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INA'S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히나(NEW)
작품등록일 :
2012.12.13 14:43
최근연재일 :
2013.03.27 12:26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0,294
추천수 :
60
글자수 :
36,521

작성
12.12.19 19:28
조회
669
추천
3
글자
7쪽

1. 내가 미쳤나 봐 (4)

DUMMY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정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머릿속이 뱅뱅 돌아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나는 된장찌개를 떠서 입으로 넣으면서도 용사라는 부담감에 뇌가 굳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어, 그런데, 이거 맛있다.


“와, 요리 정말 잘해요! 맛있는데요. 그런데 우리 집에 이런 냄비도 있었어요?”


따뜻한 된장찌개가 담겨있는 도자기 그릇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 이런 그릇도 있었나? 워낙 요리를 해먹지를 않으니 솔직히 내 자취방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네, 싱크대 밑에 있던데요? 한 번도 안 쓰셨던 것 같긴 하지만요~”


햄이 노릇노릇 구워져 담겨 있는 그릇을 머리 위로 들고 오며 그린나래가 대답했다. 그걸 보면서 난 요정들이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자기 보다 더 큰 그릇을 옮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요정들은 힘이 좋은 가 봐요? 이런 것도 막 옮기고”


내가 그린 나래에게서 접시를 받아들어 상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요정이니까요. 근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요정이 가지고 있는 힘을 사용하는 거니까요.”

“아아, 그런 거군요. 신기하다."


그린나래가 내 어깨에 올라와 앉으며 말했다.


"신기하죠? 오늘 이 요리도 다 제 능력으로 한 거예요!"

"와 정말요. 진짜 맛있어요. 이런 제대로 된 밥상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따뜻한 된장찌개도 짭짤한 햄 구이도, 맛깔 나는 나물도 모두 맛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이대로 라면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워요 용사님~ 흑흑. 나 여태 내 능력을 쓸 일이 없어서 너무 슬펐어요!”


그린나래는 내가 음식들을 맛있게 먹자 기쁜 듯이 팔랑팔랑 거리며 돌아다녔다. 아마 요정들에게는 쓸모없는 능력이기에 여태까지 실력을 제대로 발휘 할 기회가 없었나 보다.


“근데 요정마다 능력도 다른 거예요?”

“네, 각자 조금씩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능력은 조금씩 발전하고 또 다른 능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꺼내 놓은 과일 위에 앉아있던 가온들찬빛이 대답했다. 알면 알수록 요정들은 신비한 존재인 것 같다. 단순히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종족을 이루고 있고, 우리 지구를 남모르게 지켜주고 있고, 세계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까지 하고. 문득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살짝 회의감이 들 뻔했다.


그렇지만 그런 씁쓸한 생각도 맛있는 음식이 들어갈 수록 점점 옅어졌고, 나는 부른 배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만족할 수 있었다.


배도 따시고 하니, 아까 접어두었던 용사에 대한 부담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설거지를 하며 조금 생각을 정리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나 혼자 이렇게 고민 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가온들찬빛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가온들찬빛씨,”

“풉.”


설거지를 하는 나를 쳐다보며 내 어깨에 앉아있던 가온들찬빛이 가볍게 웃었다.


“왜 그러세요?”

“그냥 찬빛이라고 불러주세요. 인간한테 그렇게 불리니까 뭔가 어색하네요.”

“아, 네. 그럼 찬빛씨.”

“...그냥 찬빛이라고 불러주세요. 씨라니 좀 어색하네요.”

“아, 네. 그럼 찬빛...아?”

“차라리 그게 훨씬 듣기 좋군요. 그런데 왜 부르시나요?”


나는 설거지를 하며 가온들찬빛에게 이제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일단 나는 다니는 직장도 있고, 평범한 사회인인데, 대뜸 용사라니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갈피를 못 잡겠다. 앞으로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이 된다.


내 솔직한 심정을 주절주절 늘어 놓았고, 그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가온들찬빛은 그 두 손으로 내 어깨를 문지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야기했다.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 없어요. 예언 속의 용사님은 누가 뭐래도 용사님이니까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이제 채워나가면 되는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거죠?”

