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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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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3.02.20 07:17
최근연재일 :
2023.03.03 07:57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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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68

작성
23.02.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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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DUMMY

-치익

담배가 불에 타들어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퍼지는, 맑은 겨울이었다.

나는 덜덜 덜며 담배를 입에서 떼고 길게 연기를 뱉었다.


“조, 졸라 춥네.”


분명 방금전에 편의점에서 뜨끈한 라면 국물을 속에 들이부었는데도, 추위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힐끗 뒤에 있는 편의점을 돌아보았다.


라면 하나로는 영 부실해서 그런가? 아니면 츄리닝에 낡은 패딩 하나 달랑 걸친게 문제였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고민하다,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이른 시각에도 북적거리는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를 지나, 그 옆에 낡은 카페로 향했다.


주인장은 간만의 손님을 보고 환하게 웃다,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팍 썼다. 나는 뭐라 하려다 너무 추워서 떨리는 손으로 키오스크를 연타하며 말했다.


“뜨, 뜨아 하나, 빨리.”

“주문이나 해. 임마.”


나는 주문을 마치고, 가장 안쪽 구석에 몸을 밀어넣었다. 뜨끈하고 텁텁한 온기가 사방에 밀려들어왔다. 그제서야 나는 손이 시려서 주머니에 넣었던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눈을 찌푸린채 온 휴대폰에 온 알림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휴대폰 요금, 대출 문자, 모바일 게임 광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접시가 놓였다. 팔짱을 끼고 건방지게 서있는 주인장은 덤이다.

나는 머그컵을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아, 씨. 왜 머그컵에 줘? 들고 가기 불편하잖아?”

“어차피 보나마나 하루 종일 여기에 처박혀있을 거면서 무슨 불평이 많아?”

“주인이 손님 대하는 꼬라지 보소. 손님이 신이라는 말 몰라?”

“신은 무슨, 등신이겠지.”


주인놈은 코웃음 치며 내 맡은 편에 앉았다. 나는 머그컵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럽게 입에 머금었다. 노곤해질 정도로 뜨거운 액체가 머리와 몸을 깨운다.

나는 쩝쩝 입맛을 다신 후 말했다.


“친구지만 진짜 존나 못탄다. 이러니 카페에 손님이 없지.”

“아메리카노는 다 똑같아. 등신아. 저기, 찬장에 있는 거 보여? 저 비싼 원두 한번 먹어봐라. 차원이 다르지.”

“얼만데.”

“만사천원.”

“미친, 양심이 없네. 얼마 떼먹냐?”

“떼먹기는 무슨, 어디 카페나 저 원두는 이정도 가격해.”

“됐다, 치워라. 점심도 라면으로 때문 놈이 만사천원짜리 커피를 처먹겠냐?”

“실업급여 나오지 않냐?”

“권고사직이 아니라서 안되지 임마. 물론 거기서 해주는 방법도 있긴한데 퇴직금 받는데도 대표랑 개지랄했는데 무슨. 진짜 개씨발 새끼. 아주 그냥 콱, 길다가가 자빠져서 대가리라도 깨져라.”


친구는 한숨을 내쉬더니 카운터로 가서 커피 한잔과 쿠키 몇 개를 들고 내려놓았다. 나는 봉지를 뜯어 쿠키를 아메리카노에 적셔서 입에 허겁지겁 밀어넣었다.


“진짜 미친개, 한성재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그냥 미친개가 아니라 동네 개새끼가 됐네.”

“···야,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하긴, 미친개라서 이 모양 이 꼬라지가 된거겠지, 야, 성격 좀 죽여. 너 그러다 진짜 크게 사고 친다.”

“옛날에나 그랬지. 요새는 안그래 임마. 난 충분히 참을 만큼 참았어, 내 전직원 들에게 물어봐라. 누가 잘못했나. 내가 아니라 그 대표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까!”

“시비를 건다고 들이박냐. 박아? 딱 미래를 보고, 참을줄 알아야지, 나 봐라. 카페를 차리겠다고 노가다에서 얼마나 생고생했냐?”

