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왕시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 죽이는 미친 저격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왕시
작품등록일 :
2024.02.12 20:07
최근연재일 :
2024.05.01 19:2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769
추천수 :
43
글자수 :
105,374

작성
24.03.22 08:28
조회
87
추천
2
글자
11쪽

최종 보스와의 만남(1)

DUMMY

그날 저녁, 코그는 러프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종일 놀렸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너무 기뻐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는 그였다.


"...그만하게."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우하하하하하하!"


"그만하라니까!"


"그만하긴 뭘 그만해! 내가 말했지, 그놈을 써서는 안됐다고!"


웃음을 그친 코그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는 가방에서 수많은 서류 뭉치들을 꺼내 러프에게 던졌다.


"이것 좀 보게. 이 종이들이 전부 이번 강의에 대한 항의서 일세! 내용도 참 가관이더군."


러프는 말없이 자신의 앞에 흩뿌려진 서류들을 주워 읽기 시작했다.


내용을 읽은 그는 곧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무슨....!"


코그는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나간 진도가 무려 3000페이지에 칠판은 나조차 읽기 힘든 언어들로 구성되어있었다는군."


". . ."


귀족이든, 마법사든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이다.


얼마나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자 인지를 보여주어야 주위에서도 인정해주고 인물들이 몰린다.


'학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멋대로 강의를 진행한 교수.'


아무리 러프라도 교수로서 이런 최악의 이미지를 잡힌 렉스를 더 이상 옹호해 줄 수 없었다.


설득되어가는 러프의 모습에 코그는 결정타를 날렸다.


"이건 [강의]가 아니네. 그저 [고문]일 뿐이야!"


"하아....."


믿었던 조교수의 어이없는 패착(敗着)에 러프는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코그는 그의 손을 쥐었다.


"친애하는 동기여. 자네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싶지만 이번 건은 힘드네."


". . .어찌하면 되겠는가?"


러프는 눈을 감으며 물었다.


"조교수 자리에서 내쫓아야 하네."


"하지만. . .!"


"러프. 높으신 분들까지 우리 아카데미를 비난하고 있네. 소극적인 대응을 보였다가는 대외적으로 많이 힘들어질 거야."


분한 마음에 러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원칙 상 렉스는 아카데미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 시켜 퇴출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엄청난 잠재력을 눈 여겨 본 러프는 모든 수를 동원하여 하루라도 그를 아카데미에 남기고 싶어했다.


"알겠네. 하지만 이번 중간고사까지는 조교수로 지내게 해주시게."


간절한 눈빛으로 코그를 바라보며 마지막 부탁을 하는 그였다.


"노력해 보지."


그 말을 끝으로 러프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코그의 방에서 나왔다.








. . .









러프는 착잡한 심정으로 조용히 렉스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갖추어 탐이 나 대련을 방해하면서 까지 조교수로 들였지만 결과는 사직.


자신 때문에 렉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졌다고 생각을 하니 죄책감이 가슴을 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진실을 숨길 수도 없다.


그도 언젠가 알아야 할 터.


결심을 한 러프는 손을 들어 올렸다.


똑똑-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어디 갔나...?'


러프는 방문에 가까이 귀를 붙여 소리를 들었다.


방 안에서는 나뭇가지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똑똑-


다시 한 번 조심스래 문을 두들겼다.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 . .?"


렉스가 방에 없다고 생각한 러프는 발걸음을 돌렸다.


도서관, 수영장, 급식실, 그리고 교무실까지.


렉스를 찾기 위해 아카데미의 모든 장소를 뒤졌지만 그 어디에도 렉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찾아 다녔음에도 도저히 보이지 않자 결국 지쳐버린 러프였다.


이미 늙은 탓에 체력도 바닥인 그는 계단 귀퉁이에 기대었다.


"허억, 허억. 조교수란 놈이 이 늙은 상사를 사방팔방 뛰어다니게 만들다니....!"


숨을 고르며 쉬고 있던 러프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설마 우리 얘기 엿들은 거 아니야?'


렉스는 분명 잠재력이 넘쳐 나는 자이다.


