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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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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3.02.20 07:17
최근연재일 :
2023.03.03 07:57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65
추천수 :
10
글자수 :
65,968

작성
23.03.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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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화

DUMMY

그렇게 입사 첫날 술자리에서, 대표와 나의 치열한 1:1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니, 그러니까! 오늘 좀 과하시지 않았냐는 거죠.”

“과하다니? 과한건 그쪽이지. 선을 넘었으면 확실히 경고를 해줘야되는 거야. 안그러면 머리끝까지 기어오른다고.”

“그렇다고 한참 어린, 그것도 딸뻘인 여직원힌테 찾아가서 그게 뭡니까?”

“임마. 너, 취했냐?”

“안취해씀다. 것보다 예? 대답해주십시오!”

“네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 걔 많이 봐준거야. 주인장, 술 좀 더 줘봐.”


“어우씨, 이게 대체 몇병째야···.”

“이제 좀 취하냐?”

“아뇨오, 저어언혀, 인간 한성재, 이런 걸로 안쓰러집니다. 아주 멀쩡합니다!”


“엄마, 이 사람들 빨리 좀 보내!”

“얘는, 좀 조용히 말해! 저기, 이제 그만 드세요. 내일도 출근하셔야되잖아요? 응?”

“출근? 아, 출근. 대표님. 저 내일 좀 늦게 나와도 됩니까아?”

“뭐어? 신입이 빠져가지고, 야. 이 벼락맞을 놈의 쉬끼야. 나도 내일 정시 출근하는데 니가 늦게 나오는게 말이 돼?”

“아, 간만에 마셨더니 죽겠네. 진짜···.”

“사장님 또오세요오,”

“거, 우리 끼리 2차가는데, 같이 갈텨?”

“그 마음 같아서는 같이 가고 싶은데, 내일 장사도 해야하고, 딸이 자꾸 뭐라고 해서···.”

“어허 그럼 딸이랑 같이 오면 되지!”

“대표님! 요즘 세상에 그러면 큰일 납니다. 큰일! 그럼 저희 가보겠슴돠. 장사 열심히 하십쇼.”


“아, 존나 춥네. 저, 대표니임!”

“아, 소리 그만 질러. 귀 울린다.”

“담배 좀! 피워도! 되겠슴까!”

“피지마.”

“아, 진짜 너무 하십니다. 근데 대표님 불있습니까?”

“피지말라는데 시끼가 정말, 내가 진짜 딱 한번만 봐준다.”


“다폈냐?”

“잠시만요, 딱 한모금만요. 파아, 근데 대표님, 진짜 2차갑니까?”

“2차? 당연히 가야지.”

“전 죽겠는데요. 대표님은 멀쩡하십니까?”

“나봐라. 어디 취한거 같냐? 난 아주 멀쩡해.”

“전 죽겠슴다. 아 어지러워. 근데 어디로 갑니까?”

“내가 또 물 좋은데 알지. 넌 임마, 따라오기만 해.”

“물 좋은데라니, 뭐, 아가씨 오는 뎁니까?”

“당연하지, 남자 둘끼리 재미없어서 어떻게 먹냐?”

“에이, 못갑니다. 그러면 사모님을 제가 무슨 낯으로 봅니까?”

“어허, 이새끼가, 니가 내 부인 걱정을 왜 해? 괜찮아. 그냥 같이 술이나 먹고 노래만 부르는 거야. 아무짓도 안해.”


“아, 씁. 이거 룸 아닙니까?”

“그냥 노래 부르는 곳이지 룸은 무슨···. 주인장! 그, 전처럼 해줘. 젊은 애로, 오케이?”


“아앙, 오빠, 너무 만진다.”

“어허, 그냥 노래 부르면서 좀 닿은거지. 만지긴 무슨!”

“젊은 오빠, 왜 그래? 상태 안좋아?”

“대표님, 저 그만 가면 안됩니까?”

“얌마, 흥 깨지게 왜 갑자기 가겠다고 난리야. 술이 모자라서 그래? 야야, 술 좀 더 가져와라.”

“아무래도 선미 보기 좀···.”

“선, 뭐? 아 시끄러운데 좀 크게 말해봐! 젊은 놈이 뭐 이리 목소리가 모기만 해?”

“···선을 좀 넘게 마셔서 몸도 안좋고 해서 좀 빡세네요.”

“이거 좀 놀줄 아는 놈이라고 해서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허약해선···. 안되겠다. 야, 이거 좀 마셔봐.”

“어머, 이게 뭐야 오빠? 향수야?”

“이게 뭡니까?”

“숙취회복제 같은거야. 효과 세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마셔, 마시고, 신나게 놀아보잔 말이야.”

“이거 좀 색이 이상한데요?”

“좀 닥치고 처먹어. 이래서 요새 젊은 것들은 왜이리 겁이 많아?”

“오빠, 나도 요새 몸 별론데 마셔도 돼?”

“절대 안돼. 이거 아무나 먹으면 큰일 나.”

“아씨, 불안한데, 그럼 조금만 먹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완전히 기억이 끊겼다.


끊기기전 내 마지막 기억은, 그 약이 무척 달달한 과일맛이 났었다는 것이다.


***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리 취해도 꾸역꾸역 자취방까지는 걸어갔기에, 낯선 곳에 잠을 잤다는 사실은 두가지 사실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사고를 쳤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두꺼운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침대도 주변 가구 모두 새하얀 방이었다.

어떤 병원도 여기보다 덜 흴거 같을 정도다.

이정도면 청소할때 꽤 골이 아프겠는걸.


