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11번 방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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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1번 방 남자들
“어디에 있는 거야?”
린이 클럽에 들어가 친구를 찾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라서 클럽 안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무대 위에서는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 조명이 어두워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친구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에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이 층 룸으로 와.”
친구가 방 번호를 말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린은 이 층으로 올라가 친구가 말해준 번호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고 하자, 안에서 젊은 직원이 빠져나왔다. 이십 대 초반의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직원이었다.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서 와!” 하고 린을 잡아끌었다. 룸 안에는 친구 말고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다. 두 여자는 삼십 대 중반으로 보였다.
“인사해. 함께 근무하는 언니들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린이라고 합니다.”
“친구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국가대표였다면서요?”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물었다.
“언니, 그 이야길 여기서 왜 해? 친구가 안 좋아하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 것도 못 물어보니? 그럼 처음부터 말을 하지 말던가.”
“어휴! 이 언닌 정말 못 말린다니까.”
“괜찮아요. 제가 말만 국가대표지 줄곧 상비군에만 있었거든요.”
“국가를 대표해 경기에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거네요?”
“네! 그래서 국가대표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실력은 좋았다면서요?”
“실력이 안 좋으니까, 경기에 못 나가지 않았겠어요?”
“그 이야긴 그만하고, 술이나 한잔 받아.”
친구가 린에게 술잔을 건네고 술을 따랐다. 쉽게 마실 수 없는 비싼 술이었다.
“언니들이 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마셔.”
“비싼 술이라서, 역시 맛이 다르네.”
린이 잔을 단숨에 비우고 내려놓자, 친구가 다시 가득 따랐다.
“얼굴을 보니까 벌써 한잔하고 오는 것 같은데, 누구랑 마신 거야?”
“아는 사람이랑 칵테일 바에서 한잔했어.”
“남자?”
“당연히 남자지, 여자겠어?”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얼굴이 예쁘게 생긴 여자는 옆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웃기만 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하긴, 애인이면 여기 안 오고 함께 시간을 보냈겠지. 그런데 연락도 안 되고 얼굴 보기도 힘들던데, 그동안 어디에 있었어?”
“조금 바빴어, 일 때문에.”
“학원 그만두고 논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은 안 놀아.”
“학원에 다시 다니기로 한 거야?”
“남의 사생활을 뭘 그렇게 알려고 그래?”
린이 고개를 돌리고 친구를 쏘아보았다. 친구가 몸을 뒤로 빼며 움찔했다.
“네가 하도 감추는 게 많으니까 그렇지.”
“나는 감춘 적 없거든요?”
“없긴 뭐가 없어. 지금도 말을 안 하고 숨기면서.”
“안 놀 거야? 놀러 왔으면 나가서 실컷 놀아야지, 앉아서 술만 마실 거야?”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린도 쓸데없는 이야긴 그만하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몸을 흔들고 싶었다. 별동대에 들어가 갇혀 살다시피 하다가, 자기와 맞지도 않는 비서실장 자리를 얼떨결에 맡아 일하려니 쌓이는 게 엄청나게 많았다. 오늘 그 모든 걸 다 날려버리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버릴지도 몰랐다. 그런데 친구가 나가서 놀 생각은 안 하고 앉아서 술만 마셨다.
“맨정신으로 무슨 재미로 놀아. 알코올이 좀 들어가야 제대로 놀지.”
“술은 그만큼 마셨으면 많이 마셨어. 그러니까 그만 마시고 일어나.”
얼굴이 예쁘게 생긴 여자가 친구를 일으켜 세웠다. 친구도 “그럴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괜찮게 생긴 남자 어디에 있나 잘 봐.”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얼굴이 예쁘게 생긴 여자가 어깨를 툭 치며 “왜? 잘생긴 남자 있으면 꼬시려고?” 하고 빙그레 웃었다.
“여자들끼리만 놀면 재미가 있니? 잘생긴 남자도 하나쯤 있어야 재미가 있지.”
