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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A의 서재

탐정이라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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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A시나
작품등록일 :
2019.07.19 12:50
최근연재일 :
2021.02.0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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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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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수 :
25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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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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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5)

DUMMY

“네?”


아까도 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었나. 현의가 전화를 받자마자 영문모를 말을 내뱉어서. 아저씨도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체 어떻게 도출된 단어인지 이번에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이럴 때 사람들은 일부러 못 들은 체 하거나 농담이냐고 되묻고는 한단 걸 책과 영화라는 간접체험 수단을 통해 알고는 있다. 하지만 실행하기에는 능청도 모자라고 무엇보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 즉 농담일 가능성이 단 1%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마는 나는 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잠시 고장난 기분으로 눈이나 깜빡였더니 아저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인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종자들에게서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그러고보니 리미티드의 실종은 신고가 들어갔다고 했지. 다른 사람들의 실종도 신고가 들어갔거나 들어가게 될 것이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있는 공통점이라고는 교환법칙에 휘말렸었다는 점이 다인데, 그건 벌어지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으니 경찰이 알 도리가 없다. 그보다는······.

생각이 어느 지점에 가닿아 나는 퍼뜩 찬물을 맞은 기분이 되었다. 아저씨는 눈으로 나의 반응을 살피면서, 입으로는 내가 도달한 바로 그 생각을 꺼내놓았다.


“모두가 사라지기 전 당신을 만났더군요. 모두의 공통 지인이라는 점도 이미 유의미하지만 실종일로부터 2일 이내에 모두와 접촉했다는 점에 이르면 유의미한 수준을 넘어섭니다.”


그럴 것이다. 소급이 반복해 일어나면서 나는 외부의 시선으로는 맥락도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해 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되어있으니까.


“게다가 당신, 갑자기 변했어요. 갑자기, 분위기가. 태도가.”


그도 그럴 것이다. 이 시간대에서 내가 아저씨에게 전했던 결심은 없던 일이 되었다. 탐정도 진실도 싫다며 어디까지고 틀어박힐 태세이던 사람이 갑작스레 팽팽 나돌아다니는 건 이 실종사건 이전에 이미 수상하다.

아저씨는 그다지 표정이 없었다. 공과 사를 잘 구분하는 편인지 그러기 위한 위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걸 가늠하게 될 순간에 처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야 심적으로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아군으로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항변하기엔 마땅한 말이 없었다. 교환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믿어줄리는 없다. 그렇지만 그 부분을 빼고 보면 누가 봐도 내가 제일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내가 물끄러미 응시했더니 아저씨는 얼핏 미안한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가요. 우리 사이에 아무런 라포가 없는 건 아니군요. 하지만.

애초에 그런 표정을 지을 이유가 없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다수의 실종 건에 대해 저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한다는 말씀이신데, 저를 체포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요?”


아저씨는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영문모를 기분을 느끼며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실종되기 전엔 저와 만났을지 몰라도 정작 실종되는 순간에는 만나지 않았어요. 알리바이 증명도 가능할걸요. 그렇다면 우선 만나지 않고 피해자들을 실종시킨 방법을 찾아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만약 이 실종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뤄졌는데 그 과정에 제가 관여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체포가 아니라 수사 협조라는 단어가 나왔어야 할 것 같고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이 체포란 단어는, 이상한데요.”


물리법칙을 벗어난 이상현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증명 불가능하다. 애초에 내가 범인이 아니기도 하지만 나를 범인으로 친다손 증명이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다. 고작 이 정도로 체포가 불가능하다는 건 나보다도 아저씨가 더 잘 알고 있을텐데, 체포 운운이 아주 명료한데다가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을 넘어 마치 확신하는 듯 아군이 아니게 되어 미안하다는 투의 태도인 건 심각하게 이상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이상함은 아저씨의 입에서 뒤이어 나온 말로 정점을 찍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뒤틀림이 쌓여 있으니까요.”


* * *


앞에 아이스 초코 잔이 놓였다. 자신의 커피 잔은 트레이에 홀로 남겨둔 채 아저씨는 맞은 편의 의자에 푹 묻히듯 기댔다. 이전에도 이 장소에서 대충 이런 구도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 때와는 분위기도 대화 주제도 판이하게 달랐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때는 내가 이야기를 끌고 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야기를 끌고 가기는커녕 따라가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런 반면 아저씨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평이한 표정으로 차박차박 말을 잇고 있었다.


