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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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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3.02.20 07:17
최근연재일 :
2023.03.03 07:57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50
추천수 :
10
글자수 :
65,968

작성
23.02.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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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1화

DUMMY

“전 직원이랑 단 둘이서 무슨 이야기 했어?”


선미의 말에, 나는 뜨끔해서 들고 있던 담배를 놓쳤다.

나는 멋쩍어져서 에라이, 하고 애꿏게 신경질을 내며 떨어진 꽁초를 밟았다, 그리고 티가 나지 않도록 침착하게 말했다.


“아까 말했잖아. 그냥 인수인계랑 이것저것 회사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그보다 너, 여기 있어도 괜찮아? 담배냄새 안나?”

“난 괜찮아. 그리고 또?”

“그리고 또라니? 그게 다야. 뭐 더 할 이야기 없는데?”


내 말에 선미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내심 찔려 담배를 새로 꺼내 입에 물었다. 선미가 말했다.


“오빠.”

“왜, 선미야.”

“난 오빠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걱정? 무슨 걱정?”

“오빠가 아빠처럼 홀라당 걔한테 넘어갈거 같아서.”


찔리는게 없었다면 그거 말이 좀 심하다고 반박했겠지만, 나는 얌전히 입에 문 담배만 까닥거려야만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선미는 영 탐탁찮아하는 시선을 보냈다.


“걔, 조심해. 겉은 순진한 척 내숭 떠는 데 속은 완전 능구렁이야. 능구렁이.”

“아, 그래? 그런 애였었어? 그런 애인줄은 몰랐네.”


내 말에, 선미는 팔짱을 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래서 아빠한테도 들이지 말라고 난리쳤었는데, 결국 이 꼬라지가 난거지. 오빠 하던 일도 걔 때문에 없어지고···.”

"걔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


내 말에, 선미는 어처구니 없어하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우리 회사 정보 빼돌렸잖아. 오빠, 오늘 아빠랑 같이 그거 때문에 출장간거 아니었어?"

"아, 그거? 맞지, 맞는데, 뭐 너네 아빠 그쪽 대표랑 이야기하는 거 보니 걔 때문이라고 말하진 않더라고."

"그 쪽 대표?"


선미는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그래, 인상 더럽게 생긴 남자던데 이름은 개 웃기더라. 명함 받았는데 볼래?"


나는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보여주었다. 선미는 그 명함을 받아 들고서는, 작게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뭐라 중얼거렸다.


"왜, 아는 사람이야?"

"아냐. 그런 건 아니고···, 이 사람도 고생하겠구나 싶어서."


선미는 내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 명함을 도로 받아서 가져가려는데, 명함이 선미의 손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선미를 보자, 선미가 말했다.


"칼리를 조심해."

"뭐?"

"걔한테는 절대 넘어가면 안돼. 무척 잔인하고, 무서운 년이니까.”


아니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끔찍한 인간들이 가득했던 전 직장에서도, 웃기만 했던 선미가 이렇게 욕까지 해?


잠깐, 그리고 칼리?


“야, 잠깐만 설마 내 전에 전직원이 두 명이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빠. 한 명이까 오빠만 뽑았지.”


머리가 제대로 안돌아가는데. 내 전에 있던 직원은 그 바티라고 하는 여동생 아닌가? 근데 왜 선미는 걔 언니를 이야기하고 있지?


“그··· 전직원 이야기하는거 맞지?”

“오빠, 취했어?”


나는 물고 있던 담배를 손에 들고 초조하게 까닥거렸다.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네.


나는 일단 시치미를 떼고 이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내 오랜 경험 상 남을 험담하는자리에 오래 있어서 좋을게 없다.


“좀 취했나봐. 아무튼, 뭘 말하는지는 알겠어. 근데 걔가 나한테 꼬리칠 이유가 있어? 전에 만난 적도 없잖아?”


선미입에서 오빠정도면 괜찮다는 대답이 나오길 바라며 은근슬쩍 물었다.


“이 바닥에 사람이 없었거든. 그래서 오빠를 노리는 사람이 좀 많아.”


씁,


일단 그래도 선미 말대로 칼 리가 내게 접근한건 맞았기에, 나는 알겠다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선미는 나를 보고 한숨을 작게 쉬더니, 나를 가로질러 앞장서서 식당으로 향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나? 출장 갔다오자마자 갑자기 왜저러는 거야?


···진짜 질투하나?


들고 있던 담배를 구석에 버려버린 뒤에 그 뒤를 엉거주춤 쫓아가는데, 갑자기 선미가 가게 문 앞에서 멈춰서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선미가 말했다.


“오빠, 난 다 오빠를 생각해서 그러는거야.”

“알겠다니까.”

“따로 연락하는 거 가지고는 별말 안할 테니까. 단둘이서 만나지는 마.”


선미는 그렇게 말한 뒤, 휙 들어가버렸다.

나는 선미의 말에 놀라서, 한동안 가게 앞에 멍청하게 서있었다.


···아니, 번호 받은거는 어떻게 알았지?