“그렇게 미래를 보실줄 아시는 분이 바로 옆에 대형 카페가 생기는 미래는 왜 못보셨을까.”

“···닥쳐, 속쓰리니까.”


내게 잘난척하며 설교하고 있지만, 사실 이 자식도 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거무죽죽하게 커피색이 다된 얼굴이 그 증거다.

바로 옆에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열려서 그렇다고 본인은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영 재주가 없는 것 뿐이다.


나는 지독하게 쓰기만 한 아메리카노를 한번 더 머금은 뒤, 마저 알림을 확인하고 폰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가 말했다.


“이력서는 넣고 다니냐?”

“몇 개 넣었는데 소식이 없네. 씨이발, 우리나라 경기가 안좋긴 한가보다.”

“경기가 안좋은게 아니라 이 이력서가 안좋겠지.”

“내 이력서가 뭐가 어때서 임마!”

“찔끔찔끔 하다 그만두니 경력으로 쓰긴 쪽팔리고, 그렇다고 안쓰니 경력단절 오지고.”


나는 피곤하고 귀찮아져서 할말이 없어서 책상에 엎드렸다. 절대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나는 카페인보다 강한 무기력함을 느끼며, 친구에게 저주를 내렸다,


“제발 너도 망해서 나처럼 이력서 썼으면 좋겠다.”

“응, 난 이력서 안써, 망해도 노가다 뛸거야.”

“해보고 할만하면 나도 좀 소개시켜줘.”

“회사도 못버티고 도망치는 니가 퍽이나 하겠다.”

“다는 회사마다 좆같은데 어떡하라고.”

“진짜 넌 평생 그렇게 좆같이 살아라.”


친구놈은 위로를 못할망정 저주만 남기고 카운터로 가버렸다. 나는 짜증이 나서 탁자에 남아있는 쿠키 부스러기를 바닥으로 쓸어버린 뒤, 기분 전환을 위해 창 밖을 보았다.


그러자, 낯익은 여성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피해 탁자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가 다가왔다. 그 여성은 친구에게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친구는 입을 헤 벌린 채로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말했다.


“미친, 졸라 예쁘네. 여신이야. 여신. 뭔데, 니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긴 하지.”

“뭔 사인데? 잘 아는 사이면 소개시켜줘.”


“전 직장 동료에요.”


친구는 입구 쪽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바닥에 미끌어 넘어지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부리나케 키오스크 쪽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턱을 궤고서 친구의 추태를 느긋하게 감상했다.

저, 저 표정봐라. 어디서 친구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진짜.

나는 광대가 주체가 안되는 역겨운 사내놈의 얼굴을 보는 것을 그만하고, 여성을 슬쩍 곁눈질 했다.


···다시봐도 진짜 이쁘긴 해.


내 전 직장이 흔히 좆소라고 부르는 끔찍한 곳이었는데, 그 곳을 내가 한달이상 다닐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쟤, 유선미였다.


보통 남자든 여자든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회사에 있으면, 질투나 시기나 뭐 기타등등 일로 회사 생활이 어지러워진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나돌곤 한다.


하지만 정말 말도 차원이 다를 정도로 이쁘면, 그렇지도 않더라.


선미는 접시에 커피와 무식하게 많은 쿠키의 산을 받아와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선미에게서 나는 은은한 꽃향기가 코 끝에 스쳤다.

나는 패딩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채, 시선을 피하기 위해 창밖을 보았다.


“뭐하러 왔어?”

“전 직장동료가 뭐하고 지내나 궁금해서 왔지.”


선미는 살갑게 웃으며 우아하게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표정이 굳는 것을 눈치챘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 이후에는 선미는 커피와 쿠키에는 눈도 주지 않았다.


“대표는 어때? 여전히 지랄 맞아?”

“잘 몰라, 나도 나왔거든.”


나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자리를 고쳐 앉았다.


“나왔다고?”

“응, 아무래도 오래다닐 만한 곳은 아닌거 같아서.”

“거긴 그냥 다닐만한 곳이 아니었지. 다른 사람이 붙잡지 않았어?”

