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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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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3.02.20 07:17
최근연재일 :
2023.03.03 07:57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62
추천수 :
10
글자수 :
65,968

작성
23.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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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9화

DUMMY

아니 세상에.


첫날부터 대표랑 단둘이 장거리 출장을 한것도 빡치는데 바로 저녁 회식이라니···.

나는 현실의 가혹함에 울컥 감정이 솟아올라, 대표에게 따지듯 물었다.


“대표님, 저는 시간 괜찮은지 안 물어보십니까?”

“그걸 왜 묻냐? 네 환영회식인데 너는 무조건 참가지.”

“아니, 거 시간이 안될 수도 있잖습니까.”

“안되냐?”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뭐가 문제야? 싱겁기는. 여튼 자리는 내가 가서 잡아놓을 테니 너희들은 신입이랑 같이 따라와.”


대표는 그렇게 말한 뒤, 폰으로 어디를 연락하며 계단을 도로 훌훌 내려가버렸다.

어처구니가 없어 사라지는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이사 놈이 내 어깨를 툭 건드렸다.


“수고했어. 꼴보니 힘들었나 보네.”

“미안한데 네 아버지 욕좀 해도 되냐?”

“나중에 다른데서 해. 아버지 귀 엄청 밝으니까. 그럼 나 먼저 간다. 술집에서 보자.”


이사 놈은 손을 흔들며 휙 내려가버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내 유일한 희망이자 원동력, 선미가 내려왔다.


“오빠, 그렇게 힘들었어?”

“전혀, 이정도야 껌이지.”

“아깐 힘들었다며?”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선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 맞다, 가방, 가방 두고 와야지.


“나 네 아빠 가방 좀 두고 올게. 회식 어디서 하는지 폰으로 좀 찍어줘.”

“나 안가는데?”


···뭐?


나는 계단을 오르던 걸음을 멈추고 선미를 보았다. 선미는 두손을 모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오늘 좀 피곤해서. 다음에 같이 먹자. 응?”


저녁 회식을 대표랑 그 이사놈이랑 같이 한다고? 선미도 없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선미에게 매달렸다.


“야, 미안한데 회식 좀 같이 가주면 안될까? 너 빼고 친한 사람이 없어서 그래.”

“원래 회식은 친한 사람끼리 하는게 아니라 하면서 친해지는거 아니야?”

“그건 맞긴 한데···.”


정작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만 있다는게 문제지.


“미안해, 오빠, 나 오늘 힘들어.”

“야, 나도 엄청 피곤한데 내 환영식이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가는 거야. 이렇게 부탁할게. 잠깐만, 잠깐만 들렀다 가.”


나는 사정사정했지만, 정작 선미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선미는 심드렁하게 옆머리를 손으로 빙빙 돌리고 있었다.


“아까는 안 힘들었다며?”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데?”


나는 심술부리는 대표와 고집 부리는 대표, 그리고 성추행하는 대표의 얼굴을 떠올렸다. 나는 차마 네 아빠때문이라고 말은 못하고 빙 둘러 말했다.


“원래 장거리 출장은 갔다 오는 것 만 해도 힘들어. 게다가 혼자가는 것도 아니고 대표랑 간다? 말 다했지. 도착하고 나서도 이래저래 일이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데?”

“네 아빠랑 저쪽 대표랑 서로 이야기 잘 안되서 분위기 살벌해지고 좀 그랬는데, 도저히 못버티겠다 싶어서 도중에 그 전 직원이랑 도망쳐 나왔다니까. 그러니 너도 이 고생한 나를 봐서라도 잠깐 좀 들렸다가.”

“걔랑 단둘이 있었어?”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따지고 싶은데, 그랬다간 좆될거 같은 직감이 들었다.

마치 지뢰를 밟기 직전 느껴지는 위험에 대한 직감.


나는 슬쩍 눈동자를 굴려 선미를 보았다.

선미는 입가만 웃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뭐, 그냥 나가서 담배피는 김에 이야기 좀했지.”

“무슨 이야기?”

“그냥 못했던 인수인계랑, 이것저것.”


선미는 천천히 걸어내려와, 내 두 칸 뒤에 섰다. 그리고 무표정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그게 다야?”


그 눈빛이 너무 차가워서, 너 왜 눈을 그렇게 뜨냐는 농담조차 꺼내기 힘들 정도였다.


“그, 그럼 그게 다지. 달리 무슨 할말이 있겠어?”

“갈게.”

“···뭘?”

“회식, 나도 간다고.”


선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내 옆을 지나 내려갔다. 지나쳐갈때, 선미의 머리가 흩날리면서 평소보다 짙은 향이 코 끝에 멤돌았다.


나는 선미가 아예 사라지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이거 설마 질투하는 거야?


나는 대표실에 가방을 던져 두고 회식장소로 갈때까지, 기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아리송한 기분 속에 휩싸여 있었다.