“언니, 남자 걱정은 하지 마. 내 얼굴을 보고 남자들이 환장하고 달려들 테니까.”
“그래, 오늘 네년 얼굴 한번 믿어보자.”
네 여자가 무대 위로 올라가 서서히 몸을 풀었다. 친구 말대로 남자들이 하나둘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함께 놀지 않을래요?”
“관심 없으니까 저리 좀 가주실래요?”
처음에는 다들 무시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접근하는 남자가 더욱더 많아졌다. 싫다는 데도 계속 치근덕거리니까 귀찮게 느껴졌다.
“남자들이 너무 들이대는 거 아냐?”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친구 귀에 대고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남자들이 환장하고 달려들 거라고 했잖아.”
“너 얼굴 보고 오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누구 얼굴 보고 오는데?”
“수경이랑 네 친구.”
수경이는 얼굴이 예쁘게 생긴 여자 이름이었다.
“수경이 언니보다는 내가 더 낫지 않아?”
“그건 수경이한테 물어봐. 나한테 묻지 말고.”
“수경이 언니한테 물으면 당연히 자기가 더 낫다고 하겠지.”
그때 한 남자가 린에게 다가와 룸에 가서 자기네와 함께 술이나 한잔하자고 했다. 눈매가 날카롭게 생긴 잘생긴 남자였다. 잘생긴 남자한테 관심이 가는지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몇 번인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11번이라고 말했다.
“조금 더 놀다가 심심하면 갈게요.”
“네 명이 함께 오신 모양이죠?”
“왜요? 너무 많나요?”
“저희는 다섯 명이거든요.”
“그럼 짝이 안 맞네요.”
“짝이 안 맞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빠져도 되니까요.”
“그쪽이 빠지면 안 되는데요?”
“네 명 다 저보다 더 잘생겼으니까,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자기보다 더 잘생겼다는 말에 얼굴이 뾰족한 여자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따 봐요.”
“그럼 허락한 줄 알고 그만 가보겠습니다.”
남자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친구가 “언니 맘대로 결정하면 어떻게 해?” 하고 말했다.
“싫으면 안 가면 되잖아?”
“누가 싫데. 언니 맘대로 결정하니까 그렇지.”
“잘생겼다잖아, 이것아!”
“잘생기면 다야? 얼굴만 잘생기고, 매너가 거지 같은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어차피 오늘 하루만 놀고 끝낼 거잖아. 그럼 못생긴 남자보다 잘생긴 남자가 더 낫지. 내 말이 맞죠, 린 씨?”
“그 말도 맞는 말인 거 같네요. 친구가 남자 보는 눈이 좀 까다롭거든요.”
“내가 까다롭냐? 남자 보는 눈은 네가 더 까다롭지.”
친구가 린을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그러다 싸우겠네요. 남자들과 노는 건 우리끼리 여기서 실컷 즐긴 후에 다시 이야기해요.”
수경이의 말에 동의하고 다시 다들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몸을 아무렇게 흔들며 막춤을 추었다. 주위 사람들도 손뼉을 치며 흥을 북돋웠다.
“아이고! 더는 못 추겠어. 올라가서 맥주나 한 잔씩 하자.”
얼굴이 뾰족한 여자가 지치는지 혀를 쭉 내밀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세 여자도 무대에서 내려가 룸으로 갔다.
“이제 좀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 같지 않아?”
얼굴이 뾰족한 여자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언니 혼자만 신난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너도 잘만 놀던데.”
“한 잔씩 받아요.”
린이 맥주병을 집어 각자의 잔에 술을 따랐다. 얼굴이 뾰족한 여자는 속이 타는지 단숨에 들이켰다.
“역시 목이 탈 때는 시원한 맥주가 최고야.”
그때 문을 두드리고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직원이 들어와 “11번 방에서 서비스로 양주를 한 병 보냈습니다.” 하고 말했다. 친구가 양주병을 집어 들고 “오호! 비싼 거네.” 하고 감탄했다. 남자 직원이 그대로 서 있자,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감사히 잘 마시겠다고 전해요.” 하고 눈을 찡긋했다.
