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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왕시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 죽이는 미친 저격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왕시
작품등록일 :
2024.02.12 20:07
최근연재일 :
2024.05.01 19:2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773
추천수 :
43
글자수 :
105,374

작성
24.03.27 08:26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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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막장 가족

DUMMY

[점심시간]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들이 항상 일 순위로 뽑는 가장 기다려온 시간.


지루하고 복잡한 강의실에서 잠시 벗어나 맛있는 음식과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며 학생들은 급식실로 달려갔다.


"여기 스테이크요!"


"저는 우동이요!"


"전 와인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넌 뭐 먹을 거야?"


"돈까스는 어때?"


한창 식사를 주문하던 중, 학생 중 한 명이 구석에서 수상한 무리 여섯을 발견했다.


수상한 무리들은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며 떡볶이를 파는 곳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본 학생의 친구는 그에게 속삭였다.


"야, 쟤네 렉스 조교수님 강의 듣는 얘들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정말로?"


그렇다. 그들은 방금 막 렉스의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온 학생들이었다.


"잠깐, 저 뒤에 있는 분은 설마..."


"렉스 조교수님?"


최근 화제의 교수, 렉스.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내공]이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힘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첫 수업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듣고 싶어하는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


'물론 나 같은 건 어림도 없지만.'


씁쓸한 입맛을 다시던 엑스트라 1이었다.


".......떡볶이 하나요."


랄프, 미키, 마이크, 소우, 아난샤는 땅을 기어가듯이 움직이며 간신히 식사를 주문했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져 나오고 어깨는 축 늘어졌다.


전형적인 폐인의 모습.


그 아름답기로 소문난 아난샤조차 얼굴이 썩었으니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이 모든 것이 1시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이다.


-1시간 전


"자, 다 됐다."


렉스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방금 막 단전을 개방한 학생들은 모두 탈진한 채로 책상 위에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아직도 그 고통과 피곤함에 지쳐 온 몸이 엉망이 되었다.


쩝쩝-


다섯의 학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보며 빵을 먹고 있는 렉스였다.


'얘네들 진짜 물건인데?'


렉스는 방금 전 아난샤와 소우의 단전에 내공을 불어넣었을 때를 회상했다.


둘 다 내공과 너무 잘 어울린다.


특히 아난샤. 얘는 진짜 천재다.


내공을 강제로 단전 안에 밀어 넣는 중에도 표정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편하다는 듯이 서 있었다.


100번이 넘는 환생을 하면서 누구를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다.


실력이 쓸만하면 인성이 안되고

인성이 괜찮으면 실력이 쓰레기고.


그동안 만난 놈들은 전부 이 둘 중 하나였기 때문에 키울 맘은 커녕 쳐다보기도 싫었다.


하지만 아난샤는 다르다.


인성도, 실력도, 재능도, 신분도, 외모도 다 완벽하다.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천재.


". . ."


천재를 가르친다는 생각에 기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그 완벽함이 그녀를 망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지금 그녀의 모습이 환생 하기 전의 나의 모습과 닮아도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 . .











나 역시 환생 하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생각했다.


공작가 장남이라는 재력과 이름값, 훌륭한 사격 실력, 좋은 머리,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너무 많은 걸 가져서 일까, 곧 내 주변의 지인들은 나를 질투했거나 아니면 정치 싸움에 지쳐 하나 둘 나를 떠나갔다.


날 소중히 여겨주던 인물들은 사라지고 날 가문을 장악하기 위한 도구로만 보는 놈들은 더 늘어났다.


수많은 협박과 회유에도 난 언젠가 공작이 될 내 미래를 상상하며 간신히 버텼다.


그 미래가 내가 사는 이유였으며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조차 얼마 가지 않아 박살이 났다.


그것도 다른 자들이 아닌 나의 [가족]들에게.





. . .





아직도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쩌면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그녀에게 옭아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쟤 만큼은 잘 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녀를 선택한 이유다.


내가 이루지 못했던 그 희망을 그녀라도 이루기 위해,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대리 만족이라도 하기 위해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꿀꺽-


빵을 삼킨 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어깨 동무를 했다.


"밥 잘 먹었냐?"


빵이 사라진 내 손과 입 안에 들어있는 빵 조각들을 본 학생들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학생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것만 먹으면 안 될까요...?"


소우가 손을 빌며 물었다.


"응. 안돼."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학생들은 결국 포기하고 가지고 있던 음식들을 전부 버렸다.


그렇게 얘들을 데리고 다시 강의실로 이동하려고 했던 순간.


갑자기 기사들이 나타나 학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


점심시간이 끝난 줄 알았던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는 학생들을 따라 나가려고 했다.


그때, 기사들이 나와 아난샤를 막아 세웠다.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뭐라고요?"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기사는 엄중한 눈빛으로 날 째려보았다.


"하?"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일개 기사가 아카데미의 교수를 막다니.


"난 그렇다 치더라도 아난샤 쟤는 황녀인데 목숨이 남아 도나 봐?"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가...'


인내심에 한계에 달해 무력으로 뚫으려고 하던 순간, 기사들이 지키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금발 머리에 화려한 제복식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를 보자 아난샤는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기사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황태자님."


