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독불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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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독불장군
비서실 여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퇴근 안 할 거냐고 물었다. 린이 시계를 보고는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럼 먼저 나갈게요.”
“그래요! 내일 봐요”
린만 자리를 지키고, 다른 직원은 모두 책상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퇴근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린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조금 전 교주 운전기사와 통화한 내용 때문이었다. 교주 아들한테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친구가 임신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루나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날 루나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미래 몸에 아이가 들어있다고.”
그날 강변을 달리고 아파트로 돌아오자, 앞집 여자가 루나를 봤다고 했다. 앞집 여자 말을 듣고 곧장 버스정류장을 향해 달렸다. 루나가 린을 보고 “언니!”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루나를 데리고 아파트로 가는 길에 그동안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다.
“기다려도 언니가 안 와서, 부모님이 사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미래는? 미래는 어디에 사는지 모르고?”
“아니요, 몰라요.”
“어디로 간다는 말도 안 했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게 뭔데?”
“언니 집에서 나올 때, 미래 몸에 아이가 들어있었어요.”
“그게 정말이야?”
미래 몸에 아이가 들어있다는 말을 듣고 린이 충격을 받았다. 아이를 갖기에는 나이가 너무나 어리기 때문이었다.
“미래한테 물으니까 남자친구 아이라고 했어요. 남자친구 이름은 호연이고요.”
“남자친구도 미래가 임신한 걸 알겠네?”
“알아요. 병원에도 함께 갔으니까요.”
“남자친구 부모님은? 남자친구 부모님한테도 이야기했을 거 아냐?”
“이야기했겠죠.”
“미래가 임신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데?”
“남자친구랑 병원에 가서 알았어요. 언니가 있을 때도 미래가 아프다고 했잖아요. 그게 다 뱃속에 든 아이 때문이에요.”
아파트에서 함께 살 때 미래가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뱃속에 든 아이 때문이었다.
“그 뒤로 미래를 한 번도 못 봤다는 거네?”
“연락처도 모르고, 미래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엄마 아빠는 나 혼자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데, 어떻게 미래를 보겠어요. 오늘도 엄마 아빠 몰래 빠져나와 와 본 거예요. 미래가 갈 데가 없으면 다시 언니 집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집에 들어온 뒤로는 미래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
“언니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데요? 금방 온다는 사람이 며칠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잖아요. 전화해도 받지 않았고요. 그래서 미래랑 내가 얼마나 불안해했는지 알아요?”
“그럴 일이 있어서 금방 돌아올 수 없었어.”
미래와 루나를 생각하면 미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기가 집을 비우는 바람에 미래와 루나가 아파트를 떠나고 말았다. 이유야 어떻든 끝까지 책임을 못 질 거면 두 아이를 아파트로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다.
“혹시 교주님 댁에 살고 있다는 아이가 미래 아닐까?”
미래 남자친구 이름이 호연이라고 했으니까, 교주 아들 이름만 알면 교주 집에 사는 아이가 미래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린이 수화기를 집어 부교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교주와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이 부교주라서, 교주 가족관계는 부교주가 잘 알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 퇴근 안 했어요?”
부교주가 운전 중에 전화를 받았다. 스마트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린이 아직 퇴근을 안 했다는 걸 알았다.
“이제 할까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혹시 일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니죠?”
“일 때문에 한 건 아닙니다. 교주님 아드님 이름을 아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교주님 아들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요?”
“교주님한테 아들만 있다는 말만 들었지, 이름이 뭐라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누가 교주님 아들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교주 아들 이름도 모르냐고 할 테니까요.”
“누가 교주 아들 이름을 궁금해하겠어요.”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자 부교주가 “호연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잘못 듣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 린이 “호연이라는 이름이 맞습니까?” 하고 재차 확인했다.
“그렇게 들은 기억이 나요. 궁금하면 교주님한테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든가요. 다른 건 몰라도 아들 이름 정도는 말해주지 않겠어요?”
“아닙니다. 운전 중이신 것 같은데, 그만 전화 끊겠습니다.”
린이 서둘러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손이 떨려 수화기를 오래 붙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미래 남자친구가 교주님 아들이었다는 거잖아. 그런데 내 손이 왜 이리 떨리지?”
린이 덜덜 떨리는 손을 쥐락펴락했다. 그래도 여전히 손이 덜덜 떨렸다.
“예감이 안 좋아. 미래한테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해.”
교주가 서둘러 퇴근한 것도 분명히 미래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뱃속에 든 아이가 걱정되었다. 뱃속에 든 아이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퇴근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산모인 미래도 안심을 못 했다. 뱃속에 든 아이가 잘못되면 산모도 그만큼 위험성이 커졌다.
“직접 가볼 수도 없고, 이를 어쩌지.”
지금은 어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내일 교주가 출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왜 나한테 전화도 안 하지?”
