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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왕시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 죽이는 미친 저격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왕시
작품등록일 :
2024.02.12 20:07
최근연재일 :
2024.05.01 19:2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795
추천수 :
43
글자수 :
105,374

작성
24.04.30 21:46
조회
14
추천
1
글자
10쪽

복수전

DUMMY

중간고사가 끝나자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제 슬슬 다음 세계로 넘어갈 때가 온 것 같다.


아 세계에서 이루고 싶은 건 전부 이뤘다.


아난샤는 훌륭히 성장해줬고 다른 제자들도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


마왕의 정체 모를 음모, 러프 교수의 수상한 행동, 그리고 썩어 빠진 황실까지.


분명 불안한 요소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것들만 잘 해결한다면 내가 떠난다 해도 근 200년 간은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교수들 등쌀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나가는 거 아니냐고?


". . ."


맞ㄷ-


아니다.


". . ."


아무튼 아니라면 아닌 거다.


"하지만 가기 전에 받은 건 돌려주고 가야지."


황태자.


이제 슬슬 이놈을 족칠 때가 온 것 같다.





. . .





다음 날이 되자마자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러프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건......"


[사직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 .?"


이렇게 갑자기 사표를 낸다고?





. . .






잠시 뒤, 내 설명을 들은 러프는 결국 사직서를 결재 해 줬다.


"그러니까, 교수 생활을 그만두고 황녀님을 도와준다는 거지?"


"예."


황녀도 다 자랐으니 이제 슬슬 이 세계를 떠날 때가 왔다.


아카데미 교수 라이프도 다 지냈고 무엇보다 황녀를 황제로 만들어주려면 교수라는 신분은 오히려 불편하니...


"그냥 어제 다른 교수들한테 눈치 보여서 나간 건 아니고?"


". . .;;"


". . ."


"틀린 말은....아니죠."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답한 나를 보곤 웃으며 사직서를 서랍에 넣었다.


"그럼 됐네."


예상과는 다르게 러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보고 싶을 거라는 말은 고사하고 그 흔한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 . .안 속상해요?"


"자네가 떠나는 게 왜 속상한가?"


"아니 그래도...."


내심 섭섭했던 내 속마음을 읽은 듯 그는 읽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인연이란 건 다 때가 있는 법이라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지. 간단한 원리 아닌가?"


아.


그제서야 눈치챘다.


러프 교수도 자신 만의 작별 인사를 한 것이란 걸.


'아마 이 분이 없었다면 아카데미 라이프는 꿈도 꿀 수 없었겠지.'


일전에 그에 대해 의심을 품었던 과거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허리를 직각으로 굽힌 뒤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러프는 고개를 숙여 내 작별 인사에 호응했다.


". . ."








. . .









씁쓸한 기분과 애처로운 기분이 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오자 날 기다리던 학생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난샤를 제외한 넷 모두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학생들은 서로 앞다투어 나에게 안기더니 이내 한 명도 빠짐없이 눈물을 터뜨렸다.


"교수님~! 가지 마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는 학생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지난 수많은 회차로 내 눈물은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이런 상황에 흘릴 눈물을 남아있었나 보다.


"아이고~! 우리 교수님 어떡해!!!"


"이제 다시 알거지 되시겠네!!!"


어?


이거 왜 분위기가 점점....


"이럴 바엔 차라리 제 개인 과외 선생님으로....!"


"꺼져, 미친년아, 내 과외 쌤이야!!!"


"내 쌤이야!!!"


". . ."


그렇구나....


역시 내 인생에 감동의 작별 인사는 없나 보다.


옘병.







. . .







학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나는 아카데미 뒷산으로 가 넓고 얇은 바위 위에 앉았다.


바위에 앉아 기다리니 아난샤가 순간 이동 마법을 써 왔다.


"여, 왔냐?"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지만 아난샤는 그런 나를 무시한 채 가져온 종이를 던졌다.


'...아무래도 괜히 강해지게 만든 거 같단 말이지.'


눈에 뵈는 게 없어지니 싸가지도 같이 없어졌다.


뭐, 누구든 힘이 생기면 태도가 변하기 마련이니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나는 땅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펼쳐보았다.


종이 안에는 장소와 시간, 날짜, 그리고 그곳에 모이는 인물들이 적혀있었다.


"오, 생각보다 잘 조사해왔네?"


"당연하죠. 저도 제 나름대로의 정보책이 있다구요."


"그럼 여기서 거래되는 물건이 뭔지도 알겠네?"


아난샤는 골치 아픈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네....[마왕의 정기]요."


마왕의 정기.


쉽게 말해 마왕의 힘이 담긴 구슬이다.


구슬을 사용하는 자는 일시적으로 마족들을 통제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더 찾아보니 이 거래의 배후에 있는 제 오라버니가 마족들을 닥치는 대로 생포하는 모양이더군요."


"왜 모으는 지는 굳이 조사 안 해도 알겠지?"


아난샤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조금의 정적이 흐른 뒤, 나는 본론을 꺼냈다.


"니 오라버니, 이대로 가만히 둘 거야?"


아난샤의 얼굴이 굳었다.


'쉽지 않겠지.'


이미 말했지만 혈육을 해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어렸을 때부터 심한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아난샤로선 더욱 어려울 것이다.


'뭐, 설득할 방법이야 많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황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할게요."


"...뭐?"


"제 오라버니, 해치는 거 할게요."






. . .






비록 내가 원하던 답이 나왔지만 아까 보았던 아난샤의 냉정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이 미친년, 설마....'


"계획은 있나요?"


내가 놀란 걸 알면서도 아난샤는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


나는 속으로 고민을 했다.