아니. 실력으로도 이미 완성에 가까운 형태이다.


마법 캐스팅 자체도 러프와 대등한 정도.


그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마음만 먹으면 아카데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러프와 코그의 이야기까지.


그가 혹시 러프와 코그의 이야기를 엿들었다면....


자신을 멋대로 쫓아내려는 것을 알게 될 테고


걔 성격에 그걸 또 참지 못하고 쌩지랄을 할 거고


그럼 아카데미가 박살 나겠지?


". . ."


이런 씨ㅂ-


"안돼!!!"


비명을 지르며 다시 아카데미를 뒤지기 시작한 러프였다.








. . .







6시간 뒤, 러프는 마침내 렉스를 찾는데 성공했다.


[렉스의 방]에서.


". . ."


"안녕하세요, 교수님?"


쿠키와 차를 준비하는 렉스를 얼탱이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러프였다.


"자네...아까 낮에는 없지 않았는가?"


길고 휜 수염이 떨렸다.


렉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없었다고요? 누가 요?"


"자네! 자네 말일세! 부를 때는 코빼기도 안 비춰서 외출한 줄 알았더니 태평하게 목욕이나 하고 자빠졌다니! 아이고 내 두야...."


러프는 차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뒷목을 잡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렉스는 의자에 앉아 쿠키를 먹으며 내일 진행할 강의의 내용을 공부했다.


"알았으니까 와서 저 내일 강의 준비하는 거나 좀 도와줘요. 오늘 학생들 표정 보니 반응이 영 시원치 않던데."


". . ."


그의 말 한마디에 러프의 끓어오르는 분노는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어느새 죄책감만이 남아있었다.


"어, 그게 말이지...."


"?"


망설이는 그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렉스는 집었던 쿠키를 내려놓았다.


"저 짤렸어요?"


". . .어?"


바로 본론부터 치고 들어오는 발언에 러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렉스는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저 돌려서 말하는 거 싫어해요. 그냥 솔직히 말해주세요."


단호한 그의 태도에 러프는 마지못해 진실을 말했다.


"그러네."


혹시나 분노한 렉스가 폭발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러프는 스태프에 캐스팅을 걸었다.


하지만 렉스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러프의 스태프에 캐스팅이 걸린 것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저 시선을 창 밖으로 돌린 채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가?"


러프가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제가 그만큼 강의를 거지같이 진행했다는 거니까."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답했다.


"...지금 당장 짤리는 것은 아니라네. 아직 자네에겐 기회가 남아있어. 그 기회를 잘 이용하게."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 . ."


수상하다. 그것도 너무나.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 받았는데도 저렇게 평온하다고?


다른 것도 아닌 무려 [아카데미의 정식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눈 앞에서 놓쳤다.


평범한 자라면, 아니 그 누구도 이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별한 일]이라도 없는 이상-


"!"


특별한 일?


순간 러프는 아까 낮에 자신의 불렀음에도 렉스가 나오지 않았음을 기억했다.


'설마....'


러프가 방 구석구석을 엿보며 둘러보니 곧 침대 옆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림자를 보자 러프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숨이 거칠어지고 동공이 흔들리며 스태프를 쥔 손은 떨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그대의 반대편에 놓인 찻잔의 주인은 내가 아닌가 보군."


그 말에 렉스는 돌아 앉아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아무 문제 없이 해결할 테니까."


떨렸지만 자신과는 다른 렉스의 모습에 약간은 안도한 러프였다.


". . .부탁하지."


러프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어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끼익-


문이 닫히자마자 러프의 두 다리는 힘이 풀려 힘없이 쓰러졌다.


"저게..어째서 아카데미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코그를 불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신을 차린 러프는 무릎을 짚고 일어나 코그의 침실로 향했다.








. . .









오늘은 밤하늘이 참 예쁘다.


칠흑 같은 공백(空白) 사이사이에 작고도 아름다운 별들이 모여 길가에 있는 등같이 밤하늘을 밝게 비춰준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차디찬 밤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쌀쌀하게 했다.


나는 찻잔 두 개에 모두 녹차를 따른 뒤 하나는 내 앞에, 하나는 마주 보는 자리에 두었다.