갑자기 소름이 쫙 올라와, 나는 양팔을 더듬었다.

칼리라고 딱 집어 말한 것도 그렇고, 소름 돋네. 막.

쟤 나 스토킹 하나? 자기 회사에 나를 집어넣은 것도 설마···.

그런 생각까지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신차려. 한성재. 그건 너무 나갔지. 내가 아쉬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미급 정도되는 애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짓을 할까.

그냥 넘겨짚은게 우연히 맞은 거겠지.


진짜 나 취했나?


나는 비틀거리지 않게 온 집중을 다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자, 가게주인을 옆에 끼고 껄걸 웃는 대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게 주인의 어깨를 더듬는 대표의 손짓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존나 들어가기 싫네.


그때, 눈치없게도 대표와 대작하던 이사 놈이 손을 들어 나를 불렀다. 대표가 나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왜 이리 늦었어?”

“도중에 전화가 와서요.”

“전화는 무슨 놈의 전화? 어차피 그 망할 담배나 피웠겠지.”


대표의 말에 주인이 내게 말했다.


“담배 끊어요. 피워서 좋을거 하나도 없어요. 내 자식도 예전에 폈는데 끊으라고 하도 해서 지금은 다 끊었어요.”


아니, 가뜩이나 짜증나는데 이 아줌마는 뭔데 참견이야, 라고 겉으로도 말할 만큼 나는 무례한 사람은 아니다. 대신 머쓱하게 웃으며 노력해보겠다고 대충 둘러댔다.


원래 내 자리에 앉으려는데, 갑자기 이사 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 앉아. 나 곧 가봐야되니까.”

“벌써 가냐?”


대표의 말에, 이사 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밤에 좀 약하잖아요. 그리고 내일 일도 많고요. 알아서 자제해야죠.”

“아유, 진짜 외모만 멋진게 아니라 마음씨도 좋네, 사장님은 아들내미가 성실해서 정말 좋겠어요.”


대표는 아들이 간다는 말에 영 불편해하면서도, 주인장의 말에 헤벌쭉 웃었다.

정말 역겨운 웃음이 아닐수 없군.

그때, 옆에 앉아있던 선미도 가방을 챙겨서 일어섰다.


“아빠, 나도 갈게. 더 할말도 없고, 오늘 몸이 좀 안좋네.”

“그래 그래. 내가 몸도 안좋은데 그 억지로 부른거 같아서 미안하구나.”

“그런거 아냐. 아빠, 그럼 나 가볼게.”


선미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이사놈의 뒤를 따랐다.

홀로 남겨진 나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배웅하겠다며 둘러대며 황급히 쫓아갔다.


그리고 가게 문앞에서 구두를 고쳐신는 이사와 선미를 향해 향해 소리지렀다.


“아니, 니들이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어떻게 하냐니. 그냥 아버지랑 술이나 마시면 되지.”

“네 아빠, 그 주인장이랑 물고 빨고 하는거 못봤냐? 니들이 말려줘야 할거 아냐!”


선미는 빽에서 향수를 꺼내 몸에 뿌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렇게 까진 안할거야. 그랬다가 걸리면 엄마한데 죽거든.”


그 인간은 몇 번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거 같은데.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어쨌든, 그나마 자식인 니들이 고삐를 잡아줘야지. 쌩 신참인 내가 그 자리에서 뭘 하냐?”

“나나, 선미나 그건 못말려.”

“그럼 아예 회식을 쫑을 내던가!”


내 말에 선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빠 주량 이정도 아니잖아?”

“그래, 너나 아버지나 더 마실수 있는데 왜 끝내? 마음껏 마셔. 아, 설마 돈 때문에 그러는 거야? 걱정하지마. 그정도는 다 아버지가 대줄거야.”


이사 놈은 재수없게 씩 웃으며 염불나는 말을 했다.


“야, 넌 내가 돈 때문에 그러는걸로 보이냐?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대표랑 단둘이 술먹을래 도망갈래 하면 다 도망가지.”

“그러지 말고 아버지 기분 좀 맞춰 줘. 간만에 회식해서 기분 좋아보이시는데 자식으로서 초칠수는 없잖아?”

“이러는게 초치는 거야. 니들이 안하는데 왜 내가 하냐고!”

“알았어. 해주면 내가 다음에 부탁 하나 들어줄게.”


나는 이사 놈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선미를 보았다. 선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았어, 나중에 같이 술이나 한잔 해. 오빠.”


···이정도면 뭐, 할만하지.

이사 놈에게 진 빚은 나중에 같이 클럽 가는데 쓰기로 하고, 나는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 말들, 무르기 없기다?”


이사 놈과 선미에게 재차 확인을 받은 뒤에, 나는 숨을 들이쉬고 뒤로 돌아섰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 딱 하루만 고생하고 끝내자.

나는 돌아선채로, 비장하게 말했다.


“나, 좀 내일 늦게 출근해도 되냐?”

“나는 상관없는데, 아버지는 모르겠네. 들어가서 물어보지 그래?”


옘병.

나는 투기장에 출전하는 검투사의 기분으로 가게의 문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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