“위에서는 곧장 [처분]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과만 확실하다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으니······”

“아니, 잠시만요. 이야기를 좀 정리할게요. 그러니까 정부에서는 이미······ ‘이능력’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거죠?”


마땅찮은 게 없어서 ‘이능력’이라는 굉장히 비현실적인 어감의 단어를 선택했는데, 아저씨가 고민도 없이 선뜻 고개를 끄덕여 더더욱 비현실감이 증가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거짓말을 알아차리는 것과 같은 능력들을, 네.”

“그리고 아저씨는 그 이능력과 연관된 사건을 수사하는 부서 소속이고요.”

“특수단속반입니다. 통상의 형사직도 겸하고 있습니다.”

“저를 의심하는 건 아저씨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다 특수단속반 전체의 의견이랬죠?”

“이미 더 윗선까지 전달되었습니다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저를 의심하는 증거는 기타 정황증거 따위가 아니라 그, 뒤틀림··· 이라고 했고요.”

“맞습니다. 정리가 되었습니까?”

“아뇨, 안 됐는데요!”


나는 밥상이든 뭐든 뒤엎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뒤틀림이란 건 뭐죠? 아저씨의 눈으로 볼 수 있단 설명은 이미 들었어요. 그거말고 뒤틀림이라는 게 가리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니, 근데 언제부터 볼 수 있었는데요?”


정보의 양은 과부하를 일으키고 질은 입력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혼란한 마음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혼란한 질문을 해버렸는데 아저씨는 설명이 서툴러서 미안하다고 본인이 꾸벅 사과해버렸다.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 아저씨가 말했다.


“아주 옛날부터입니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일까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뒤틀림은, 세계가 공격받은 흔적입니다.”

“······세계를 공격할 수 있어요?”


세계의 위기······ 식의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세계 그 자체를 공격한다는 뉘앙스였던 탓에 반사적으로 그런 질문이 튀어나갔다. 아저씨는 이번에도 흔들림없이 긍정했다.


“그래서 특수단속반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야 공격할 수 없습니다만 말씀하신대로의 ‘이능력’이 개입하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공격하는데요? ‘세계’에 실체가 있어요?”

“실체는 없지요. 세계를 공격한다는 건, 세계의 지속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 아, 그래요. 이렇게 표현합니다. ‘세계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일’이라고.”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듯한 어투가 특수단속반의 존재를 실감케 했다.


“세계의 질서가 흐트러지면 세계는 그를 회복하기 위한 자정작용을 일으킵니다. 뒤틀림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흉터 같은 것입니다. 질서는 자연적으로도 어느 정도 흐트러지곤 하기 때문에 보통은 뒤틀림 또한 눈에 잘 띄지 않는 양으로만 발생합니다만, 인위적으로 세계가 공격받을 땐 수많은 뒤틀림이 발생해서 결국은 두드러지는 규모가 됩니다.”


마치 지금 당신에게 쌓여있는 것처럼요. 라고 말하는 듯이 아저씨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짐작가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시간을 엿가락처럼 오가는 것 이상으로 세계의 질서에 반하는 행동도 드물 테니까.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나보다는 진짜 범인인 모리어티나, 나보다 먼저 교환법칙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윤 쪽이 더······

그러고보니 윤 쪽은 경찰에 포착된 걸까? 만일 알았더라면 이미 아저씨가 언급을 했을 것 같기는 한데, 특수단속반이라는 내가 모르는 단체가 얽힌 이상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만약 모르고 있다면 내 쪽에서 먼저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윤은 특수단속반의 존재를 알고 있는건가?


“자정작용을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만 사람의 피부가 재생되는 것도 그렇듯이 세계의 회복도 한계치가 있으리라 추측됩니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막는다. 특수단속반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넘어서면 어떻게 되나요?”


여전히 평이한 표정의 아저씨가 내놓은 대답은 논리적으로는 당연했지만 추측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없었다.


“세계 멸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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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5. 탐정은 의뢰인이 필요하다 (1) 20.05.11 2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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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13) 20.03.30 20 0 9쪽
45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12) 20.03.23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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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6) 20.02.15 24 0 9쪽
»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5) 20.02.15 3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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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3) 20.02.11 22 0 10쪽
35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2) 20.02.04 27 1 10쪽
34 4. 탐정은 범인을 맞닥뜨린다 (1) 20.02.04 2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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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 탐정은 과거를 바꾼다 (6) 20.01.07 24 1 10쪽
29 3. 탐정은 과거를 바꾼다 (5) 20.01.07 3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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