출근시간이 지나고 좀 일찍 여의도로 들어갔다. 그때부터 엉거주춤 여의도를 3번씩이나 들락거렸지만 중장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어제와 비슷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1시가 막 넘었다. 서초동서 탄 고객이 종로구청을 가잔다.

목적지에 내리니 차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다음 고객이 바로 타고는 서울대병원 앞으로 가잔다.


고객이 내리고 비상등을 켜고는 여전도회관에 들어가 급한 생리를 해결하고 나오니 차 옆에 정장차림의 남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여의도 63빌딩행, 현관 앞에서 요금을 카드로 결재하는데 또 정장 남자 두 사람이 문을 잡고 서있다. 강남구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을 가잔다. 베리 굿! 그렇지 않아도 여의도 도착하면 어디로 빠져나갈까 고민했는데...


기분 좋게 88대로와 경부고속도로 서초IC로 도곡동 도착, 이어 청담동행 고객이 타서 내리고 ‘이제 들어갈까?’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구리 가는 버스 타는 데로 가달라고 하신다.


3시 10분, 굿! 이건 맞춤이다. 잠실역으로 가 구리행 버스정류장에서 타시면 된다하니 얼른 가잔다. 잠실역으로 가면 충전소가 근처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88대로로 진입해 가고 있는데, 전에는 워커힐에서 타셨단다. 그래서 잠실역과 동서울터미널, 워커힐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대한 설명을 드렸더니 할머니가 대뜸, 그럼 동서울터미널로 가자고 하신다. 순간 귀사시간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미 잠실역 방향으로 빠지기 직전이고 시계는 3시 20분,

‘그래, 정 안되면 한 10분 지각하지, 뭐.’


잠실대교를 넘어 동서울터미널로 갔다. 구리행 버스정류장 앞에 모셔다드리니 요금은 또 카드로 결재하신다.

멋쟁이 할머니다.


터미널에서 가스 충전소까지 5분, 충전하고 귀사 하니 4시 12분전이다.


오후시간, 고객 연결이 잘 되어 수입은 평일 이상이었다.

역시 운칠기삼 인가?


꿈에서 더듬은 그 은밀한 여교수 같은 여자는 어디에 있는 누구일까?




** 4월 2일 목요일/오전반




어젠 남북간 월드컵예선전 축구시합이 있었다.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오후에 일 한 기사들 수입은 어땠을까?

이건 거의 직업병이다. 어떻게 매사가 택시로 연결되니...


또 어젠 곧 있을 노조위원장 선거로 인해 어느 출마 후보자의 초청 회식이 있었다. 모처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했지만 선거로 인하여 요즘 회사분위기가 정치판 비슷하다. 노조위원장이 되면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모르지만...


현재 위원장이 1일 기본 가스 공급양을 29L에서 26L로 줄였단다. 대신 내가 알기론 회사 사납금이 인근지역 어느 회사보다 낮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회사 내부엔 벌써 며칠 간격으로 후보자와의 회식 스케줄이 나돈다. 오전반을 위한 오후 회식과 오후반을 위한 새벽 회식까지... 노조위원장이 할 만한 자리이긴 한 모양이다.


퇴근하면서 반주를 넘는 술을 마시게 되면 다음날은 확실히 피곤하다. 낮 기온이 많이 올랐는지 오전부터 하품이 연방 나온다. 이것도 위원장 선거의 후유증이다.


4시 20분 선릉에서 첫 고객을 태웠다. 한 잔 했으면 집으로 가지 왜 한신포차로 가지? 그것도 아가씨가 둘씩이나, 하긴 혼자는 그렇고 둘이니 가겠지만...


한신포차에서 아가씨들을 내리고 중거리 한탕을 뛰고는 이내 선릉으로 돌아와 다시 중거리 한탕을 더 뛰고 또 선릉 먹자골목으로 돌아왔다.


내가 즐겨 서는 그 편의점 앞에 빈차가 세대나 서있다.

‘그래, 손님은 반대로도 간다.’


난 차를 돌려 반대로 섰다. 여긴 나 홀로다. 전주콩나물국 밥집 앞에... 안을 보니 해장국 손님이 2팀이나 있다.

향을 하나 피우며 기다렸다. 다른 승객이 차를 타지만 기본요금 고객, 다시 돌아와 좀 전 그 자리에 다시 차를 세웠다.


한 5분 지나니 식당 손님이 나온다. 서로 인사 후 남자들은 가고 아가씨 2명이 탄다. 근처에 한 명 내리고 동교동으로 가는... 다시 생각해도 잘 찍긴 했다.


동교동 대로변 주유소서 볼 일을 보고 홍대 앞으로 갔다. 7시 35분, 남자 한 명이 타고 서초구 양재역을 간단다.


시내로 해서 남산 1호 터널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가자며 PDA를 보고는 연신 뭔가를 찍는다. 8시까지 가야하기에 교통정보를 보는 중이란다. 기흥 가는 단체버스를 타야한다는데 이미 시계는 7시 40분이고...


그리고 시내는 정체가 많으니 일단 신촌 쪽은 피하자고 한다. 아니 조금 전엔 본인이 타자마자 시내로 해서 남산 1호터널을 거치자고 해 놓고선...


그러면 차라리 강변로나 88대로로 가는 게 빠르고 출근시간에 시내엔 정체가 있을지 몰라도 강변로나 88대로에는 지체는 있지만 속도가 40km 이상은 된다하니, 그렇게 하잔다.


마포대교 가는 방향으로 차를 달려 조금 후 강변로로 진입하니 조금 전 올 때보다는 차가 많다. 그래도 동작대교 밑을 통과하니 지체가 풀려간다.


경부고속도로 입구에서 조금 지체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빠져 서초IC를 나오니 이미 5분을 초과, 양재역 서초구민회관 앞에 가니 8시 10분, 버스는 이미 떠난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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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하우스 소탕 23.12.16 3 0 15쪽
» 16화 매혹적인 은밀한 여교수 23.12.16 5 0 14쪽
15 15화 핸드폰이 고객 23.12.15 5 0 14쪽
14 14화 정말 알 수 없는 여자들 23.12.15 5 0 15쪽
13 13화 진달래를 보고 횡재한 날 23.12.14 6 0 14쪽
12 12화 퀸카의 술은 조니워커 블루 23.12.14 6 0 14쪽
11 11화 복수의 승차거부 23.12.12 7 0 15쪽
10 10화 차에서 팬티스타킹을 23.12.12 7 0 15쪽
9 9화 교회인가 기업인가 23.12.11 6 0 15쪽
8 8화 결론은 모텔인데 23.12.11 5 0 15쪽
7 7화 미아리와 회현동 전설 23.12.10 5 0 15쪽
6 6화 강남 두당 3,000원 23.12.09 5 0 16쪽
5 5화 택시가 해결사 23.12.08 8 0 15쪽
4 4화 천사 마나님과 매혹적인 여자 23.12.07 11 0 16쪽
3 3화 천사같은 취객 아가씨 23.12.06 13 0 15쪽
2 2화 신삥 강남 사모님 23.12.05 19 0 15쪽
1 1화 하루 60,000원을 시가로 23.12.04 3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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