이 자리는 러프 교수를 위해 만든 자리가 아니다.


러프 교수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 아니 내가 처음 이 방에 온 날부터 나를 기다리던 손님이 하나가 있었다.


나는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녹차의 쓴맛이 입안에 강하게 퍼진다.


처음의 쓴맛에 얼굴이 구겨졌지만 이내 마지막에 오는 깔끔한 맛에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차 맛이 좋은데."


나는 혼잣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내 그것도 질린 나는 반대편에 놓인 의자를 바라보며 불렀다.


"이제 나오지?"


". . ."


철컥-!


열어두었던 창문이 닫혔다.


천장의 전등이 깜박거리더니 곧 책상을 비추는 불을 제외하고는 방에 있던 모든 불이 소등 되었다.


방의 모든 불이 꺼지니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별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나는 한층 더 선명해진 별빛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쳐다보자 제 풀에 지쳤는지 그림자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굼벵이 같았지만 꿈틀거림이 격해질 수록 움직임은 조금씩 빨라졌다.


꿈틀거리는 모습은 점차 기어 다니는 모습으로 변했다.


어느새 놈은 의자까지 기어와 나와 마주 보는 반대편에 걸터앉았다.


의자에 앉은 그림자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다.


까만 뭉텅이에 수족이 튀어나오고 상반신과 하반신의 형태가 갖춰졌다.


몸통이 완성되자 그림자는 남은 덩어리를 목 위에 올려 [얼굴]의 형태를 만들었다.


눈이 생기고 귀와 머리카락이 생긴다.


코, 입, 눈, 마지막으로 머리 위에 난 두 쌍의 뿔까지.


이 세계에서 이런 모습을 한 자는 한 명 밖에 없다.


얼굴을 손에 기대어 천천히 변해가는 그림자를 응시했다.


그림자는 변하면서도 멍하니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기(魔氣)는 도저히 감출 수 없었나 보다.


나는 조용히 구속구를 내밀었다.


"받아."


"?"


구속구를 보자 그림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별 거 아니야. 니 몸에서 무지막지하게 나오는 그 마기의 기척만 줄이게."


그림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결심한 듯 구속구를 자신의 양 손목에 채웠다.


"자, 그럼...."


렉스는 고개를 그림자에게 내밀었다.


"대체 왜 [마왕]이 아카데미의 내부까지 들어온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 죽이는 미친 저격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렉스 일러스트 후보(AI입니다.) 24.03.27 20 0 -
공지 연재 시간 24.03.23 32 0 -
23 복수전(2) 24.05.01 6 0 9쪽
22 복수전 24.04.30 13 1 10쪽
21 중간고사(3) 24.04.03 22 1 10쪽
20 중간고사(2) 24.04.02 29 1 10쪽
19 중간고사(1) 24.04.01 36 1 10쪽
18 최종 성장 24.03.31 38 1 9쪽
17 마신(魔神)의 신전 24.03.30 47 1 10쪽
16 제자와의 거래 24.03.29 47 2 9쪽
15 대마법사 24.03.28 46 1 11쪽
14 막장 가족 24.03.27 54 2 10쪽
13 마나와 내공 24.03.26 65 2 11쪽
12 새로운 학생 24.03.25 77 1 10쪽
11 환장할 수업 24.03.24 81 2 10쪽
10 최종 보스와의 만남(2) 24.03.23 87 1 11쪽
» 최종 보스와의 만남(1) 24.03.22 88 2 11쪽
8 SSS거지->SSS교수(절망 편) 24.03.21 85 2 9쪽
7 SSS거지->SSS교수(희망 편) 24.03.20 95 2 11쪽
6 교수 면접 24.03.19 100 2 12쪽
5 황녀와 거지 24.03.18 106 2 11쪽
4 메테오!!!!! 24.03.17 123 3 11쪽
3 SSS급 거지. 24.03.16 148 4 12쪽
2 첫 번째 환생 24.03.16 171 5 15쪽
1 [프롤로그]참 다양한 미친놈들 24.03.16 205 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