***


이사 놈의 준 문자에 있는 위치를 따라 도착한 회식 장소는, 골목에 위치한 간판에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낡은 식당이었다.


그나저나 난 번호 준적도 없는데 어떻게 문자한 거지?


여튼 재수없는 남자 놈의 번호가 폰에 남아있으니 기분이 더럽군. 나는 번호를 끝끝내 저장하지 않고, 가게의 문을 열었다.


열때마다 신경을 긁는 소리가 나는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홀에서 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귀에 울렸다.

그래, 이게 회식 분위기지.


고개를 돌려 선미를 찾고 있는데, 알바생이 내게 다가왔다. 다크서클과 귀에 잔뜩 달린 피어싱이 인상적이었다. 퇴폐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타입이었지만 내게는 이미 선미와 바티라는 쟁쟁한 후보가 있다.


다가오는 알바생에게 속으로 미안해하며, 나는 회사 이름과 대표이름을 댔다.

내 말에, 알바생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잠깐이지만 나를 슥 훑어보았다.


···뭐야?


그러더니 친절하게 웃으며, 나를 안쪽으로 안내해주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복도를 지나고 나니 창호지가 발린 옛날 문으로 나뉘어져있는 몇 개의 방이 보였다. 그 중 제일 안쪽 방을 가리키며, 알바생이 말했다.


“이 쪽입니다. 구두는 벗어두시면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아, 예.”


기센 외모와 달리 친절하시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미닫이 문을 열었다.


“거 주인장, 왜 자꾸 빼고 그래! 이리와!”

“아이, 영업중인데 술먹으면 안되는데··· 그럼 조금만.”


나는 바로 문을 닫았다. 알바생이 그런 나를 보고 멋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저희 엄마인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하죠."


나와 알바생은 서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수치심으로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알바생이 말했다.


“그럼 혹시 룸에서 혹시 필요한거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


나는 알겠다고 말하며, 다시 방문을 열었다. 대표가 일갈했다.


“뭔데 갑자기 들어오다 말아?”

“낯선 분이 있어서 여기가 아닌줄 알았죠.”


나는 능청스럽게 답하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대표는 입맛을 다시며 옆에 앉아있는 주인에게 잔을 따랐다.


나는 선미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으나, 그 방석 위에는 이미 선미의 옷과 가방이 놓여있었다.


이렇게 철벽을 치시겠다?


나는 별수없이 선미와 이사 놈의 안내에 따라 선미의 맞은편, 그리고 이사 놈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사 놈은 맞은 편에 앉아있는 대표와 주인을 보고 말했다.


“아, 그럼 다 모였으니 저희끼리 건배 좀 하게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야야, 그런 말 하면 섭하지. 우리가 여길 몇 번이나 왔는데 그때마다 희정씨가 얼마나 챙겨줬는데.”


얼씨구 아주 그냥 이름을 부르네. 불러. 주인은 대표의 말에 쑥쓰러워하며 잔을 받았다.

이제 보니 아주 쌍으로 문제야, 문제.


“저희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요. 회사 회식이잖아요.”


이사 놈의 말에 대표는 입맛을 다셨다. 나는 선미를 힐끗 보았다.

선미는 모른 척, 폰을 보며 깨작깨작 집어먹고 있었다. 나는 순간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느끼고 재빨리 말했다.


“주문은 했어요?”

“했어. 일단 돼지고기 좋은 걸로 하나 깔아달라고 했지. 그치?”


대표는 주인을 보고 헤벌쭉 웃었다. 진짜 왜이리 꼴보기 싫지.


“아유, 그럼요. 제가 좋은 걸로 드릴게요.”


그때, 갑자기 벌컥 하고 문이 열리더니 좀 전의 알바생이 들어왔다. 알바생은 내쪽을 보고 살갑게 웃은 다음, 고기가 담긴 접시를 나와 이사놈이 있는 탁자에 놓았다. 그리고는 맞은 편의 주인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엄마! 바빠죽겠는데, 뭐해?”

“아, 알았어. 이년아. 갈게.”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치를 보며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식사를 맛있게 하세요오.”


코멩멩이 소리와 함께 떠나가는 주인을 보고 대표는 크게 웃으며 알바생에게 말을 건넸다.


“어머님이 젊게 사셔서 그런지 아주 동안이셔. 안그래?”


알바생은 아유 그럼요, 하고 맞장구를 쳤지만, 나는 쟁반을 쥔 손이 분노로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알바생은 기어코 선미에게 고기를 주워주겠다고 설치는 또다른 알바생, 아마 남동생인 것 같았다, 를 눈빛으로 쫓아 낸뒤, 양 불판에 고기를 올려주었다.


그리고 알바생이 내 뒤를 지나가는데, 내 손에 종이쪼가리를 쥐어준다.


얼씨구, 이건 또 뭐야?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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