“저쪽에서 손님분들을 초대하고 싶다는데, 받아들이겠습니까?”
“어떻게 할 거야?”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세 여자 얼굴을 차례로 쳐다보며 물었다.
“언니가 결정해. 우리는 언니 결정에 따를 거니까.”
친구가 결정을 얼굴이 뾰족한 여자한테 미뤘다.
“내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구박할 때는 언제고?”
“내가 언제 구박했다고 그래.”
“어떻게 할 거야? 저쪽 방으로 갈 거야?”
수경이는 방을 옮기는 게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러자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까짓것! 가보자.”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여자도 차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렇게 해.”
린은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고, 세 여자는 남자 직원을 따라 11번 방으로 갔다. 화장실에 들어서자 젊은 여자 둘이서 얼굴을 매만지며 이야길 나눴다. 둘 다 허벅지가 드러난 미니스커트 차림이었다. 화장이 진해서 나이가 들어 보일 뿐, 실제로는 십 대 후반이나 이십 대 초반이 아닐까 싶었다.
“땀을 흘렸더니 화장이 개떡같이 되었어.”
“아까 그 아저씨들 너무 치근대지 않았어?”
“이런 데 오면 그런 미친개들이 한두 마리씩은 있잖아.”
“오늘 집에 들어갈 거야?”
“들어가긴. 여기서 밤새도록 놀아야지.”
“좀 전에 잘생긴 오빠들이 연락처를 주고 갔잖아.”
“왜? 관심 있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만 좋다면 연락해보지 뭐.”
“연락해서 술 좀 사주라고 해봐.”
“알았어. 기다려봐.”
오른쪽에 선 아가씨가 핸드백에서 쪽지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린은 소변을 보고 나와 손을 씻었다. 아가씨가 “네, 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뭐라고 그래?”
“지금 자기들 테이블로 오래.”
린이 두 여자를 힐끗 쳐다보고 화장실을 나갔다. 11번 방으로 가려면 좁은 복도를 따라 끝까지 가야 했다. 그때 린의 눈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조명이 어두워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얼굴 생김새가 분명히 교주 운전기사였다. 옷 입은 모양을 보니 이곳에 놀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함께 온 사람도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뭐하러 왔을까.
“도망치기 전에 잡아야 해.”
린이 계단을 통해 밑으로 내려갔다. 그새 사라져 치명이가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치명이가 사라진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곳에 좁은 통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후문으로 통하는 통로가 아닐까 싶었다. 좁은 통로 쪽으로 걸어가자, 두 남자가 나타나 “이곳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하고 막았다.
“조금 전에 제가 아는 사람이 이쪽으로 지나간 걸 봤거든요.”
“아는 사람이든 뭐든, 허락을 받지 않고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후문으로 통하는 것 같은데, 왜 안 된다는지 모르겠군요.”
“이쪽으로 통행은 비상시에만 가능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지나갔잖아요?”
“손님이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분명히 제가 아는 사람이었다고요.”
“아무튼, 이곳으로는 지나갈 수 없으니까, 돌아가세요.”
전도부장 일 때문에라도 쫓아가 치명이를 죽여야 했다. 하지만 두 남자가 길을 막고 서 있으니 도리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좁은 복도를 따라 걸었다. 7번 방 문이 살짝 열려 있어 걸음을 멈추고 힐끗 보았다. 한 남자가 젊은 여자를 옆에 앉혀놓고 팔뚝에 주사를 놓았다. 남자는 사십 대 중반으로 보였다. 그때 뒤에서 “거기서 뭐 하는 겁니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젊은 직원이 마른안주가 든 쟁반을 들고 걸어왔다.
“방을 찾고 있거든요.”
“몇 번 방인데요?”
“11번 방이요.”
“11번 방은 맨 끝에 있지 않습니까.”