“붙잡긴 했지만, 뭐··· 어쩔수 없잖아? 내가 나오고 싶다는데.”


선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유롭게 웃었다.

나는 혀를 차고는, 선미의 접시 뒤에 있는 쿠키 하나를 가져가 봉지를 뜯었다. 그리고는 입에 밀어넣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뭐, 끝났네. 거기 남자들 대부분 너보고 남아있었을텐데.”

“설마 그럴 리가.”


선미는 겸손하게 웃었지만, 나는 속지 않는다. 저 외모야 능청맞은 태도에 안속아넘어간 남자직원이 없을 정도다.


“나간다고 했을때 다른 남자직원이 뭐라 안했어?”

“그냥 다들 가지 말라고 전화랑 문자하긴 했지. 같이 술먹자고 한 사람도 있었고.”

“안들어도 누군지 알겠네. 그 성희롱 대머리 부장이지?”

“응, 근데 뭐 시간 없다고 거절했지.”

“잘했어.”

“근데 일단 뭐 먹으면서 이야기는 안해주면 안될까? 좀, 그렇네.”

“내가 지금 배가 고파서. 이거 쿠키 내가 다 가져도 될까?”

“괜찮아. 난 배불러서 못먹을거 같거든.”


나는 쿠키를 한움큼 집어서 패딩 안주머니 쑤셔넣었다. 그런 나를 보며, 선미가 말했다.


“힘들어?”

나는 내심 움찔했지만 내색하지 않기 위해 입꼬리를 올렸다.

“힘들긴. 편하지. 일도 안하고, 그 개 같은 사장놈 얼굴 안봐도 되고. 완전 천국이야, 천국.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

“넌 어때? 너도 그만뒀다며?”“

“난 사실 이직 결정되서 그만둔 거야.”

“···아, 그래?”


하긴 선미는 이직이 어렵지 않겠지. 외모도 스펙이라고 저렇게 예쁘면 웬만한데는 다 프리패스일거다.

···근데 왜 이리 속이 불편하지?


“축하해. 근데 어디로 갔는데?”


선미는 옆 의자에서 놓은 백에서 지갑을 꺼낸 뒤, 그 속에서 작은 명함을 꺼냈다. 선미는 그 명함을 내 쪽에 내려놓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명함을 바라보았다.

영문으로 JUPITER라고 쓰여진 번개모양의 로고 옆에, 쥬피터 컴퍼니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전 회사처럼, 들어본 적도 없는 기업이었다.


“뭐하는 회사야?”

“그냥, 컨설팅회사인데, 연구도 하고 뭐 이것저것 해.”

“···괜찮은데 맞아?”

“잘은 모르겠어. 나도 들어간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는데 거길 왜가?”

“사실 거기 대표가 내 아빠거든.”


···큰일 날뻔 했네. 딱봐도 좆소 같으니 당장 나오라고 할 셈이었는데.


안도하는 감정이 들면서 동시에, 속이 더부룩해지기 시작했다.

요컨대, 자기 아빠가 회사 대표라는 거잖아?


쓰디쓴 입맛에, 차갑게 식은 커피를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는 지독하게 맛이 없었다.


“잘됐네. 아무래도 대표가 아버지면 다니기도 편하지. 회사 직원은 몇 명인데?”


내 말에 선미는 말없이 손가락 네 개를 펴보였다. 나는 표정관리를 하기 위해 애써야했다.


“회사야 뭐, 금방 커지겠지! 아버지도 너 닮아서 능력 있을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말인데 오빠, 오빠한테 말할 게 있어.”


속에서 불길함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얘 입에서 오빠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분명 일을 떠넘기거나 부탁을 할때디.


“···뭔데?”

“아, 왜 간만에 보는데 왜 자꾸 다른데 보고 이야기해. 자꾸 눈 피하지 말고, 나 좀 봐.”


···좆됐다. 마주보고 이야기하면 안넘어갈 자신이 없는데.


나는 이를 악물고 넘어가지 말자고 속으로 한 세 번 중얼거린 다음 선미를 마주보았다. 선미가 말했다.


“오빠, 우리 회사 들어올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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