근데 대체 여기가 어디지?


마치 대리석처럼 매끄러운 재질의 방과 가구들을 보자, 나는 더욱 불안해졌다.

거의 무슨 어디 셀럽이 사는 방 같은데, 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리고 왜 팬티한장만 입고 다 벗고 있는 거야?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그 이상한 과일주스를 마신 뒤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뭐지, 어제 그 약 때문에 그런가? 그래도 숙취가 전혀없는 거 보면 성능은 확실한거 같은데···.


잠깐, 그나저나 지금 몇시지?


나는 황급히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기겁했다.


뭐? 10시 반?


이건 지각 정도가 아니다. 나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다시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다.


첫날, 은 아니지만 다음날부터 이렇게 지각이라니. 좆됐네.


아니, 보통 아무리 숙취가 심해도 알람소리는 듣고 일어나는데, 휴대폰은 또 어디로 간 거야?


나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휴대폰을 찾으려고 했지만, 적어도 이 방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킨 후,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밖을 살폈다. 그러자,


“이제 일어났어?”


침실만큼 새하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사모님이 있었다.


···뭐?


얼이 빠져서 멍청하게 서있는 나를 보고, 사모님은 국자로 냄비를 휘저으며 인상을 팍 썼다.


“거기 멍청하게 서서 뭐해? 빨리 가서 씻고 와서 아침이나 먹어!”


나는 사모님의 기백에 짓눌려, 얌전히 사모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고 침실 만큼 으리으리한 거실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세면대에서 치약으로 대충 입안을 행구고, 찬물로 꼼꼼히 세안을 했다.


찬 물을 맞자,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세면대 한켠에 고이접혀있는 흰 타올로 얼굴을 닦으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니까, 대표랑 같이 술을 진탕 먹고 필름이 끊겼는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사모님이 있다고?


그럼 내가 술에 꼴아서 정신을 못차리니 대표가 자기 집으로 데려온건가?

그렇겠지. 그것 밖에 없다.


나는 속으로 결론을 내린 뒤,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자신이 팬티만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좀 전에는 너무 당황해서 몰랐는데, 아무래도 이대로 나가는 건 좀 실례지.


나는 화장실안을 뒤지다, 수건 걸이에 호텔의 가운 같은 큰 천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대충 몸에 둘렀다.


가운은 아닌지, 팔 넣는 구멍이라 그런게 없었는데, 그렇다고 타올 같은 재질도 아닌 이상한 물건이었다.

대충 민망한 부분만 가릴수 있게 몸에 두른 다음, 사모님이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대충 씻은거 아니지? 어디보자, 아니 옷입은 꼬라지 봐. 다큰 녀석이 이게 뭐··· 됐다. 내가 너에게 뭘 기대하겠니.”


사모님은 한숨을 내쉬고는, 국자에서 국을 퍼 탁자에 놓아두었다. 고급스러운 방안에 어울리지 않는, 구수하고 진한 향이 부엌에 퍼졌다.


“이게 뭡니까?”

“뭐긴 뭐야, 해장국이지. 찾아보니 숙취에 심하면 이거 먹는다며? 얼른 먹어.”


나는 탁자에 앉아 탁자위에 놓인 반찬들을 바라보고 입을 쩍 벌렸다.

무슨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에 간 마냥, 정갈하고 깨끗한 흰색 그릇에 나물을 비롯한 각종 반찬 6~7가지가 놓여있었다. 나는 사모님에게 물었다.


“이거 다 사모님이 하신 겁니까?”

“그럼 내가 하지 누가 해?”

“그··· 가정부라든가 그런거 안 쓰세요?”

“나보다 못하는데 뭣하러 써.”


사모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위로 한갈래로 묶은 머리를 치켜 올렸다. 그러자 새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사모님은 목에 붙은 앞치마 찍찍이를 뗀 후, 앞치마를 풀어 의자 등받이 위에 고이 접어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사모님은 턱을 궤고 앉아,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뭐해? 안먹고?”

“아, 아뇨 먹겠습니다. 예.”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아주 잠깐 그 흰 목덜미에 눈이 돌아갔다.


정신차려라 한성재. 상대는 유부녀야. 그것도 그 개또라이 같은 대표의 아내라고.


근데 확실히 선미의 외모는 유전이긴 한 것 같다. 무슨 선미만한 딸이 있는 아줌마가 저리 동안이냐. 같이 있으면 거의 내 또래로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순간 사모님 나란히 시내를 걷는 망상을 하다, 고개를 젓고 허겁지겁 해장국을 입안에 퍼넣었다.


해장국은 흰 소고기 무국이었다. 내 취향은 좀 얼큰한 쪽이었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나는 국에 흰 밥을 말아 허겁지겁 먹다, 갑자기 사모님이 뭔가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놓자, 숟가락질을 멈췄다.

그건 내 휴대폰이었다.


“신경쓰지 말고 계속 먹으면서 들어. 휴대폰은 시끄러워서 알람은 꺼뒀어.”

“···근데 저 회사에 많이 늦었는데요.”

“먹으면서 들으라고 했어.”


나는 묵묵히 수저를 다시 들었다.


“회사에 늦는 건 걱정하지 마. 내가 말하면 돼. 네 옷은 다 다림질 해서 저기 현관 신발장 있는데 걸어놨어. 밥 다먹고, 양치질 한 뒤 바로 옷 입어. 알겠어?”


완전 챙겨주시는게 우리 엄마네, 엄마.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님은 턱을 궨채 그런 나를 나를 삐딱하게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근데, 어제 우리 남편이랑 어디갔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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