황태자.


제국의 가장 고귀한 자의 아들이자 고귀한 자가 될 인물.


그의 금발은 초원의 갈대 같으며 노란 눈은 사자같이 생겼다 전해진다.


"오라버니...."


아난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이 마치 범죄자가 재판을 받는 모습 같았다.


당연히 나는 이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가정사인 것 같으니 일단은 지켜보....


짝!


황태자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는 아난샤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잠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교수 지원자들 휴게실에서 어깨 쳤다는 이유로 내 뺨 때린 놈.


그놈이다.


"이 버러지 같은 년이 누구에게 오라버니라 하는 거야?"


황태자는 아난샤를 벌레 보듯이 내려보며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올렸다.


아난샤는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그렇게 아난샤의 뺨을 내리치려고 하던 순간,


탁-


"넌 뭐야?"


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얘 선생을시다."


"하, 선생....?"


황태자는 비웃음을 하며 나의 손을 쳐냈다.


"너 나 누군지 알아?"


황태자요.


"나 황태자야. 장차 제국의 황제가 될 몸이라고. 감히 나에게 대들어?"


"그건 제가 할 말 같은데요."


"뭐?"


"저는 이 아이의 교수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배움의 성지인 아카데미이고요."


황태자라는 이름값이 뛰어나긴 하지만 적어도 여기서 만큼은 교수의 권한이 더 높다.


"감히 [황태자] 따위가 아카데미에서 교수의 말을 무시하나요?"


"이놈이!"


발끈한 기사 하나가 검을 빼 나에게 달려들었다.


"[슬립(Slip)]"


간단한 마법을 사용해 달려오던 기사의 다리에 사슬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 모습에 기사단 전체는 칼을 빼 나와 아난샤를 원형으로 포위했다.


"이 새끼가 감히 날 능멸해?"


생전 처음 받는 모욕에 자존심이 상한 황태자는 기사가 들고 있던 칼 하나를 뺏어 날 겨누었다.


"응, 잠깐...."


내 눈을 본 황태자는 당황한 듯 검을 내려놓았다.


"너...걔 맞지? 면접장에서 본 그 거지?"


이내 그의 얼굴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아이 같이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크하하하하. 진짜 이 미친 놈 년들이 쌍으로 지랄하네 크하하하!!!"


내가 거지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황태자 뿐 아니라 기사들도 조용히 나를 비웃었다.


이내 그는 내 어깨를 치며 속삭였다.


"아난샤가 누굴 만난다는 소식을 들어 살짝 걱정했는데 쓸 데 없는 걱정이었군."


순간적으로 욱한 나는 곧바로 그레이프를 장전했다.


그렇게 아직 눈치채지 못한 놈의 대가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던 그때,


턱-

아난샤가 내 팔을 잡으며 만류했다.


". . ."


결국 나는 비웃으며 떠나는 황태자를 가만히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황태자가 떠난 뒤에도 아난샤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끄흑....끄흑...."


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까지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에게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주었다.


". . .진정되면 교무실로 따라와."


그 말을 끝으로 나도 급식실에서 나갔다.










. . .









[러프의 교무실]


". . .괜찮나 자네?"


방금 전 코그에게 급식실에서 일어난 소란을 들은 러프는 조용히 물었다.


"아니요, 좆 같은데요?"


"허이구, 하필 그 황태자의 눈에 띄다니..."


러프마저 질색하는 걸 보니 평판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지 알 수 있었다.


러프는 걱정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재가 상처 받았을 까봐 걱정되세요?"


"응? 아니, 내가 자네를 왜 걱정하나. 황태자를 걱정해야지."


"?"


예?


"설마 황태자라는 이유로...."


"자네가 마음만 먹으면 죽이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뭐 하러 걱정하나?"


". . ."


서운하긴 한데 맞는 말이어서 딱히 반박할 수 없다.


"황태자 그 망나니는 황녀님에게 절이라도 해야겠군. 오늘 육개장 먹었을 수도 있겠어 껄껄."


"아니 진짜 놀리시는 것도 아니고..."


내 반응을 본 러프는 더욱 크게 웃었다.


똑똑-


"저기, 교수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이만 가도록 하지."


밖의 인물을 알아차린 러프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아난샤는 열린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뻘쭘하게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 .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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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장 가족 24.03.27 5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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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새로운 학생 24.03.25 77 1 10쪽
11 환장할 수업 24.03.24 81 2 10쪽
10 최종 보스와의 만남(2) 24.03.23 87 1 11쪽
9 최종 보스와의 만남(1) 24.03.22 88 2 11쪽
8 SSS거지->SSS교수(절망 편) 24.03.21 85 2 9쪽
7 SSS거지->SSS교수(희망 편) 24.03.20 95 2 11쪽
6 교수 면접 24.03.19 100 2 12쪽
5 황녀와 거지 24.03.18 1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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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SS급 거지. 24.03.16 148 4 12쪽
2 첫 번째 환생 24.03.16 171 5 15쪽
1 [프롤로그]참 다양한 미친놈들 24.03.16 207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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