“일단, 설거지 다하셨나요?”

“네. 다 됐네요.”


나는 물기가 묻는 손을 주방용 수건에 닦으며 말했다. 가온들찬빛은 내 어깨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다른 요정들을 불렀다.


“그린나래! 미리내! 이리 와. 이제 시작하자.”


빨래들을 널고 있던 그린나래와 미리내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뭘 시작한다는 걸까.


“용사님. 일단 용사님의 상태를 알아봐야 해서요. 그냥 편안히 서 계시면 됩니다.”

“네, 그냥 차렷자세로 서 있으면 되나요?”

“응, 용사님 그냥 편하게 서 있어요!”


내가 방 중앙에 서서 차렷 자세를 하자, 세 요정들은 내 정수리 위에 각각 자리를 잡더니 날개에서 보라색, 분홍색, 노란색의 반짝이는 가루가 점점히 공중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나 가루가 눈에 들어갈까 싶어 눈을 감았고, 세 요정들이 내 정수리에서부터 무릎 부분까지 열심히 날아다니며 내 몸 곳곳에 가루를 뿌렸다.


가루가 몸에 닿는 간질거리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가루가 닿은 부분들이 상쾌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청량한 물속에 몸이 서서히 녹아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나는 청량함과 상쾌함에 몸을 맡기고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처럼 기분이 들떠서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용사님. 이제 눈 뜨셔도 되요.”

“아, 온 몸이 뻐근하네.”

“응응, 나두우”


그린나래와 미리내가 지쳐 보이는 얼굴로 내 침대 위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기분 정말 좋았어요.”

“그러셨을 거예요. 다행이 결과가 좋아요 용사님.”

“근데 뭘 알아 본거예요?”

“용사님의 신체 능력과 잠재력을 알아봤어요.”


요정들이 내 몸에 뿌렸던 가루는 예전부터 요정들에게 내려오는 고유한 능력 중에 하나로 인간에게 사용할 시에는 그 인간의 현재 신체적인 능력의 정도, 앞으로 발전 가능성에 대한 것이 요정들에게 보인다고 한다. 물론 인간은 전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는 지금 어떤가요?”


왠지 긴장 되었다. 옛날에 나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 보다 더 떨렸다.


“역시 용사님은 용사님이란 걸 다시 한 번 느끼며, 나머지는 비밀입니다.”

“비밀이요? 왜요!”


빙글빙글 웃으며 비밀이라고 말하는 가온들찬빛 덕분에 갑자기 긴장이 맥없이 풀렸다.


“인간은 원래 그래요. 저희가 봤을 때 결과는 좋지만요. 용사님이 듣고,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고 실망할 수도 있고, 오히려 자만해서 발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아.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쩝.

내 잠재력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나는 입맛을 다시며 수긍했다. 가온들찬빛의 말은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매일매일 3천자를 쓰는 건 생각보다 

토나오는 일이었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3) +6 13.03.27 606 4 7쪽
11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2) +8 13.01.29 619 4 9쪽
10 2. 설악산에는 600년 묵은 여우가 산다 (1) +2 13.01.02 755 6 9쪽
9 1. 내가 미쳤나 봐 (7) +2 12.12.31 608 4 9쪽
8 1. 내가 미쳤나 봐 (6) +3 12.12.26 558 4 7쪽
7 1. 내가 미쳤나 봐 (5) +4 12.12.20 639 4 8쪽
» 1. 내가 미쳤나 봐 (4) +5 12.12.19 670 3 7쪽
5 1. 내가 미쳤나 봐 (3) +8 12.12.18 733 3 9쪽
4 1. 내가 미쳤나 봐 (2) +7 12.12.17 799 6 7쪽
3 1. 내가 미쳤나 봐 (1) +5 12.12.14 1,514 9 8쪽
2 Prologue. 하수구에서 요정을 보았다. +6 12.12.13 1,752 7 3쪽
1 (첫 인사) 안녕하세요. 히나입니다. +3 12.12.13 1,042 6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