문득 이안이 떠올랐다. 이안과 통화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다. 그만큼 연락 안 하고 지낸 지 꽤 되었다. 린이 “어떻게 지내나 물어봐야겠어!” 하고 스마트폰을 집었다. 이안이 “네, 아가씨!” 하고 전화를 받았다.
“통 연락이 없어서 죽은 줄 알았더니만, 살아 계셨네요?”
“좀 바빴어요.”
이안이 바쁘다는 말은 노인네한테 지시받은 일이 많다는 뜻이었다. 그 일이 궁금했다.
“노인네가 또 무슨 일을 시키던가요?”
“어르신께서 시키신 일은 아니고요.”
“아저씨 일 때문에 바쁘다는 거네요?”
“개인적으로 알아보는 일이 있거든요.”
누구한테 말도 안 하고 이안 혼자 린의 친부를 찾았다. 린의 친부는 별동대를 이끌었던 차 대장이었다. 린이 친딸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려고 차 대장을 찾는 건 아니었다. 필요하면 이야기하겠지만, 당장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린에게도 친부가 차 대장이라는 말은 당분간 안 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차 대장이 어디에서 사는지 알아두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차 대장이 어디에서 사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멀리 떠나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슨 일을 알아보는데요?”
“그건 말씀드리기 좀 곤란하군요.”
말하기 곤란하다니까 느낌이 이상했다. 이안은 정말로 곤란할 때나 하지, 보통 때는 곤란하다는 말을 거의 안 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저에게 뭐 숨기는 거 있죠?”
“제가 아가씨한테 숨길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왜 말을 못 해요?”
“지금은 곤란하고, 나중에 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한데요?”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나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거니까요.”
“알았어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 억지로 하라고는 안 하니까요.”
그러자 이안이 “어디에요? 사무실인가요?” 하고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요?”
“궁금해서요.”
“저도 말 안 해줄 거예요.”
“그럼 전화 끊어야겠군요.”
이안은 고지식해서 그렇게 말하고 정말로 전화를 끊어버릴 사람이었다. 그래서 린이 “잠깐만요!” 하고 붙잡았다.
“말씀하세요.”
“바쁜 줄 아는데, 내 부탁 하나 들어줘요.”
“이야길 들어보고 판단할게요.”
“하나교 교주를 총으로 쏴서 쓰러뜨린 날, 호텔에 함께 있었던 여자아이 기억나죠?”
“그 여학생은 아가씨가 아파트로 데려갔잖아요?”
“그 여자아이가 아이를 가졌다고 하네요.”
“그 말은 여학생이 임신했다는 뜻이잖아요?”
“저도 오늘 알았어요. 제가 모시는 교주님한테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아들 여자친구가 그 아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그날 봤던 여학생이 아가씨가 지금 모시고 있는 교주 아들 여자친구라는 거잖아요? 뱃속에 든 아이 아빠는 교주 아들이고요?”
“그 여자아이가 저랑 아파트에서 함께 살다가, 내가 별동대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집을 나가버렸어요. 그 뒤로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글쎄 내가 모시는 교주님 댁에서 지냈지 뭐예요.”
“임신했다는 사실도 오늘 알았겠군요?”
“임신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내가 잠깐 데리고 있었던 여자아이가 둘이라는 건 아저씨도 알잖아요.”
“방금 말한 여학생이 미래잖아요.”
교주가 총에 맞고 쓰러진 날, 호텔 방에 함께 있던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이 이안이었다. 그래서 그 여자아이 이름이 미래라는 건 이안도 알았다.
“미래 말고 다른 여자아이는 이름이 루나에요. 그 루나라는 여자아이가 아파트로 찾아와 말해줬어요. 미래가 아이를 가졌다고요.”
“제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죠? 저에게 부탁 하나 들어달라고 했잖아요.”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거네요?”
“그 여학생 일이라면 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아까 내가 모시는 교주님께서 집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급하게 하늘궁전을 떠났어요. 부인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저의 직원이 받았는데, 부인 목소리에서 급한 일이 느껴졌나 봐요.”
“교주 집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잖아요?”
“미래 말고 그 집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게 뭐가 있겠어요. 안 그래요?”
“성급하게 단정 짓지는 말고요. 다른 일로 전화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저씨가 좀 알아봐 줘요. 그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출산일은 언제인지, 뭐든지 다요.”
린이 교주가 사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하자, 이안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도부장이 납치당했을 때, 교주 운전기사를 미행한 적 있잖아요. 그때 아가씨가 교주 집 주소를 알려줬는데, 벌써 까먹은 건 아니죠?”
린이 “아! 이제 기억이 나네요.” 하고 자기 머리를 탓했다. 하늘궁전에 들어온 뒤로 머리가 둔해져 금방 들은 것도 기억이 잘 안 났다.
“날이 어두워져서 오늘은 어렵고, 내일 낮에 가서 알아보는 게 나을 거예요. 그곳에서 몇 달 살았으니까, 미래를 봤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요.”