린이 “그렇군요!” 하고 11번 방을 향해 걸었다. 조금 전 봤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자가 젊은 여자 팔뚝에 놓은 건 분명히 마약이었다. 흑염소를 처음 만난 그날이 문뜩 떠올랐다.
“기분 좋게 만드는 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약 같은 건가요?”
“비슷한데, 마약은 아닙니다.”
“당신도 먹어봤나요?”
“그건 먹는 게 아니라 맞는 겁니다.”
“팔뚝에 주사를 놓는 거면 마약이 맞잖아요? 그런데 왜 아니라고 하죠?”
그날 흑염소 손에 이끌려 가 팔뚝에 주사를 맞았다. 중독성이 없으니 안심하고 맞으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분명히 마약이었다. 그날 흑염소가 사는 펜트하우스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안 났다. 마약에 취했기 때문이었다. 똑같이 마약을 맞았는데도 흑염소는 의식을 잃지 않고 펜트하우스까지 잘 찾아갔다. 흑염소가 그만큼 몸이 튼튼하거나, 다른 약을 맞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게 사실이라면 흑염소도 이미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봐야 했다.
“왜 늦었어?”
얼굴이 뾰족한 여자가 젊은 남자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수경이도 젊은 남자 옆에 앉아 있고, 친구만 따로 앉아 술을 마셨다.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 쫓아갔더니, 그새 사라지고 없잖아. 그런데 너는 왜 혼자야?”
“둘 중에 어떤 남자를 골라야 할지 몰라서.”
친구가 나란히 앉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둘 다 이십 대 중반으로 괜찮게 생긴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보고 먼저 고르라는 거네?”
“마음에 드는 남자 옆으로 가서 앉아. 그럼 남은 남자는 자동으로 내 거니까.”
“사람이 물건이야. 내 거라고 하게.”
“자기들이 그랬어. 자기들은 노비니까, 주인님 마음대로 고르라고.”
“장난으로 한 말을 사실로 믿으면 되니?”
“장난이든 아니든 아무튼 아무나 골라.”
린이 자기와 가까운 쪽 남자를 골라 옆에 앉았다. 그러자 친구가 빙그레 웃으며 남은 남자 옆으로 가서 팔짱을 꼈다.
“이제 파트너가 다 결정되었으니, 본격적으로 놀아볼까요?”
수경이 옆에 앉은 남자가 술잔을 돌리고 술을 따랐다.
“내가 먼저 한 곡 부를게요.”
얼굴이 뾰족하게 생긴 여자가 앞으로 가서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곡을 고르자 노래방 기기에서 반주가 흘러나왔다. 신나는 댄스곡이었다. 린만 남고 모두 앞으로 나가 춤을 추었다. 린은 조금 전 봤던 치명이가 신경 쓰여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린이 고른 남자가 곁에 앉으며 물었다.
“조금 전 지나오면서 보니까, 룸에서 주사기로 약물을 넣고 있더군요. 팔뚝에요.”
“이곳 클럽에서 은밀하게 마약이 거래되고 있는데, 모르고 계셨군요?”
“조금 전 봤던 약물이 마약이라는 거잖아요?”
“가격도 싸고 약효도 좋아 많이들 맞더군요.”
“그쪽도 맞아본 적 있나요?”
“호기심에 몇 번 맞아봤어요. 그런데 저는 좋은지 잘 모르겠더군요.”
“오늘도 맞으실 건가요?”
“표정을 보니까 그쪽은 맞을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요? 내 말이 틀렸나요?”
“저는 맞을 마음이 없어요. 혹시라도 마약을 맞자고 하면 친구들을 데리고 나갈 거니까 그리 알아요.”
“알았으니까 곡이나 골라요. 그쪽 노래 솜씨가 궁금하니까요.”
린이 노래방 가사책을 뒤적이며 노래를 골랐다. 아무리 뒤적거려도 마음에 드는 노래가 없었다. 린은 친구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슬쩍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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