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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NA'S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나(NEW)
작품등록일 :
2012.12.13 14:43
최근연재일 :
2013.03.27 12:2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0,297
추천수 :
60
글자수 :
36,521

작성
12.12.26 15:23
조회
558
추천
4
글자
7쪽

1. 내가 미쳤나 봐 (6)

DUMMY

“해수씨, 애인 생긴 거야? 입이 귀에 걸렸어.”


옆자리의 정현씨가 의자를 내 쪽으로 밀어오며 은근슬쩍 물었다. 나는 급히 휴대 전화 화면을 끄고 책상 위에 올렸다.


“애인은 무슨. 아니에요 그런 거.”

“에이~ 표정만 봐도 딱 견적 나오던데 뭘.”


짓궂은 표정를 지으며 형광펜으로 내 옆구리를 콕콕 찔러오는 정현씨 때문에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시선을 회피하며 자꾸 딴청을 피자 정현씨는 집요하게 물어왔다.


“그럼 잘 되고 있는 사람인가 봐?”

“하하, 아니라니까요~”

“뭐야~ 해수씨 나두고 바람피우는 거야?”

“네에?!”


장난인 걸 알지만 나는 괜히 심장이 콩닥거려서 정현씨를 바라봤다. 여전히 짓궂은 표정. 왠지 당했다는 느낌에 웃음이 피식하고 나왔다.


“그런 장난치지 마세요, 정현씨. 일이나 하시죠.”

“그러게 말입니다. 해수씨 정현씨, 사랑싸움은 나중에 하시죠?”

“으억, 대표님!”

“어머, 대표님. 언제 오셨어요?”

“방금 도착했어요.”


어느새 출근한 대표님이 나와 정현씨 사이에 서서 목도리를 푸르고 있었다. 나이는 35세이지만, 얼굴은 20대 후반으로 보일만큼 옷도 맵시 있게 입고, 자기 관리도 철저한 김현식 이사. 이 계열에선 꽤나 신뢰를 받고 있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아직 미혼이라, 인기도 많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30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


“대표님~ 해수씨가 저 두고 바람피우는 것 같아요~”

“정현씨!”

“저런~ 원래 나쁜 남자는 갖기 어려운 겁니다~”


대표님이 외투를 벗어서 ‘대표이사 김현식’이라는 명패가 세워져있는 책상 옆 옷걸이에 걸며 대답했다. 회사 내에 유쾌한 웃음소리가 잠깐 이어졌다.


“자자, 월요일 아침도 힘차게 시작합시다! 다들 10분 뒤에 회의 시작하죠.”

“네~”


이사님이 박수를 두 번 치며 회사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정현씨는 짓궂은 표정으로 나에게 한 번 웃어보이고는 의자를 다시 밀어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오늘 할 일을 정리하는 건 잠시 미뤄두고, 현재 내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내용을 정리해 인쇄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다들 각자의 업무의 진행사항과 변동사항을 이야기했고,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선 함께 논의했다. 내가 현재 맡고 있는 건은 진행이 순조로워 문제가 될 만 한 건 없었다.


회의를 마친 후, 자리에 앉아 휴대 전화를 확인했다. 아까 정현씨가 장난을 치는 바람에 하나에게 답장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회의 한다고 지금 답장하네, 그래도 지각은 안했나 봐? 다행이다.]


답장을 보내고 하나에게서 왔던 문자를 실실 웃으며 또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제 그만 자중해야겠다 싶어, 휴대 전화의 화면을 껐다. 그 까맣게 변한 화면 위로 내 뒤에 서 있는 대표님의 얼굴이 보였다.


“헉, 대표님!”

“호오~ 정말 바람피우나 봐 해수씨? 그러고 보니 요새 이상하게 피부도 좋아진 거 같고, 수상한데.”

“하하, 아니에요 대표님. 바람은 무슨, 애초에 정현씨랑 그런 사이도 아니에요!”


내 대답에 대표님은 정수기 앞에 서서 커피를 타고 있는 정현씨를 슬쩍 바라보고는 조금 허리를 숙여 내 귀에 속삭였다.


“정현씨가 듣겠네요. 조심해요.”

“조심이요?”

“네 조심. 그럼 오늘도 열심히 일해주세요”


내 어깨를 부드럽게 치고 대표님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멀뚱멀뚱 대표님을 쳐다보다가 휴대 전화가 책상 위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업무 관련 연락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다.