“주변 사람들 이야길 들어보라는 거잖아요?”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길 들으면 확실하지 않겠어요?”
이안이 그러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린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안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는 일이 뭘까 생각했다. 말을 안 하는 걸 보면 분명히 숨기는 게 있었다.
“나한테 숨길 일이 뭐가 있지?”
운전 중인 이안이 전화를 끊고 핸들을 돌렸다. 날이 어두워 교주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당장 알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일단 가서 집안 분위기를 살펴보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분위기는 사건이 터진 당일에 알아봐야지, 자고 일어나면 분위기가 바뀌어 제대로 파악이 안 되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이라니!”
미래를 처음 봤을 때 모습이 떠올랐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래가 놀란 짐승처럼 벌벌 떨었다. 미래 옆에는 총에 맞은 교주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교주와 몸을 섞기 전에 먹은 약 때문에 미래가 약간 어지럼증을 느꼈다. 하지만 못 걸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미래를 데리고 호텔 방을 빠져나와, 승강기에서 미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화장만 좀 진하게 했을 뿐이지 앳된 모습이었다. 그런 어린 여자아이가 늙은 교주와 함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어.”
미래가 린의 차를 타고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은 나중에 보자는 말이었다.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 아이는 나를 기다렸는지도 몰라. 자기를 수렁에서 구해준 사람이라서 고맙게 느꼈을 테니까.”
순간 차가 갑자기 빨라졌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십 분 뒤에 근처에 차를 세우고 교주 집을 향해 걸었다. 대문마다 주소가 붙어 있어 교주 집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 집인가 보군.”
이안이 대문 밖에서 마당을 살폈다. 마당에 나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고, 집 안에서 사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 남자가 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였다. 이안은 목소리를 듣고 교주가 누군가와 통화 중이라는 걸 알았다.
“내 딸이 아니고 내 아들놈 여자친구란 말이오.”
아들놈 여자친구란 미래를 두고 한 말이었다.
“오늘 갑자기 사라졌는데, 신고하지 말고 두고 보자는 거요?”
그때 교주 부인이 거실로 나와 “누구랑 통화해요?” 하고 물었다. 교주가 “알았으니까 내일 다시 통화합시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누구랑 통화하냐고 물었잖아요?”
“김 서장이지 누구겠어.”
“김 서장한테는 뭐 하려 해요?”
“김 서장은 걱정 안 해도 돼. 무슨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은 내 편이니까.”
김 서장은 교주와 함께 골프를 즐기는 회원이었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다른 사람은 안 챙겨도 김 서장은 꼭 챙겼다. 그러다 보니 교주가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줬다. 작년에 합숙소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도 교주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끔 힘써준 사람이 김 서장이었다. 김 서장이 힘써주지 않았다면 교주는커녕 철창신세를 못 면했다.
“그런 게 어딨어요. 당신이 만날 때마다 돈이나 한 푼씩 쥐여 주니까 내 편이지, 그런 게 없으면 그 사람이 당신을 거들떠보기나 할 거 같아요?”
“다 그렇게 서로서로 도우며 사는 거야. 세상을 독불장군으로 살면 안 되는 거라고. 그리고 두고 보라고. 김 서장이 꼭 청장까지 해먹을 테니까.”
“김 서장이 경찰청장이 될 거라고 보세요?”
“안 될 것도 없지. 내가 뒤에서 밀어주는데, 안 되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거야 나중에 가봐야 아는 일이고요. 그런데 김 서장과는 무슨 일로 통화했는데요? 설마 그 아이 이야길 한 건 아니죠?”
“이 시간에 그 아이 말고 다른 이야기 할 게 있나?”
“그 이야길 벌써 하면 어떡해요?”
호연이 엄마가 교주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걱정 안 해도 된다는데도 그러네. 김 서장도 그러잖아. 오늘 밤에라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 느긋하니 기다려 보라고.”
“누가 데리고 갔으면 어쩌고요?”
“임신한 아이를 누가 데려가겠어. 데려갔다가 아이라도 낳으면 출산 비용까지 다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데, 당신 같으면 데려가겠어?”
“당신 말대로 오늘 밤에라도 무사히 돌아오면 좋은데, 과연 그럴까 싶네요.”
“며칠 기다려 보고 그래도 안 돌아오면 경찰서에 신고해야지.”
교주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거실 창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호연이 엄마가 “당신이 창문 열어놨어요?” 하고 물었다.
“음식 냄새 나가라고 조금 열어놨어.”
호연이 엄마가 “여태 열어놓으면 어떡해요!” 하고는 창문을 닫았다. 이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안이 대문에서 떨어져 발길을 돌렸다.
“여학생이 집에 없는 건 분명해.”
교주 부인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교주 부인이 말한 대로 누가 데려갔을 수도 있었다.
“누굴까. 누가 여학생을 데려갔을까.”
누가 데려갔는지 알려면 목격자를 찾아야 했다.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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