아난샤가 저 길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줄지 아니면 순리대로 둘지.


". . ."


결국 나는 그녀를 순리대로 두기로 했다.


"하나 있긴 있어. 근데 중간에 골치 아픈 게 하나 껴 있어서...."


"그게 뭔데요?"


궁금해 하는 아난샤에게 나는 옆에 있던 나뭇가지로 흙 위에 그림을 그리며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 . .






현재.


주위 곳곳이 뜨거운 불로 뒤덮였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조각들은 거리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숨 막히는 회색빛 연기는 하늘을 집어삼키듯이 감쌌다.


달리다 멈춘 나는 운석이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운석 파편에 깔려 죽은 소드마스터와 그의 부하들의 시체가 널렸다.


소드마스터의 시체를 확인한 나는 마법으로 그의 시체를 불태워버렸다.


시체가 타니 그 품에는 감춰져 있었던 마왕의 정기를 담은 구슬이 있었다.


나는 장갑을 껴 구슬을 봉지 안에 담았다.


구슬을 확보하자 아난샤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시체는 모두 썩었지만 거기서 나왔던 남은 역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아 구역질이 올라온 그녀는 코를 막았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주먹을 내밀었다.


턱-


내 속마음을 눈치챈 아난샤도 주먹을 내밀었다.


"연기 어땠어?"


"꽤 괜찮았어요. 기사들 몇 명은 살려뒀으니까 나중에 증인이 되어주겠죠."


아난샤는 숨이 붙어있는 몇몇 기사들의 주위에 마법으로 냉수를 부어주었다.


냉수를 부어 화상 부위를 식히던 아난샤는 불에 타오르는 제국의 길을 보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꽤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대단하시네요 교수님...."


"교수 퇴직했다."


"그렇다고 '렉스'라고 부를 수도 없잖아요."


"좋은 별명 하나 생각해 봐, 그것도 공부야."


"그래요 까짓거 한 번 해보죠."


화상 부위를 모두 식힌 아난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일단 첫 번째 목표인 소드마스터 제거는 완수한 거 맞죠?"


첫 번째 계획, 황태자의 수족들을 모두 처리하기.


제국 최고의 권력자 중 한 명 답게 황태자는 이동할 때, 차 마실 때, 놀이 할 때 모두 경호원들이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황태자의 경호 대장은 소드마스터 놈(Noam)과 그 산하의 기사들이다.


황태자가 태어나기 전, 놈과 그의 기사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제국 최전방에서 마수들과 싸우다 전사하는 것.


그것이 현재 제국의 기사들의 숙명이었고 운명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그가 최전선에 있을 때, 황궁에서 황태자가 갑작스럽게 태어났다.


급히 황태자의 보호자가 필요해진 황실은 수도, 그리고 지방 곳곳에 황태자의 경호 지원자들을 찾아다녔다.


능력과 충성심. 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적합했던 그는 결국 지옥 같던 최전선에서 복귀할 수 있었다.


최전선에서 돌아온 놈은 10년 뒤, 황실에게서 반 강제로 병권(兵權)을 빼앗았다.


그리고 이런 그의 뒤를 봐준 이가 바로 이제 다 자라 정치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 황태자이다.


이런 부분만 보면 황태자도 나름 정치 부분에서는 충분한 재능을 거머쥐었다고 할 수 있다.


소드마스터의 시체를 보며 아난샤는 과거 그들에게 당한 악몽 같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온갖 벌레와 설치류들의 시체를 침대 위에 뿌려둔 일.

생애 처음으로 받은 선물들을 전부 불태운 일.

하녀들을 시켜 자신을 고립시켰던 일.


그 외 등등...


하나 같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어렸던 아난샤에게는 충분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었다.


짝!


나는 크게 박수를 쳐 눈빛이 나간 아난샤를 깨웠다.


"과거 회상도 좋긴 한데 우선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자고."


박수 소리에 다시 정신이 맑아진 아난샤는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이동하려던 날 붙잡았다.


"저기 교수님....."


"교수 아니라니까."


"다음 계획은 제가 짜도 되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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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24.03.23 33 0 -
23 복수전(2) 24.05.01 8 0 9쪽
» 복수전 24.04.30 15 1 10쪽
21 중간고사(3) 24.04.03 22 1 10쪽
20 중간고사(2) 24.04.02 30 1 10쪽
19 중간고사(1) 24.04.01 38 1 10쪽
18 최종 성장 24.03.31 40 1 9쪽
17 마신(魔神)의 신전 24.03.30 47 1 10쪽
16 제자와의 거래 24.03.29 48 2 9쪽
15 대마법사 24.03.28 47 1 11쪽
14 막장 가족 24.03.27 56 2 10쪽
13 마나와 내공 24.03.26 66 2 11쪽
12 새로운 학생 24.03.25 77 1 10쪽
11 환장할 수업 24.03.24 82 2 10쪽
10 최종 보스와의 만남(2) 24.03.23 87 1 11쪽
9 최종 보스와의 만남(1) 24.03.22 89 2 11쪽
8 SSS거지->SSS교수(절망 편) 24.03.21 85 2 9쪽
7 SSS거지->SSS교수(희망 편) 24.03.20 95 2 11쪽
6 교수 면접 24.03.19 101 2 12쪽
5 황녀와 거지 24.03.18 107 2 11쪽
4 메테오!!!!! 24.03.17 124 3 11쪽
3 SSS급 거지. 24.03.16 149 4 12쪽
2 첫 번째 환생 24.03.16 173 5 15쪽
1 [프롤로그]참 다양한 미친놈들 24.03.16 209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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