“네, 여보세요.”

- 용사님! 저 그린나래에요!

“....어?”

- 용사님~ 언제 돌아와요? 오늘도 늦어요?


전화는 그린나래로부터 온 것이었다. 미리내와 가온들찬빛 보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넘어왔다.


“아니, 어떻게 전화했어요?”

- 가온들찬빛도, 미리내도 지금 심심하데요. 나도 심심해요 용사님.

“아니 전화는 어떻게...”

- 집 전화 있던걸요? 그래서 전화하는 방법을 배워서 전화해봤어요!


아. 맞다. 그랬지.

내 방에는 인터넷 전화기가 있었다. 워낙에 사용하지 않아 그 존재를 까맣게 있고 있었다.


- 용사님~ 오늘도 늦어요? 저녁은요?

“하하, 네네. 오늘은 안 늦어요. 저녁은 집에 가서 먹을 거예요.”

- 와, 용사님이 오늘은 일찍 온데!


전화기 너머로 가온들찬빛의 목소리와 미리내의 목소리도 언뜻 들려왔다. 왠지 기분이 묘했다. 집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에 심장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 그럼 꼭 일찍 와야해요! 오늘 저녁 짱 맛있게 준비할게요!

“알았어요. 기대할게요.”

- 꺄앙, 그럼 좀 있다 봐요 용사님!


전화를 끊고 휴대 전화 화면을 엄지손가락으로 한번 슥 쓸어내렸다. 그래, 오늘은 별 일 없으니까. 집에 일찍 갈 수 있겠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일단 오늘 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참 자료를 읽고 관련 업체들에게 전달할 사항을 정리하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옆 자리에 앉은 정현씨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게 언뜻 보였다.


할 말이 있나 싶어 정현씨를 바라봤지만, 내게 다시 시선을 주지는 않았다.

뭐지?


#


“다들 일찍 퇴근하시죠.”

“네~ 대표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서로서로 인사를 하며 퇴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기지개를 쭉 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느라 움츠러들었던 척추가 쭉 펴지는 시원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동을 시작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주구장창 의자에 앉아있는 걸 벌써부터 몸이 싫어하고 있다. 오늘도 업무 중간 중간에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여러 번 했다. 나 설마 운동 체질이었던 걸까.


책상을 정리하고 의자에 걸쳐두었던 외투에 팔을 꿰어넣었다. 목도리의 길이를 맞춰가며 목에 두르고 있을 때, 옆 자리에서 가방을 챙겨들던 정현씨가 말을 걸어왔다.


“해수씨, 오늘 저녁 약속 있어?”

“네? 아, 그건 아닌데요.”

“그럼 나랑 저녁이나 먹을래요? 맥주 한 잔 어때요.”

“아...”


정현씨가 밝게 웃으며 손으로 술을 먹는 시늉을 해보였다. 평소였다면, 좋죠~ 하고 냉큼 따라나섰겠지만, 오늘은 아침에 그린나래와 이야기를 한 것도 있고 해서 일찍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미안해요. 집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해요.”

“집에? 해수씨 혼자 살지 않았어요?”


내가 혼자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는 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는 정현씨에게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아, 그게. 요새 친척 동생들이 와 있어가지고요.”

“아~ 그렇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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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3) +6 13.03.27 606 4 7쪽
11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2) +8 13.01.29 619 4 9쪽
10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1) +2 13.01.02 756 6 9쪽
9 1. 내가 미쳤나 봐 (7) +2 12.12.31 608 4 9쪽
» 1. 내가 미쳤나 봐 (6) +3 12.12.26 559 4 7쪽
7 1. 내가 미쳤나 봐 (5) +4 12.12.20 639 4 8쪽
6 1. 내가 미쳤나 봐 (4) +5 12.12.19 670 3 7쪽
5 1. 내가 미쳤나 봐 (3) +8 12.12.18 733 3 9쪽
4 1. 내가 미쳤나 봐 (2) +7 12.12.17 799 6 7쪽
3 1. 내가 미쳤나 봐 (1) +5 12.12.14 1,514 9 8쪽
2 Prologue.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6 12.12.13 1,752 7 3쪽
1 (첫 인사) 안녕하세요. 히나입니다. +3 12.12.13 1,043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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